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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3대를 못 간다? 왜 유독 재벌 3세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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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재벌 상속자가 대화 도중 상대에게 물을 끼얹거나 나이 많은 임원들에게 막말을 일삼는 건 드라마에 종종 나오는 장면입니다. 왜 ‘갑질’하면 젊은 재벌이 떠오르게 됐을까요.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실체는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조 전 전무뿐 아니라 그간 재벌 3세들이 보인 비도덕적 행태는 드라마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

#1.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셋째 아들)


재벌3세 갑질논란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이미 폭행 등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그는 2017년 청담동 주점에서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는 집유 기간 중에도 대형 로펌 소속 신인 변호사들과 술자리 도중 행패를 부렸습니다. 이 사건은 본인이 직접 사과하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불구속 입건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

#2.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이병철 삼성 창업주 손자)

수행비서에게 요강을 닦게 하고 폭언을 퍼부어 물의를 빚었습니다. CJ측은 이 대표가 유전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 병을 앓고 있어 수행 비서가 간병인 역할까지 하면서 비롯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을 피해 가지는 못했습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좌),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우)

#3.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2016년 자신의 운전기사 2명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건 이후 이 부회장은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고 본인이 직접 운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가 3세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역시 운전기사에게 행패를 부렸습니다. 그는 운전 수칙 등을 깨알같이 기록한 A4용지 140장 분량의 매뉴얼을 만들어 두고 운전기사가 이를 지키지 못하면 폭언과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사장은 3년 동안 운전기사 61명을 주 56시간 이상 일하게 했으며 이들 중 한 명을 폭행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출처동아일보 DB

“재벌 3세들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성공신화를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자라기 때문에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선민의식이 있습니다.”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은 재벌3세들의 못난 행동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도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을 중세 봉건귀족의 한심한 행태에 비유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창업주에서 2세, 3세로 내려갈수록 갑질 수위가 높아진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창업주들은 기업을 일구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인재를 대접할 줄 안다. 2세들도 그런 부모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기본 마인드는 갖춰져 있다. 하지만 3세들은 어릴 때부터 아가씨, 도련님 소리를 들으며 금지옥엽으로 키워진 탓에 소통과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는 ‘경험이 부족하고 인격적으로도 미성숙한 재벌 3세 리스크’를 한국 기업의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이들 재벌 3세는 보통 해외에서 대학이나 MBA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부모 회사에 입사해 7~8년 뒤면 임원이 되는 코스를 밟습니다. 후계자들이 경영수업을 받는 동안 기업에서는 치밀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합니다. 이 과정에서 차명재산 상속, 일감 몰아주기 같은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필리핀 가사 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 전 부사장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했다.

출처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재벌 1세대는 무에서 유를 창출했고 2세대는 도약에 성공해서 살아남았다. 재벌에 대한 평가에는 명암이 공존하지만 이들이 한국 경제의 주역으로 활동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3세대다. 그들 스스로도 지금 시스템에서 경쟁력 있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재벌 3세를 기업 경영에서 배제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완전히 바꾸는 것이 최선일까요. 오너 경영인 체제는 전문경영인들이 단기 실적에 주력하느라 놓칠 수 있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통 큰 투자 등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는 데 유리합니다. ‘창업정신’을 지켜나가는 오너 경영자들이 존경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들은 재벌가 독주를 막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정교하게 갖추고, 그런 장치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이 글은 여성동아 2018년 6월 654호 기사 <왜 갑질은 한국 재벌 3세의 흔한 애티튜드가 됐을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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