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이 직장에서 살아남는 꿀팁, 제가 알려드릴게요

조회수 2018. 6. 7.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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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은 노무법인 정명 대표 노무사 인터뷰

직장을 갖고 회사에 다니면서 한 번이라도 제대로 '근로기준법'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직장 생활을 몇 년이나 했으면서도 근로기준법을 각 잡고 찬찬히 읽어본 건 안태은 노무법인 정명 대표 노무사를 알고 나서부터였다. 연차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야근 수당은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대체공휴일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회사를 다니면서 혼자 궁금해하던 내용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거기 다 나와 있었다. 그러니 일단 이 인터뷰를 읽기 전, 그리고 노무사를 찾기 전에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읽어보자. 안 노무사의 말대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니까 말이다. 기자와 함께 동아일보 '매거진 D'에서 장기간 '직장에서 살아남기 꿀팁'을 연재하며 직장 생활 꿀팁을 전수해준 그에게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인터뷰를 해달라고 졸랐다. 무심한 듯 따뜻한 그의 이야기는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조금 아까우니 말이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제 11년째 노무사하고 있는 안태은입니다. 


# 노무법인 정명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곳입니다. 임금체불 , 해고, 산재, 등 각종 분쟁을 예방하고 문제 발생 시엔 한쪽을 대리하여 해결합니다. 이외 개별적으로 회사를 자문하거나 인사제도 컨설팅을 합니다.

# 지금 어디 어디에서 활동하고 계신가요.

노무사로 일한 지 10년이 넘어가니 하나하나 이름 걸린 곳이 꽤 되네요. 지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은 서울시 노동권익 보호관, 고용노동부 청소년 권리보호위원, 고용노동부 서울 동부지청 성희롱 예방교육강사 등이 있네요.

# 경영학과 출신인데 어쩌다 노무사의 길을 걷게 됐나요.

처음부터 노무사를 생각한 건 아니에요. 회계사도 생각했었는데 제가 숫자를 워낙 싫어해서(웃음). 원래부터 기업 하고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면 결국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인사관리 교수님께서 ‘노무사’라는 자격증이 있다고 알려주시더라고요. 유망하다고. 마침 선배 한 명도 노무사 공부를 하고 있어서 준비하게 됐습니다.


# 노무사라는 직업을 갖기로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개인 사정상 오래 공부할 수 없어서 빨리 자격증을 따야 했어요. 그러면서 노사 문제에 관심을 가지니 노무사가 하는 일들이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때는 노무사가 하는 일이 부당해고사건이 다라고 생각해서, 내가 가진 지식과 논리로 부당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멋져 보였어요. 

# 노무사의 일상은 어떤가요.


제가 일반적인 노무사들과는 조금 달라요. 거의 혼자 업무를 보는 편이라 사무실 출근을 잘 하지 않지요. 사건보다는 기업자문을 주로 하기 때문에 업무의 대부분은 전화와 메일 답변이고요. 중간중간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고 루틴한 일상이 아니에요. 사실 , 출퇴근과 휴일 개념이 별로 없어요. 남들이 보기엔 항상 여유로워 보이지만 마음은 항상 바쁜 것 같아요.  

# 노무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방법은 하나죠. 합격. 공부방법은 사실 10년 전과 지금은 과목도 다르고 난이도도 많이 달라서 드릴 말씀이 없어요. 아마 전 지금 시험을 본다면 합격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웃음).


#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상담하는 것은 주로 어떤 내용인가요? 

임금과 해고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물어보시죠. 시간 외 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의 계산과 지급요건, 해고할 수 있는지, 해고당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요즘은 '미투' 이슈가 대두되며 성희롱 관련 상담이 부쩍 늘었네요.

# 주위에 공대 나온 친구들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컴퓨터 좀 맞춰줘' '컴퓨터 좀 고쳐줘'라고 하더라고요. 노무사로 일하고 있다 보면 무료로 상담을 해 달라는 요청도 많이 들어올 것 같아요.


회사로 연락이 오거나 직접 만나야 하는 경우 저는 원칙적으로 무료상담을 하지 않아요. 무료로 하면 아무래도 듣는 분도 대충 준비해오시거든요. 하지만 유료라고 하면 시간이 곧 돈이다 보니 체계적으로 사실관계와 필요한 질문만 정리해서 오시고, 저도 돈 받으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듣고 답해드리죠. 둘 다 집중력이 확 늘어요. 상담해보면 느낌이 달라요. 그런데 무료상담이 워낙 일상화되다 보니 안 해주면 짜증내시는 경우도 있고 한번 상담받고 난 뒤 계속 더 긴 후속 상담(ex 노무사님 '한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을 요구하시는 경우도 있고. 다양해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맙니다. 물론 아는 사람들에게는 별도 상담료 받거나 하진 않아요.(대신 밥이나 술을 사거나, 새로운 고객을 소개해주시면 됩니다!)

# 이건 노무사 상담받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라는 내용이 있다면요.


네이버 지식인이나 아는 사람을 통해서 이야기를 듣고 본인이 처음부터 결론을 내고 오지 마세요. 그건 참고만 하세요. 그것보다는 사실관계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다 이야기해주시는 게 좋아요. 시간순으로 관련자들, 관련 사건들 등등으로. 자기에게 불리한 것도, 사소한 것도 다요. 그걸 다 듣고 노무사들이 사건을 정리하고 중요한 것을 뽑아내요. 그리고 저는 물론 의뢰인의 편에 있지만, 사건 진행 시에는 상대방의 입장도 충분히 생각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야 상대방의 반응이나 대응논리도 예측할 수 있고. 그러니까 내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어떠한 이야기를 할지도 미리 생각해서 오시면 좋아요. 그리고 다른 곳에서 가격 알아봤다, 이거 쉽다고 하더라... 이런 말은 시작도 하기 전에 힘을 쭉 빠지게 하죠.

# 최근 사례 중에 인상적인 사람이나 케이스가 있다면?

얼마 전에 국민의 개돼지 발언을 했던 공무원이 해고를 당했다가 부당하다는 판정이 났어요. 의외로 이렇게 결론이 나오는 사건이 꽤 있어요. 분명히 누구에게나 공분을 살 나쁜 짓이지만 결과적으로 부당하기도 한 사건들. 예를 들어 성희롱 가해 의심자의 해고, 노인학대 의심 요양보호사의 해고 같은 사건들. 이경우 제일 중요한 건 회사 측에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징계사실을 확정하는 것이에요. 그러나 이런 절차를 대충 하다 보니 부당하다는 판단이 나오게 되는 거예요. 물론 회사가 수사기관은 아니지만 근로자를 위해서도 철저한 조사는 정말 중요합니다.


# 노무사로 살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언제인가요. 

제 능력을 의심할 때요. 대리했던 사건을 진다거나 자문사가 자문을 종료하는 경우 사실 별거 아닌 일상인데 하나하나 발생하면 조금 상심하게 돼요. 내가 능력이 부족한가, 이런 느낌? 다행히 아직까지 그로 인해 큰 문제가 된 적은 없네요.

 # 노무사로 살면서 뿌듯했던 순간은?

역시 사건에서 이기는 거죠. 성취감, 그리고 돈 벌었다.

지진에서 살아남기, 홍수에서 살아남기도 중요하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는 어른이라면 무엇보다 직장에서 살아남는 일이 중요합니다. 노무법인 정명 안태은 노무사와 구희언 기자가 직장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꿀팁을 알려드립니다.

# 저와 함께 연재한 '구기자와 안태은 노무사의 직장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는 직장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반향도 컸죠. 그러다 보니 댓글도 많이 달리고, 메일도 많이 받았죠. 추가로 하실 말씀이 있나요?


물론 개개인의 사안으로 보면 억울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발생할 수 있어요. 법이 모든 사안을 세세하게 해결해주지는 못하니까요. 그래도 근로자와 사용자의 관계, 아무리 지금 근로자가 갑이라고 주장을 하더라도 실제 큰 틀에서 그렇게 보기는 어렵죠. 큰 틀에서 이해해주시고 저도 사업하는 입장이라 법 다 지킬 생각하면 깝깝하고 억울합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근로자가 더 약자니까 이해해주시길 바라요.

#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뭐로 푸나요.

먹습니다. 예전에는 술을 많이 먹었지만 요즘은 맛있는 음식으로.


# 체력도 중요할 것 같은데 운동은 꾸준히 하나요. 노무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노무 관련 지식은 기본이니까. 그것을 뛰어넘는 무엇이 필요해요. '내가 뭘 잘 안다' 이런 건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모르면 연구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중요한 게 결국 사람 말을 잘 듣는 거라고 생각해요. 잘 들어야 거기서 중요한 쟁점을 뽑아내고 필요한 지식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또 잘 들어주면 그만큼 의뢰인도 좋아하세요. ‘많이 아시네요’ 보다 ‘잘 들어주시네요’ 이 칭찬을 들을 때 저는 기분이 더 좋더라고요. 

# 갑자기 궁금하네요. 노무사의 노무상담은 누가 해 주나요?

한 노무사가 모든 분야를 다 아는 것을 아니기 때문에 궁금하면 아는 노무사들을 총동원해서 물어봅니다. 그런데 다들 말이 달라서… 참 어렵죠.


# 앞으로도 계속 노무사를 하실 건가요? 제2의 플랜이 있나요?

우선 전 이 직업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절 찾아주시면 계속할 겁니다. 지금은 자문을 중심으로 노무사 업무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사건을 조금 더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 올해 꼭 하고/이루고 싶은 것은?

올해는 못하겠지만 언젠가 안식월을 한 달 가져보는 게 꿈입니다. 그때가 오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할 겁니다.

 

# 노무사님에게 상담받고 싶으면 어디로 문의하면 되죠?

페이스북 메시지나 인스타그램 DM으로... 그러면 시간 날 때, 대답하고 싶을 때 대답해드려요. 급하시다면 정식으로 상담 약속을 잡으시면 되고요. (아, 물론 정식 상담은 유료입니다.)    

# 인터뷰를 보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살면서 노무사를 만날 일이 없는 삶이 최고입니다. 당신이 사업주라도 근로자라도 마찬가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야 할 일이 생긴다면, 가깝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노무사를 우선 찾으세요. 아마 대부분의 문제는 어떤 노무사를 만나더라도 결과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여기저기 찾아보고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보느라 힘 빼지 마시고, 직접 가까운 노무사에게 찾아가서 빨리 상담받으시길 바랄게요.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이 글은 구기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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