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밥 푸드트럭' 끌고 미국 간 청년들, 5년 만에 매장 14개

조회수 2018. 5. 10. 11: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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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일, 한국인 청년 세 명이 미국 유타 주에 푸드트럭 한 대를 끌고 나왔습니다. 이들이 파는 메뉴는 흔한 핫도그나 아이스크림이 아닌 ‘컵밥’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뭐냐”, “냄새가 이상하다”며 경계하던 현지인들도 점점 컵밥 마니아가 되었고, 컵밥은 2015년 야후가 선정한 ‘TOP 27 푸드트럭’에 꼽히며 급속도로 커 나갔습니다.

노량진 고시생들이 즐겨 찾던 컵밥을 미국으로 가져가 히트시킨 이들은 송정훈, 박지형, 김종근 씨입니다. 선후배 사이였던 송정훈, 박지형 씨는 현지에서 한식·일식 조리사로 일하던 김종근 씨를 파트너로 맞이해 본격적으로 컵밥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출처: 유타컵밥 페이스북

대표들은 밥과 반찬을 한 그릇에 담아 따뜻하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컵밥이 미국에서도 통할 거라 예상했고 이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습니다.


트럭 한 대로 시작한 컵밥 가게는 5년 만에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컵밥 트럭을 보내달라”, “먹고 싶을 때 찾아가서 먹을 수 있게 아예 가게를 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빗발쳤습니다. 현재 유타 컵밥은 매장 14곳(유타 주 8개점, 아이다호 주 3개점, 인도네시아 3개점), 푸드트럭 5대, 입점매장(컨세션) 8곳을 둔 체인점으로 성장했습니다. 

- 가장 반응이 좋은 메뉴는 무엇인가요?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콤보 밥' 입니다. 불고기, 돼지불고기, 잡채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어서 그런지 가장 인기가 높습니다.



- 돌솥비빔밥을 테마로 잡은 '돌밥'메뉴가 인상적이었는데, 신메뉴 개발은 어떻게 하시나요?


처음에는 말 그대로 대표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돌밥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점포를 확장하고 유타 주 뿐만 아니라 다른 주로도 진출하게 되면서 좀 더 정확하고 전문적인 조리법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희만의 개성 있는 아이디어에 전문 요리사의 도움을 받아 조리법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조정해 가고 있습니다.

출처: 유타컵밥 페이스북
'중독성 있다'는 평을 받는 돌밥.
출처: 유타컵밥 페이스북

- 사업 환경도 그렇고 고객들도 그렇고 한국과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2013년 컵밥을 처음 오픈한 다음 5년 동안 정말 다사다난했던 것 같습니다. 외국, 그것도 음식에 관해서 아주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외국인이 적응해 나가는 건 마치 어린 아이가 ‘가나다’부터 시작해서 한글을 깨치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아요.


적응과정 도중 가장 살 떨렸던 추억이 있는데, 유타 위생청에 걸린 일입니다. 처음 푸드트럭을 오픈했을 때는 정말 ‘뭣도 모르고’ 집에서 음식을 조리했었어요. 돈 주고 임대하는 공용 주방보다 매일 쓸고 닦는 가정집 주방이 훨씬 더 깨끗하니까 집에서 조리하는 게 손님을 위한 일인 줄 알았던 거죠.

출처: 유타컵밥 페이스북

그렇게 장사한 지 일주일만에 잠복해 있던 위생청 직원에게 잡혔습니다. 매일매일 집 테라스에서 고기를 구워 트럭에 싣고 나가는 우리를 이웃집 주민이 보고 수상하게 여겨 신고한 거죠. 위생청 직원이 꼭두새벽부터 잠복해 있다가 잡채 들고 나가던 박지형 대표를 딱 붙잡았어요. 세 사람(송정훈, 김종근, 박지형 대표)다 곧바로 위생청으로 불려가서 장장 두 시간이 넘도록 아주 호된 교육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딱 불려들어가서 위생 교육을 받는데 “집이 공동주방보다 더 깨끗한데 왜 안 됩니까”라고 질문하니 위생청 직원들이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더군요. 그 이후로는 무조건 법적 기준을 지키면서 일하는 걸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출처: 유타컵밥 페이스북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요.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어떤 여자분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마구 항의하시는 거예요. 


당시 컵밥 슬로건이었던 ‘Shhh… Just Eat’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사고 싶어하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이건 직원들 유니폼으로만 제공하고 절대 일반판매를 하지 않는 게 저희 원칙이었거든요.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일수록 컵밥 슬로건도, 티셔츠도 가치가 높아진다는 송정훈 대표의 의견에 따라 고객들에게는 이벤트 선물로만 가끔 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컵밥 티셔츠 희소가치가 올라가니까 퇴사한 직원이 일할 때 입던 컵밥 티셔츠를 온라인에 중고로 올려서 판 거예요. 그걸 이 고객분이 구매했는데 받고 보니 티셔츠에 구멍이 나 있다면서 저희 회사로 항의전화를 한 겁니다. 


컵밥 티셔츠를 사랑해 주시는 마음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새 옷을 그분께 선물로 보내드리고 잘 마무리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직원이 그만둘 때 꼭 티셔츠와 모자를 반납하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출처: 유타컵밥 페이스북

- 맛도 좋지만 직원들 '인성'에도 끌린다는 손님들 반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원 채용할 때 어떤 점을 주로 보시나요?


‘에너지’를 봅니다.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 친절함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물론 모든 직원들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 건 아니지만 회사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호감 가는 인성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래서 각 스토어 매니저들에게 한국식으로 ‘정’ 나누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어요. 예를 들면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서 ‘덤’을 주는 거죠. 만두를 하나 더 얹어준다든지, 토핑을 더 준다든지… 단골손님, 개성적인 옷을 입은 손님, 아기를 데려온 가족 등 여러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덤을 드립니다. 이런 컵밥만의 문화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 유타 주에서 시작하셨는데, 다른 지역 진출 계획은?


현재 아이다호에 첫 프랜차이즈 가게가 오픈했습니다. 앞으로 4년 안에 4개주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늘려갈 계획이고 그와 동시에 본사 매장도 오픈할 계획입니다.



컵밥 대표들은 “한국과 한국 문화를 알리고 즐겁게 장사하고 싶다. 언젠가는 세계 최대 중국음식 체인인 ‘판다 익스프레스’를 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손님이 서툰 한국말이라도 한 마디 하면 덤을 얹어 주는 ‘컵밥’ 식구들의 한국 사랑은 현지 주민들에게도 전염되고 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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