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이 협찬 없이 쓰는 '그 꽃무늬' 물건들의 매력

조회수 2018. 4. 27. 14: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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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존귀한 사람입니다'

소셜벤처 마리몬드(MARYMOND)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2012년 10월~2017년 12월까지 기부금액 1,610,562,291원). 배우 박보검이 이 브랜드의 꽃무늬 티셔츠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됐죠. 2015년에는 가수 겸 배우 수지가 마리몬드 휴대폰 케이스를 쓰는 모습이 공항에서 포착돼 비슷한 꽃무늬 제품들까지 ‘완판’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방탄소년단 뷔, 블락비 지코, 워너원 강다니엘 등 내로라 하는 인기 연예인들이 마리몬드 제품을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홍보 효과도 상당했습니다. “홍보 담당자가 ‘열일’하나 보다”라는 추측도 있었으나 정작 마리몬드 측은 “협찬을 진행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좋은 일 한다’며 지지해 주는 이들도 많지만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게 마련입니다. 성수동 마리몬드 라운지에서 만난 윤홍조 대표는 “힘든 일도 좋은 일도 결국에는 다 ‘사람’과 관련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미소지었습니다.



마리몬드의 상징인 ‘꽃무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대학교 시절 인액터스 활동을 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할머니들의 삶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심 갖게 할 소재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눈에도 잘 들어오고 편안한 꽃무늬를 떠올리게 됐어요. 단 제 전공은 경영학이고 디자인에도 문외한이라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하는 브랜드로 유명한데요.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꽃할머니 프로젝트’예요.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 소중히 여기시는 가치 이야기를 듣고 이런 ‘이야기’를 다양한 꽃무늬로 시각화시켜서 제품에 반영합니다. 할머니들 생신 때는 지하철에 생신 축하 광고를 하기도 합니다. 아이돌 생일 광고처럼요.


또 ‘소녀상 원정대’라고 해서 게릴라성 이벤트도 합니다. 전국 곳곳에 설치돼 있는 소녀상을 찾아가서 함께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기도 하고, 소녀상을 공공시설물로 지정하자는 운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지금 전국에 있는 소녀상이 99개 정도 되는데 대부분이 공공시설물로 지정돼 있지 않아서 정기적 관리를 못 받고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청소도 제 때 안 되고 취객이 동상을 훼손하는 일도 가끔 있습니다. 공공시설물로 지정되면 지자체로부터 깔끔하게 관리도 받을 수 있고 주변에 CCTV도 설치돼서 고의적으로 훼손됐을 때 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가능해요.


수요집회에 참여해서 기록을 남기는 일도 하고요. 수요집회에서 전하고자 하는 ‘평화’의 가치를 기록해서 후대에 남기고 싶습니다. 


또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과 같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에 기부활동도 합니다. ‘영업이익(총 매출액에서 제품 생산 원가와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남은 몫)에서 아무리 적어도 50%이상을 기부하자’고 자체적으로 정해놓고 있어요.

출처: 마리몬드 제공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

사업하면서 어려웠던 순간은 없으셨나요. 반대로 행복했던 순간은?


힘든 적 물론 많았죠. 사람들과 부딪히거나 마리몬드의 진심을 오해하는 분들을 보면 힘들지만 뜻을 알아주는 분들을 만나면 기운을 얻습니다. 직원들이 ‘자랑스럽게 일한다’고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볼 때도 행복해요. 얼마 전 김복동 할머니 손자 분께서 저희에게 고맙다고 인사해 주신 적 있는데, 그 때도 참 행복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사업이라는 것도 늘 잘 풀릴 수만은 없어요. 너무 힘들 때는 고난이 95%고 좋은 일은 5%정도밖에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5%의 즐거움이 95%의 힘든 경험을 압도할 정도로 행복감을 주기에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운동하거나, 집에 가서 가족과 이야기하다 보면 한결 나아지더라고요.

미래의 마리몬드는 어떤 모습일까요. 사업 확장 계획이라든지…


현재 소형가전 업체와 협력해서 아름다운 가전제품을 내놓는 걸 고려중에 있습니다. 가전제품에 마리몬드의 플라워 패턴을 입혀서요.


올해(2018년)안에 해외 진출도 계획중이에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기에, 다른 나라 여성들의 삶도 담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학대로 피해 입은 아동들과도 ‘동반자’관계로 나아가고 싶어요. 물론 아동들 이야기는 할머니들처럼 개인적 삶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큰 사회적 맥락 안에서 풀어 나갈 예정입니다.

출처: 마리몬드 제공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

학생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원래는 남들처럼 취업해서 직장인이 되고 싶었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다른 길을 눈여겨보게 되었지요.



창업에 도움이 되었던 지원제도나 멘토가 있다면
?


정부에서 하는 ‘한국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1년에 한 번 300팀씩 선정되고 그 안에서 또 선발과정을 거칩니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된 멘토라면 대학시절 지도교수님이 계신데요. 지금도 마리몬드 주주로 계시면서 사업적 조언을 해 주십니다.


그리고 대학생 때 들었던 회계 수업이 도움이 됐어요. 사업 시작한 초반에는 인력을 다 갖출 수 없으니 제가 손수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회계를 알고 있으니 막막함이 덜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그저 시험 보기 위해서 공부했는데, 이렇게 사업에 써먹을 줄 알았더라면 더 열심히 해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업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회계지식은 아주 유용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내가 이 일을 왜 하고자 하는가’하는 동기가 확실하게 있어야 힘든 굴곡이 와도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차근차근, 깊이 생각해 보고 정했으면 좋겠어요.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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