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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묻은 휴지로 ‘별난 배터리’ 만드는 교수님

“세상 바꾸겠다” 이상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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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등이 널리 쓰이던 시대에 전등은 괴짜들이나 쓰는 물건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세상을 바꾼 것은 전등이지요.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전등이 바로 시대가 원하는 물건이었을 겁니다.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를 계속 개발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이상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 개발에 도전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가스등을 예시로 들었다. 지난달 26일 UNIST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이상영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가 바르는 배터리를 이용해 만든 티셔츠를 입었다. 바르는 배터리에서 나온 전류로 가슴 쪽 LED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출처UNIST 제공

이 교수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 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서 에너지 분야 최우수 성과를 수상한 배터리 전문 과학자다. 각이 지거나 동그란 기존 배터리 셀의 형태에서 탈피해 다양한 모양으로 배터리를 개발해왔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잼처럼 바르거나,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인쇄하는 방식으로 전고체 전지를 개발했다. 커피가 스며든 휴지나 연필심(흑연) 같은 재료로 배터리를 만들고 물에 담그거나 불을 붙여도 폭발하지 않는 배터리를 만들었다.


연구 결과를 보면 괴짜 과학자같지만 그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일상 속에서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연구해 온 정통 배터리 연구자다. 1997년 LG화학에 입사한 뒤 2004년 안전성강화분리막(SRS) 개발에 참여하면서 당시 빈번하게 일어나던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문제를 해결했다. 이 분리막은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차에 들어가는 자동차 배터리의 필수 부품이다. 

커피 묻은 휴지로 배터리를?

출처ⓒGettyImagesBank

잘나가는 대기업 연구원이었지만 이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대학교수를 선택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현재 시장이 원하는 물건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기 마련이다. 대학교수는 기업보다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자유롭다.


“기업에서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고객을 많이 만나고 다녔지요. 어느 날 배터리는 왜 항상 형태가 원이나 사각형이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대학교수가 돼 이 문제를 해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정보기술(IT)의 흐름도 이 교수의 생각에 확신을 심어줬다. 각종 센서와 웨어러블 기기 등이 등장했지만 이 기술들의 마지막 걸림돌은 배터리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만 생각해도 배터리 문제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이 교수의 대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잼처럼 바르는 배터리’도 웨어러블 기기의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다 만든 것이다. 


“바르는 배터리가 제가 개발하려는 배터리의 최종 형태는 아닙니다. 용량이나 충전 방식 해결 등 아직 극복해야 할 부분도 많고요. 하지만 이런 시도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영화 ‘왓 위민 원트’(2000년)에 나온 “여자가 원하는 것을 알면 세상은 당신의 것”이라는 대사를 인용해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시대가 원하는 것을 알면 세상은 당신의 것이 됩니다. 시대가 원하는 배터리를 만들어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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