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먹지 않는 인도인?' 팩트체크 해보니..

조회수 2021. 1. 4.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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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라는 이 질문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인도에서는 소고기를 먹지 않죠?”라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일부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지만, 일반인들은 여전히 인도는 소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인도인=소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 혹은 대부분 채식주의자’라는 오해가 세계적으로 여전히 정설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인도인 중 채식주의자는 의외로 많지 않다

인도의 채식주의자 비율은 훨씬 낮다. 인도 정부가 세 번에 걸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로 추정되는 인구는 전체의 23~37%에 불과하다.


이 조사 결과에 대해 미국의 인류학자 발무를리 나타르잔(Balmurli Natrajan) 박사와 인도의 경제학자 수라지 제이콥(Suraj Jacob) 박사는 채식주의자의 숫자가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압력’에 의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두 박사는 실제로 채식주의자는 더 적고, 특히 종교적인 이유로 소고기 소비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답하는 인구가 더 많다고 판단했다. 두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에서 순수 채식주의자는 전체 인구의 20% 정도이고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가 가장 많은 고기를 소비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힌두교도 중 채식주의 가구는 3분의 1 정도이며, 그 대부분이 특권 계층, 이른바 ‘상위 카스트’에 속한다. 즉, 육식하는 가구보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고 소비 지출이 높다. 반면에 육식하는 가구는 ‘하위 카스트, 불가촉천민’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은 가구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인도의 도시별 채식 비율을 조사하면 조금 다른 결론이 도출된다.

힌두교의 최고 카스트인 브라만이 많이 사는 뿌네(Pune)를 포함해, 일반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이 많이 사는 주로 알려진 구자라트주의 도시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사람들의 인식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시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소고기 섭취가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소고기를 먹는 사람도 있지만…

인도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의 소고기 소비자는 전체 인구의 7% 정도다. 하지만 인도의 정치, 종교 및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데이터보다 훨씬 많은 인구가 소고기를 먹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수상이 이끄는 현 여당이자 힌두교 민족주의를 모태로 하는 인도국민당은 채식주의를 확대하고 소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책을 도입했다. 따라서 많은 주에서 식용 가축의 도살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고, 소고기를 먹는 집단에 대한 힌두교 ‘자경단’의 린치 사건도 자주 일어나는 등 ‘문화적, 정치적, 집단적 정체성 강요’가 자주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고기를 먹는다고 스스로 밝히는 사람들의 수는 실제보다 상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는 오랫동안 차별에 노출되어 온 불가촉천민과 이슬람교도 그리고 기독교도가 소고기를 먹는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와 동북부 나갈랜드주 등 기독교인이 다수인 주에서는 비싼 염소 고기나 양고기보다 소고기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나타르잔 박사와 제이콥 박사는 소고기를 소비하는 인도인이 전체 인구의 15%에 달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으며 이는 공식 조사치보다 약 2배 많은 수에 해당한다.

지역별 음식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 중에서도 맞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가령 주민의 3분의 1이 채식을 하는 델리는 인도 탄두리 치킨(버터 치킨)의 수도라는 명성을 가질 정도로 닭고기 수요가 높고, ‘남인도 채식주의자 식단’의 중심지로 불리는 첸나이의 주민 중 겨우 6%만이 채식주이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인도 북서부 펀자브주를 ‘닭을 사랑하는 주’라고 계속 믿어왔지만, 진실은 75%에 달하는 인구가 채식주의자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인도인의 대부분은 채식주의자’라는 신화는 어떻게 퍼져 나갔을까?

나타르잔 박사는 인도처럼 같은 사회 집단이 거주해도 몇 km만 가면 식습관과 조리법이 변화하는 다양한 사회에서는 공동체와 종교, 또한 주 전체를 대표할 만큼 힘있는 사람이 내는 목소리가 그 집단을 대표하는 것처럼 되는 것이 인도의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힌두교에서 상위 카스트로 간주되어 높은 지위와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채식(Vegetarian)을 최상의 식습관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로 만들어서,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Non~vegetarian)들과 차별화를 꾀함으로써 음식을 통해 계층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는 식민지 시대에 백인과 유색인종을 구분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것은 또한 거대한 대륙 인도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이 인도의 일부 몇 지역만 경험하고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여기며 일반화해서 자신의 작은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성과 여성의 음식 습관에서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육식을 많이 하는데 이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외식을 많이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집안에서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이는 인도인들의 성향과 연관되어 있다. 즉, 집에서는 강한 채식주의자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 밖에서 활동할 때는 육식에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인도인들의 이중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초이기도 하다.


분명히 대다수의 인도인들은 닭고기나 양고기를 자주 또는 정기적으로 먹는다. 대다수가 채식을 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우리 기업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인도 시장에 대한 조사를 너무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조사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장 전문가 등과 상의해 과학적 방식으로 조사해야 한다. 필자도 실무를 하며 시장의 통념과 실제가 다르고, 조사 단계에서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확도에 엄청난 차이가 생기는 사실을 경험했다.


인도의 역사부터 경제, 정치, 예술,

비즈니스 노하우까지

한 권으로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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