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사업가, 새로운 발상으로 베트남을 사로잡은 비결은..

조회수 2021. 1. 8. 17: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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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대표하는 브랜드 - 못Một

베트남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하나만 꼽아 달라면 주저 없이 못Một을 추천할 것이다. 못은 ‘1’을 뜻하는 베트남어로 ‘하나’의 디자인에 현대 베트남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스니커즈 브랜드다.

못의 창업자는 1990년생후인꽝응옥한Huỳnh Quang Ngọc Hân이다. 어린 나이지만 디자이너로서 자신만의 브랜드 철학이 분명하다. 한은 못의 디자인을 통해 베트남의 정체성을 제시하며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 사이에서 베트남 브랜드의 자존심을 건 승부를 하고 있다.


베트남을 위한, 베트남에 의한, 베트남의 브랜드

한이 못을 창업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베트남의 우수한 제조 기술로 베트남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베트남의 가공 공장들은 호이안 지역의 전통 전등을 만들 때처럼 장인정신으로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제조하고 있음에도 정작 베트남 소비자들은 베트남 브랜드의 품질이 낮다는 인식을 가진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그에 대해 한은 이렇게 말한다.

“베트남은 더 이상 식민지가 아니에요. 자주국으로서 진화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현대 베트남의 정체성을 담은 브랜드를 만들어 글로벌 브랜드보다 저렴하지만 품질이 보장된 상품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바쁜 현대인들이 본질적인 일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한은 디자이너란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매일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을지 고민하며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모든 옷에 잘 어울리는 최고의 신발 한 켤레를 제공하는 솔루션을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못의 모티브는 한의 경험에서 나왔다. 한은 신발이 많지 않았다.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 신발 하나로, 어디서나 ‘적합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신발을 하루 종일 신는 거예요.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하나를 뜻하는 못이에요. 못의 사명은 ‘진정한 문제를 들여다보고 진정한 수요를 파악한다’입니다. 필요하지 않다면 우리는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못은 패션 브랜드라기보다는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필수품’이 되길 지향합니다.”

셋째, 주인정신을 가지고 일하기 위해서다. 한은 전쟁 후 베트남의 정체성과 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베트남이 외국 문물에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이유도 베트남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은 오랜 기간 미국에서 일하면서 오히려 베트남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이 커져갔다.

“미국에서 다른 나라 사람을 위해 일하면 그냥 일일 뿐이었어요. 주문을 받고 만들어주면 끝이죠. 베트남 사람인 나와 베트남과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내가 만든 상품과 베트남이 연결되길 바랐어요. 이것이 진짜 주인정신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한의 고민, ‘모던 베트남’?

한이 신발을 만들게 된 건 의지와 우연의 결과였다. 우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인들에게 연락했는데 타이밍이 아주 좋았다.

못의 공동 창업자인 팜도끼엔꾸옥Pham Do Kien Quoc은 당시 베트남의 정체성을 담은 신발을 제조하기 위해 5년 동안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꾸옥은 20년 동안 OEM으로 글로벌 신발 브랜드를 생산해온 PKN 공장의 총괄책임자다. 한이 연락했을 때 꾸옥은 베트남의 정체성을 담은 신발을 만들기 위해 15년 경력의 영국인 신발 디자이너와 함께 5년 동안이나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한은 꾸옥에게 베트남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으려면 베트남 디자이너와 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디자인은 외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잘 살릴 수 있는 것처럼 아주 단순한 논리였다.

“디자이너는 이론적으로 뭐든 디자인할 수 있지만 진정으로 베트남을 대표하는 디자인을 개발하려면 베트남에 대한 인사이트가 필요해요. 베트남을 제대로 이해하고 베트남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고충을 모두 알아야 해요. 그래서 ‘무엇으로 베트남 스타일을 만들 것인가?’ 하는 인사이트는 외국인이 제안할 수 없어요.”

‘세계 트렌드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체성 위기 시대에
무엇이 ‘모던 베트남’인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한은 외국인이 만든 상품을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전하면서 이것이 베트남 스타일이니 받아들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베트남 스타일이라고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 한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세계 트렌드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체성 위기 시대에 무엇이 ‘모던 베트남’인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한은 꾸옥을 설득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먼저 브랜드 철학을 정립하고 브랜드 네이밍도 베트남어로 정했다. 기억하기 쉬우면서도 브랜드의 핵심을 담아야 했다.


베트남 정체성을 담기 위한 역발상 1

못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유는 보편적인 기대와 상식을 깨면서 나 같은 외국인도 ‘아하! 이게 베트남이구나’를 깨닫게 만드는 스토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세 가지 측면에서 역발상을 시도해 베트남의 정체성을 담은 신발을 디자인했다.

첫 번째 역발상은 못의 디자인 자체에 있다.

화려한 무늬와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신발들과 비교하면 못의 신발 디자인은 매우 심플해 보인다. 신발 끈조차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스티치만으로 그 존재를 알려주는 미니멀리즘의 극치다. 하지만 여타 화려한 신발들의 밑창은 단순한 반면 못의 신발 밑창에는 화려한 디자인이 숨어 있다.

‘디자인 자체가 브랜드다’

한은 ‘디자인 자체가 브랜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브랜드를 위해 디자인이라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무엇이 베트남인가?’라는 질문에 한은 ‘대조’ 그 자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베트남은 조용하면서도 시끄러워요. 도시에는 조용한 장소도 있지만 교통은 복잡하고 도로의 소음은 굉장합니다. 하지만 복잡함 속에서도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얼굴 표정은 무척이나 침착하죠. 이것이 제가 보는 베트남이에요. 극과 극의 대조적인 것들이 공존하죠. 이런 특징을 신발에 담았어요.”


베트남 정체성을 담기 위한 역발상 2

두 번째 역발상은 디자인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반 브랜드들은 하나의 로고를 다양하게 디자인된 신발에 붙여 고객들에게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디자인 자체가 브랜드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에 따라 못은 하나의 디자인으로 브랜드를 대표한다. ‘하나’라는 뜻을 가진 브랜드 명처럼 못은 ‘하나의 디자인’에 집중해 완벽한 품질을 제공하면서도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자신의 철학을 고수하면서 한은 순풍보다는 세찬 맞바람을 많이 맞았다. 주변 사람들은 한에게 수백 개의 신발을 만들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디자인을 찾아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한은 이 같은 접근은 남들과 똑같아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시장에서 50개의 스타일을 요구한다면 50개를 만들어낼 수는 있어요. 하지만 디자이너로서는 50개 모두에 만족하지 못할 거예요. 스스로 100% 만족한 상품을 팔 때 고객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어요.”

못의 노랑, 파랑, 빨강, 흰색, 검정, 녹색, 회색은 열대지방에서 볼 수 있는 따뜻하지만 물에 젖은 색으로 이 역시 베트남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베트남 정체성을 담기 위한 역발상 3

세 번째 역발상은 타깃 고객을 설정하지 않은 것이다.

한은 타깃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를 차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베트남의 정체성을 브랜드에 담았기 때문에 못이 추구하는 가치를 좋아하는 남녀노소 모두가 고객이 된다.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들은 트렌디한 스타일을 찾고 나이 든 사람들은 기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못은 의도적으로 힙하고 쿨해 보이는 피상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대신 신발의 본질에 집중했다.


그 결과 못의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은 오히려 트렌디하게 여겨져 못의 고객은 Z세대부터 70대는 물론 스님까지 연령대와 직업군이 다양하다. 한은 하나의 신발이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현실의 벽을 뛰어 넘어 대형 브랜드로

하지만 못을 만드는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디자인과 품질만 좋다면 팔릴 거라고 생각했던 한은 시장 반응을 보고 난 뒤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한은 브랜딩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브랜드 스토리, 좋은 품질, 정체성과 이미지 등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다.

못은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에서 늘 함께하는 환경 친화적인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못의 제품을 구입하면 재활용 가능한 에코백을 제공한다. 카탈로그 등으로 소비자에게 예쁜 패션 아이템을 홍보하는 대신 소비자들이 잠시 멈춰 서서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구입하길 장려한다.

5년 뒤 한은 못을 베트남을 대표하는 대형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하지만 베트남 소비자들이 베트남 브랜드에 대해 가진 인식을 전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대량 생산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 대신 단계적으로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신발 외에도 베트남의 정체성을 담은 액세서리 등 다른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엄브렐러 브랜드Umbrella brand를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은 글로벌 디자인 콘퍼런스나 박람회에 참여해 산업디자이너로서 디자인 감각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배우며 강점을 더욱 개발할 계획이다. 자신이 못하는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영민한 전략이다.


이제는 '제품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의 시대입니다. 내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아는 것이 사업의 출발점이죠.


이 책이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의 기획자나 마케터에게 유용한 가이드북인 이유입니다.


<베트남 비즈니스 수업>에 나온 베트남의 일곱 가지 키워드를 이해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베트남에서의 성장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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