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정말 별로인 사람과 결혼했다면..

조회수 2020. 9. 19. 21: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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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요?"

"아무리 노력해도 관계가 회복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이미 너무 별로인 사람이랑 결혼을 해버린걸요. 시작부터가 잘못됐어요"


‘우린 너무 맞지 않아요’를 넘어 너무 별로인 사람과 결혼 해버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때, 그렇다고 헤어지지도 못할 때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이번에는 ‘배우자 선택 이론’들을 살펴보며 앞뒤로 꽉 막혀버린 이 난감한 생각을 좀 더 유연하게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보고자 합니다. 먼저 이 생각부터 함께 해보죠.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요?”

이렇게 묻는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첫 만남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그 시작은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전일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실제 여러 심리학 이론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배우자 선택 시 원가족에 대대로 내려오는 정서적 체계와 관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거죠. 그중 한 이론인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 theory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이 이론은 인간을 독립된 개인이 아니라 타자와의 상호작용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봅니다. 아주 어렸을 때 맺었던 관계의 경험이 일생 동안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따라서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영향을 받는다고 보죠.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나 결핍을 보상해줄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배우자로 선택합니다.

이를 보완한 머레이 보웬Murray Bowen의 ‘다세대 가족체계이론 family systems theory’에서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 나와 자아분화는 비슷하되 방어기제는 반대인 사람을 선택한다고 봅니다. 자아분화란 타인과 연결되는 동시에 독립성을 유지하는 성향, 감정과 사고를 분리시키는 일종의 내적 능력입니다.


자아분화 수준이 높은 사람은 사고와 감정 사이에 균형을 잘 잡고 자제력이 있으며 객관적입니다.


자아분화 수준이 낮은 사람은 이성보다 감정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고, 타인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의존적이죠. 자아분화 수준은 원가족, 특히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아분화 수준이 비슷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동시에 갈등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각자 원가족의 정서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세대 가족체계이론에서 파생된 것이 바로 ‘이마고 이론imago theory’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서로 반대되는 유형의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몰두형과 회피형이 서로 끌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하죠. 자신의 상처를 보상해줄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고르는 겁니다. 이마고Imago는 라틴어로, 이미지Image라는 뜻이지요.

배우자를 선택할 때
부모와 같은 이미지,

특히 부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부모 또는 우리를 길러준 양육자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를 무의식 속에 저장시켜두는데 배우자를 선택할 때 부모와 같은 이미지, 특히 부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이 이마고 이론입니다.

부모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을 보며 ‘또 상처받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 대신에 ‘내 상처를 저 사람을 통해 치유해야겠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건데, 살다 보면 치유는커녕 더 큰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마고 이론에서는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미해결된 과제’라고 하는데, 이를 치유하고자 하는 욕구와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부부 불화가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왜 이런 이야길 하냐고요?

잘못된 결혼을 했다는 생각에서 한걸음 떨어져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아래 질문들을 통해 내가 가족에게서 받은 영향이 배우자 선택 과정과 결혼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는 원인을 알아야 해결방법도 보이는 법이니까요.

• 이 사람을 선택한 데는 내 무의식이 작동한 것은 아닐까? 그건 대체 뭘까?

• 이 사람의 자아분화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 나의 자아분화 수준은 이 사람과 얼마나 비슷한가?

• 우리는 어떤 상처를 받으며 자란 걸까?

• 내가 가진 미해결된 과제는 무엇이고, 상대의 미해결된 과제는 무엇일까?

불화를 겪는 많은 부부들은 자신의 상처는 치유받아야 할 것으로, 상대의 상처는 부족함으로 여깁니다.


그 오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헤어지는 것밖엔 답이 안 나오죠. 문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자신은 물론 가족 모두가 괴로워지는 상황에 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상대방 때문에 부부관계가 엉망진창이 됐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당연히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났다면 결혼 생활이 더 행복했을 거란 환상도 버려야 합니다.


누구나 상처가 있고 누구나 부족합니다. 상대의 부족함으로 향해 있는 화살의 방향의 돌려 그런 선택을 한 나 자신과 상대의 상처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나 상처가 있고 누구나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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