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 근무제, 할 수 있을까?

조회수 2020. 9. 2. 13:2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주 4일제를 도입하도록 강하게 장려하고 싶다."

코로나19 이후 주 4일제 도입 주장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뉴질랜드 총리

"주 4일제를 도입하도록 강하게 장려하고 싶다."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뉴질랜드 총리가 2020년 5월 19일 페이스북 생중계 방송에서 한 말이다.


아던 총리는 "우리는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제도가 끌어내는 높은 생산성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가 "주 4일제는 사용자와 노동자 간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공개적으로 장려한 이유는 바로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전 세계 기업 및 기관이 코로나19로 단축 근무, 유연 근무, 재택근무 등을 시행했다. 업무 효율이나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 선택적으로 도입되던 제도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앞당겨진 셈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경제 회복을 위한 단기 대안으로 사용한 긴급조치였지만 걱정과 달리 단축 근무제는 훨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성과를 직접 느낀 아던 총리도 주 4일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었다.

뉴질랜드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단축근무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뉴노멀(새로운 일상)로 꼽기 시작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직장인 670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주 근무 일수'를 조사한 결과 82.7%가 '주 4일'이라고 답했다. 새로운 것에는 항상 우려가 따른다. '근무 일수를 줄일 때 우려되는 점'으로는 급여 감소(71.2%), 퇴근 후 연장근무(18.8%), 회사 매출 감소(1.8%) 등이었다.

이런 걱정과 근심을 가진 직장인, 업계 관계자를 위해 미래학자인 알렉스 수정 김 방이 관찰한 단축 근무 시행 기업을 소개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주 4일 혹은 하루 5~6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를 통해 단축 근무의 필요성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을 알아봤다.


2년 만에 매출 2조4895억 원 증가

영국 콜센터 퍼슈트마케팅은 2016년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때 직원의 임금은 그대로 유지했다. 퍼슈트마케팅은 일반적인 콜센터가 아니다. 대기업에 자사 제품을 판매하려는 주요 기술 기업과 계약을 맺는 모델을 기반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사업을 영위하려면 고도로 숙련된 텔레마케터를 고용하고 또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무료 조식, 헬스 프로그램, 웰니스 개인 트레이너 등 최고의 복지 등을 제공했다. 그러나 당시 브렉시트와 느린 경제 회복으로 압박을 받자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직원이 직장을 옮기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만족시킬 대책을 세워야 했다.

https://pursuitmarketing.co.uk/

경영진은 그 대책으로 연봉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연간 직원 유지율이 98%까지 올랐다. 2016년 스코틀랜드 비즈니스상, 2017년 스코틀랜드 가족친화적 근무상, 2018년 일하는 가족상도 수상했다. 결정적으로 2018년 매출이 21억 달러(약 2조4895억원) 늘었다. 근무 일수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수익을 유지한 것이다. 이에 2019년 말 유럽 사업을 확장해 스페인 말라가에 직원 50명의 사무소를 열었고, 북미 사무소 추가 개소를 검토하고 있다.

매출 증가,
직원의 건강도 증가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영국 기업 '더믹스'도 주 4일 근무제로 전환 후 도입 첫해 매출이 전년도보다 57% 증가했다. 매출은 물론 직원의 건강도 좋아졌다. "병가가 상당히 감소했습니다." 더믹스 공동 창업자 제마 미첼이 말했다. "조금 더 많이 휴식했을 뿐인데 직원들은 4일 동안 최고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직원의 결근이 76% 줄었다고 했다.

2015년부터 시작한 단축 근무

한국에도 모두가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할 때, 파격적으로 단축 근무를 도입한 기업이 있다. 주문 배달 서비스 앱 '배달의 민족'을 개발한 '우아한형제들'이다.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근무시간을 주 37.5시간으로, 2017년 3월에는 주 35시간으로 더 줄였다. 이때 직원 임금은 그대로 유지했다.

창업 초기에는 우아한형제들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여느 스타트업과 똑같았다. 그러나 김봉진 대표는 결국 시간을 더 쏟아서 일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IT 기업과 창의적인 기업에는 장시간 근무가 그다지 유용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근무시간과 생산성이 명확하게 연결되지 않는다면 기업은 근무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대신에 직원이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2015년 우아한형제들 연수익 성장률은 70~90%를 기록했다. 2018년 12월에는 한국, 싱가포르, 미국 투자자에게 3억2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2019년 7월 기준 사용자는 300만 명에서 1100만 명으로, 월 주문량은 500만 건에서 3500만 건으로 늘었다. 

우아한형제들 외에도 일반적인 근무시간에서 벗어난 국내 스타트업도 많다. 인테리어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닥은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2년 동안 15억원을 투자받을 수 있었다. 광고 회사 크리에이티브마스도 주 4일제다. 업무 강도 높기로 유명한 광고 업계에서도 단축 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단축 근무가 좋은 건 알겠지만 통상적으로 해오던 걸 바꾸기란 쉽지 않다. 또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앞서 소개한 퍼슈트마케팅은 자사만의 기준과 확신을 갖고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자체적으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주 4일 근무제에 어떤 기대를 걸지,
그 기대를 어떻게 달성할지를 가장 먼저 검토

공동 창업자 로렌 그레이는 “자체적으로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우리는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를 모토로 움직입니다. 현재 업무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 현재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걸 어떻게 확인할지, 주 4일 근무제에 어떤 기대를 걸지, 그 기대를 어떻게 달성할지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퍼슈트마케팅은 실제 근무시간보다는 의미 있는 참여에 비중을 두고,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문화를 결합했다. 또 이들은 두 가지 점에서 근무시간 단축을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첫째,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직원의 90%가 목요일 오후까지 주당 판매 목표를 달성했다. 둘째, 주 3~4일을 근무하는 워킹맘들이 창출한 수입을 검토했다. 워킹맘들은 기존 제도대로 주당 38시간 일한 직원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성과를 기록했다. 결국 명확한 기준과 분석으로 퍼슈트마케팅은 성공적으로 단축 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었다.

목표와 가치가 명확해졌다면 휴무 요일도 택해야 한다. 직원의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날을 골라야 한다. 이는 회사의 성장과 성공적인 단축 근무 도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봉진 대표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월요일 오후 출근, 금요일 일찍 퇴근하기로 정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최고의 직원들에게 휴식을 안기고 싶었다.

둘째, '월요병'을 피해갈 수 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는 직원 대부분이 주말에도 쉬지 못합니다. 결혼식, 돌잔치, 교회 등에 가야 하기 때문이죠. 월요일 아침을 쉬면 모든 직원이 사회적 요구에 따르느라 바쁘게 주말을 보냈더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알렉스 수정 김 방

알렉스 수정 김 방은 근무시간을 줄인 100여 개 기업 이야기를 책 <쇼터: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에 담았다. 그는 선행 기업을 보면서 사례를 연구하고 배워 행동할 때라고 권하고 있다.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단축근무제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영화의 마지막이 아니라 첫 번째 시즌의 마지막에 다가서고 있을 뿐이죠. 이러한 지금, 근무시간 단축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최근 펜데믹 위기에 더욱 활발해진 첨단기술 사용과 유연해진 작업환경을 기반으로 한층 더 성장을 꾀하게 될 것입니다.”

= 기획/기사 - 하늘

= 편집 - 더퀘스트


더 짧게 일하고,
더 크게 성장하는
일의 미래 프로젝트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