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는 진짜 이유

조회수 2020. 8. 27. 08: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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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오직 유전자의 재생산을 위해 움직일 뿐, 인간의 행복을 원하지 않는다.

왜 인간은 2000년 넘게 진화했지만
여전히 병에 잘 걸리는가?

다시 코로나다. 확진자 수가 200~300명을 웃돌고 있고,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생겨나 지금까지의 백신 연구가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잦아든다 싶으면 찾아오는 이 전염병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 우리는 대책을 준비하는 것과 함께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우리 몸에 왜 맹장이 남아 있는가? 사랑니는 왜 있는가? 산도는 왜 그렇게 좁은가? 관상동맥은 왜 쉽게 막히는가? 폐경은 왜 있을까? 비만인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가? 기분장애와 불안장애는 왜 이렇게 흔한가? 조현병 유전자는 왜 없어지지 않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오래된 대답은 자연선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자연선택을 거쳤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병에 잘 걸릴까? 무엇보다 왜 나쁜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자연은 인간의 행복에 관심이 없다

그 전에 진화란 무엇인지, 자연선택이란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자연선택은 살아가는 데 유리한 형질들을 만든다. 딱따구리의 부리와 혀는 개체마다 조금씩 다른데, 나무 속에 숨어 있는 벌레를 잘 꺼내 먹는 딱따구리들이 먹이를 더 많이 얻고 새끼도 더 많이 낳는다. 그 결과 자연선택 과정에서 나무를 재빨리 찍는 날카로운 부리와 꿈틀거리는 벌레를 끄집어낼 수 있는 길고 까칠까칠한 혀가 만들어졌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례로는 개가 있다. 사람들은 1000~2000년 동안 어떤 개에게 먹이를 주고 어떤 품종을 사육할지 선택했다. 그 결과 양떼를 잘 모는 개, 새를 잡아오는 개, 침입자를 무는 개 그리고 사람의 무릎에 올라앉기를 좋아하는 귀엽게 생긴 개가 많아졌다. 인간에게 빗대면 번식이 가능한 시점까지 살아남는 자손 수가 가장 많아지도록 인간의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자연선택이다. 자연은 오직 유전자의 재생산을 위해 움직일 뿐, 인간의 행복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선택은 모든 돌연변이를 제거하지는 못한다. 바로 다음의 이유들 때문이다. 

① 불합치: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몸이 환경 변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한다.

② 감염: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인간보다 빠르게 진화한다

③ 제약: 자연선택으로 불가능한 일도 있다

④ 진화적 트레이드오프: 인체의 모든 기관에는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있다

⑤ 재생산: 자연선택은 건강이 아닌 번식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⑥ 방어 반응: 통증과 불안 같은 반응은 위험이 닥칠 때 유용하다 


인간은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지금 인류를 괴롭히는 건강 문제들은 대부분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만든 환경에서 비롯됐다. 유방암 환자들의 경우 원시시대에 살았다면 애초에 암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원시시대에는 다발성경화증, 천식,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그리고 근래 들어 유행하는 각종 자가면역질환들에 걸린 환자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가장 나쁜 악당은 바로 풍족해진 음식이다. 아니, 음식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좋아하는 설탕, 소금, 지방을 정확한 비율로 배합해 음식과 유사하게 제조한 물질이라고 해야겠다. 우리의 입맛은 설탕, 소금, 지방이 부족했던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는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지금은 비만과 질병을 일으킨다. 담배의 경우 담배를 마는 궐련지가 발명되고 독성이 약한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중독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전 세계 어디서나 맥주, 포도주, 독주를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알코올중독자들이 생겨난다. 화학과 교통이 발달하자 헤로인과 암페타민 같은 약물을 어디서나 구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주사기 같은 새로운 주입 수단이 보급되면서 약물은 대대적으로 유행하는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일부 정신장애의 원인 역시 현대적 생활방식으로 설명된다. 물질남용, 섭식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는 현대화된 나라에서 주로 나타난다.


또한 인간의 한 세대는 약 25년이다. 박테리아의 한 세대는 고작 몇 시간이다. 박테리아가 3만 배쯤 빠른 셈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인간처럼 진화 속도가 느리고 덩치는 커다란 유기체가 아직까지 살아남은 것이 신기하다. 항생물질에 대한 박테리아의 내성은 어떠한가. 항생제에 노출되고 나서도 살아남는 소수의 박테리아들은 곧 다수가 된다. 그래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진화의학을 실천하려는 의사들은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항생제 내성을 예방하기 위해 한두 달마다 새로운 항생제로 바꾸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여러 가지 항생물질에 차례로 노출되는 세균은 다양한 약물에 대한 저항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때로는 숙주와 박테리아가 서로를 돕는다. 박테리아가 무조건 나쁘다는 전통적인 견해는 이제 밀려나고, 건강을 유지하려면 복합마이크로바이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진화적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파괴되면 현대사회의 유행병인 비만뿐 아니라 다발성경화증, 제1형 당뇨병, 크론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한다. 현대 환경의 어떤 요소들은 심한 염증을 일으키고, 이 염증이 여러 가지 자가면역질환과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 


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대단히 괴롭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기사에서는 정신장애가 유행하고 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코로나 불안을 해소하는 요령’을 소개하는 기사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들로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충분한 이유가 있어서 생겨나는 나쁜 감정들은 신속하게 제거하려고 애쓰는 대신 받아들이고 저절로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오히려 불안에 대한 걱정이야말로 불안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며 일반적인 불안을 심각한 문제로 바꿔놓는 악순환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코로나 팬데믹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막연하게 정신장애가 유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보다는 질병, 고독, 피로, 실업, 빈곤을 비롯한 개개인의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긴 통근시간과 형편없는 직장에서 마침내 해방된 사람들의 긍정적인 경험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진화적 관점의 커다란 함의는 개인을 개인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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