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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단순한 누드화가 아닙니다

조회수 2020. 6. 12. 16: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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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본 그 당시 수많은 남성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을 것

원근법을 파괴하고
평면성을 부각하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마네가 1865년에 이 작품을 살롱에 출품하자 관람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누드화가 아닙니다. 올랭피아라는 이름은 당시 파리의 고급 매춘부가 흔히 사용하던 이름이었죠. 


그러니까 마네는 매춘부를 모델로 이 작품을 그린 겁니다.


침대에 벌거벗은 채 누운 여성의 표정은 거리낌 없고 사뭇 당당해 보입니다. “이건 비즈니스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흑인 하녀는 오늘 예약한 손님이 보낸 꽃다발을 들고 있고요. 오른쪽 발밑에 서 있는 검은 고양이는 섹스를 상징합니다. 


경건한 신화 속 여인만이 누드로 그려지던 시대에 마네는 현실에 존재하는 여인, 그것도 매춘부를 그림에 등장시켜 보수적인 미술계를 초토화합니다


<올랭피아>는 주제뿐만 아니라 표현 기법에서도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림을 다시 볼까요? 


일단 음영 처리가 안 보입니다. 매춘부와 하녀, 배경 사이에 아무런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죠.


그렇습니다. 마네는 르네상스 이후, 사람들이 회화의 절대법칙으로 간주해온 원근법을 파괴한 겁니다.

당시엔 그림 실력이 형편없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실제로 〈올랭피아〉를 눈으로 보면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평면적이고 단순하게 묘사된 인물들이 생생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화면을 지배하죠.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술의 길을 개척한 마네. 근대미술의 선구자답게그의 대담한 시도는 인상주의가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자본주의 시대,
만천하에 드러난 인간의 욕망

마네의 〈올랭피아〉가 그토록 뜨거운 논란거리가 된 이유는 당시 파리의 사회상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마네가 활동하던 시기에 파리는 나폴레옹 3세가 이끄는 제2제정 아래서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됩니다. 대대적으로 거리를 정비하고 근대화가 이루어졌죠.


급격한 경제 성장 뒤에는 어두운 그늘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대로 된 사회제도가 미비한 단계에서 경제 호황기를 맞이한 파리에서는 빈부격차가 날로 극심해집니다.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온 여성들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누군가의 아내 혹은 매춘부 중에 선택을 해야 했죠.


판매원이나 종업원이 될 수도 있었지만, 당시 이런 직업의 급료는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매춘부가 되는 여성이 급증하면서 항간에는 파리에 사는 성인 여성의 20퍼센트 이상이 매춘부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죠.  


바꿔 말하면 그만큼 수요, 곧 고객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공공연하게 매춘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올랭피아〉를 본 수많은 남성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을 겁니다.  


그들은 그림 속 모델이 매춘부임을 금방 알아차렸죠. 뜨끔한 남성들은 도리어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낸 마네에게 비난을 퍼부어댑니다.


마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방탕을 일삼던 부르주아 남성을 그렸습니다.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대상은 달라도 핵심은 같았죠. 바로 ‘당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린다!’라는 것입니다.



〈올랭피아〉를 다시 보세요. 매춘부가 이쪽을 빤히 쳐다봅니다. 


부도덕한 매춘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이 그림을 본다면 어떨까요? 잘못을 추궁당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이 그림이 보수적인 부르주아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술 평단에서 집중포화를 맞은 이유는 이와 무관하지 않을 테죠. 


새로운 미술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마네는 독보적인 존재였지만 그에게는 파리 시민들의 부도덕한 윤리의식을 비난하려는 의도도 없었고 자신의 예술기법을 뒷받침하는 논리적인 이론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당시 파리에서 벌어지는 흔한 일을 있는 그대로 그렸을 뿐이죠.


마네는 부유한 귀족 출신이었습니다. 


그가 평소에 접하는 부르주아 남성들의 일상을 캔버스에 담아낸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공교롭게도 그 일상이 현대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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