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따라하기

결혼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결혼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삐뚤어진 기대들을 ‘결혼의 신화’라고 하는데, 이는 자라온 환경이나 문화적 경험, 부모가 자식의 결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나 태도, 또는 또래나 미디어의 영향을 받으면서 더욱 단단하게 굳어집니다.

‘결혼하면 지금보단 삶이 더 좋아질 거야’ 역시 대표적인 결혼의 신화지요. 많은 사람들이 결혼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결혼생활을 시작합니다. 이런 건강하지 못한 결혼관이 부부간 친밀감을 쌓는 데 방해가 됩니다. 부부간의 불화는 배우자에게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갖는 데서 출발하거든요.

우선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결혼의 신화 18가지 중 10가지를 먼저 정리해보았습니다.

1. 결혼하면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2. 결혼생활은 모름지기 행복해야 한다.
3. 부부는 항상 함께해야 한다.
4. 부부는 모든 상황에서 서로에게 완벽하게 솔직해야 한다.
5. 행복한 부부는 다투지 않는다. 싸운다는 것은 서로를 미워하기 때문이다.
6. 부부는 동일한 시각으로 모든 문제에 접근해야 하며, 가능한 한 같은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7. 결혼을 한 이상 이기적으로 굴면 안 되고 개인적인 욕구를 포기해야 한다.
8.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의 잘못인지 제대로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9. 부부란 모름지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게 되므로 배우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일부러 확인해볼 필요는 없다.
10. 남편과 아내 역할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이 존재한다.

위의 신화 중 몇 가지나 믿고 있나요?

남편 또는 아내와 함께 얼마나 많은 신화를 믿고 있는지 서로 공유해보세요. 그럼 각각의 신화를 하나씩 깨보겠습니다.

직업적・경제적・사회적 상황이 좋지 못할 때 또는 부모와 문제가 있을 때 결혼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슬프게도 결혼은 결코 답이 되지 못해요. 결혼을 했는데도 상황이 나아진 게 없다며 괴로워만 하고 있다면 결혼생활은 더 깊은 불화의 늪으로 빠지고 말 것입니다. 배우자는 결혼 전 어려웠던 상황을 좋게 바꾸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왜 그런 문제를 떠안고 결혼했느냐며 원망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결혼 전의 문제는 결혼 후에도 계속 부부 곁에 남아 있습니다.

행복이 결혼을 통해서 완성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행복하지 않은 결혼 또는 배우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곧 인생의 실패를 의미하지요. 따라서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의 모습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쉽게 불안해집니다. 결혼과 행복을 동일시하는 한 행복은커녕 커다란 불행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결혼이 곧 행복의 전부라는 왜곡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결혼을 ‘성장’하는 과정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건강한 결혼생활이 가능합니다.

일 외의 시간은 무조건 가족과 함께 보내야 행복한 부부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잘못된 믿음입니다. 이런 믿음은 배우자를 질식시키죠. 부부는 각자 고유성과 독립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하나로 결속되어야 하는 독특한 관계입니다. 각자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의 시간과 사생활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서 완벽하게 솔직한 것이 가능할까요?

하물며 자기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게 인간인데요. 이런 잘못된 믿음이 강하면 배우자에게 작은 비밀이 있거나 배우자가 별것 아닌 거짓말을 했을 때조차 세상이 무너진 듯 괴로워하지요. 기억하세요. 때로는 솔직함이 독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우자에게도 나에게 말하기 싫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죽고 못 사는 부부도 싸웁니다. 싸움 자체로 부부의 행복을 판단할 수 없어요. 격렬하게 싸우고 격렬하게 사랑하는 커플도 많으니까요. 배우자가 싸움을 거는 이유가 당신이 미워서가 아니라 당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치관이 비슷하다면 좋겠지만 그래야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 앞에서 부부가 늘 의견이 같을 수는 없지요. 다른 게 정상입니다.

결혼했다고 해서 개인적인 욕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행복한 부부는 각자의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합니다.

부부싸움은 스코어를 따지는 농구경기가 아닙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둘 다 지는 게임이죠. 배우자의 명백한 잘못을 밝혀내는 것이 관계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아요. 중요한 것은 잘잘못을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그 문제에 대해 서로 어떻게 접근하고 반응하는가입니다.

나도 잘 모르는 내 마음을 어떻게 배우자가 알겠어요? 말하기 전엔 결코 알지 못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해보세요.

남편과 아내가 해야만 하는 보편타당한 역할 목록은 있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든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세요.

이처럼 비현실적인 기대가 클수록 믿음이 깨졌을 때 엄청난 분노와 실망을 느끼게 마련이고, 뒤이어 촉발되는 비이성적인 행동이 부부 불화를 심화시킵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랑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비현실적 기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랑해서 결혼했다면, 이왕 부부가 되었다면

함께 잘사는 것이 모두가 원하는 방향 아닐까요?

신디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커플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지혜와 긍정의 힘을 건네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