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 보기에 멀쩡한 40대, '우울증'이 특히 더 위험한 이유

조회수 2019. 10. 18. 08:3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람은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미국 CEO의 25퍼센트가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어디 기업 CEO뿐이겠습니까. 우울증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상관없이 찾아옵니다. 정신과 의사도 우울증에 걸립니다. 전문의 중에서 자살률 1, 2위를 다투는 것이 정신과 의사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스콧 펙Scott Peck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도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스님처럼 성직자라고 해서 우울증이 비껴가라는 법은 없습니다.


마흔 이후의 우울증은 우울하지 않은 게 특징입니다. 물론 “나 우울해요” 하고 찾아오기도 하지만 중년 우울증 환자는 스스로 우울하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흔이 넘으면 우울해도 우울하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속은 곪아 터지는데도 감정을 꾹 눌러야 하니까 우울해도 우울하다고 말을 못 하는 겁니다. 직장에서 우울하다고 해보세요. 누가 좋게 보겠습니까? 아무리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회사에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인식되 면 밥줄이 끊길 수도 있으니 함부로 감정을 말로 드러내지 못 할 수밖에요.


마음이 좀 괴로운 것을 넘어 분명 우울증이 되었는데도 인 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죠. ‘사회생활 20년 이상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내 마음 하나 못 다스리겠냐!’라며 스스로 감당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지요.

우울한 감정을 다르게 표현하는 이도 많습니다. “이상하 게 기운이 없어요. 자꾸 처지네요”라며 활력이 떨어졌다고 하 거나 “잠이 오지 않아요. 자려고 하면 자꾸 잡념이 떠오르고 옛 날에 안 좋았던 기억이 나서요”라며 자기가 지금 괴로운 건 불면증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분 문제가 아니라 “요즘 들어 허리가 너무 아파요. 두통이 심해졌어요. 그런데 진찰받았더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요. 왜 이런 거죠?”라며 이유 없는 통증 때문에 괴롭다고 찾아오는 이도 많습니다.


모두 우울이라는 감정을 억제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없어지지 않거든요. 우리 몸 어딘가에 박혀 버립니다. 그래서 자꾸 몸을 아프게 만듭니다. 몸이 우울하다는 걸 말해주는 거죠.


이외에도 다양한 모양을 하고 나타나는 게 우울증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일에 지나치게 빠져든다.
멍하니 텔레비전만 본다.
조 급해하고 기다리지 못한다.
쓸데없는 걱정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성적인 환상에 집착하거나 빠져든다.
고집스러워지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자꾸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의심이 많아지고 사소한 일에 집착한다.
사소한 말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공격적으로 말한다.
술에 빠져든다.
친구를 만나도 재미가 없고 사소한 말에도 나를 무시하는 것같이 느껴진다.

평소에 그러지 않았는데 이런 변화가 몇 주씩 지속된다면 그건 우울증이 다른 가면을 쓰고 나타난 것일 가능성이 있어 요. 가면 뒤에 숨겨진 우울증을 눈치채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우울증 때문에 달라진 남편의 행동을 보고 “아니 이 양반이 나이가 들면 부드러워져야 하는데 요즘 하는 거 보면 더 고약해졌어. 걸핏하면 술 마시고 짜 증 부리고. 어린애도 아니면서 툭하면 여기저기 아프다고 징징 거리고. 아주 귀찮아 죽겠어”라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숨기려 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 내가 요즘 우울하구나’ 하고 인정하면 됩니다.


우울한 게 이상하거나 나쁜 감정도 아닌데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습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살다 보니 지치고 상처받아서 우울한 건데 그걸 굳이 숨길 필요가 없습니다.


‘그동안 내가 너무 힘들었어. 그랬더니 내 감정 이 나더러 쉬라고 하네’라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겁먹지 말고 우울을 똑바로 보면서 ‘너 왜 나에게 왔니? 도대체 왜 지금 내가 우울해져야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세요. ‘한동안 아내와 많이 싸우고 회사 일도 많았는데 어디다 하소연도 못 하고 살아서 그런 거야’라는 원인이 나올 수도 있고 ‘회사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애들 교육비도 많이 들고 돈은 더 필요한데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 그런데 솔직히 자신이 없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죠.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아무렇지 않은 척 꿋꿋하게 버텼는데 마음이 너무 허해’라며 상실감 때문에 우울해진 것일 수 도 있어요.


이런저런 나름의 이유가 내 마음을 긁어놓으니까 피도 나고 상처도 생기고 그게 곪아서 우울증이 된 거죠. 그런데 그걸 마음 한구석에 감춘다고 낫겠습니까? 더 곪기만 하죠. 이제라도 내보이세요. 괜찮아요. 그래도 됩니다. 그래야 우울을 날려 버리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마흔의 문제에는 선명한 해법이나 단순한 원리가 없습니다. 타인이 거쳐간 길은 그것이 아무리 좋고 옳아 보여도 절대로 내것이 될 수 없으니까요. 마흔의 마음 공부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마음 공부가 필요할까요?


바로, 마음 공부의 핵심은 상실의 고통을 끌어안고 전환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마흔이 되는 서른에게, 동시에 마음은 아직도 서른에 머물러 있는 마흔을 위한 이야기를 글에 담아두었습니다. 


마흔의 길목, 없어질 것만 보지 마세요.

당신에게 아직 남아 있는 소중한 것이 더 많으니까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