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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류 베리모어도 반한 코리안 뷰티, 미(美)의 기준을 바꾸다

조회수 2019. 5. 31.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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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드류 베리모어 인스타그램

배우 드류 베리모어가 마스크팩을 바른 지 10분 만에 열 살은 어려 보이는 얼굴로 바뀐 동영상을 올린 일이 있다. 그녀가 직접 촬영한 그 영상 덕분에 그녀가 사용한 하나큐어Hanacure 제품이 열풍을 일으켰다.

유튜브에서 k-beauty 검색 결과: 총 960만 건 이상

하나큐어 마스크팩은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코리안 뷰티 트렌드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에 불과하다. ‘K-뷰티’가 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크게 히트하면서 세포라Sephora 같은 화장품 전문 매장이 최신 한국산 마스크팩, 립 틴트팩, 달팽이 크림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포라의 베스트셀러 1~5위는 클레어스 프레쉴리 쥬스드비타민드롭, 손앤박 뷰티워터, 미샤 타임 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 인텐시브 모이스트, 코스알엑스 아크네 핌플 마스터 패치, 미샤 수퍼 아쿠아 셀 리뉴 스네일 크림이다. K-뷰티 마니아를 위한 쇼핑몰 소코글램Soko Glam에 따르면 달팽이가 이토록 핫했던 적은 지금껏 없었다.


미국 화장품 매장에서 코리안 뷰티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여성들의 관심사가 미국 내의 산업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은 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가 미국 소비자와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보게 된다.


코리안 뷰티가 한국 밖에서 성공한 것은 세계 시장의 소비자들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아름다움의 기준이 변화하고 세계 어디서나 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된 지금은 한 나라에서 시작한 사업이 하룻밤 사이에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은 미용과 피부관리 트렌드를 주도하는 국가로 급부상했다. 한국산 시트형 마스크팩이 인스타그램은 물론이고 세포라와 블루머큐리Bluemercury의 매대를 점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sheetmask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20만 개 가량의 포스트가 나오는데, #koreanbeauty가 붙은 포스트는 50만 개에 육박한다. 판매량도 이런 열풍을 뒷받침한다. 한국 화장품은 동남아 수출액만 해도 2012~2013년에 31.6퍼센트 증가했고, 이후로도 물론 계속해서 급증했다. 현재 73억 달러 규모인 한국산 화장품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10퍼센트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 정도면 일부 국가의 GDP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 한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

세계 각국에서 한국 화장품에 소비되는 금액을 보면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질 수준이다. 한국 화장품의 총생산량과 수출량은 2015~2016년에 각각 8.2퍼센트와 61.6퍼센트 증가했다. ‘그림 32.1’을 보면 그 폭발적인 증가세를 알 수 있다. 2013년만 해도 한국 화장품의 수출액은 13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한국산 화장품 시장의 규모가 13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됐다. 시장 조사기관 민텔Mintel에서는 한국산 화장품 시장이 2020년까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시장에서 특히 돋보이는 한국 화장품회사는 이니스프리다. 한국 화장품 마니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이 브랜드가 마침내 미국에 상륙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용과 패션의 대표적 잡지라고 할 수 있는 <보그>가 2017년 8월에 들려준 소식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아마존에서 이니스프리 제품을 주문하거나 아시아에 사는 친구들에게 이니스프리 비타민C 시트마스크를 보내달라고 부탁해왔다. 서울에는 이니스프리 매장이 골목마다 포진해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최근 맨해튼에서도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노른자 땅 유니언 스퀘어에 2층으로 된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미국에 이 브랜드의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니스프리는 기존의 많은 한국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간편함, 청아함, 완벽한 얼굴빛을 추구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예전처럼 완벽하게 화장으로 덮인 얼굴이 아니라 완벽한 피부를 만들기 위해 ‘간단한’ 화장법(비록 여러 제품을 쓰긴 하지만)을 따르는 여성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욕구에 충실한 제품을 만드는 이니스프리는, 웹사이트의 설명을 빌리자면, ‘깨끗한 섬 제주가 주는 자연의 혜택을 담아 고객에게 건강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건강함을 지키기 위해 친환경 그린 라이프를 실천하는 자연주의 브랜드’다. 이니스프리가 직접 겨냥하는 욕구는 이상적인 ‘순수함’과 ‘청결함’이다. 앞서 웰빙 중독자 마이크로트렌드에서도 봤듯이, 이는 미용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웰빙 영역에서도 추구하는 욕구다. 그리고 이 욕구가 소비를 크게 부추기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럭셔리 브랜드들이 코리안 뷰티 수입품에 대한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런던의 고급 백화점 셀프리지Selfridges는 화장품 매장에 조그맣게 코리안 뷰티 코너를 마련했다. 미국 럭셔리 백화점 니먼마커스Neiman Marcus도 웹사이트에 코리안 뷰티 코너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조그만 병 다섯 개들이 세트에 무려 200달러나 하는 설화수 명의본초앰플을 비롯하여 자사 이미지에 걸맞은 고가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 한국식 미의 기준, 미국에서도 통하다

지난 몇십 년을 보내면서 서양 여성들은 동양 화장품에, 동양 여성들은 서양 화장품에 관심이 높아졌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현재 미국 여성들은 ‘완벽한’ 피부,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물광 피부’라는, 성취 불가능한 이상을 추구한다. 이런 피부는 건강을, 따라서 재력과 우월함을 과시하는 새로운 상징이 됐다. 피치앤릴리의 설립자 얼리샤 윤Alicia Yoon은 <말레이 메일 온라인Malay Mail Online> 기사에서 “물광 피부는 맑고 투명한 피부를 말한다. 그것은 젊음의 상징이고 한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물광 피부를 만들려면 더 많은 제품을 써야 한다. 먼저 각질을 제거하고, 인텐시브 세럼으로 보습을 한 후, 마스크팩을 사용하고, 크림을 바르는 게 기본적인 절차다. 작은 모공과 ‘자연스러운’ 완벽함을 추구하는 한국식 미의 기준이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여성의 미모를 평가하는 새 기준으로 편입됐다. 그리고 코리안 뷰티식 화장법은 평균적으로 10단계에 걸쳐 완성되기 때문에 고급 매장과 체인점을 막론하고 예전보다 훨씬 많은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완벽한 피부에 대한 욕구는 한국 브랜드에 큰 수익을 안겨준다. 한때는 프랑스 화장품을 최고로 쳤지만, 이제 미국인들은 더 새롭고 더욱더 다채로운 것을 원한다.


미국 연예인들을 비롯해 유력 인사들도 K-뷰티에 열광하고 있다. 하나큐어 마스크팩을 애용하는 드류 베리모어와 립 마스크를 쓰는 엠마 스톤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거꾸로 한국에서는 미국산 열풍이 불고 있지 않다. 한국에서 화장품을 마케팅할 때 ‘카다시안 스타일’은 통하지 않는다. 미국 최대의 화장품 제조사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가 아시아 마케팅을 위해 켄들 제너를 내세웠을 때도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모델로 꼽히며 수많은 미용・패션 잡지의 값비싼 지면 광고를 장식하는 주인공임에도 말이다.


■ 코리안 뷰티, 성공을 위한 교훈 2가지

첫째, 외국 화장품은 정치와 정책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테면 중국이 한국 내 미국의 행보에 불만을 품고 한국 화장품 수입을 금지한 일이 그렇다. 2016년 말,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이렇게 보도했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THAAD(종말고고도지역방어체계) 배치를 허용한 한국 정부의 결정을 두고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19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다.” 

둘째, 이런 제품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한국산 화장품은 미국의 검사 요건 중 일부를 충족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산 화장품의 미국 수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니, 조만간 한국식 성형 수술 열풍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미국 여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미용에 많은 돈을,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쓸 것이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전체 소득에서 화장품과 미용에 지출하는 금액의 비중이 미국 여성의 2배”다. 아울러 시장이 여성을 넘어서 확대되고 있다. 어쩌면 K-뷰티가 남성의 수염이나 모공을 관리해주는 쪽으로도 영역을 넓히면서 앞으로 미국 남자들이 미용에 굶주린 고객이 될지도 모른다. 한국 남자들은 전 세계 남자 중에서 피부관리에 가장 많은 돈을 쓴다.

그렇다면 이제 미국인들도 한국인들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인들은 예전부터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세계 시장과 미국 시장을 간파했다.


삼성은 애플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기업이다. 지금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의 심장부에 대담히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들은 미국인들이 무엇을 하는지 철저히 연구한다. 그렇다면 이제 미국인들도 한국인들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다음번 트렌드의 물결을 포착하기 위해 그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아냄으로써 마케팅 역량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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