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부진을 초래한 3가지 경영 판단

조회수 2018. 12. 6.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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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대차 vs. 일본의 도요타

세계적으로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가운데 유독 현대차의 부진이 심하다.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은 2017년, 2018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내부적인 수많은 원인이 쌓이고 쌓여 현재의 부진을 만들어냈지만, 외부적으로 드러난 몇 가지 경영 판단의 오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2012년까지 최고 절정기를 달렸다. 예컨대 2012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률 11%대를 기록했다. 당시 영국의 종합 일간지 <가디언>은 “대중적인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가 이처럼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자동차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10년 동안 준비해온 글로벌 경영 체제를 발판으로 향후 3~4년간 ‘어닝 서프라이즈’를 일궈낼 가능성이 크다. 품질 향상과 인지도 상승으로 신흥국 시장 중심으로 생산・판매가 증가했고, 해외 전 공장에서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이며 투자했던 돈을 다시 쓸어 담는 ‘선순환 특급열차’에 올라탔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차 그룹의 최고 절정기를 잘 분석해보면 절대 자만할 상황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과 2011년의 2년 동안에 총 20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도요타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 연속 매년 16조 원대 영업이익을 냈고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30조 원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2008년부터 시작된 리먼 쇼크로 300만 대의 악성 재고가 발생하고 2009년부터 시작된 1000만대 리콜의 여파로 2010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12년 세계 판매 1위에 복귀했다.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요타는 엔고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데도 이런 성과를 낸 반면, 현대차 그룹은 저평가(환율 상승)된 원화 등으로 가격 경쟁력상의 이점을 누리면서 얻은 성과였다는 것이다.


2012년 기준으로 이전 4년간 원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은 30% 정도 올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일본 차보다 훨씬 유리했다. 또 당시 일본은 법인세가 40%였던 데 비해 한국은 24%였고, 공장 가동에 대량 사용되는 전기요금도 한국은 일본의 3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저렴했다. 더욱이 도요타는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영 위기에 따른 생산과잉, 1000만 대 리콜(2010), 동일본 대지진(2011), 태국 대홍수(2011) 등 온갖 악재를 겪으면서도 그와 같은 실적을 거뒀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비슷한 위기를 맞는다면 영업이익 방어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현대차의 분위기는 그룹의 CTO(최고기술책임자)조차 이렇게 말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일본 차 정도는 우리가 제친 거 아냐? 일본 차 벤치마킹 보고서는 이제 가져오지 말고 BMW나 벤츠 같은 독일 차 분석 보고서를 올리도록. 이제 우리 목표는 독일 차야”라고 말이다.


현대차의 부진을 초래한 

3가지 경영 판단

그 시기 현대차에서 벌어진 수많은 내부적 경영 판단이 훗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열거할 사례는 많다. 그러나 모두 차치하고 대표적으로 세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이 세 가지 판단은 전부 현대차가 큰 성공을 거뒀다고 자만하던 때에 이뤄졌다.


- 첫 번째는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한 것,


- 두 번째는 2010년부터 2013년에 걸쳐 현대제철의자동차용 철강 생산시설을 대폭 확대한 것,


- 세 번째는 2014년에 서울 삼성동의 한국전력 부지를 10조 5500억 원에 매입해 신사옥을 짓기로 한 것이다.


이 세 가지 결정은 현대차가 그간 내부적으로 쌓아온 현금의 부분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당시 국내 언론이나 애널리스트들은 이 세 가지 프로젝트 모두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기 바빴다.


자동차를 담당하는 한 유명 애널리스트는 현대차 그룹이 현대제철의 제강량을 엄청나게 늘리는 것에 대해 “도요타가 부러워하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서는 “개도국 등에 자동차와 건설 인프라를 세트로 제공할 수 있는 환상적인 조합”이라고 상찬하기도 했다. 삼성동 한전 부지 매입에 대해서도 폭스바겐이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에 지은 거대 홍보관 아우토슈타트를 예로 들며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자동차회사로 위치를 굳히는 데 필수적인 조치”라고 했다.


단지 일부 전문가만이 애써 벌어들인 현금을 자동차산업의 본업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사업에 쏟아붓는 것에 위험성을 제기했다. 삼성동 신사옥에 투입되는 자금은 부지 매입비와 각종 부대비용, 건축비 등을 포함해 총 17~18조 원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차 그룹 전체의 연간 연구・개발R&D 투자비가 그 4분의 1 수준임을 고려할 때 엄청난 비용 부담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내린 3개의 큰 경영상 결정이 모두 본업의 경쟁력 향상과 무관한 곳에 쓰인 셈이다.


사실 당시, 미래를 내다보고 전장電裝(전자장치)기술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자동차가 점차 반도체와 센서 덩어리의 전자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는데,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이 매우 빈약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 부분의 핵심 소프트웨어・데이터를 보쉬Bosch, 콘티넨탈Continental 등 외국 거대 부품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도요타는 덴소DENSO라는 세계 최대 전장 업체를 산하에 두고 있으며 ECUEngine Control Unit 관련 각종 노하우를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 현대차도 이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는 듯했지만 중도에 많은 우여곡절이 발생했고, 결국 충분한 개발과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방향은 잡았지만 지난한 과정을 이겨내지 못한 셈이다. 정작 해야 할 투자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지 말았어야 할 투자에 아까운 자금이 소진되고 말았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환율이나 무역분쟁 등 외부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현대차 강성 노조가 악영향을 준 부분도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나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도 일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원인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적인 책임은 현대차라는 기업이 질 수밖에 없다. 억울한 점도 있고 부당한 점도 있겠지만, 결국 모든 경영 판단은 회사 스스로 내린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식회사 일본'의 부활

일본 상장기업의 2018년 3월 결산을 놓고 일본 내부에서는 ‘역사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상장기업 전체의 연결 순이익은 2년 연속 최고를 기록했다. 매출액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포함해 기업 실적을 보여주는 3대 지표가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ROE는 10.4%로 1년 전보다도 2%p 가까이 상승했다. 상장기업 전체 ROE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몇 차례 도전했지만 한 번도 넘지 못했던 마의 10% 벽을 처음으로 깬 것이다.


대부분 업종이 좋았지만 자동차 업종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도요타의 순이익은 26조 원으로 일본 기업 역대 최고였다. 혼다자동차는 자사 역사상 최초로 순이익이 10조 원을 넘었다. 도요타와 혼다뿐 아니라 일본 승용차 7개사 모두 1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완성차만이아니라 부품 업체도 골고루 이익이 늘어났다. 승용차 7개사의 2018년 연구・개발비 총액은 30조 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가 될 전망이다.


닛케이지수는 2018년 10월 1일 2만 4245까지 치솟았다. 27년 만의 최고치다. 기업 경쟁력이 살아나고 수출이 늘면서 일자리는 많은데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다. 2018년 8월에는 취업자 수 6682만 명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109만 명이나 증가했다. 실업률은 1993년 이후 최저치인 2%대이며, 기업에서 구하는 사람 수가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 수의 1.63배다. 1990년대 초부터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버블이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렸던 장기 불황은 이제 그림자조차 보기 힘들다. 각종 비리와 의혹에 시달렸던 아베 신조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세 번째 연임의 길을 연 것도 결국은 ‘먹고살기 좋아졌다’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 일본’의 부활인 것이다.


  위태위태한 한국의 현주소

5년 전만 해도 일본을 누를 기세였던 한국의 기업들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고 경제는 침체 일로에 있다.


한국 경제가 과거 일본이 겪었던 장기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 위축과 소비 부진의 장기화, 노동 생산성 축소 등으로 구조적 장기 침체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18년보다 2019년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이러한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렇다면 성장 엔진이 꺼져가는 한국은 다시 불붙은 일본에서 무엇을 봐야 할까?


과거처럼 어느 하나를 보고 배워 다시 도약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동안 한국도 놀랄 만큼 성장해오면서 매우 크고 복잡다단한 경제를 가진 국가가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경영자, 정책 입안자들은 일본의 최근 성공에서 ‘원포인트 레슨’ 같은 것을 얻으려 하면 안된다. 최근 일본의 성공과 한국의 부진 간에 어떤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하고, 거기에서 얻을 점을 뽑아낼 필요가 있다. 특히 지금처럼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세계정치에 포퓰리즘이 횡행하는 불안정한 시기에,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얻은 생존의 노하우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일본은 지금까지 한국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장기 침체를 딛고 멋지게 부활했다. 그들의 노하우에는 수많은 고전과 실패의 기억, 회복 과정의 수많은 경험이 녹아 있다. 이런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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