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친 도시생활자가 자연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

조회수 2018. 11. 1. 16:5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내가 처음부터 자연의 치유력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남편이 직장을 옮기면서 우리 가족은 콜로라도주의 한적한 시골에서 도시 중의 도시인 워싱턴 D.C.로 이사했고, 이때부터 나의 탐색도 시작됐다.

이사한 지 두 달만에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실내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다. 소셜미디어 계정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집중하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능력이 점점 떨어진다. 나는 교통체증 때문에 길이 막혀 울기도 하고, 너무 피곤해서 길가에 잠시 차를 대고 눈을 붙인 적도 있다. ‘숲속’에 간다 해도 새소리를 듣거나 어룽거리는 햇살을 보면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내 운명과 인간관계와 아이들의 새로운 일정에 관한 생각으로 투덜거리기만 한다. 아이들의 일정을 딱딱 맞추려면 군대 같은 정확성이 필요하고 유클리드 기하학까지 동원해서 동선을 계산해야 한다.

워싱턴 D.C.에 온 지 두 달 만에 나는 의사에게 우울하다고 털어놨다. 의사는 세상의 모든 일반의와 마찬가지로 우울증 약을 처방하고는 나를 돌려보냈다. 미국 중년 여성 네 명 중 한 명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거나 복용한 경험이 있다. 아동은 열네 명 중 한 명이 정서나 행동 문제로 약을 먹는다. 1994년 이래로 약 다섯 배나 증가한 수치다. 가벼운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것 같은데 의사들이 제대로 진찰하는 것 같지 않다.

나는 산을 갈망했다. 갈망은 상실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매우 파괴적이다. 몇 달이 흐르는 사이, 나는 자연이 뇌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려면 자연의 결핍이 뇌에 끼치는 영향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란스럽고 압도당하고 우울했다. 집중하기 힘들었다.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다. 결정을 내릴 수도 없고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지도 않았다. 


저널리스트인 리처드 루브가 ‘자연결핍장애’라고 부르는 증상이 나타난 것 같았다. 자연결핍장애는 사람들이, 특히 아이들이 자연에 나가서 지내는 시간을 거의 또는 전혀 갖지 못해서 생기는 불안과 주의산만 같은 신체적·정신적 문제다. 루브는 ‘자연 뉴런’이라는 딱 맞는 용어를 만들어서 우리 신경계와 자연계 사이의 본질적인 연결을 부각시켰다. 이런 연결이 끊어질 수 있을까? 왜 우리는 계속 자연에서 멀어지는 걸까?

온타리오주 트렌트대학교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니스벳은 학생 150명을 나눠 일부는 운하를 따라 걷게 하고 일부는 캠퍼스에서 평소 자주 다니는 건물 지하통로를 걷게 했다. 학생들을 내보내기 전에 밖에 나가면 얼마나 행복할지 예상하게 했고, 돌아와서는 행복감을 측정하는 질문지에 답하게 했다. 사전예측에서 학생들은 일관되게 지하통로를 걷는 즐거움을 과대평가하고 야외에서 걷는 즐거움을 과소평가했다.

사회과학에서는 이런 잘못된 예측을 ‘예측오류(forecasting error)’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예측오류는 사람들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니스벳은 실망스러운 어조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가까운 자연을 피하는 이유는 오랜 세월 자연과 단절돼서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짜증나게 만드는 활동을 원하고 그런 활동에 탐닉한다. 일주일에 1,500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다른 즐거운 활동을 간과한다. 그렇다. 요즘은 누구나 바쁘다. 책임질 일도 많다. 게다가 모든 세대가 도시화와 디지털 중독에 따른 기억상실에 시달린다. 현재 미국과 영국의 아이들이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부모 세대의 절반 수준이다. 대신 하루에 길게는 일곱 시간 동안 모니터를 쳐다본다. 그나마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제외한 시간이다.


사람들은 자연환경에서 지낸 경험이 부족해서 자연의 치유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인간이 자연에서 더 건강해지고 더 창조적이 되고 더 공감할 수 있으며 세계와 서로에게 더 잘 적응한다는 사실이 과학 연구로 밝혀졌다는 사실도 모른다. 

우리는 자연을 필수가 아니라 사치로 여긴다. 사람들은 뭔가를 잃어버린 줄도 모른다. 애완동물도 키우고 이따금 바닷가에도 놀러 가는데 뭐가 그리 큰일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게 큰일이 아니라면 뭐가 큰일인가? 이제 나는 잃어버린 것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지 알고 싶다. 나의 목적은 자연의 치유력에 관한 과학을 찾아내서 공유하는 것이다.

기꺼이 사명감을 안고 어떻게 하면 우리 주변 환경이 몸과 마음의 문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지, 세계보건기구에서 정의하는 건강의 개념인 “단순히 질병이나 질환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안녕감을 느끼는 완벽한 상태”로 우리를 이끌어줄지 알아보고자 한다.


세계의 많은 과학자가 답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나도 답을 찾기 위해 여성 참전용사들과 함께 아이다호주의 강을 따라 배를 타고 내려가고, 한국의 숲속에서 손에 손을 맞잡은 소방관들을 만나고, 스트레스 회복 수준을 측정하는 소리 실험실에 방문하고, 3D 가상현실 실험실에서 러닝머신에 오르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포스트모던 양식의 가시면류관처럼 생긴 뇌파계(EEG) 장치를 머리에 쓰고 시내를 활보했다. 블랙카본을 측정하고, 혈압, 맥박, 코르티솔, ‘경외감’에 대한 안면 반응을 측정했다. 또한 기하학적 프랙털 양상이나 특정한 소리의 진동이나 나무에서 내뿜는 에어로졸에 자연의 비밀이 있다고 확신하는 연구자들을 만났다. 


자료조사에 2년을 투자하는 사이 나 자신도 기분이 좋아졌고 그 원인에 관한 흥미로운 과학도 많이 배웠다. ‘안녕감(well-being)’이 모호한 심리 용어처럼 들릴지 몰라도 효과가 실제로 존재한다. 안녕감이 향상되면 수명이 몇 년 더 연장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는 이 대도시에서 헤어젤로 머리카락을 머리통에 딱 붙이고 비타민D 한 알을 삼키면서 이 질문의 답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