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시간을 낭비로 보는 사람들의 탄생

조회수 2018. 11. 20. 16: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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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다가 어머니에게 "천천히 먹어!"라거나 꼭꼭 씹어서 충분히 소화시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씀이 현대 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밥을 먹다가 어머니에게 “천천히 먹어!”라거나 꼭꼭 씹어서 충분히 소화시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씀이 현대 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기기 위해

현대에서는 이미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차 안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드라이브인 식당이 등장했고, 이것이 맥도날드와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변화했다. 그나마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실제로 음식을 조리하고 감자를 튀기기라도 했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는 사실상 음식이라기보다는 그냥 신속하게 먹어 치울 수 있는 ‘음식 대체물’이라고 할 게 많다.

가족이나 동료와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나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후다닥 끼니를 해치우는 현대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끼뚝딱족은 ‘식사 시간’을 시간 낭비로 보고

‘식사’조차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드라이브스루조차 빠르다고 할 수 없다. 차를 타고 갔다 오자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끼뚝딱족the speed eaters은 배달 음식을 사랑한다.

우버이츠UberEATS나 심리스Seamless, 그럽허브Grubhub 같은 앱을 클릭하는 순간 신속한 배달을 위한 질주가 시작된다. 음식은 주문을 받는 즉시 만들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가장 많은 집단인 밀레니얼 세대 독신자들이 오히려 음식을 먹는 데 가장 적은 시간을 들인다. 이들 한끼뚝딱족은 휴대전화 속에서 거리를 누비는 조그만 자전거 아이콘으로 음식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애피타이저나 디저트 같은 것을 굳이 따지지 않고 한꺼번에 먹어 치운다.

한끼뚝딱족은 ‘식사 시간’을 시간 낭비로 보고 ‘식사’조차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먹는다는 것은 연료통을 채우는 것과 같아서 어쩔 수 없이 4시간마다 짬을 내서 처리해야 하는 작업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업무 외의 일에는 최대한 시간을 안 쓰는 것으로 유명했던 한 고위 엔지니어는 날마다 도시락통을 들고 출근했다. 각 칸에는 미리 분량을 정해놓은 간식이 들어 있었고, 그는 종일 그것으로 요기를 했다. 그에게는 쉬는 시간도, 간식 시간도, 아침, 점심, 저녁을 먹는 시간도 없었다. 이런 사람이 그 혼자만은 아니다. 요즘 미국 노동자 중에서 따로 시간을 내서 점심을 먹는 사람은 3분 의 1밖에 안 된다



한끼뚝딱족은 ‘식사 시간’을 시간 낭비로 보고
‘식사’조차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 구직 사이트인 커리어빌더CareerBuilder는 기업의 간부 중 17퍼센트가 점심으로 패스트푸드를, 40퍼센트가 도시락을 먹는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여자들은 책상 앞을 떠나는 사람이 훨씬 더 적다. 여성 응답자 중 57퍼센트가 집에서 점심을 싸 온다고 했다. 대부분 기업에서 구내 식당이 사라지면서 간부들은 부하 직원들과 같이 식사를 하거나 자기 자리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구내 식당을 없앤 것은 간부와 부하 직원들의 소통 기회를 늘리려는 취지였지만, 대부분은 그냥 자기 자리를 지키는 편을 택한다.

2017년에는 이 한끼뚝딱족 트렌드가 더욱 발전해 소일렌트Soylent와 같은 상품이 탄생했다. 이 또한 생산성에 집착하는 어느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의 작품이다.


소일렌트는 사용자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병 하나에 담았다며 하루에 다섯 번 마시라고 한다. 이상품은 식사 시간을 기꺼이 버리는 미국인들의 생활방식이 극단적으로 반영된 예다. 소일렌트 같은 식사 대용 셰이크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다만 이제는 남자들까지 겨냥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온종일 식사 대신 마시는 액체는 지난 수십 년간 주로 여성에게 판매됐다. 그 대표 주자인 슬림패스트Slimfast는 억만장자 S. 대니 에이브러햄S. Danny Abraham이 만든 상품이다. 


그는 각종 성분을 잘 계량해서 만든 이 끈적끈적한 용액으로 하루 두 끼를 대체하면 살이 빠진다고 광고했다. 그에 비해 요즘 신종 셰이크 상품들의 주안점은 체중 감량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이다. 예전과 초점은 다르지만 구미가 당기기는 마찬가지다.


소일렌트에서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자료를 보면 “2017년 1분기 소일렌트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정도의 순수익을 올렸습니다. 기존의 분말 상품 외에도 2015년에 즉석 음용식을 출시했고, 새로운 맛을 추가했으며, 지난해에는 아마존 론치패드에 입점했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목마른 투자자들로부터 5,000만 달러를 추가로 조달했다.

또한, 영국에서는 에너지바와 에너지스낵이 미국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초고속으로 성장 중이다. 한끼뚝딱족을 위한 식품의 매출액이 최근 5년간 3배로 증가해 1억 3,700만 유로에 이른다. 초콜릿 단백질 바만 먹던 시대는 갔다. 한끼뚝딱족은 자신들의 ‘식사’가 디저트로 판매되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고기바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시리얼바 같은 식품을 설탕과 탄수화물 덩어리라며 경계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이런 유의 바 식품을 멀리 하면서 “미국에서 2010년 이후로 매해 초콜릿 매출 신장률이 떨어지는 한편으로 시리얼바의 매출은 2009~2014년에 5퍼센트 감소했다”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보도했다.

그래도 그래놀라바는 아직 많은 기업이 사업을 지속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건재하고, 탄수화물바 제조사들도 단백질 외의 바 제품을 계속 새로 내놓으면서 저항하고 있다. 2005년에는 226종이던 시중의 영양소바가 2015년에는 1,012종으로 급증했다.


한끼뚝딱족은 아예 요리를 안 하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한끼뚝딱족은 요리조차 재료나 분량에 신경 쓸 것 없이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작업으로 간소화했다. 식사를 준비한다고 하기도 모호할 만큼 단순한 작업으로 만든 것이다. 이미 DIY 요리 시장이 형성되어 헬로프레시HelloFresh와 블루에이프런Blue Apron 같은 기업이 성업 중이다.

이 중 블루에이프런은 최근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2014년에 8,000만 달러이던 매출액이 2016년에 약 8억 달러로 급증했다. 블루에이프런과 같은 회사들은 주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팟캐스트처럼 한끼뚝딱족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통해 광고하고, 요리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정량으로 공급해 소비자가 간편하게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편하게 식사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한끼뚝딱족은 결국에 가서는 아예 요리를 안 하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bicycle riders of home delivery food at work

이 같은 한끼뚝딱족은 노동시장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무엇보다 전문 웨이터와 웨이트리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미국 통계국 전미 인구 현황 표본조사에서 ‘웨이터・웨이트리스’ 직군 종사자 수는 2012년에 308만 6,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까지 13만 명 이상 감소했다. 카운터 직원 역시 급감했다. 반면에 요리사, 설거지 담당처럼 식사 준비와 관련된 직군의 종사자는 2003년 이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그리고 긱 경제gig economy(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시장)에 속하는 음식 배달 직군도 급성장 중이다.


당신은 매번 뭘 먹을지 생각해서 장를 보고 요리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가?

한끼뚝딱족은 앞으로도 몇 년 동안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고,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것은 집에서 배달 음식을 먹는 것에 밀려 위축될 공산이 크다.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은 매번 뭘 먹을지 생각해서 장을 보고 요리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가? 혹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도 굳이 그렇게 시간을 쓸 것인가? 아마도 그러지 않기가 십상이다. 식사 대체재 시장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소일렌트 같은 브랜드가 선두에서 변화를 이끌면서 더욱 다각화될 것이다.

또 한편으로 그 덕에 향상되는 생산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한끼뚝딱족은 하루에 최대 3시간을 되찾고 있다. 이들은 타인과 함께 식사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더 적은 칼로리를 섭취할 것이다.  


슈퍼마켓은 점점 줄어들 것이고, 조리된 식품을 판매하는 상점은 거의 예외 없이 배달 주문에 의존할 것이며, 온라인 주문 고객이 늘어날 것이다. 사람들이 밖에서 친목 도모 겸 식사를 하는 횟수도 줄어 들면서 주류 소비가 감소할 테니까 음주운전 사망자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산성을 따지다 보면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 것이 옛날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어쩌면 미국인들은 오후 6시가 되면 온식구가 각자의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소일렌트를 마시는, 어느 때보다 생산적이면서 어느 때보다 고립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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