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결정된 오스카 2021 후보들이 만들어낸 각종 트리비아와 기록들

조회수 2021. 3. 17. 12: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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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2021 특집

영화 ‘기생충’이 작년 제92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었을 때의 흥분과 감동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은데, 벌써 1년이나 지났군요. 지난 3월 15일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주연/조연 후보를 비롯한 모든 부문의 수상 후보들이 결정됐습니다.

  

한달 뒤인 4월 25일(미국 현지시간 기준입니다) LA의 돌비 씨어터에서 열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목표로 자웅을 겨룰 작품상과 조, 주연배우상 후보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만들어낸 트리비아와 기록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아카데미 사상 두 번째 ‘사후’ 남우주연상 수상 기록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쟁쟁한 후보 중 눈에 크게 띄는 배우가 있습니다. 채드윅 보즈먼. 영원한 와칸다의 국왕, 트찰라, ‘블랙팬서’ 역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그는 작년 여름,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죠.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라는 전기영화에서 블루스 밴드의 트럼펫 연주자 ‘레비’ 역으로 불꽃 같은 연기를 펼친 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것이 정말 아쉬울 뿐입니다.

  

만일 그가 올해 오스카상을 받게 된다면 1976년 영화 ‘네트워크’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피터 핀치’ 이후로 두 번째 사후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됩니다. 올해 후보들 모두 훌륭한 연기를 펼쳤지만, 왠지 채드윅 보즈먼에게 심정적으로 기울어짐은 어쩔 수 없네요. 다시 한번 그의 명복을 빕니다. ‘와칸다 포에버!’  

출처: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채드윅 보즈먼

흑인 여배우로 가장 많이 오스카상 후보에 지명된 배우가 탄생했다. 채드윅 보즈먼과 함께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마 레이니’ 역으로 열연한 ‘비올라 데이비스’가 이번 오스카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름으로써 지금까지 흑인 여배우로서 가장 많이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던 기록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던 ‘옥타비아 스펜서’를 제치게 됐습니다.

  

1920년대 미국 블루스 음악의 초기를 장식한 실존인물인 ‘마 레이니(거트루트 프리젯)’를 다룬 이 영화뿐 아니라 내년 개봉 예정인 DC 확장 유니버스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수퍼 빌런 ‘아만다 월러’ 역으로도 출연, 보다 더 한국 영화팬들과의 접점을 높일 배우가 바로 비올라 데이비스입니다.

출처: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아카데미상 93년 역사상 최초로 감독상 후보에 2명의 여성 감독이 올랐다. 그 주인공은 ‘노마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 그리고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머랄드 펜넬 감독입니다. 이 두 감독은 각각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발 금융위기로 인해 밴을 타고 미국 서부를 전전하며 일자리를 찾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노마드랜드’, 추악한 범죄에 당해 고통받는 친구를 위해 복수극을 펼치는 ‘프라미싱 영 우먼’의 감독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출처: 프라미싱 영 우먼

특히 클로이 자오 감독은 올해 말 개봉 예정인 마블의 ‘이터널스’ -네, ‘마요미’ 마동석 씨가 길가메쉬 역으로 출연 예정인 그 이터널스입니다- 의 연출도 맡고 있어 미래가 기대되고 있죠. 그녀는 이 외에도 여성으로는 최초로 한 해 아카데미상 최다 후보가 된 것으로도 기록을 썼습니다. 감독상 외에 작품상, 각색상, 편집상까지 모두 4개 부문 후보입니다.

출처: 클로이 자오 감독

최초의 한국인 배우가 아카데미 후보가 되었다. 이제는 해외 모든 매체가 ‘깜짝 스타’가 아닌 ‘수십 년 경력을 보유한 한국의 베테랑 배우’라고 소개하는 윤여정 씨가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 한국인 배우로서 아카데미상 최초로 캐스팅 후보에 올랐습니다(여우조연상).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영화 ‘미나리’에서 아칸소 주에 정착한 한국인 가족의 할머니 ‘순자’ 역으로 말이죠.

출처: 미나리, 윤여정

작년 아카데미상 작품상 포함, 4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얻은 ‘기생충’은 아쉽게도 캐스팅 쪽에서는 무관이었습니다. 윤여정 씨가 이번에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또 하나의 한국 영화사의 한 토픽을 채우게 될 텐데요. 하지만 같은 여우조연상 후보로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등 경쟁이 여간 치열한 게 아닙니다. 다만, ‘미나리’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의 6개 부문 후보이므로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겠죠?

출처: 미나리
배우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후보 선정도 첫 아시아계 미국인의 남우주연상 후보라는 기록을 썼죠

무슬림 배우가 처음으로 오스카상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 기록은 아카데미상의 범위가 인종, 국적뿐 아니라 이제 종교의 다양성까지 한발 더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테죠. ‘사운드 오브 메탈’은 약물중독 경험이 있는 한 메탈 밴드 드러머가 청각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청각장애 중독 재활 치료시설에서 희망을 되찾는 기록을 격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바로 배우 리즈 아메드가 청각을 잃어가는 드러머 ‘루빈’ 역할을 맡았죠. 그는 영국 출생으로 이슬람 교도입니다.

출처: 사운드 오브 메탈

리즈 아메드라면 아마도 스타워즈 스핀오프 히트작인 ‘로그원’에서 저항군 우주조종사 역할 ‘보디 룩’ 역할로, 또는 히어로 영화 ‘베놈’의 악역 ‘칼튼 드레이크’ 역으로 익숙하실 겁니다. 리즈 아메드의 연기는 특히 이번 ‘사운드 오브 메탈’에서 활활 타오른다는 평입니다(그러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지…). 아직 챙겨보질 못했는데, 꼭 봐야겠네요.

출처: 스타워즈 로그 원, 리즈 아메드(보디 룩)
출처: 베놈, 리즈 아메드(칼튼 드레이크)

83세의 나이는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조용한 여생을 즐기는 아버지, 혼자 사는 나이 든 아버지가 걱정되는 딸. 이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더 파더’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앤소니 홉킨스 경은 1937년 12월생. 올해로 83세가 됩니다. 앤소니 홉킨스 경이 이번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면서 최고령 주연상 후보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출처: 더 파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공적을 인정받아 기사 작위까지 받은 노배우의 후반부를 이번 93회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화려하게 장식할지 관심의 대상입니다.

출처: 토르: 다크 월드
요즘 세대들에게는 한니발 렉터보다는 오딘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것 같군요

비백인 배우들과 영국 배우들의 총공이 펼쳐졌다. 이번 아카데미상 캐스팅 후보의 종합적인 특징은 영국 출신 배우들이 총합 8명, 비백인 배우들이 총합 9명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나온 앤소니 홉킨스 경, 리즈 아메드는 물론, 사샤 바론 코헨(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남우조연상), 캐리 멀리건(프라미싱 영 우먼, 여우주연상), 대니얼 칼루야(유다와 검은 메시아, 남우조연상) 등 영국 배우들이 잔뜩 포진해 있죠.

출처: 맹크

캐스팅 후보 중 비백인 배우들 역시 정말 많죠. 특히 60년대 미국 흑인 좌익 과격단체였던 ‘흑표당’ 내부 프락치 사건을 영화화 한 ‘유다와 검은 메시아’는 단체가 그렇다 보니 흑인 배우들이 줄줄이 캐스팅을 이루고 있고, 이 중 대니얼 칼루야, 라키스 스탠필드 등의 배우가 캐스팅 후보에 등재된 것이 한몫 했습니다.

출처: 유다와 검은 메시아
흑표당은 실존했던 단체로(블랙 팬서 파티), 흑인과 검은 베레모가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93회 아카데미상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뿌리깊은 백인, 미국 위주로 선정하던 주최측의 똥고집(?)을 상당히 많이 버리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좀 더 폭넓게 받아들이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영화계에서는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아카데미상이 드디어 ‘로컬’ 영화제를 벗어나려는 것일까요? 한달 뒤 펼쳐질 본상 시상식에서 어떠한 이변이 펼쳐질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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