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류의 껍데기만 가져왔다. '모탈 셸'

조회수 2020. 8. 25. 17: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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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류 벤치마킹은 좋으나 다소 부조리함도

'엘든 링'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소울류 팬들에게 반가운 게임이 하나 등장했다. 열 명 남짓의 개발진들이 모여 만든 인디게임 '모탈 셸'이다. 이미 앞서 끝낸 베타 버전에서는 상당히 평가가 좋았고, 또 기대하는 게이머들도 많았다. 정말 뭐라도 하나 나와주길 바라고 있던 게이머들 입장에서 '모탈 셸'의 정식 발매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게임 중에는 트레일러와 베타에 거의 모든 영혼을 갈아 넣어서 게이머들을 낚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작부터 밝히자면, '모탈 셸'이 바로 이런 유형에 해당한다. 베타 때에 느꼈던 기대감은 온데간데없고, '이거 뚜껑 열어보니 뭐 없잖아'의 실망감만 넘친다.

소울류에서 전투란 '욕심을 버리는 것'을 뜻한다. '이거 한 대만 더!'하는 마음은 곧 '유다이'로 이어진다. 이 장르에서 게이머들이 기대하는 것은 크게 보면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다. '다크소울'에서 대검을 사용한 게이머라면 투박하지만 묵직한 느낌을 원할 것이고, '블러드 본'이 마음에 들었던 게이머라면 '스타일리쉬' 빠른 템포의 액션을 원할 수도 있다. 조금 결이 다르지만 '세키로'처럼 적의 공격을 차근차근 받아치면서 인살을 꽂아 넣는 전투 스타일을 원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프롬'의 게임은 모르는 게이머가 본다면 비슷해 보이지만, 고생하며 엔딩을 본 게이머라면 타이틀마다 확실하게 다른 개성을 느꼈을 것이다. 게임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전투 방식은 '손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모탈 셸'도 그 시작점을 '소울류'에 둔 만큼 전투 자체에서의 '손맛'은 나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소울류' 게임의 전투 방식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이 느껴진다.

  

특히 약 공격과 강 공격을 섞은 공격은 '3평타 1회피'같은 기존의 소울류 전투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모탈 셸'은 더 유연한 방식으로 공격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약약약'의 공격 방식보다 '약강' '약강약' 같은 빠른 템포의 콤보공격을 넣을 수 있다.

  

이 글만 본다면 '스테미너란 개념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약 공격과 강 공격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한다면 그 중간에 반드시 딜레이가 생긴다. 이 타이밍은 '유다이'양을 만나는 지름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탈 셸'은 이 딜레이를 커버할만한 강력한 기술이 하나 있다.

▶ '경화' 사실상 '무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공격 도중에도 '경화'를 사용할 수 있다.
▶ 적으로 등장하는 보스도 사용하는 기술인 만큼 그 타이밍을 잘 알아야 한다.

'모탈 셸'의 독특한 시스템은 바로 '경화'라는 스킬이다. '경화'는 캐릭터가 단단해지면서 움직임을 멈추는 기술이다. '경화'를 사용하면 일정 시간 무적이 되고, 공격을 하는 도중에도 '캔슬'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이다. 적의 피해에 면역이 되는 기술인 만큼, 활용만 잘한다면 쉽게 전투를 풀어갈 수 있다.

  

여기에 '모탈 셸'은 회피, 구르기, 패링의 방어 옵션까지 '죽지 않을 패'가 충분한데,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경우 한 번의 기회를 더 얻는 '부활' 시스템도 있다. 하지만 난이도를 낮추는 결정적인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이 공격은 패링할 수 있어. 지금 오는 거는 무조건 피해야 돼'처럼 타이밍을 친절하게 알려준다는 점이다. 수많은 '엇박'공격에 쓰러져갔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소울류에서 '보고 피한다'는 게 얼마나 사기적인 능력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타이밍을 빠르게 읽고 반응하는 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그 타이밍에만 익숙해진다면 다른 소울류보다 훨씬 편하고 빠른 진행을 할 수 있다. 초반의 진입장벽만 잘 극복한다면 전투 자체에 스트레스받는 일은 거의 없다.

▶ 반짝하는 순간이 패링 타이밍이다.
▶ 붉게 빛나면 무조건 회피
▶ '패링 - 인살 - 체력 회복'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방식

물론 공격 자체에 필요한 기본 스테미너, '경화'에 필요한 게이지, 제한된 횟수의 패링이라는 제한조건은 있다. 하지만 페널티 없는 무적 스킬과 부활이 있고, 적의 공격 타이밍까지 쉽게 알 수 있는 다크소울을 생각해보자. 모탈 셸의 전투가 얼마나 순한맛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모탈 셸은 '에스트'같은 순간 회복 아이템이 없다. 물약이 없는 대신 버섯이나 쥐고기 같은 초당 일정 체력을 회복하는 아이템만 있을 뿐이다. 초반에는 '뭔 게임이 물약도 없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경화와 패링에 익숙해지면, 회복 물약이 없는 것도 이해는 간다.

▶ 버섯은 초반에 중요한 체력 회복 수단
▶ 앞에서 계속 기다리면 언젠가는 자란다
▶ 모든 아이템은 사용한 만큼 '친숙도'가 오른다

'불친절하다'라는 것은 게이머에게 주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뜻이지 아예 없다는 게 아니다. '모탈 셸'은 이 부분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수용소의 데몬'이나 '군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진행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스토리의 제한된 정보' '시작부터 일단 맞고 시작하는 성장'의 요소는 그대로 살렸다. 하지만 게임의 시작인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다크소울 3'의 경우 '자 이 막대기로 공격하고, 이 판자로 방어해. 저기 군다 있지? 쟤를 잡아야 게임 시작이야. 군다 잡았어? 재의 묘소라고 있어. 여기서는 스텟도 올릴 수 있고, 무기도 강화할 수 있고, 에스트도 채울 수 있어. 화톳불을 찾으면 언제든 올 수 있는 거점이야. 이제 시작해보자' 같은 최소한의 방향은 제시해 준다.

  

하지만 '모탈 쉘'은 다짜고짜 게이머들 '팔그림'이라는 곳에 던져 놓고 '뭐. 어쩌라고. 게임 시작했어. 알아서 해'라며 던져 놓는다. 소울류에 목마른 게이머들이라면 '컨셉 독하게 잡았구만' 하고 넘길 수 있겠으나, 다른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불친절을 넘어서 성의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 시작부터 길을 선택해야 한다. 길치에게는 정말 괴로운 순간.

'길을 찾는 것도 게임의 일부분'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모탈 셸'은 쓸데없이 맵을 비틀어 놨고, 이 부분에서 짜증이 난다. 게임의 초반엔 어느 정도 진행 방향을 잡아주고, 새로운 거점을 찾고, 보스전으로 유도하는 그런 과정이 없다. 시작부터 갈림길을 두고 한쪽을 선택하게끔 만든다.

  

'어? 여기 어디지. 여기로 가면 되나. 아 근데 아까 거기 그냥 지나쳤는데. 일단 나중에 가보고 진행하자'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 게임에서 숨겨진 장소, 아이템을 다 봐야 직성이 풀리는 입장에서 이런 방식은 상당히 짜증이 난다.

  

더군다나 '모탈 셸'은 '화톳불'과 같은 개념이 없다. 일정 지역의 탐험이 끝나면 새로운 출발점으로 잡을만한 특정 지점도 없고, 지나온 지역으로 이동도 할 수 없다. '아까 거기 어떻게 가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해결책은 오로지 '달리기' 뿐이다.

  

이 구성은 게임의 후반부에 가서야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가보지 못한 곳' 이 계속 생각나는 그 답답함, '아 그거 빠트리고 온 거 같은데' 하는 찝찝함은 게임의 후반부까지 끌고 가야 한다.

▶ 가장 먼저 방문한 거점
▶ 사실 길을 잘못 들어서 이런 보스가 있는지도 몰랐다
▶ 누가 봐도 '화방녀'와 '인형'의 역할

소울류에서 감탄하는 점 중의 하나는 짜임새 있는 맵의 구성이다. 작은 조각의 지역이 모이고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맵을 구성하는 것 역시 이 장르의 특징이다. 특히 온갖 고생 끝에 숏컷을 찾아 뚫었을 때의 느낌. '와 이게 여기랑 연결되어 있구나'의 경험은 아마 소울류를 해본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하지만 '모탈 셸'의 세계, 혹은 '지역'은 이런 짜임새 있는 구성보다 단순한 '크기' 만을 강조한다. '확장'만 시켜놨을 뿐이지, 짜임새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봐. 맵 엄청 크지?'라는 것은 알겠으나 그 알맹이는 부실하다.

  

지역과 지역 간의 간격은 넓혀놨는데, 채워 넣을 것은 한정되어 있다. 어쩔 수 없이 캐릭터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장치들이 그 틈을 메꾸고 있다. 바로 '악의적인 배치' 다.

▶ 이 지역은 달리는 게 절반이다
▶ 그냥 지나칠 순 없지
▶ 적은 외나무 돌다리 위에 숨어있다

'또 거기까지 어떻게 가나'의 과정도 힘이 빠지는데, 화톳불이 없는 '모탈 셸'은 한 번 죽었던 지점까지 다시 가는 길도 상당히 멀다. 진행했던 길을 다시 간다는 것은 좁은 틈새, 외나무다리 같은 곳의 적들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투의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 과정 자체가 상당히 길고 지루하다는 게 문제다. 오로지 게이머의 힘을 빼기 위한 장치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1분, 2분 넘게 열심히 달렸는데, 갑자기 적들에게 둘러싸일 때의 좌절감.

  

소울류가 작은 조각들을 이어서 큰 그림이 되는 퍼즐 같은 느낌이라면, '모달 셸'은 이미지의 사이즈만 크게 키워놓았다. 이러다 보니 어떤 건물이나 구조물의 내부에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넓고 이정표 없는 필드를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한다.

▶ 실컷 달려왔더니 앞에는 적들이 가로막고 있다

'모탈 셸'의 '셸'은 껍데기다. 맵 곳곳을 뒤지다 보면 이 '셸'을 발견할 수 있다. '셸'은 각자 독특한 특징이 있고, 자원을 사용해서 다양한 기술을 개방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전사의 판금 갑옷, 도적의 가죽 튜닉'처럼 일종의 세트 아이템을 하나로 묶어놓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의 4가지로 그 종류는 많지 않다. 각각의 무기는 공격의 형태에 차이가 있으며, '필살기'와 같은 개념의 스킬이 하나씩은 있다. 이 무기를 얻기 위해서는 각 거점에서 알 수 없는 존재와 1:1 대결을 해야 한다. 다양한 무기와 장비 대신 '게이머들이 써볼 만한 것 몇 가지'만 압축했다.

▶ 본체는 그냥 허약한 몸뚱이
▶ 각각의 셸은 다양한 특수 능력을 개방할 수 있다
▶ 무기를 얻고 싶다면 꼭 거쳐야 하는 전투

하지만 이 무기와 셸을 바꾸기 위해서는 조건이 하나 필요하다. 당연히 인벤토리에 있는 아이템을 바로 사용하면 될 줄 알았는데, '모탈 셸'은 이것마저도 게이머들에게 불친절해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무기와 셸은 각 지역의 거점에 가야만 바꿀 수 있다. 한 번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무기와 셸의 숙련도를 최대한 올려보라는 뜻인지 모르겠으나 이렇게까지 제한적인 선택권을 준 이유를 모르겠다.

  

게임 도중 중간에 무기나 셸을 바꾸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거점까지 되돌아가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그냥 빠르게 죽어야 한다. 버섯이나 개구리 같은 아이템을 들고 다니는 건 이해하지만, 갑옷과 무기는 들고 다닐 수 없다는 현실감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 각각의 무기는 어디에 있는지 대충 파악할 수 있다
▶ 인벤토리에 넣으면 훨씬 편할 거 같은데

'팬심'과 '인디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모탈 셸'을 봤을 땐 눈여겨볼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 특유의 우울함과 '뿌연 색감'이 마음에 든다. '헬블레이드'라는 게임을 해봤다면 이게 어떤 느낌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이 전반적으로 '블러' 처리가 된 느낌을 주는데 기존의 소울류와는 결이 다른 칙칙함과 기괴함을 맛볼 수 있다.

  

적들의 패턴은 단순했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를 보여준 것은 좋았다. 처음 '망치맨'을 봤을 때의 묵직함과 '펜싱녀와 석궁녀'를 처음 봤을 때의 '보스야?'의 위압감은 그동안 '귀찮은 존재'였던 적들이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존재'로 느껴지기도 했다.

▶ 처음 망치맨을 봤을 때는 보스인 줄 알았다
▶ 역시나 만만치 않아 보이는 펜싱녀. 하지만 실제로는 3방 컷
▶ 다른 판타지 게임에서 한 번쯤은 지나친 느낌의 보스들. 캐릭터의 개성은 나쁘지 않았다.

명작을 벤치마크하고, 자신들만의 시스템 몇 가지를 추가한 것은 좋지만, 높은 점수를 주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 게이머들이 '인디 게임'에서 기대하는 것은 그들만의 독특한 창의력이나 기존에 느껴보지 못했던 신선함이다. '그래도 제법 따라 했으니까 좋게 봐주세요'는 통하지 않는다.

  

'팬심' '인디게임'의 관점에서 봤을 땐 높은 수준의 게임이고, 제법 그럴싸하게 소울류의 느낌을 살린 것도 느껴진다. 소울류가 가져야 할 어느 정도의 기본은 갖췄고, 여기에 자신들의 분위기를 풀어 놓는 것까진 성공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상의 어떤 재미와 감동을 주진 못했다. '기존의 소울류에 비빌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택도 없다'라는 답을 내리고 싶다. 소울류의 팬들이 '엘든 링'까지의 기다림을 견디지 못해, 잠깐 찍어만 보는 수준. 딱 이 정도의 게임이다.

  

특히 게임의 볼륨만을 놓고 봤을 땐 절대 '소울류'라고 할 수 없다. 타이틀이 3만 원인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뉴비들에게 잔불을 나눠주고, 설리번 이루실 뒷마당을 떠나지 못하는 '다 회차 망자'들이 봤을 땐 이제 막 튜토리얼을 끝낸 수준의 플레이 타임이다. 인디게임, 소울류 이런 것들을 다 떠나서 3만 원의 값어치를 해줘야 하는데, 사실 '모탈 셸'은 '가성비'로만 따지자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게임이다. '소울류의 새로운 타이틀'이라는 의미는 알겠으나, 겉만 그렇게 보일 뿐 사실 속은 많이 빈약한 게임이다. 물론 게이머마다 어느 정도의 '신선함'은 느낄 수 있겠지만, 그 여운은 길게 남지 않는다. '엘든 링'까지의 기다림을 잠깐, 정말 아주 잠깐은 달랠 수 있겠지만,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면 '야 이거 3만 원은 좀 비싼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글/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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