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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만 쪽박 차는 그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의 계보

조회수 2020. 8. 18. 12: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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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스타트렉>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제목에 ‘스타’가 들어간다는 점이죠. ‘스타’라는 단어가 들어간 만큼, 이 작품들은 모두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모험과 전쟁 이야기라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스타 트렉은 과거 작품보다는 새 영화 시리즈로 더 잘 아는 분들이 많겠지요


이런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흔히 SF라고 일컫고 있지만, 정확한(?) 장르명은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라고 합니다. 이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알고 계실 분도 계시겠지만, 처음 들어보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냥 SF(Science Fiction, 과학 소설)과 스페이스 오페라를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영화에서 스페이스 오페라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란 무엇인가?


스페이스 오페라의 정의를 알아보기 위해, 이 장르의 이름을 지은 윌슨 터커가 정의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요소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우주선이 나와야 합니다. 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별과 별 사이의 여행이 나오지 않는다면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우주선이 따로 나오지 않거나 비중이 적은, 외계를 배경으로 한 모험 소설들은 따로 행성 로맨스(Planetary Romance)라고 분류하곤 합니다. 

행성 로맨스의 대표작으로는 바숨 연대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존 카터: 전쟁의 서막> 같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대개 모험담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들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계속 이동하면서 외계 행성의 생명체들을 만납니다. 이들은 때론 우호적일 때도 있고, 적대적일 때도 있으며 완전히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은하철도 999도 언제나 새로운 행성에 열차가 멎고, 그곳에서 정차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있죠. 스페이스 오페라의 좋은 예시입니다.


세 번째로는 비슷한 형태의 플롯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외계인을 만나고 다른 모험이 펼쳐질 때도 있지만, 결국 주인공이 그 갈등을 해결해주고 멋지게 다른 행성으로 떠난다는 이야기의 구조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미 1940년대에 이런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걸작으로 칭송받는 스페이스 오페라들에는 이 정의에 딱 들어맞지 않는 것도 많습니다만 어쨌든 당시의 정의는 이랬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선구자는?


그렇다면 스페이스 오페라의 원조는 어떤 작품이었을까요? ‘어떤 작품이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라고는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습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에는 우주여행을 소재로 한 SF 소설들이 꾸준히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는 가렛 P. 서비스의 <에디슨의 화성 정복(1898)> 로벗 W. 콜의 <제국을 위한 투쟁(1900)>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중에도 스페이스 오페라의 선구자로 불리는 작품들은 있습니다. 에드워드 엘머 스미스(E.E 스미스)가 쓴 <우주선 종달새호(스카이라크) 시리즈(1915~1966)>와 <렌즈맨 시리즈(1934~1954)>, 에드먼드 해밀턴의 <캡틴 퓨처 시리즈(1940~1951)> 등은 당시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발전


1980년대 초, 한국에서 <별들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미국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이것은<25세기의 버크 로저스> 시리즈가 당시 스타워즈 열풍에 맞춰 개명되어 한국에 소개된 것인데요, 이 작품 역시 초기의 스페이스 오페라 중에 하나였습니다. 

우리나라 TV에서 방영했던 <별들의 전쟁> 기억하시는 분? 원제는 <25세기의 버크 로저스>였습니다.
참고로 이 드라마가 끝난 후에는 <별들의 전쟁 2>가 방영되었는데, 이것은 <우주전함 갤럭티카>였습니다. 이 작품은 이후 리메이크되었기에 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버크 로저스는 1928년에 필립 프랜시스 노블란의 소설 <아마겟돈 2419 A.D>에 등장한 캐릭터였는데, 이 캐릭터가 인기를 끌자 만화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 만화 시리즈를 발간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스페이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기를 끌어 1950년과 19798년에 각각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는 보다 다양한 분화를 이루게 됩니다. 그 중에 하나는 ‘루리타니아적인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이것은 루리타니아 로맨스(Ruritanian Romance)라는 장르에서 온 이름으로, 루리타니아 로맨스는 중세 또는 근세에 동유럽 쯤에 존재할 것 같은(?) 허구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왕족과 귀족들의 권력과 음모, 그에 얽힌 싸움을 묘사한 소설을 일컫는 말입니다. 루리타니아 스페이스 오페라는 이런 구조를 본떠서 우주에 존재하는 가상의 나라와 제국 등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 음모와 전쟁을 그린 작품을 일컫습니다.


이 작품의 대표작으로는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1965)>를 들 수 있습니다. 듄 시리즈는 먼 ‘과거’ 우주에 존재한 우주 제국의 유력 가문들의 권력 투쟁을 그린 작품으로,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한 우주선도 등장하는 과학력을 지니고 있지만 봉건 제도의 틀은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드니빌뇌브 감독의 차기작 <듄>. 코로나 때문에 언제 개봉할지 모르겠지만 현재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재밌는 점은 이때까지 천대받았던 스페이스 오페라지만 이 듄 시리즈는 SF계의 양대 문학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과 네뷸러 상을 모두 받았습니다. 좋으면 SF로 받아들이고 아니면 스페이스 오페라로 분류해버리는 이쪽(?)이라서일까요? 어쨌든 이때부터는 좋은 평가를 받는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트렉과 스타워즈의 탄생


이 시기에는 또 다른 스페이스 오페라의 시작이 있었습니다. 탄생한지 수십 년이 다 되어가도록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 트렉>과 <스타워즈>의 탄생입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이 스페이스 오페라의 장르적인 면에서 큰 변화를 준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미 펄프 잡지 시절부터 있던 내용들과 루리타니아식 스페이스 오페라의 변형이었죠.


특히 1966년 시작된 <스타 트렉>은 매화 새로운 행성에 가서 새로운 외계인이 나타나고, 그 외계인들과의 갈등과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를 그리는 구조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고전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었습니다.  

1966년작 스타 트렉


1979년 개봉된 영화 <스타워즈> 역시 마찬가지로 루리타니아식 스페이스 오페라의 형식을 빌려서 은하 제국에 대항하는 저항군 세력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요. 은하 제국에 대한 묘사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1951)> 시리즈의 그것과 유사하며, 여기에 당시 유행했던 일본의 찬바라 영화(검술 영화)의 검술, 2차 대전 영화의 전투기 도그 파이트 등을 넣어 변조한 것이었습니다.  

니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거저거 다 넣었어!


이 두 작품은 모두 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타 트렉의 경우에는 여성 팬들이 많았는데, 주인공인 커크 선장과 스파크, 그리고 맥코이의 삼각관계 브로맨스가 인기의 비결이었다고도 합니다. 딱히 우주와는 상관이 없는 부분이 재미의 요소였던 셈이죠.


스타워즈 역시 제국의 실세인 다스베이더와 그 숨겨진 아들인 루크 스카이워커의 관계, 아름다운 레이아 공주, 그리고 우주 밀수꾼 한 솔로 등이 얽힌 인간 드라마와 함께 신비한 제다이 기사 등의 요소가 섞여 미국 대중문화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스타워즈에는 달보다 큰 우주 요새 데스 스타나 전장 19km에 달하는 초거대 우주전함 이제큐터급 스타 드레드노트 등이 등장해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역시 비슷한 시기의 <에일리언> 역시 스페이스 오페라와 호러를 접목한 획기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은 각각 다른 장르의 영화 형식을 빌려쓰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전형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할 수 있죠.


스페이스 오페라란 장르가 어색하게 들리시는 분들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 게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마블 영화들도 스페이스 오페라의 장르에 들어간다는 것을 이제 아실 수 있겠지요?


스페이스 오페라는 멸칭에서 시작된 장르의 이름이지만, 이제는 ‘구태의연하고 천편일률적인’ 묘사는 많이 줄어들었으며 각 작품마다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스페이스 오페라는 SF계에서 천대받는 위치를 떠나, 대중적인 SF를 이끄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비디오 게임에서도 우주가 배경이면 거의 모두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봐도 될 정도로 많은 게임들이 스페이스 오페라적인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초대박을 친 스타크래프트. 이 게임도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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