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에선 꽝, 영화에선 짱! 영화 속 중국무술

조회수 2020. 7. 28. 18: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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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만 싸우는 장면은 영화에 반드시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액션씬을 길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총이나 칼을 사용해서는 그렇게 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날 것 그대로의 맨몸 액션은 관객에게 더 많은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만듭니다.


동양 무술은 영화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팔극권 (八極拳)

팔극권은 청나라 시대 중국 하북성 창주에서 탄생한 무술로 전해집니다. 이 무술은 적과 굉장히 가까운, 손과 손이 맞닿은 정도 거리의 싸움에 강하다고 합니다.


고유의 파괴력을 생성하는 ‘진각(振脚)’이라는 중심 이동 방법이나 근거리에서의 전투에 사용하기 위한 팔꿈치 공격, 몸싸움 등의 기법도 발달된 무술이며, 무기 사용법에는 창술이 있습니다.

▶사진이 남아있지 않아 만나봤던 사람들의 기억을 토대로 구성한 이서문의 초상화


팔극권에서 유명한 권사는 이씨 팔극권을 만들었다고 하는 신창(神槍) 이서문(李書文 리슈웬, 1862~1934년)이었습니다. 신창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창의 달인이었던 그는 같은 상대를 두 번 공격할 필요가 없다며 일격필살을 강조했고, 수많은 무술가들과 싸우면서 일격에 목숨을 끊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말년에는 제자들을 키우는데 집중했는데, 그의 학생들은 마오쩌둥, 장제스, 만주국의 황제였던 푸이 등의 유명 인사들의 보디가드로 일했다고 전해집니다.


굉장히 괴팍하고 강골인 사람이라서 적이 많았지만 감히 실력으로는 상대할 수 없으니 누군가가 독으로 죽였다는 설이 있지만 실제 사인은 뇌일혈이었다고 합니다. 그의 제자 중 한 명이 ‘누군가가 스승님을 독살한 것이 틀림없다’하면서 나선 탓에 퍼진 설이라고 하죠.

일대종사

왕가위 감독의 무술 종합선물세트 일대종사. 일대종사에는 팔극권 외에도 영춘권, 팔괘장, 형의권 등 중국의 수많은 무술이 등장합니다. 우리나라 송혜교 배우가 엽문(양조위)의 아내 장영성 역으로 캐스팅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일대종사는 각 무술 문파에서 한 시대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위대한 스승을 일컫는 말입니다. 주인공인 엽문은 이소룡의 스승으로 이미 많은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한 영춘권의 달인이죠.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이 몰락하고 외부적으로는 제국 열강이 중국을 노리고 내부적으로는 국공내전이 발발한 격동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장첸이 연기한 팔극권 권사 일선천. 빗 속 격투신은 일대종사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일대종사에서 팔극권의 고수 일선천(장첸)은 팔극권의 일격필살처럼 거의 1~2격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엽문과 일선천의 빗속 액션신은 일대종사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무려 30일을 촬영했고 양조위가 대역없이 소화해 더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죠. 영춘권과 팔극권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명장면입니다.

절권도(切拳道)

청나라 말기에 당시 많은 무술이 만들어진 이유는 내전은 청나라 말기에 사회와 경제가 무너져가면서 기존에 군인들에게 무술을 가르쳐주거나, 작은 관직만으로도 모자람 없이 살 수 있었던 무술가들이 생계를 위해 무술을 대중에게 가르쳐주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밀에 쌓여있던 무술들이 드러난 것도 있고, 무술가들이 스스로의 밥줄을 위해 새로운 무술이라고 만들어낸 사이비들도 많아졌던 것이죠. 그리고 무술가들은 제자들이 오랫동안 무술을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의 수입이 안정되기 때문에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현상까지 벌어집니다. 여기에 서로 밥줄을 걸고 있는 입장이라 자칫 패배하면 밥줄이 끊길 수 있어 다른 유파와 대결을 회피하는 바람에 중국권법이 점점 도태되어갔다고 합니다.

▶이소룡이 창시한 무술 절권도


이렇게 점점 정체되어가는 중국 무술계에서 걸출한 인물이 탄생하니, 바로 이소룡(브루스 리)입니다. 그는 성룡, 이연걸, 견자단으로 이어지는 계보의 가장 처음에 선 스타 액션 영화배우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자신만의 무술 철학인 ‘절권도(切拳道)’를 세운 무도가이기도 합니다.   

▶절권도 유단자 장혁


1940년 생인 이소룡은 미국에서 태어나서 홍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린 시절 허약했던 그는 신체 단련을 위해 7살부터 태극권을 배웠으며, 이후 영화 <엽문>으로 유명한 엽문에게 영춘권을 배웠습니다. 이외에도 채리불권 등 여러 무술을 배우면서 무술 실력을 쌓았죠. 중고등학교 때에는 날마다 길거리 싸움을 하는 유명한 깡패로 퇴학을 밥 먹듯이 당했다고도 합니다. 하도 말썽을 부리니 이소룡의 부모들은 그를 미국으로 다시 보내버렸다고 하죠.


그는 미국에서 마음을 고쳐먹고 공부해서 워싱턴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철학과 심리학 등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무술의 기초를 세웁니다(단, 어릴 적부터 배우에 꿈이 있어 연극을 공부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절권도의 탄생

그는 원래 자신의 싸움 이론에 이름을 붙이기 싫어했습니다. 절권도는 특정한 형태를 갖지 않으며, 한계가 없는 사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절권도라는 이름은 사람들이 자꾸 자신의 무술 이름을 물어보자 귀찮아서 만든(과장 좀 하자면) 이름입니다.


끊을 절(切), 주먹 권(拳). 즉 상대의 주먹(공격)을 끊는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죠. 이것은 한창 펜싱을 배우던 그가 펜싱의 역공격 동작인 아레(Arret, Stop-Hit)에서 발상을 따와 Intercepting Fist Style이라고 하면 어떨까 했고, 그래서 한자로 절권도가 된 것입니다.  

▶이소룡이 쓴 절권도 교본


그는 스포츠와는 다른 무규칙 길거리 싸움을 자주 경험해본 사람으로, 실전을 하게 되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낭심 찌르기, 눈 찌르기, 깨물기 등도 포함해서요. 또 태권도, 유도, 가라테, 심지어 펜싱까지 배우고 그 원리를 자신의 무술에 접목시켰습니다.


이소룡은 무술 뿐 아니라 과학적인 웨이트 트레이닝 방법을 연구해서 스스로의 신체를 단련한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 현재의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보디빌더들처럼 체계적인 운동방법과 식이요법까지 병행했으며,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에도 작은 운동이라도 계속하는 식으로 생활에 운동을 접목시켰다고 합니다.

▶태권도 기술은 미국 태권도의 대부이자 친한 친구였던 이준구 사범에게 배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소룡은 영화 <사망유희>를 찍다가 1973년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의문사를 당하고 맙니다. 사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그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음모론이 있었죠.


그가 죽은 후에도 그가 세운 철학과 뛰어난 운동 능력은 이후 무술가는 물론, 예술가, 배우 등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고 있죠. 지금도 이소룡의 팬인 분들은 처음엔 멋진 무술 실력을 보고 반했다가 알게 될수록 그의 사상과 마음가짐까지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그의 아들 역시 영화 촬영 중 사고로 요절하게 되죠.


아마도 그가 현재에 살아있었다면 MMA를 절권도가 추구해야 할 궁극의 모습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릅니다. 물이 되어라(Be Water, 물처럼 상황에 따라 변화하라)는 그의 철학은 지금의 MMA가 다른 무술들의 장점을 흡수해서 변화하는 것과도 같으니까요.


그래서 가장 큰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사장 데이나 화이트는 이소룡이 MMA의 아버지라고 존경의 뜻을 표한 바 있으며, 많은 정상급 MMA 파이터들이 존경하는 사람으로 이소룡을 꼽기도 합니다.

사망유희

연예인들을 상대로 갈취를 일삼던 범죄조직이 인기 액션 배우 빌리(이소룡)도 협박하지만 이런 협박에도 빌리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죠. 이에 총격신에 쓰일 공포탄을 실탄으로 바꿔 빌리를 살해하려하고 빌리는 구사일생 살아남게 됩니다. 기지를 발휘한 빌리는 자신이 죽은 것으로 범죄조직을 속이고 그들을 하나하나 소탕한다는 스토리입니다.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


사망유희는 이소룡의 실질적인 마지막 작품이자 유작입니다. 이소룡의 사망으로 중단된 영화를 용쟁호투의 감독 로버트 클루즈가 새롭게 촬영, 편집해 1978년 개봉했습니다. 특히 영화 후반 이소룡이 입고 나오는 노란색 운동복은 이후 킬빌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게임에서 오마주 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그외 기타 주요 무술들

  • 태극권
▶이연걸의 태극권


태극권은 건강을 위해 수련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건강 체조스러운 무술이라는 인식이 많죠. 끊고 치는 대부분의 무술과는 다르게 춤을 추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림축구에서는 골키퍼 아미가 태극권으로 악마슛을 막아 냅니다
  • 영춘권

영화 <엽문>으로 유명해진 영춘권은 청나라 때의 엄영춘이란 여성이 고안한 권법이라고 하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의 비교적 약한 신체 능력으로도 효과적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도망치기 위한’ 권법이라고 하죠. 하지만 여러 설 중에 하나일 뿐, 다른 무술들처럼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 취권

성룡의 영화 <취권> 시리즈로 유명해진 취권은 원래 있는 무술이 아니라 영화를 위해 가공적으로 만들어진 무술입니다. 그렇다고 취권이 아예 이름조차 없다가 튀어나온 건 아니고, 도교에 '술 취한 여덞명의 신선(취팔선)'이란 시가 있는데 그 시가 권법의 8가지 동작을 묘사한 것 같아서 취권이란게 있지 않을까하는 발상으로 창작된 것이라고 보입니다.

▶취권의 최종보스역은 우리나라 배우 황정리가 맡았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취권을 만든 사람은 성룡과 함께 오랫동안 작업했던 배우이자 무술 감독인 황정리 씨로 우리나라 사람입니다. 영화 취권에서는 최종 보스로 등장하며, 다른 영화들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내곤 했죠.


술을 마시고 허허실실한 동작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듯한 모습의 취권은 1979년 영화를 통해 데뷔했고,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크게 인지도가 높아집니다.

번외

중국 무술만 있는 것은 아니죠. 번외로 한국과 일본의 무술도 소개합니다. 

  • 가라테

가라테(공수)는 중국 남권에서 유래한 무술로, 일본이 점령하기 이전의 오키나와 류큐 왕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했으며, 지금은 일본이 자기들 고유의 무술로 받아들인 무술입니다. 한자로는 공수(空手) 또는 당수(唐手)라고 씁니다. 예전에는 당수라는 이름이 더 많이 쓰였는데, 나중에 공수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하는군요.

▶극진공수 창시자 최영의의 삶을 다룬 바람의 파이터
▶넘버3의 송강호도 최영의 신봉자 중 한 명입니다


가라테에는 여러 유파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최영의(일명 최배달, 1923~1994) 선생이 창시한 극진공수가 유명합니다. 극진공수는 그전까지는 타격 직전에 공격을 멈추던 가라테를 실전처럼 해야 한다고 하면서 풀 콘택트로 수련하고 시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무술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유명한 격투가들과 싸우는 이른바 ‘도장 깨기’를 하고 다녔죠.  

  • 태권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무술인 태권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죠. 태권도는 가라테를 베이스로 택견의 발차기를 참고삼아 재창조된 무술입니다. 해방 직후 공수도(당수도)라는 이름으로 가라테를 가르치던 체육관들이 연합해서 태권도를 만들어냈고, 여기에 택견의 발차기를 접목해서 고유한 동작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6,25를 거친 후 떨어진 민족 자긍심 고취를 위해 태권도를 우리 민족 고유의 무술로 홍보를 시작했고, 이후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청도관 초대 관장인 이원국 선생이 일본에서 대학 다닐 때 배운 가라테를 귀국해서 보급했으니, 맞는 말이에요. 역사는 거짓말하면 안 되죠.

-미국 태권도의 대부, 이준구 사범의 인터뷰 중에서


출처 -  https://www.taekwonmaru.com/2510750

미국 태권도의 대부 이준구 사범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라테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죠. 


다만, 가라테에서 영향받았다는 것을 숨기고 부끄러워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차피 가라테도 중국의 남권에서 영향받은 무술이고, 가라테 자체도 일본 고유의 것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라테를 받아들이고 택견을 녹여내서 더 세계적인 스포츠로 만들어낸 것이 더 중요한 것이죠.

▶영화 클레멘타인에서 주인공 이동준은 태권도를 사용합니다
▶태권도하면 바로 생각나는 로보트태권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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