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어떻게 가요? 헐리우드 영화 속 파워슈트 변천사
헐리우드 영화 속의 강화복은 CG 기술이 발달하면서부터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실제 특수 촬영을 했던 시대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예를 들어 1986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에일리언 2>에 등장하는 파워 로더(Power Loader)는 시대를 앞선 디자인으로 이후의 다른 매체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파워 로더는 인간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그 힘을 강화하며, 신체도 크게 만드는, 앞서 분류에서 두 번째 타입에 속하는 강화복입니다. 원래는 이름 그대로 로더, 즉 우주선의 선적 작업 등에 사용되는 기계지만,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 리플리가 착용하고 나와서 에일리언 퀸과의 결투에서 사용하는 인상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노란색에 검은색 경고 표시가 섞인, 중장비를 줄여놓은 듯한 디자인이라서 기억에 남습니다.
소설 <스타쉽 트루퍼스>는 로보캅의 감독 폴 버호벤에 의해 1997년에 영화화되었는데, 강화복 설정은 사라지고 곤충과 인간의 전투만을 그렸습니다. 전투기, 폭격기, 전차 같은 무기들도 거의 나오지 않고 그냥 보병만 등장해서 전투에 현실감이 없다고도 했고, 당시에는 원작 소설을 모르는 사람들이 ‘스타크래프트의 영화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지요.
제작비 때문인지, CG 기술이 약했던 시대라서 그런지 강화복이 완전히 사라져서 원작 팬들은 실망감을 금치 못했으며, 그것과는 상관없이 흥행 성적도 별로였지만 원작과는 달리 군국주의를 희화화하고 비판하는 메시지만큼은 괜찮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재밌게 본 축에 속합니다.
스타쉽 트루퍼스는 폴 버호벤이 1편을 만든 이후로 3편까지 제작되었지만 거기에서도 강화복은 등장하지 않았는데요, 그 이후 CG로 만든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는 강화복이 등장합니다.
매트릭스 시리즈에는 2편(2003년 5월)과 3편(2003년 11월)에서 APU(Armored Personnel Suit)라는 강화복이 등장합니다. 이것은 탑승형 로봇처럼 보이지만 팔은 인간의 움직임을 따라서 움직이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2009년에는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에서 그의 새로운 강화복을 선보입니다. 일명 AMP, Amplified Mobility Platform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매트릭스의 APU와 유사한 타입의 강화복으로 주인공과 최후의 결전을 벌일 때 악당이 타고 나옵니다. APU와 비슷하다고 해도 어차피 영화 부문 강화복의 조상님인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것이므로 더 나중에 나왔다고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최근에는 인간의 몸에 약간의 외부 장치를 덧댄, 강화복이란 말보다는 ‘강화 외골격’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메카닉들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닐 블룸캄프 감독의 영화 <디스트릭트 9(2009)>에는 외계인이 입던 바이오수트라는 전투용 강화복이 나옵니다. 원래는 인간은 탑승할 수 없지만, 외계인의 혈청에 중독된 주인공은 이것을 입을 수 있었지요. 같은 감독의 작품인 <엘리시움(2013)>에는 최근 실존하는 엑소수트 디자인과 유사한 엑소수트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엣지 오브 투머로우(2014)>의 컴뱃 재킷(Combat Jacket) 역시 강화외골격 타입의 강화복입니다. 이 전투 재킷에는 본체 이외에 서브 암 같은 것에 무기를 달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인 일본 SF 소설인 <ALL YOU NEED IS KILL>의 코믹스 버전에서는 기존의 강화복과 비슷한 디자인이지요.
이제 영화에선 빼놓을 수 없는 강화복인 아이언맨은 최신작들에서는 나노슈트로 입혀지기 때문에 마치 변신 영웅 같이 되었죠. 시리즈 첫 작품에서는 고철로 만든 깡통로봇이 점점 최신 기술로 강화되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강화복은 전쟁을 통해 급속한 발전을 이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의 산물이 전쟁용으로 사용되지 않고 인간의 신체 능력을 강화해서 힘든 작업을 수월하게 만들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생활을 돕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