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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되살아난 26년만의 속편, 베어 너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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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또래들 사이에서 혼자 메가드라이브 유저였던 나에게 자존심이자 자부심이었던 베어 너클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이유는 베어 너클 시리즈 자체가 아케이드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의 이식이 어려웠던 시절, 골든 엑스의 시스템에 파이널 파이트 요소를 담아 가정용으로 출시된 대체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대형 프로젝트로 개발된 2편은 당시 세가의 사장이었던 나카야마 하야오의 “스트리트 파이터 2를 넘어달라” 주문에 더해, 개발진 스스로 스트리트 파이터 2와 그래플러 바키에 빠져있을 때라 1편을 의식하지 않은 채 처음부터 다시 개발되어, 다양한 조작으로 발동되는 풍부한 기술(아예 대전 모드까지 만들었다)과 기본 공격 도중 특수기로 이어가는 캔슬 및 콤보 요소가 도입되었다.

  

또한, 라이벌 기종이었던 슈퍼 패미컴이 보여주는 대단한 게임 스테이지 구성들에 대응하기 위해 대각선 스크롤을 넣었으며, 더블 드래곤에 영향을 받은 박력 넘치는 캐릭터 사이즈, 세가가 북미에서 인기 있었던 만큼, 영업부의 요청으로 그래픽 표현과 댄스 음악의 도입까지 미국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해 콘솔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가지는데 성공한다.

▶ 베어 너클 2는 세가에서 온전히 당시 기획서가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게임이다. 현재 전체 기획서가 공식 공개되어 있으며, 여기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여담이지만 1편의 경찰차가 2편부터 필살기가 된 것은, 대각선 스크롤이 도입되어 구현이 불가능한 이유가 있었다.

결국 베어 너클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시대를 잘 만난 타이틀이었다. 게임이 가지고 있던 장점을 냉정하게 하나씩 뜯어보면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했을 뿐 지금까지 먹힐 수 있는 요소는 많지 않다. 아케이드 게임을 그냥 이식해도 부가 요소가 적으면 혹평받는 2020년에 이같이 시대를 잘 만났던 베어 너클이 다시 등장한들 얼마나 통할지 미지수인 상황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베어 너클 2 3D’의 프로듀서인 오쿠나리 요스케씨에 따르면, 드림캐스트 시절부터 2010년 중반까지도 몇 번이나 베어 너클 4를 만들었다가 폐기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 역시 이 시리즈가 더는 시대에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가는 함께 자라온 팬들에게 기꺼이 IP를 빌려줄 수 있는 회사였고, 프랑스 게임 회사인 닷에뮤는 이미 시릴 임베르트 CEO부터 세가의 고전 게임이라면 환장하는 사람이다. 그동안 고전 게임의 이식과 리메이크를 진행하던 닷에뮤는 세가의 ‘원더보이: 드래곤즈 트랩’으로 창립 이래 최대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다음 세가의 IP 부활을 제안할 수 있게 된 이들의 다음 도전이 오늘 소개할 베어 너클 4다.

▶ 베어 너클 4를 만들 수 있게 된 일등 공신인 닷에뮤의 ‘원더보이: 드래곤즈 트랩’.

그래픽은 다시 한번 리자드 큐브의 원더보이 드래곤즈 트랩 개발팀이 뭉쳤고, 프로그램은 ‘스트리트 오브 퓨리’를 출시하며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을 10년 가까이 연구해 온 가드 크러시 게임즈가 담당했다(엔진 역시 스트리트 오브 퓨리의 엔진을 개량해서 제작되었다).

  

베어 너클 4가 새로운 요소를 조심스럽게 넣으면서 베어 너클 2의 느낌을 최대한 따라가게 된 이유는, 이들에게 가장 베어 너클이라고 인정받은 것이 2편이기 때문이다. 특유의 느린 진행 속도 안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대응과 전략, 플레이어가 적을 잡고 때리면 다른 적이 반대편으로 돌아서 공격하거나, 플레이어의 공격이 닿지 않는 범위에서 리치를 살려 공격하는 등, 격투 게임의 요소가 듬뿍 들어간 전략성이 베어 너클의 본질이라 판단한 것이다.

▶ 양방향 대응과 공격 거리 차이로 인한 전략 요소는 이미 2편에서 확립되었다.

실제 베어 너클 4는 아트 스타일로 신선함을 주되, 게임 구성은 베어 너클 2의 캐릭터 크기부터 이동 속도까지 어떤 것도 바꾸지 않았다. 심지어 스토리마저 딱 전작만큼의 이야기를 넣었으며, 음악도 코시로 유조 등 원작에 참여한 사람들을 참여시켰다.

  

개발팀은 크게 게임 플레이, 음악, 일반적인 흐름까지 절대 바꾸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본격적인 기획에 들어가기에 앞서 세가에서 받은 자료의 검토를 시작으로 과거 인터뷰 내용과 팬들이 제작한 게임까지 모두 뜯어보면서 최우선으로 팬들에게 인정받는 게임이 되기를 원했다. 심지어 자동차가 달려와 벽에 출동하는 등 원작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기획 아이디어까지 세가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구현했을 정도다.

  

이 같은 닷에뮤의 고집은 현재 3년간 개발 중인 윈드 잼머스 2에서도 나타나는데, 원작을 한번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똑같이 구현해보고 그 이후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을 정도로 원작 느낌을 구현하는 것 이상의 집착을 보여주고 있다.

▶ 원래 오리지널 2편에서도 자동차가 실제 배경에서 나와 충돌할 예정이었다.

여기에 가드 크러시 게임즈는 스트리트 파이터 서드 스트라이크의 유명 플레이어가 속해있는 등, 액션과 격투 게임이라면 질릴 정도로 파고든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있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게임의 흐름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창의적인 요소를 넣어야 하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아머 등 대전 격투 게임의 요소를 잔뜩 넣었으며, 이로 인해 베어 너클 4는 액션 게임임에도 하나하나의 시퀀스에 치밀한 대응을 생각해야 하는, 대전 격투 게임으로 즐겨도 괜찮을 정도의 공방이 우수한 결과물이 되었다.

  

적을 공격하고 있으면 다른 적이 뒤를 노리고, 생각 없이 공격하다가는 아머 기술에 당할 수 있다. 심지어 4편에 추가된 적들은 반격기까지 사용하여, 이제는 적 하나하나의 성향도 어느 정도 분석하지 않으면 쉽게 얻어맞게끔 설계되었다. 베어 너클 2 개발진이 초창기 격투 게임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이번 작은 개발진이 달라도 26년간 발전된 격투 게임의 영향을 똑같이 받은 점 역시 흥미로운 요소.

  

이처럼 세가 고전 게임에 열광하고 액션과 격투 게임에 환장한 사람들이 만든 결과, 베어 너클 4는 팬들이 인정할 수 있는 후속작을 내놓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원하게 적을 때리면서 진행하는 상쾌한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을 가볍게 즐기고 싶었던 플레이어에게는 복잡하고 불합리하면서, 답답한 게임으로 다가오게 된다.

▶ 이미 출시 전부터 개발자들은 특수기도 없는 캐릭터로 이처럼 콤보를 만들며 즐기고 있었다.

이번 작이 2편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상황에서 콤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진 부분과 특수기를 사용 후 다시 체력을 공격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벽이나 지면에 부딪혀 튕긴 적에게 추가타를 때리는 바운드, 일정 시간 이내 적을 때리면 한 시퀀스 전체도 이어갈 수 있는 콤보가 쉴 새 없는 공격을 권장하며, 공격의 방법 역시 궁극기인 스타 무브를 비롯하여 공중 특수기가 추가되고, 블리츠 무브에서 특수기로 캔슬도 가능해져 빈틈을 보완할 수도, 공격을 더욱 몰아칠 수도 있게 되었다.

  

  

한편, 적들도 플레이어의 다채로운 공격을 그저 지켜보지 않고 어떻게든 틈을 노려 똑똑하게 공격을 넣는다. 이 같은 적들과의 전략싸움에서 이번 작은 특수기의 적극적인 사용을 대응 측면에서 권장하는 모양새다. 이것은 그만큼 적의 공격이 다채롭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작은 2편의 적보다 플레이어의 틈을 노리는 경우가 더욱 다양해졌다. 근접과 원거리에서 동시에 공격하거나, 종방향으로 적이 잡으러 다가오는 등, 일반적인 눈앞의 대결에만 집중하면 반드시 적의 양동 작전에 당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 상황을 대부분 특수기로 벗어나야 한다. 특수기를 사용하면 체력이 소모되지만, 적을 공격하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특수한 체력 감소 상황이기에, 특수기를 전작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구성이다.

  

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적들에게 대응은 커녕 종방향으로 피할 수도 없는 선착장에서 프란시스의 헌팅 호크 3단 발차기 맛을 영원히 보게 될 것이다. 상의를 탈의한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심드렁하게 발차기를 날리는 노란 신발의 프란시스가 졸개 사천왕 중에서도 최약인 점을 고려하면, 이 게임의 특수기 사용 지분이 얼마나 큰지 이해될 것이다. 그 밖에 타격 공격을 높은 확률로 반격하는 고로는 잡기에 약하며, 방패를 든 머피는 중간에 공격을 특수기로 회피한 후 다시 공격하는 것이 좋다.

  

결국 콤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특수기를 사용하고, 이후 빠르게 후속 공격으로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기본적인 게임 흐름이 된다. 이에 따라 한 번도 데미지를 입지 않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하는 도전과제(트로피) 역시 특수기를 사용한 체력 소모는 데미지로 간주하지 않는다.

▶ 방패를 깨는 하나의 예시. 공격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수비는 물론 특수기로 소모된 체력까지 회복할 수 있다.

2~3시간에 걸친 스토리 모드를 완료하면 본격적으로 게임이 확장된다. 우선 시리즈에서 항상 최고의 난이도였던 매니아 모드의 개방부터 스테이지 선택, 컨티뉴 없이 스토리 전체를 진행하는 아케이드, 연속으로 보스전만 즐기는 보스 러시 및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할 수 있는 배틀 모드까지 다양한 모드가 열린다. 특히,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일정 점수 이상을 달성하면 역대 시리즈의 캐릭터가 모두(4편의 캐릭터를 포함하여 총 17명) 개방되는 요소는 환영하고 싶다.

  

각 캐릭터는 배틀에 어울리도록 적절하게 성능이 튜닝되었지만, 일부 버그 테크닉은 삭제되었으며, 후방 점프나 후진하며 사용하는 블리츠 무브 같은 조작 테크닉도 모두 사라졌다. 아예 3편에 존재하던 게이지 시스템도 사라졌다. 따져보면 4편에 도입할 시 너무 강력한 테크닉들이라 납득할 수 있는 조정이지만, 밸런스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매력을 잃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한편, 제작팀은 동일한 캐릭터라도 시리즈에 따른 차이가 명확하도록 바꾸었다. 예를 들면, 1편의 엑셀은 기본기 리치가 길고 파워가 가장 좋으나 특수기를 사용할 수 없고, 2편의 엑셀은 기본기 리치가 짧지만 딜레이가 크게 없는 대신 일부 특수기에 무적 판정이 없고 평균적인 파워다. 3편의 엑셀은 기본기 리치는 2편 엑셀과 같으나 가장 파워가 낮다. 그러나 모든 특수기에 무적 판정이 있고 대시가 존재하며, 무적 시간은 없지만 종 이동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구르기까지 있어 가장 원하는 대로 공격이 가능한 캐릭터이다. 이렇게 모든 캐릭터를 개방하면 비로소 게임은 내가 원하는 방식의 플레이가 가능하다.

▶ 같은 움직임에 대한 히트 박스 비교. 왼쪽이 4편, 오른쪽이 2편.

이후 도전과제(트로피)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배틀 모드를 추천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총 17명의 많은 플레이어 캐릭터가 있으며, 나는 캐릭터들의 다양한 전략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재미로 앉은 자리에서 7시간을 연속으로 배틀에 빠져들었다.

   

지상 무기 공격은 점프 공격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타격기를 사용한 캐릭터는 일정 시간 잡을 수 없는 등 밸런스 있게 만들어진 구성을 보여준다. 나는 상대와 근접했을 때 스트리트 파이터 5에서 자주 사용하는 테크닉인, 일부러 상대의 공격을 헛치게 유도한 뒤 반격하는 쉬미 테크닉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 근접에서 헛손질하는 상대에게 분노의 잡기 공격을 먹여주자

▶ 시스템을 완벽하게 파악한 두 사람의 대결. 무의미하게 허공으로 날리는 공격은 죽음뿐. 타격 공격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엄청난 심리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야말로 초고수들의 싸움.

그 밖에 게임은 옵션에서 레트로 CRT 필터를 통해 도트 느낌으로 즐길 수 있게 하거나, 옵션 설정에서 레트로 모드를 지원하여 베어 너클 2 당시의 입력 설정으로 즐길 수 있는 레거시 조작 등 최대한 원작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베어 너클 4는 이처럼 원작의 팬들이 만족할만한 구성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오리지널의 제트나 시노비가 그랬듯이, 불합리해 보이는 적과의 공방에서 해결법을 찾는 재미를 거의 모든 캐릭터로 확장한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도 바운드, 공중 특수기, 던진 무기를 잡는 등(심지어 공중에서도 던지고 잡을 수 있다. 공중전에서 중요한 요소) 원작의 플레이 감각을 남겨준 채 새로운 요소들이 게임의 다채로움을 증가시킨다.

  

원작의 모든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색깔만 바뀐 캐릭터들이 점차 많이 나오는 것까지 원작 요소를 따라갈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팬의 입장에서 상당히 납득할 만한 수작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이 대중적으로 만족시킬만한 타이틀이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긍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난이도와 플레이어 인원에 따라 적 능력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적 숫자가 같다는 점이다. 게임의 기본적인 허들을 높게 만든 일등 공신으로, 혼자 즐기는 만큼 쉽게 쓰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적 숫자의 기본 밸런스가 2인 플레이에 맞추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혼자 즐길 경우 상당한 전략 싸움이 필요했다.

  

혼자 매니아 난이도 랭크 S를 달성하기까지 어떤 스테이지는 온종일 스테이지 선택을 반복하며 플레이했을 정도다. 달성 후 성취감은 짜릿했으나, 이 정도까지 혼자 즐길 경우의 허들이 높을 필요는 없었다. 이 게임은 혼자 가볍게 즐기는 사람에게 성취감을 허락하지 않는 게임이며, 성취감을 느끼기까지 어느 정도 고행길이 필요하다.(심지어 이것마저 격투 게임과 같다)

  

물론, 쉬움 난이도로 컨티뉴를 반복하며 클리어해도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문제없겠다. 실제로 내 옆집에 사는 12살 아이는 손에 땀을 쥐며 쉬움 난이도를 열심히 즐겼고, 성취감을 맛본 표정이었다.

  

닷에뮤는 이제 베어 너클 4가 성공하면 시노비, 골든 엑스, 아웃런 등의 또 다른 세가 고전 IP를 되살릴 계획이다. 이미 이들은 원작을 존중하는 자세가 무엇인지 게임으로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제는 보다 대중성을 위해 나아갈 차례이며, 모든 캐릭터가 시원하게 달리는 골든 엑스가 그 돌파구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그때까지 나는 베어 너클 4를 계속 즐기면서 기다릴 수 있다.

글/ 이동헌

▶ 리뷰를 위해 2편을 오랜만에 즐겼는데, 도노반의 대공 공격은 여전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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