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드앤팝콘

병맛과 막장, 풍자까지 모두 담겨있는 하드코어 코미디 영화‘팀 아메리카’. 미국 만만세를 외치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비꼬면서 자기들도 은근 미국 만만세를 외치는 괴상한 작품인데요. 19금 애니 ‘사우스 파크’의 제작자들이 만든 약빤 블랙코미디 인형극, ‘팀 아메리카’에 대해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파리에서 테러리스트들의 폭탄 테러 시도와 함께 시작됩니다. 미국의 세계경찰, 팀 아메리카가 이를 막아내긴 하는데 오히려 파리를 완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죠. 에펠탑 같은 명물들이 다 박살나버립니다. 

이때, 팀의 일원인 카슨은 동료 리사에게 청혼을 하는데요. 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테러리스트 한 명이 벌떡 일어나 카슨을 쏴죽여버리고 맙니다. 슬픔에 잠긴 리사와 팀은 다시 뉴욕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뉴욕에는 새로운 멤버이자 뮤지컬 배우, 게리 존스턴이 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멤버가 추가된 팀 아메리카는 테러리스트들을 처치하며 작전을 수행해나갑니다. 그 와중에 리사는 죽은 옛 애인 카슨에 대한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지만, 게리에게도 끌리게 되는데요. 게리는 리사에게 자신은 절대 죽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둘은 뜨겁게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되죠. 

그러다 몇몇 헐리우드 배우들이 자신들이 바로 팀 아메리카와 대결을 펼쳐온 테러리스트 단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데 사실 그 뒤에는 이들의 리더, 북한의 김정일이 있습니다. 김정일과 헐리우드 배우들로 이루어진 테러리스트 단체는 결국 수천 명의 사람들을 죽이는 테러를 일으킵니다.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 팀 아메리카는 해체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하지만 게리와 리사, 그리고 팀 아메리카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북한으로 향하고, 김정일 궁전에서 팀 아메리카와 김정일의 한판 승부가 벌어집니다. 

‘팀 아메리카’는 제작비가 저예산급이었지만 흥행 또한 좋지 않았는데요. 개봉당시 나름 화제성이 높았고, 막장스러운 내용으로 매니아층을 확보했지만 대중적인 성공까지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저질스러운 개그가 주를 이루다보니 평론가들의 평가도 극단적으로 갈리는데요. 영화속 풍자를 높게사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냥 저질 쓰레기 영화로 취급하는 이들 또한 많습니다. 

‘팀 아메리카’를 만들게 된 계기 또한 비범한데요. 제작진이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투모로우’ 개봉 전 미리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게 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제작진은 ‘투모로우’가 흥행 대박은 나겠지만 스토리 자체는 쓰레기라 생각해 똑같은 내용으로 인형극을 만들어 같은 날에 개봉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만류로 포기하고 미국 영화들에 깔려있는 미국 만만세를 비꼬는 ‘팀 아메리카’를 만들게 된 것이죠.

제작진이 영화사 파라마운트에게 처음 촬영분을 보여준 날에 파라마운트를 충격에 빠뜨린 일이 있었는데요. 제작진은 일부러 허접하게 만든 인형들과 배경으로 찍은 장면들을 보여주었고, 파라마운트의 임원들은 패닉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임원 중 한 명이 “저 녀석들이 우리에게 XX 엿을 먹였어!”라고 소리 지르며 절규하기 시작했다는데요. 

하지만 곧이어 영화의 장면이 전환되고 정상적으로 촬영한 장면들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제작진이 영화사에게 장난을 치고 싶어 특별히 만든 장면이었지만, 의외로 맘에 들어 실제 영화의 오프닝 장면으로 그대로 사용하게 됐죠. 

영화에는 마블 시리즈의 닉 퓨리 국장으로 유명한 사무엘 잭슨을 비롯한 여러 명의 연예인들이 인형화되어 등장하는데요. 이들 중에서는 허락을 받고 출연시킨 배우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뛰어난 연기력과 여성편력으로 유명한 배우 숀 펜은 자신의 인형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보고 격분해 제작진을 고소하겠다 협박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마션’ 등으로 유명한 배우 맷 데이먼의 인형 또한 출연하는데, 이는 허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 맷 데이먼의 캐릭터는 똥멍청이로 등장하는데요. 원래는 똑똑하고 멋진 캐릭터로 출연시킬 예정이었지만, 인형이 바보 같은 모습으로 제작되어 그냥 바보 캐릭터로 수정했다 합니다. 

영화에 사용된 모든 인형들은 머리만 다르고 몸통은 남녀 구분만 있는 단 2개만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오직 김정일 인형만이 특수제작된 몸을 사용했다 합니다. 김정일 특유의 체형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하는군요. 

비록 인형들의 몸뚱아리는 대충 때운 듯 하지만 의외로 세트장에는 심열을 기울였는데요. 총 100개가 넘는 세트장이 제작되었다 합니다. 촬영 자체도 상당히 힘들었다 하는데 제작진은 영화 개봉 3일 전까지 매일 17시간씩 작업을 했다 밝히기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