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의 국룰 어긴 이단아! 환상의 이중포신 중전차

조회수 2020. 3. 30. 1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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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전의 왕자 전차. 전세계의 엔지니어와 전차 설계자들이 마음껏 설계했던 궁극의 전투 머신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에서의 활약은 좌절되었죠. 하지만 게임 속에서는 안 되는 게 없는 법! 바로 워게이밍넷의 ‘월드 오브 탱크’(이하 월탱)에 지난 1월 업데이트된 ‘이중 포신 전차’가 그것입니다. 월탱 유저들이라면 꼭 한번 몰아봐야 할 이중 포신 전차, 이 괴물과 비슷한 슈퍼 웨폰들을 이번 기획에서 풀어보겠습니다.

땅을 박차고 달리는 육상전의 ‘이단아’들

1916년, 기나긴 전선의 참호를 사이에 두고 지난한 교착상태에 빠졌던 1차 세계대전의 전장 한가운데에서 등장한 전차는 한 국가의 모든 생산역량이 집중되는 전시상황의 수혜를 받으며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보다 강력한 엔진, 보다 두터운 장갑, 보다 파괴적인 화력의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전차가 계속해서 생산되었고, 그러한 전차의 발전은 2차 세계대전에 이르러 극한까지 치달았죠.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설계의 전차도 있었다는 것 같지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전차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는 바로 이것입니다(사진은 영국의 마크IV 전차)

공업 생산품이란 것은 상상력 풍부한 디자이너의 설계와, 현실적인 제작능력을 감안한 생산과의 밸런스로 만들어지는 산물입니다. 그런데 디자인 단계에서의 상상력이 ‘폭주해’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기발한 녀석들이 돌출하듯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죠. 전차의 역사에서도 예외가 없습니다. 사실, 이 기획에서는 상상력의 폭주니 어쩌니 하며 가볍게 쓰고는 있지만 당시 전차를 디자인하는 설계자들은 진심이었을 겁니다.

  

전차의 역사에서 어떠한 ‘괴물’들이 탄생했는지, 그 면면을 한번 봅시다.

기본 전차 사상의 ‘국룰’을 벗어난 이단아, 다포탑 전차

전차라는 차량의 기본을 단어에서 한번 봅시다. 원래 일종의 ‘위장물’인 물탱크처럼 보이도록 했다 해서 ‘탱크’라는 이름이 익숙하긴 하지만 독일어 전차가 그 뜻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2차대전 독일군 전차들의 제식 명칭에 예외없이 들어가는 Pz.kpfw.는 ‘Panzerkampfwagen’의 약어입니다. 장갑+전투+차량이라는 말이죠. 전쟁에서 전투를 수행하기 위한 차량인데, 여기에 적의 소화기나 포탄 등을 적절히 막을 수 있는 장갑을 두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 제 나이 또래의 아재들에게 세계 최강 전차는 바로 이거죠. 전장의 호랭총각!
▶ 전차 역사 속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찌메리트 코팅을 두른 티거의 포탑 위에 올라앉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차 에이스, ‘미하일 비트만’.

우리가 알고 있는 전차의 모습은 차체와 차체 양쪽의 여러 개 바퀴를 둘러싸고 있는 무한궤도(캐터필러라고 보통 하죠). 그 위에 동그랗거나 네모나거나 하는 회전 포탑이 있고 포탑에는 커다란 대포가 달려있습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수많은 전차가 진화와 퇴보를 거듭하면서 정해진 모습입니다.

  

그런데, 보다 보면 이상한 실루엣의 전차들이 등장합니다. 포탑이 여러 개 있는 게 그것입니다. 이른바 ‘다포탑 전차’인데요(다보탑 아닙니다 ㄷㄷㄷ;). 차체 중량 한계까지 될 수 있는 대로 포탑과 포를 여러 개 탑재하는 개념이에요.

  

한 차량에서 확보할 수 있는 공격력을 최대한 높이면서 회전포탑이 여러 개임에 따라 그만큼 공격 시야가 넓어지는 이점도 꾀한 전차가 바로 다포탑 전차입니다. 이 다포탑 전차의 사례들은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는데요, 전차 매니아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을 대표적으로 꼽아보자면 소련의 T-35와 독일의 다포탑 전차 Nb.Fz Neubau Fahrzeug을 들 수 있겠습니다.

▶ 러시아의 T-35 다포탑 전차의 위용, 마치 육상의 전함이라고 해도 될 법한 실루엣입니다
▶ 이러한 이단아 격 전차들은 그 독특한 모습 덕분에 모형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죠(독일의 Nb.Fz 다포탑 전차 1/35 스케일 모형)

Nb.Fz는 주포탑 1개에 부포탑 2개 해서 총 포탑 수 3개, T-35는 주포탑 1개에 부포탑이 무려 3개(…)짜리 전차인데, 육중한 차체에 많은 포탑과 대포, 기관총 등으로 인해 모양새는 그럴싸하지만 거의 실전까지는 투입되지 못할 정도로 쓸모없는 녀석들이었다고 합니다.

  

산업화, 공업화가 절정에 달한 20세기 초반, 드레드노트니 거함거포주의니 하는, 해상의 왕이었던 거대전함을 육상에도 옮겨오고 싶었던 일부 사람들의 망상의 산물이 아니었을까요?

▶ 진성 밀리터리 오타쿠 출신(?)으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오리지널 창작 다포탑 전차입니다. 그 이름도 무려! ‘악역 1호’. 이것 역시 모형화되었죠? (한국에도 정식 수입중(…))

얼티메이트 파워를 꿈꾼 이단아, 열차포

전차계의 이단아는 이것뿐이 아니었습니다. ‘열차포’라는 녀석을 빼놓을 수는 없지요. 사실 이걸 전차로 봐야하나 하는 반론이 있겠지만서도(야포의 범주에 넣어도 무방하겠죠), 어디까지나 이동 가능한 포 달린 녀석이고 진짜 변종 중 하나이니 흥미 차원에서 언급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열차포는 말 그대로, 레일 위에서 달리는 궤도차량에 큰 대포를 하나 떡 얹은 놈입니다. 그런데 이 대포의 스케일은 전함의 주포를 간단히 넘어서는 엄청난 녀석인 거죠. 보통 전함의 14인치나 15인치(구경 약 380mm) 주포를 견디면서 이를 마음껏 쏘아댈 수 있으려면 필요한 하부 구조물의 덩치는 어마어마한 수준.

▶ 열차포는 생각보다 많은 나라에서 상당히 많이 운용했다고 합니다. 군인들의 철모를 보니 영국군 운용 열차포인 듯하네요.

여기서 잠깐, 역사 상 가장 유명한 열차포인 독일 ‘구스타프’의 제원을 약간만 들여다보겠습니다.

  

무게: 1,350ton

포 길이: 32.5m

포탄 무게: 7ton

최대 사거리: 47km

운용 인력: 250명(포 조작 only), 철도 설비 관리, 호위 등 총 인력 대략 3,000명 이상

  

음… ‘이런 미친$&%#!’이란 비명이 절로 나오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이 구스타프라는 괴물은 정말 실전에 투입되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고 하죠. 바로 소련군의 철벽요새 ‘세바스토폴’을 무너뜨리기 위한 공략전에 이 구스타프가 실제로 참전했었습니다.

▶ 지상 최고, 최강의 ‘바보 병기’라고 해도 될 구스타프의 모습. 입을 다물기 어려운 위용입니다.

굳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실 이런 엄청난 비효율적인 병기가 그렇다면, 실제 전투에서는 효과가 있었을까요? 아주 약간 있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아주 약간 말이죠. 무려 47km를 날아서 바닥에 때려박는 7톤의 포탄이 줄 어마무시한 파괴력에 걸맞게, 세바스토폴의 각종 시설을 파괴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인간들의 저항까지는 꺾지 못했습니다.

  

전투의 결과만 보면 결국 독일군이 세바스토폴 요새를 함락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독일의 대규모 포격을 대비해 요리조리 숨어 병력을 유지한 소련군의 결사항전으로 독일측이 예상했던 진격속도는 크게 늦춰졌고 그만큼 번 시간은 결국 최종적으로 소련에게 승기를 가져다 주게 되었다는… 

▶ 실전에 투입되었다곤 하지만 초라한 활약만을 보인 채 이렇게 노획되는 신세가 되었던 겁니다.

도면 속에서만 남은 이단아, 다주포 전차

드디어 본 기획의 주인공인 다주포 전차입니다. 앞으로는 이중 포신 전차라고 부르도록 하죠. 물론 앞서 설명드린 다포탑 전차에도 여러 개의 포가 하나의 전차에 탑재되어 있고, 포신이 여러 개인 대공포를 탑재한 차량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다주포 전차라고 한다면 버젓이 ‘주포’라고 부를 만한 물건이 두 개 이상 하나의 포탑에 탑재되어야 하겠죠.

▶ 아마도 이중 포신 전차라고 할 때 딱 떠오르는 녀석은 이거일 지도? (그림은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61식 전차입니다^^)

다포탑 전차와 열차포는 실제 설계, 제작도 되었었고 일부 실전 참가 기록도 있는 이단아들이지만 이 이중 포신 전차는 설계도만 존재할 뿐, 실제로 제작된 적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물론 만들어진 적이 없으니 실전 참고도 없죠.

▶ ST-II의 블루프린트라고 합니다.

유일하게, 2차 세계대전이 지나간 후 현대에 와서야 비로소 제작된 이중 포신 전차가 있었습니다. 그걸 해낸 나라는 바로 패전을 딛고 일어선 독일. 전후 걸출한 ‘레오파르트’ 전차를 탄생시켜 다시금 전차 선진국으로의 면모를 보여줬던 독일이 이 이중 포신 전차를 되살리려는 노력을 했었고, 실제로 Versuchstrager 1-1, 1-2 등의 시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 1-1의 자료사진. 회전형이 아닌 고정 포탑의 양 끝단에 주포를 배치했군요. 이 정도면 전차라기보다는 자주포가…?

1970년대 계속된 설계보강과 개량을 통해 이중 전차를 실전에 배치하려고 부던히도 노력했지만 결국은 실전 배치에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출력, 기동성, 화력, 방어력, 승무원의 생존성 등 수많은 요소들이 모두 밸런스를 가져야만 비로소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섬세한 병기 전차. 하나의 차체, 하나의 포탑, 하나의 쭉 뻗은 주포. 전차의 ‘스탠다드’가 왜 그렇게 이루어졌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환상’의 이중 포신 전차는 월탱에서 만나보자

그 동안 장차륜 차량 등 기본 전차 포지션에서 꽤 벗어난 차량들을 많이 넣어 전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월드 오브 탱크에 또 신선한 아이템인 이중 포탑 전차가 업데이트된 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습니다.

  

작년 9월경의 개발 노트에서 이 이중 포신 전차 도입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 바 있었는데요(페이퍼 전차로 그친 탓에 개발 진행에 어려움 등), 그러한 지난한 개발, 테스트 과정을 거쳐 드디어 1.7.1 업데이트에서 도입된 이중 포신 전차는 소련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현실을 반영한 것인데 실제 대전 기간 중에 이중 포신 전차를 설계도면까지 남긴 곳은 소련이기 때문입니다.

▶ 전차의 매력은 주포에서 나온다, 그래서 쌍 주포가 멋있을 수밖에 없는 것!

7단계 KV-3에서부터 기술개발을 통해 8, 9, 10 세 단계로 각각 만들어낼 수 있는 전차는 IS-2-II, IS-3-II, 그리고 ST-II입니다. 일단 세 전차 모두 중전차 테크트리에서 주포 하나가 더 추가된 형태이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도 2배 이상 강화된 펀치력이 제일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죠.

  

보통 전차들과 달리 주포가 하나 더 있으므로 총 세 가지 사격 시스템이 들어가는데, 이것을 상황에 따라 어떻게 능숙히 바꿔가며 쓰느냐에 따라 실력이 나뉠 수 있겠죠. 순환(일반) 사격과 순차 사격에 큰 차이점이 없어 보이지만, 초탄과 2탄, 3탄을 동일한 시간 간격으로 발사하느냐, 초탄과 2탄, 3탄과 4탄 사이에 보다 더 긴 텀이 발생하느냐는 큰 차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두 가지 사격 방식은 이중 포신 전차의 운영의 묘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사격 방식인 일제 사격. 공격력 440의 122mm 주포 2문에서 동시에 터지는 파워(마지막 티어 ST-II의 경우)는 무시무시합니다. 화력 vs 화력의 대결이 주로 펼쳐지는 최고 티어들의 대결에서 이점이 있을 수밖에 없죠. 문제는 약한 장갑. 그리고 느린 차량 이동속도와 더 느린 포탑의 회전속도. 오직 숙련된 플레이어들만이 이중 포신 전차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한방에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는 쾌감이!

월탱에 이중 포신 전차로 등장한 세 모델, IS-2-II, IS-3-II, ST-II 모두 역사적으로 최강의 소련군 전차였던 IS 전차로부터 파생된 차량들답게 엄폐에 유리한 낮은 차체, 매우 좋은 파워, 남들보다 2배 좋은 파워와 공격력에 녹록치 않은 방어력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비록 설계단계에서 끝나 전차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실제 전투에서 활약했었다면 어떤 흥미진진한 무용담을 남겼을지, 월탱에서 이중 포신 전차에 탑승해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 최강 티어 이중 포신 전차, ST-II의 실루엣을 보면 바로 도망쳐야 하겠습니다

글/ 베이더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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