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맛은 정말 좋다! 엑소스 히어로즈
라인게임즈가 오랜만에 신작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우주가 개발하고 라인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엑소스 히어로즈'가 바로 그것이죠. 출시 전부터 특유의 그래픽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게임인데요, 가볍게 즐겨봤습니다.
보기 좋다! 진짜로!!
'엑소스 히어로즈'의 세일즈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그래픽입니다. 우주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탈 모바일급 비주얼 아트를 추구한다.'라고 했는데요, 그게 과장되지 않았다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들의 움직임도 좋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컷신에서의 움직임은 TV 애니메이션을 보듯 자연스러웠고, 전투에서도 역동적인 카메라 연출과 더불어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캐릭터를 얻을 때마다 그 캐릭터의 강함이 어떤 지보다는 어떤 액션을 보여줄지가 더 기대될 정도였죠.
특히, '엑소스 히어로즈'는 단순히 그래픽 퀄리티만 좋은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져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작은 캐릭터가 되어 돌아다니는 '월드'가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데다가 어디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수월하며,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요소도 있어 은근히 집중하게 되는 콘텐츠였거든요.
여러분이 무엇보다 보는 맛을 중시하는 플레이어라면, '엑소스 히어로즈'에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을 들여도 아깝지 않은 스토리 콘텐츠
'엑소스 히어로즈'는 수집형 RPG인 만큼, 캐릭터들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서 캐릭터들의 그래픽, 움직임이 겉으로 보이는 매력을 살려준다면, 스토리 콘텐츠를 통해서는 캐릭터 내면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죠.
메인 스토리는 트레저 헌터 '제온'이 우연히 찾게 된 유적에서 고대의 비공정과 봉인된 용 '비트루'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위기에 휘말리다가 동료의 힘으로 극복하는 왕도적인 구성을 보여주지만, '제온'이 다른 캐릭터의 사정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성격인 탓에 의외의 장면이 종종 나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메인 스토리 중간중간에는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이드 스토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사이드 스토리는 '제온'과 직접적으로 엮이는 캐릭터에 대한 것도 있고, '제온'이 어떤 사건을 겪고 있을 시점에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이드 스토리는 메인 스토리와 연관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장은 '이걸 왜 보여주는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면 '아 그 캐릭터가 이 캐릭터였구나' 혹은 '그게 이것과 관련이 있었구나'하며 납득하는 때가 옵니다. 즉, 플레이어가 스토리와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모바일 게임에서 스토리를 스킵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굳이 볼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뻔한 이야기를 길게 늘여 놓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엑소스 히어로즈는 몰입하면 몰입한 만큼 보상을 해주는 느낌입니다. 물질적인 보상은 없었지만, 스토리를 보는데 들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너무 불편해!
'엑소스 히어로즈'는 그래픽만 보고 혹해서 게임을 깔아보는 유저도 꽤 있을 정도로 보는 매력은 확실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보이는 것에만 너무 집중한 탓인지 편의성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엑소스 히어로즈'에서는 '제온'과 동료들의 행동 거점인 비공정이 다양한 콘텐츠로의 연결 창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공정에서 캐릭터 육성, 팀 편성, 캐릭터 영입, 제작, 퀘스트 진입 등 다양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연결 창구'라는 역할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어디서 뭘 하든 무조건 비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게 상당히 불편합니다.
불편함은 초반에 접하는 메인 스토리에서 두드러집니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도중에 적 속성 정보에 따라 팀 편성을 한다고 해봅시다. 메인 스토리 진입 화면에서 적 정보를 확인하고 바로 팀 편성이 가능한 게 일반적이지만, 엑소스 히어로즈는 비공정으로 가서 팀 편성을 한 뒤에 다시 월드맵으로 나가 메인 스토리에 진입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팀 편성을 해야 하는 게임은 처음이라 꽤 당황했습니다.
수집형 RPG에서는 스테이지마다 추가 보상을 주는 미션을 부여하는 경우도 많은데요(흔히 별 세 개 달성 미션이라 부르는), '엑소스 히어로즈' 역시 그런 미션이 존재합니다. 근데 메인 스토리 진입 화면에서는 적의 속성 정보와 팀 구성을 알려줄 뿐, 미션 조건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보통은 '브레이크하라!(적의 약점 속성으로 공격하라!)'가 대부분이라 속성을 맞춰가면 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특정 캐릭터를 팀에 편성', '노 브레이크'가 조건으로 걸려있는 경우가 있어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팀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게 그렇게 어려웠는지, 미션이 뭔지 미리 알려주는 게 그렇게 어려웠는지 궁금합니다.
메인 스토리 진행 외에도 자잘한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앞서 비공정이 연결 창구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막상 게임에 처음 접속하면 보여주는 화면은 '월드'입니다. 월드에서 할 수 있는 건 메인 스토리 진행이나 탐색, 도전 콘텐츠 진입 정도고, 캐릭터 육성과 팀 편성, 제작, 친구 관리, 보유 재화 확인 등은 모두 비공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게임에 접속하면 비공정을 먼저 보여줘야하는 게 아닐까요? 왜 굳이 월드에서 시작해 비공정으로 진입하는 과정을 거쳐야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각종 콘텐츠에 진입하는 과정도 바로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월드맵에서 비공정으로 이동하려면 비공정이 날아오는 장면으로 넘어간 뒤에 비공정 화면이 나오고, 비공정에서 각종 콘텐츠에 진입하려면 진행 장소로 캐릭터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정을 보여주는 게 나쁜 건 아닙니다. 그리고 엑소스 히어로즈처럼 그래픽적으로 많이 준비했으면 다 보여주고 싶을 법도 하죠. 그래도 원하는 콘텐츠를 바로바로 하고 싶은 플레이어에게는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불편함이 더욱 와 닿는 이유는 엑소스 히어로즈가 정식 서비스 이전 FGT와 CBT를 진행하며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피드백을 반영해 게임을 담금질해왔다고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플레이를 해보면 바로 느낄 수 있는 불편점에 대해 지적한 유저는 아무도 없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테스트에 참여한 유저들의 피드백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편의성만 개선되면
오랫동안 즐기고 싶은 게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용이 좋으면 겉모양도 반반하다는 뜻이죠. 특장점으로 내세우는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과 매력적인 캐릭터, 스토리는 확실하게 챙기고 있으니, 엑소스 히어로즈는 '보기 좋은 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보기 좋은 떡'이 접시에 담겨있는 게 아니라 무슨 호리병에 담겨있는 느낌입니다. 호리병을 거꾸로 들고 탈탈 털어야 하나씩 떨어지는 그런 거죠. 맛은 있으니까 먹고는 싶은데 편하게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먹을 사람은 먹겠습니다만,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죠. '보기는 좋은데 먹기 어려운 떡', 이게 딱 지금의 '엑소스 히어로즈'입니다.
보기 좋은 떡을 보다 많은 사람이 먹기 좋게 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그릇을 바꾸면 되죠. 그리고 손으로 집어먹든 젓가락으로 집어먹든 손님이 알아서 할 수 있게 해주자고요. 그러면 단골이 되는 유저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적어도 저는 그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