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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4 경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조회수 2019. 11. 18. 18: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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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물건이다. 돈 자체야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지만 그 종이 쪼가리가 가지고 있는 교환의 가치는 인간의 삶 자체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MMORPG 역시 인간들이 이뤄가는 가상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쓰이는 재화들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재화를 얻고 쓰는 것 역시 인간세상의 그것과 형태는 달라도 그 본질적인 의미는 똑같다.


경제활동의 원칙 즉 쉽게 많이 버는 지극히 단순한 이 원칙은 게임세계에서는 주로 거래소를 통해 이뤄진다. 거래소에 자신이 보유한 유니크한 아이템 혹은 수요가 많은 아이템을 판매해 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MMORPG는 거래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거래소를 운영하는 방식은 차이를 가진다. 

거래소 운영 방식은 게임마다 차이가 있다. 사진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경매장



대부분의 모바일 MMORPG의 거래소는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거래소가 운영된다. 상한가와 하한가가 설정되어 있어 유저들은 그 안에서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 모바일 게임들이 많다. 이는 과거 자율적으로 가격 책정을 풀었을 때 많은 문제가 발생한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 시스템의 붕괴는 게임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사의 적극적인 개입을 불러왔다.


V4의 자율경제정책은 자율이 아니다?


1970년대 장기불황으로 등장한 것이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는 쉽게 말해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민간의 자율적인 판단으로 시장을 움직이겠다는 것으로 비효율적 국영기업의 민영화, 노동의 유연성 확보, 복지예산의 축소 등을 골자로 한다. 물론 지금의 신자유주의는 실패한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민영화와 노동 유연성 확보는 빈부의 격차를 극단적으로 넓혔고 원하던 장기불황의 해소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대표하는 대처리즘. 출처-한국경제



V4가 전면에 내세운 자율경제는 말만 들었을 때는 신자유주의와 그 맥락이 같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대부분의 모바일 MMORPG가 가격을 통제함으로써 경제체제를 유지하는 것과는 다르게 가격을 유저가 결정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정세력 특히 길드에 의해 경제가 통제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 일부 길드의 경우 서버내 유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특정아이템을 싼 가격에 내놓은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물론 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숭고한 정신으로 받아들여 지는 사례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시세를 정하는 것에 국가 즉 운영진의 개입이 없다는 것은 거대 길드가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경제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다.


여기 까지만 보면 과거 리니지의 ‘정탄경제’가 오버랩 된다. ‘정탄경제’란 리니지에서 생활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정령탄의 독식에서 오는 폐해를 뜻한다. 무기에 바르면 공격력이 2~3배 증가하는 정령탄은 리니지의 필수품이다. 그런데 이 정령탄은 상점에서 팔지 않고 제조 캐릭터에게서 구입해야 했다. 가격 역시 유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아주 자율적인 구조였다. 이렇게 되자 거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이 정탄의 시세를 좌우하기 시작했다. 자연히 정탄의 가격은 올랐고 초보 유저나 자본이 많지 않은 서민유저들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다. 정탄이 공격력에 도움을 주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거대자본 유저들과 정탄도 살수 없는 영세한 유저들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당연히 특정 거대혈맹은 서버 전체를 통제하며 전횡을 일삼기 시작했고 경제 건전성의 붕괴는 결국 독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리니지2 개인상점. 유저들은 시장에 좌판을 깔아놓고 물건을 사고 팔았다



따라서 V4 역시 가격자율화로 인해 특정 길드가 서버를 장악하는 일이 벌어질 우려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V4는 앞서 언급한 리니지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


신자유주의 같아 보이지만, V4는 경제구조 자체가 신자유주의와는 멀다. 오히려 국가가 적극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 경제와 가깝다 할 수 있다. 일단 1대1 거래가 없어 특정 유저 혹은 길드가 막대한 부와 권력을 손에 넣는 것이 어렵다. 정탄을 유저와 1대1 거래로만 살 수 있고 거기에 가격 책정까지 모두 일임한 결과로 부가 집중됐듯이 독점세력의 등장은 현실에서나 가상에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V4는 1대1 거래가 없기 때문에 이런 폐단을 사전에 방지했다.

V4 거래소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가장 기본적인 생필품, 그중에서도 소모성 아이템은 철저하게 게임내 상인에게서 살 수 있게 한 점이다. 가장 많이 소모되는 생명력, 정신력 물약은 거래소에 올릴 수 없으며 게임내 상인에게서만 구매하도록 했기 때문에 유저의 기초적인 생활은 보장했다. 물론 각종 주문서는 거래소에서 취급하지만 주문서는 물약처럼 소모성 아이템이 아닌 한번 사용하면 그 효과가 지속되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그 의미는 다르다. 물약은 없으면 당장 죽을 수 있는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반면, 주문서가 없다 해서 몹을 못 잡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 물약은 상인을 통해서만 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아이템을 필드에서 구할 수 있는 점과 골드를 레드젬으로 교환 할 수 있게 만든 점도 V4의 경제시스템이 마냥 자유롭지만은 안다는 점을 시사한다.


누구라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라는 것은 특정 기술을 가진 자에 의한 시장독점을 방지해 주며 골드를 레드젬으로 바꿀 수 있게 한것도 현질을 하지 않아도 게임을 계속하면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남겨 뒀기 때문에 거대 자본에 의한 잠식을 어느정도 막아주고 있다.



개입과 자율 적절한 선이 중요하다


결국 V4는 거래소 내의 가격만 자유로울 뿐이지 기본적인 경제시스템은 운영진이 적극 개입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시스템 안에서도 격차는 나타날 것이다. 그건 어떤 경제체계 아래에서도 발생하는 것이며 그러한 격차가 게임을 더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다만 잘못된 방식으로 행해지는 부의 쏠림 현상이나 권력이 집중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 V4는 특정 유저만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래소 내에서는 최대한 자유를 부여하되, 절대 독점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개입한 모습은 상당히 많은 고민과 생각에서 나온 경제시스템인 듯하다. 앞으로 더 다듬고 세밀한 부분까지 어루만지는 시스템으로 V4만의 확고한 경제철학이 확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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