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잡캐가 최강캐 먹는 게임

조회수 2019. 9. 30. 11: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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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게이머의 고군분투 돈벌이 외길

판타지 소설이 유행하기 시작하던 즈음에는 드래곤과 용사의 모험을 그리는 기본적인 형태의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마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역발상으로 흐르기도 했고, 현실의 고등학생 등의 평범한 인물이 판타지 세계로 흡수되어 벌이는 활극을 그리기도 했다.

그 중 게임 판타지라는 세부장르는 판타지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과의 경계를 넘나들며 꾸준히 인기를 얻어 왔는데, 이런 한국의 게임 판타지 소설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달빛조각사'다.


무려 2007년부터 공식 출간되어 올해가 되서야 58권이라는 엄청난 분량으로 완결을 맞은 이 작품은 남희성 작가가 13년간이나 필력을 쏟아부은 게임 판타지 소설계의 고전 같은 작품. 연재 시작 당시까지만 해도 비주류였던 게임 판타지를 메이저급으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라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최근 송재경 대표의 XL게임즈를 주축으로 이 '달빛조각사'를 소재로 한 동명의 모바일게임이 사전등록을 시작했고, 다음달인 10월 10일로 출시일을 확정했다. 무려 250만 건을 돌파한 사전예약으로 유저들의 관심은 입증된 바 있다.

작품 속 게임이자 '달빛조각사'의 소재가 된 게임이기도 한 가상의 온라인게임 <로열로드>의 많은 부분을 따왔다고 하는데. 작품 속의 <로열로드>는 대체 뭐길래 10년 넘는 연재기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 올 수 있었는지 되짚어 본다.


꾸메드림 가상현실
체험형 게임

<로열로드>는 게임 전용 캡슐을 통해 접속하는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이다. 이 캡슐은 무려 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물건이지만 작중에서는 75% 이상의 한국인이 게임을 하고 있다고 나온다(비현실적이다). 뭐 PC방 개념으로 캡슐을 대여하는 형태의 서비스도 대중화되어 있을 듯(월정액이 30만원을 호가한다고 하니 더더욱 그렇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층까지 다양한 유저 연령대가 포진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실제 현실과 흡사한 감각과 공간 구현 덕분에 <로열로드>를 게임으로서가 아니라 휴양지나 여행용으로 즐기는 이들도 꽤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말하자면 '소드 아트 온라인'이나 '유레카'에 등장했던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과 흡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직접 공간으로 빨려들어가 플레이를 하는 게임이란 언제나 유저들을 유혹하는 소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주인공은 요리 스킬과 조각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실제 현실세계의 기술 습득과 게임 내에서의 기술 습득이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반 스킬뿐만 아니라 전투 스킬도 마찬가지인데, <로열로드>플레이를 위해 익혀 둔 검술과 격투술이 실제로 게임에 도움을 주기도 하며 반대로 게임 내 전투 경험이 실생활에서 활약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최강의 잡캐 나가신다

하지만 주인공 이현(닉네임: 위드)은 매일같이 가난과 전투를 벌이는 가장이다. 녹록치 않은 빈곤 속에서 어떻게든 할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현, 유일한 취미생활은 '마법의 대륙'이라는 상당히 오래된 게임이었다.

이현은 파티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고 혼자 묵묵히 커서 온갖 몬스터를 때려잡는 '솔플러' 성향이었는데, 다른 유저와 전혀 교류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꽤 유명한 네임드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이현은 계정을 경매 사이트에 올리게 되는데... 이 계정이 무려 30억 9900만원에 팔리게 된다.


하지만 사채빚을 갚느라 30억을 빼앗기다시피 써 버리게 되고, 9,900만원만 남은 상황에서 이현은 게임으로 돈을 벌어 보기로 마음먹는다. 

아직 고등학생인 여동생을 어떻게 해서든 대학까지 보내겠다는(심지어 장기매매를 생각하기도 한다) 일념과 할머니를 잘 봉양하겠다는 극진한 효심에 힘입어, 무려 1년 동안이나 <로열로드>로 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위드의 이상하고
별스러운 모험

1년간 온갖 무술을 단련하는 동시에 게임 <로열로드>에 대한 정보와 공식 사이트, 포럼에 올라와 있는 공개된 사항들을 완전히 숙지하는 데 성공한 이현은 드디어 <로열로드>에 접속하게 된다. 


시작부터 돈벌이를 시작했을 거라고 보면 오산인데... '위드'라는 캐릭터로 새롭게 태어난 이현은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수련관에서 허수아비를 팬다.

허수아비를 한달 동안 패며 교관 NPC와의 친밀도를 획득해 도시락을 얻어먹질 않나 기사단 병사들을 지휘하는 데 성공해서 명성을 획득하질 않나(이들은 나중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게임 유저라고는 절대 눈을 아무리 씻어도 그렇게 봐줄 수 없는 플레이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 소설의 내용이다.

소설의 제목이 '달빛조각사'이기 때문에 조각사라는 직업은 주인공의 숙명 같은 것인데... 사실 위드는 조각사가 될 마음이 정말 일원 반푼어치도 없었다. 조각이라는 스킬 자체가 그냥 상상만 해 봐도 알 수 있듯이 전투에는 일절 쓸모가 없는데다 조각품도 장식품에 지나지 않을 테니 돈 끌어 모으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하지만 일련의 운명적인(...) 과정을 거쳐 위드는 조각사로 전직하는 데 성공(?)하고, 이후 본연의 목적인 "돈 벌기"와 성장을 거듭하며 온갖 잡스킬을 익히게 된다. 특히 초반에 수리 스킬을 올리기 위해서 장비를 자기 손으로 부순 다음 수리하고, 그걸 다시 부순 다음 수리하는 건 어쩐지 장비 노가다를 하던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이렇게 온갖 잡스킬은 다 올린 조각사 위드는 일반 유저들에게는 상당히 무시를 받기 일쑤였다. 위드는 천성이 솔플러인지라 우연히 만난 파티를 제외하고는 파티 사냥을 하지 않았고, 친하게 지낸 인물조차 죄다 NPC(....)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수련관에서 1개월이나 허수아비를 친 성과를 비롯해 지난 1년간 갈고 닦은 체력과 무술 실력을 십분 발휘한 결과 직업을 뛰어넘는 강력함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주인공 위드는... '최강'의 '잡캐'인 것이었다.


안선생님
돈이 벌고 싶어요

게임 <로열로드>의 가장 큰 특징은 엄청난 자유도라고 할 수 있다. 최초 접속 시에 인게임 기준 한 달간은 시작 도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제약 말고는 행동에 있어서 제한은 아예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인데, 어떤 스킬을 어떻게 올릴지도 자유이며 전투 대신 다른 행동을 해도 상관이 없는 게임이다.

일반 주민처럼 살아가는 것도 가능한데, 실제로 위드가 모험하며 만나는 이들 중 상점을 열어서 운영하고 있거나 전문 무역상으로 활약하고 있는 유저도 존재한다. 


초반에 가방 6개치 잡템을 판매하는 위드를 보고 잽싸게 따라붙은 마탄이 좋은 예인데, 경제학도로서 본인의 능력을 게임 내에서 실현해 보고 싶어 플레이하는 유저다.

위드의 경우에는 정말 일률적인 목표만 갖고 있다. 돈 벌겠다는 일념 하나로 성장하다 보니 세상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고(...!?) 이땅의 수많은 마법사들에게 꿈처럼 여겨지는 그 일까지 성공시킨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게임명인 <로열로드>의 뜻은 황제의 길이라는 것으로, 높은 자유도를 이용해 일개 유저가 아닌 대륙을 거느린 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위드가 황제가 되는 일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고 열심히 돈 벌어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생활인이 되는 게 목표였다는 것이지..


어쩐지 비슷한 것 같기도 해

게임판타지 소설, <달빛조각사>는 동장르의 클리셰를 만들 정도로 센세이션했던 작품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런칭 초반 유저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운 상태에 있던 카카오페이지라는 플랫폼을 급성장시켜 준 효자 작품이었다는 점이 좋은 예시.

12년간의 긴 대장정을 마치고 완결되어 마지막 단행본 출간을 앞두고 있는 <달빛조각사>. 완결 시점에 딱 맞춰 게임이 출시된다는 점, 거기에 지나친 자유도로 유저들의 약육강식을 불러일으켰던 게임 '아키에이지'의 개발자 송재경 대표가 개발총괄이라는 점은 꽤 재미있는 부분이다.

물론 작중에 등장하는 로열로드만큼은 아니지만, 당대의 온라인게임 중에서는 높은 자유도를 자랑했던 게임인 '아키에이지'의 경우 퀘스트 달성을 전부 하지 않아도 완료가 가능하고, PK가 자유로운 대신 범죄자로 수감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 지금도 회자될 만큼 독특한 시스템으로 유명했다.


작중의 게임 로열로드의 개발사는 주식회사 유니콘이라는 곳으로, 핵심 개발자는 유병준이라는 과학자였다. 싸이코 과학자에 가까운 인간이고 자기가 장장 40년 걸려 만들어낸 로열로드의 세계에 엄청난 자부심이 있는데... 뭐 이정도 게임을 만들었다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해 보이긴 한다.

유병준은 유저들이 만든 세계에 참견하거나 개입하기보다는 관망하는 입장인데, 운영 자체를 베르사라는 인공지능이 하고 있고 인간이 아닌 AI가 운영하기 때문에 편파적인 부분이 없다는 점이 이 게임이 장기 서비스를 유지하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사실 개발사 입장에서 보면 좀 슬픈 얘기기도 한데... 결국 사람이 하는 운영은 어딘가 삐끗해서 부작용이 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밥 못 먹으면 굶어죽을 수도 있는 로열로드에서 월정액 30만원을 내 가며 밥벌이를 해야 하는 극도의 현실성을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역으로 비현실적이기 그지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게임 <달빛조각사>를 기다리며

원작의 유명세에다, 송재경 대표가 내놓는 오랜만의 신작이자 최초의 모바일 MMORPG라는 점은 유저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전등록을 시작하자마자 많은 유저들이 참여했음은 물론이고 관련 정보와 이슈들이 계속해서 높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곧 나올 신작게임 달빛조각사가 원작의 로열로드만큼의 자유도를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바일 MMORPG라는 분명한 한계선 속에서 얼마나 원작의 요소들을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 장르와 플랫폼부터 기가 막히게 다른 로열로드와 비교하는 건 크나큰 무리가 있다.


하지만 송재경 대표가 내놓은 오랜만의 신작이라는 점, 그리고 원작을 재미있게 봤던 팬들에게는 귀여운 선물이 될 수 있을 거란 점은 게임의 매력포인트로 내세우기에 충분해 보인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귀여운 분위기의 캐릭터와 그래픽에 하우징과 다양한 스킬은 물론이고 원작에서 가장 중요한 클래스(...)인 조각사까지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조금은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필자/김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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