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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우승하고도 상금 5천만원 못 탄 중학생

조회수 2019. 9. 21. 17: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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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대표: 내년에 우승해서 받아가!

지난 9월 14일, 도쿄게임쇼(이하 TGS)에서는 겅호엔터테인먼트의 장수 모바일게임 타이틀인 '퍼즐 앤 드래곤'의 유저 이벤트인 <퍼즈도라 컵 TGS2019>가 열렸다.

문제는 이 행사의 우승자가 어린 선수였다는 점이었는데... 우승상금인 500만 엔은 결국 받지 못했다. 이 어이없는 사태의 원인은 바로 올초부터 일본 현지에서 실시된 e스포츠 관련 자격제도인 주니어/프로 라이센스였다.

2018년 2월 1일 발족한 일본 e스포츠연합(이하 JeSU)은 기존 일본 e스포츠 협회 등 3개 단체를 통합해 만들어진 기관이지만 국내 협회와 하는 일은 많이 다르다. 이들의 주업무는 e스포츠 선수로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라이센스를 발급하는 것이기 때문.


즉 일본의 e스포츠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서는(정확히는 대회 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JeSU를 거쳐 라이센스를 획득해야 한다. 


이 라이센스에는 주니어와 프로의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신청자가 만 15세 이상이며 의무교육을 이수한 자일 경우 프로 라이센스를 신청할 수 있으며 13~14세의 신청자에게는 주니어 라이센스가 발급된다.

주니어 라이센스를 획득했다 하더라도 대회에서 상금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기에 e스포츠 대회에서 우승했다 하더라도 프로 라이센스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최대 10만 엔(한화 약 110만 원)밖에 가져갈 수 없다. 이 조건은 라이센스 발급 절차에 명시되어 있다고.


거기에 라이센스가 발급되는 게임 타이틀도 한정되어 있다. 위닝일레븐2018, 콜오뷰드티 월드워2, 스트리트파이터5 AE, 철권7, 퍼즐앤드래곤, 몬스터 스트라이크의 단 6종 게임만이 라이센스 발급이 필요하다.


이 정체불명의 자격증명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는 일본 현행법 중 경품표시법의 상금 획득 제한 규정 때문이다. 


경품표시법이 시행된 것은 무려 1962년인데,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사업자가 부당한 경품을 거는 행위를 통해 소비자와 부당한 거래를 하게 되는 시스템을 제한하고자 한 것이다.

컴프가챠로 제재되었던 아이돌 마스터

이 법안이 게임업계에서 이슈화되었던 것은, 모바일게임들 중 '뽑기(가챠)'를 채택하고 있던 타이틀이 컴플리트 가챠라는 이중구조를 도입한 시점이었다.


수집형 RPG 혹은 카드배틀에서 컴플리트 가챠는, 일정 조합이나 파티로 묶인 상위 캐릭터를 모두 획득할 경우 그 보상으로 또다른 보상 뽑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면 전사-법사-사제-수도사-도적의 5개 캐릭터가 컴플리트 세트라고 했을 때 이 다섯 캐릭터를 모두 모아야지만 할 수 있는 또다른 가챠로 더 강한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퍼즐앤드래곤 역시 일본 현지에서 이벤트가 위법이라는 판정을 받아 5천만 엔 상당의 과징금이 징수된 바 있다

획득 확률이 1% 미만인 캐릭터를 모두 모아 조합을 완성한다 하더라도 100%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다시 확률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불확정성으로 똘똘 뭉친 과금구조를 뚫기 위해서 얼마나 높은 금액이 필요할지 계산조차 어려운 것.


이 컴플리트 가챠로 인해, 가챠에 가산을 탕진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사회문제가 지속적으로 생기기 시작하자 일본 정부는 2012년 7월 이 법안을 도입해 컴플리트 가챠를 전면 금지하였으며, 이 규정을 어길 경우 총매출의 3%를 벌금으로 징수하게 된다.


뽑기 시스템 때문에 생겨난 법안이지만, 경품금지법의 적용범위가 e스포츠 대회까지로 확대되면서 우승 상금 역시 이런 '불공정 거래'의 대상이 되었고 이에 따라 라이센스 제도를 통해 선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협회(JeSU) 설립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일본 현지에서도 반응이 그리 좋지 못했다. 현 회장인 오카무라는 SEGA 사의 사장이며 부회장은 패미통 소속, 이사진 역시 캡콤과 코나미, 겅호 등의 기업 간부들로 구성되어 있어 그저 자기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였다. 라이센스 발급 대상인 게임 역시 자사 게임들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오카무라 히데키 협회장(SEGA 사장)

거기에 라인업으로 발표된 6개 타이틀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e스포츠 시장이 활성화된 게임들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도 주효했다. 이 때문에 언론 및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이다.

모모치 유스케 선수

그러던 와중 일본 현지에서 '스트리트 파이터5'의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던 선수인 모모치 유스케는 프로 라이센스 발급을 스스로 거부했다. 


모모치 선수는 "새로 설립되는 단체에서 프로 선수 자격을 판단할 권리가 있느냐"라며, "이 제도가 팬들과 선수 의견은 무시하고 사리사욕과 권리싸움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싸울 각오가 되어 있다"라는 성명을 발표해 이 입장을 공고히 한 바 있었다.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바로 올해 TGS 행사였다. 주니어 라이센스를 취득한 유와 선수가 우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상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앞서 프로 라이센스 발급을 거부했던 모모치 유스케 선수가 tgs에서 진행된 캡콤프로투어 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면서 논란은 이중으로 확산된다.

상처뿐인 승리

주니어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유와 선수는 상금을 아예 받지 못했고, 모모치 선수는 프로 라이센스가 없다는 이유로 총 상금이 500만 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규정에 따라 10만 엔의 상금밖에 받지 못했다.

개발사인 겅호 대표는 "규정상 이번에는 상금을 받을 수 없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치 내년에도 우승하면 두배로 줄 것처럼 말하네

JeSU측의 입장은, 모모치 선수는 스스로의 의지로 2017년에 프로 라이센스를 거부했으며 관련 성명으로 입장까지 공고히 한 바 있으니 라이센스 미보유자에 따른 불이익 역시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니어 라이센스 취득 시 약관에 상금 취득 불가 규정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


게다가 일본 소비자청 당국에 의하면, e스포츠 대회의 상금은 경품표시법에 저촉되지 않으며 프로 라이센스의 유무 여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JeSU가 이런 라이센스 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협회 구성원 및 관련 게임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결국 모모치 선수가 라이센스를 거부하며 밝힌 성명의 내용과 다를 바 없다는 것.

현지 언론과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도대체 무엇을 위한 라이센스 제도인가에 대해 다시금 불씨가 점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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