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미소녀] 25년째 도굴 중입니다!

조회수 2019. 9. 16. 2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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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 크로프트의 기나긴 역사

툼레이더 시리즈의 여주인공이자 엄청난 역사를 자랑하는 그녀, 시리즈별 이미지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게임 그래픽의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만큼 많은 타이틀이 출시된 그녀, 무려 안젤리나 졸리가 실사판을 연기했던 그녀.

네 그렇습니다. 주간미소녀 넘버투의 주인공은 바로 라라 크로프트입니다. 폴리곤 덩어리 시절부터 실사급 비주얼을 자랑하는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인기를 누려 왔던 게임계 미소녀의 조상님 같은 분이시죠.


설정상 나이가 이미 미소녀는 아니긴 하지만(1968년생... 무려 뺌형보다 한 살 많음...) 아 그런거 신경쓰지 맙시다. 우리 안의 라라는 영원히 미소녀일 거라구요.


알고보면 귀족 출신인 그녀

라라 크로프트는 툼레이더 시리즈의 원탑 여주인공 캐릭터로, 첫 등장인 1996년부터 쭉 시리즈의 주역을 맡아 온 캐릭터입니다. 영국의 에이도스 사에서 개발한 게임인 '툼 레이더(Tomb Raider)'는 제목처럼 도굴꾼을 의미하는데요, 라라 크로프트는 오랜 시간 동안 유물을 찾기 위해 온갖 오지를 탐험하는 생활을 지속해 왔죠.

컨셉 자체는 인디아나 존스의 성별 반전판으로 출발했습니다. 또 제작 초기에는 원래 남자 캐릭터였는데 여자 캐릭터로 변경되었다고 하네요. 남자 캐릭터로 나왔으면 이 정도의 인기는 누리지 못했을 테니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온갖 오지를 헤매고 다니는 파워풀한 탐험가지만, 그녀는 원래 영국 런던 윔블던의 부유한 귀족의 외동딸로 태어났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귀족의 외동딸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지만, 18세가 되었을 때 티벳으로 간 스키 여행이 그녀의 삶을 바꿔놓았죠.

여행에서 귀국하는 도중, 비행기가 철새 떼와 부딪히는 사고로 인해 추락했던 것이죠. 혼자 살아남은 라라는 설산을 헤매며 일주일간 생존에 성공하고, 네팔에서 한 선교사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여기서 다시는 오지 따위 가지 않겠다며(...) 도시를 떠나지 않겠지만, 라라는 이 일주일간의 생존 경험을 통해 자신 안에 숨쉬고 있던 모험가 기질이 깨어났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그 후 라라는 편안한 삶을 거부하고 탐험으로 점철된 일생을 선택합니다. 이것이 바로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라라가 탐험가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집안에서 정한 약혼까지 파기해 버리게 되자, 라라의 부모님들은 유산상속은 물론 생활비 등의 지원조차 끊어 버립니다. 이후 라라는 자신의 탐험 일대기를 책으로 내는데 이게 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돈 걱정은 안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죠.


핫팬츠에 난닝구만 입는 그녀

라라의 복장은 최근 시리즈까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러닝셔츠(난닝구...!!)에 핫팬츠, 부츠 그리고 하나로 묶어 올린 헤어스타일, 등에 맨 작은 백팩까지 라라의 시그니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옷 색깔이나 종류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대체로 짧은 옷을 선호하는 편이었습니다.


덕분에 비디오게임계의 섹시 아이콘으로 부상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 오기도 했었습니다. 애초에 설정상의 쓰리사이즈가 엄청난 글래머 몸매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죠. 초반에 공개된 내용으로는 38/22/36이었으나 레전드 이후 34/24/35로 수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파워풀한 몸매만으로 라라의 매력을 평가할 수는 없죠. 라라의 진정한 매력은 몸매가 아니라 성격이나 능력까지 파워풀하다는 데 있습니다. 귀족 자제 출신에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지만 부귀영화 대신 본능이 이끄는 탐험가의 길을 선택한 성향도 그렇고, 작중에서는 외모를 이용한 섹스어필이라던지 미모를 부각시킨다던지 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면에서는 '비키니 미녀'라든지, 누가 봐도 섹스어필스러운 포즈로 누워있다거나 하는 광고가 매우 많이 나오기도 했어요. 라라를 주체적인 캐릭터로 디자인했던 메인 디자이너 토비 가드는 이에 불만을 품고 퇴사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라라 크로프트라는 캐릭터가 인기를 얻은 데 있어 이런 부분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주체적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위험한 곳에도 두려움 없이 뛰어들어 임무를 완수하는 모험가로서의 매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섹시한 이미지가 라라의 고정적인 요소로 자리잡혀 있었고, 이후 시리즈는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서 초기 설정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죠. 시대가 20년 가까이 흐른 만큼 유저들의 취향도 바뀌었다는 게 이유였고, 이 선택은 시리즈 최고 판매량 달성으로 옳았다는 게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매번 조난당하는 그녀

툼레이더 시리즈의 클리셰이자 고정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죠. 라라가 한두군데 모험을 다녀본 게 아니고 그에 걸맞는 장비나 능력도 갖추고 있지만, 게임의 시작은 어쩐지 매번 조난당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애초에 라라가 모험가가 된 계기가 조난이긴 했지만 좀 너무한다 싶기도...

최근 시리즈에 들어오면서부터는 보다 진취적인 느낌으로 캐릭터를 그려내기 위해서인지, 조난당한 상태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황무지에 도착하는 식으로 시작하는 등으로 변화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조난당한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게임의 시작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성장요소를 집어넣어야 할 테니... 베테랑 모험가인 라라가 정상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해서 모든 도구와 능력을 쓸 수 있는 상태로 시작하면 레벨링 밸런스 짜기 힘들었겠죠. 

또 위험한 곳만 골라서 돌아다니는 걸로 유명한 라라이기 때문에 온갖 재해에 전부 대응하긴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안전한 모험은... 게임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겠죠.


장례식도 치렀던 그녀

시리즈를 거듭하며 모험을 계속해 왔던 라라지만, 한때 실종되어 죽은 것으로 여겨 장례식도 치른 적이 있습니다. 모험가로서 살아간다는 게 그런 것일까요... 시체도 찾지 못하고 장례식을 해야 하는 그런 슬픈...


물론 라라가 실제로 죽었던 것은 아니고, 탐사 중이었던 유적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깔리는 바람에 실종 상태가 되었던 것이죠. 2000년에 출시된 '툼레이더 크로니클'에서 이 이야기가 다뤄집니다. 게임은 라라의 장례식장에 모인 동료들과 친지들이 라라를 추억하며 회상씬을 통해 각각 다른 전투를 플레이하는 형태였고요.

플레이 구조가 다양해진다는 장점이야 있었겠지만, 기존 타이틀과 달리 전체가 이어지는 성장 형태가 아니라는 점이 있었고 게임 자체가 그리 게임성이 높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그냥 재미가 없었다)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죽은 걸로 설정하기까지 했는데 망해버리다니!!


뭐 엔딩에서는 살아있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추후의 시리즈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하긴 했습니다. 원탑 주인공이자, 툼레이더 시리즈를 이끄는 유일한 캐릭터인데 함부로 죽이면 안 될 일이죠.. 


다사다난했던 그녀

인기있는 캐릭터이자, 게임 속 여성 캐릭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족적을 남긴 라라 크로프트지만 장기 시리즈들이 흔히 그렇듯이 모든 게임 타이틀이 성공하진 못했습니다. 캐릭터의 인기만큼이나 게임성도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매번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긴 어려웠겠죠.

1996년에 나온 첫 작품은 GOTY(Game Of The Year) 수상작의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수준의 3D 그래픽을 보여주었음은 물론이고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새로운 공식을 제시함과 동시에 완성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첫 성공이 너무 찬란했던 탓일까요. 2편 이후 시리즈의 평가는 점점 낮아졌던 게 사실입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매년 출시되면서 개발자들의 인생까지 갉아먹은 게임으로도 유명하고요. 


유통사였던 에이도스는 툼레이더 1편의 성공 이후 개발사였던 코어 디자인 개발자들을 미친듯이 압박해 매년 신작이 나오게끔 했는데, 한 개발자는 툼레이더 개발 중 무너진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덕에 이혼까지 했다고...

여러모로 평가가 나쁜 6편 이후에는 결국 개발사가 변경되었는데, 크리스탈 다이나믹스가 시리즈 개발을 맡은 이후로는 라라의 외모 변경 및 시스템 전면 개편을 통해 다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15년의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까지 크리스탈 다이나믹스가 개발을 맡아 왔고 리부트에도 성공해 새로운 라라를 보여주었죠. 이 작품은 2015년 GOTY에서 무려 5개 부문 수상 기록을 세웠고, TIME지 선정 50대 비디오 게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메타크리틱 역시 86점으로 꽤나 높은 편이죠.

첫 작품의 엄청난 성공을 거쳐 수난시대가 좀 있기는 했지만, 리부트 이후로는 좋은 평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시리즈가 20년을 넘어 이제 30년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인데, 시대에 따라 바뀌는 유저들의 취향과 요구에 맞추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죠. 툼 레이더 시리즈는 위기를 거치기는 했지만, 변화에 발맞추는 데 훌륭하게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사화 '당했던' 그녀

마지막으로 실사화 전적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건 라라 크로프트의 아픈 역사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한데... 뭐, 미디어믹스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겠죠.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툼 레이더'는 동명의 영화로 총 두 번 제작되었습니다.

2001년 6월 개봉했던 영화 '툼 레이더'는 무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던 작품인데요. 당시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배우들은 모두 라라 크로프트의 비주얼과 흡사하게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소유자였습니다. 그 중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배우로 발탁되었죠.


하지만 뭐가 문제였는지... 라라 크로프트에 대한 캐릭터 해석이 기존 게임 팬들과는 상충되는 바람에 팬덤조차 이 영화를 비난하게 되었습니다. 게임 속의 라라 크로프트는 화려한 집안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털털하고 소박한 데가 있는(물론 때려부수고 패고 총질하는 데는 자비가 없어도 너무 없었지만) 캐릭터였지만, 영화에서는 섹스어필로 점철되었기 때문이었죠.

이후 한동안 영화 제작 이야기는 없었는데, 2018년에 '툼레이더 리부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라라 크로프트를 등장시킨 영화가 나왔습니다. 


예전만큼 혹평을 면치 못한 수준은 아니라지만, 게임에서 라라가 그랬듯이 강렬한 액션을 보여주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수준의 클리셰로 점철되었다는 평가가 다수였기에 그리 좋은 성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지난주 씨유 이야기가 너무 비극적이지 않았나 싶어 이번에는 리부트에 성공한 쪽을 데려와 봤습니다. 미소녀라기엔 너무 성숙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좀 들긴 하지만... 언젠간 다뤄야 할 캐릭터 아니겠어요? 


다음주의 미소녀는 몰컴의 주인공, 미연시 캐릭터가 될 예정입니다. 그때 그 시절 미연시들이 다시 나와 히트작이 되기를 꿈꾸며...

필자/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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