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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협소한 그곳, BTS WORLD

조회수 2019. 8. 19. 0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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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5분짜리 WORLD

BTS WORLD는 참...안타까운 게임이다. 이걸 게임으로 불러야 하는지 아닌지조차 아직 확신이 안 들긴 하는데 어쨌든 게임 카테고리니까 게임이라고는 부른다. 6월 말 출시 이후 지금까지 두 달 정도가 지났는데, 플레이타임만 따지면 한 2주일쯤 된 게임이랑 비슷할 거란 확신이 있다. 혹시나 해서 첨언하지만...이거 되게 슬픈 얘기다.


무의식중에 해버린 입덕과 더불어(물론 게임 출시 전이었다) 영혼이 시켜서 설치했고 가슴이 시켜서 결제를 했다. 덕분에 구글플레이 등급이 상향되었다. 액수는 밝히지 않겠다. 모두가 슬퍼질 테니까...

돈 쓸 만큼 썼고 해볼 만큼 해봤다. 다른 게임 할 때는 절대 안 하던 짓인 캐쉬로 스테미너 구입하기를 몇 번 했는지 이제 기억도 안 난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느냐고 한다면...글쎄, 잘 모르겠다.


6월 26일 정식출시 이래 지금까지 두 달 정도가 지났고 며칠 전 첫 업데이트를 했지만 콘텐츠 면에서 나아진 점은 없다. 이벤트 스테이지로 추가된 한챕터 분량도 되지 않는 이 콘텐츠는 다른 게임과 비교하기엔 안타까울 정도다. 전세계 아미들을 위해 수가지 언어로 공지가 작성되는 데 비해서는 정말, 할 게 없다.


메인콘텐츠인 스토리는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을 모으는 것부터 연습, 활동명 정하기, 치킨 몇 번을 지나 데뷔까지다. 거기에 이들이 방탄소년단이 아니었다면?을 컨셉으로 하는 어나더 스토리가 서브 콘텐츠라고 할 수 있겠는데, 서브라기엔 할 게 너무 없는 까닭에 메인콘텐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가장 의아했던 점은 BTS WORLD OST의 한정판 후출시였다. 이미 일반판을 가열차게 판매하고 포토카드 교환까지 대략 마무리된 시점에 갑자기 한정판이 또 나왔다. 일반적으로 한정판을 먼저 판매하고 그 이후에 일반판이 나오는 게 순리 아닙니까...


랜덤 굿즈의 멤버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물론 선택 가능하게 하면 정말 수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일반판과 큰 차이도 없는데다가 한정판을 구태여 하나 더 살 정도로 메리트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 OST 한정판은 팬 굿즈라기엔 미묘하고 게임 굿즈라기엔 창렬했다. 어차피 뿌릴 거면 입력부터 소모까지 1분만에 소모 끝나는 그런 걸(스테미너 50개..) 뿌리면 안 된다. 이게 바로 주고도 욕 먹는 아주 좋은 사례다.


처음 게임이 출시된다고 했을 때부터 가장 우려스러웠던 점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멤버들의 실제 사진과 그를 통해 만들어진 카드 수집형이었고, 스토리에 들어간 영상(이 영상을 보는 것이 유일한 목표일 듯...)이 가장 큰 매력인데... 월드투어로 너무 바빠 국내 활동도 2주일이 안 되는 이 그룹이 게임 업데이트를 위해 시간을 낼 여유가 과연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 외의 것들로 업데이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건데, 그러기엔 이 게임이 메인 콘텐츠로서 보여준 것들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점이다.


평균 플레이 시간은 하루 두 번 합쳐서 10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스토리를 전부 클리어한 다음에는 일일퀘스트를 영혼없이 체크하는 것 외엔 정말 할 게 없다. 그 일일퀘스트를 전부 하는 데도 채 5분이 소요되지 않을 정도다. 이벤트 스테이지도 마찬가지라서, 약 1분이 추가된 데 그친다.


거기에 어나더 스토리를 오픈하는 데는 3챕터 이후부터 각 멤버의 호감도 15레벨 이상이 필요해진다. 5챕터는 20레벨인데, 이 호감도는 신규 카드 획득과 기획사 메뉴에 아주 가끔 뜨는 긴급 스케줄 외에는 올릴 방법이 없다. 결국 '존버' 하거나 돈을 써서 새 카드를 뽑아야 한다.

얄짤 없이 얘기하면... 서브콘텐츠를 클리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유저의 노력이나 성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돈이다. 이 게임은 철저히 Pay to Win...아니 Win도 아니다. 승패개념이 아니고 그냥 콘텐츠 소비하는데 돈을 써야 된다. 팬 입장에서는 애들 영상 한두개 보겠다고 확정도 아닌 구매를 해야 되는 거다.


거기에, 초반부터 꾸준히 언급되어 온 편의기능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예쁜 UI, 세련된 디자인, 다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안해본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편의성 면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이건 문제가 있다.


게임이 서비스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유저에게 어떤 목표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는 일직선상에 있는 것보다는 다양한 편이 좋다. 


RPG의 경우에는 PvP나 PvE에서 일정 이상의 성과를 획득하는 것일 수 있겠고, 수집형의 경우에는 어떤 파티를 전략적으로 구성해 덱을 꾸리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BTS WORLD에서 목표로 삼을 만한 건 '스토리 전부 클리어' 외엔 없어 보인다.


혹은 카드를 전부 수집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멤버별 가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복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너무 높기에 결국은 과금력 싸움이 된다. 사실 이런 부분은 확률형 획득을 채택하는 게임에서는 전부 동일한 부분이지만, 카드 콜렉트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밖에 없을 만큼 콘텐츠가 부족한 BTS WORLD에서는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

전용 OST부터 유닛별 신곡에 뮤직비디오까지...초반에 너무 기대를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BTS WORLD가 보여준 것들은...좋게 말해 별 거 없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뭔가 성의 없어 보였다.


비단 방탄소년단이 아니라 어떤 아이돌이 되었든, 제3자들이 보기엔 팬들 지갑 열기 정말 쉬운 것 같아 보여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돈을 쓰는 데는 목적이 있는 법이다. BJ 도네이션에 엄청난 돈을 쓴 사람도 나름의 목표가 있었을 거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아이돌 팬덤도 적절한 이유 없이는 돈 안 쓴다. 돈 벌기 이렇게 어려운 세상인데 별 거 아닌 데 돈 쓰는 사람이 집단으로 있을 리 있겠나.


BTS WORLD가 타겟으로 삼은 유저는 좁고 확실했다.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팬들, 즉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을 지칭하는 단어)였고 팬덤을 노리고 만든 게임이다. 범대중적인 코드라기엔 아이돌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이 확실했으며 입덕의 계기가 된다기보다는 이미 이들을 잘 알고 있는 팬들에게 뭔가 더 볼거리와 할거리를 만들어 주는 게 목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확실한 타겟층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진짜 뭘 원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근래 아이돌을 소재로 한 게임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 부분을 제대로 캐치한 게임은 정말 하나도 없다. 글로벌 파이가 엄청난 수준인 BTS WORLD조차 못하는 걸 누가 해내겠나 싶긴 하지만...


아이돌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K-POP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시점에 아이돌을 소재로 한 게임은 이 정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언어 대응부터 이미지 작업, 시나리오 스크립트 검수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과정이 다른 게임의 몇 배로 필요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준비가 완전하지 않았다면, 출시를 미뤘어야 했다.

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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