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 독재자의 고뇌(?), 트로피코 6

조회수 2019. 4. 12. 15: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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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열강의 식민지 하 총독 부임.. 이 나라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요즘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베테랑, 트로피코 시리즈의 최신작인 6편이 3월 30일 한국어판으로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통치자의 고뇌가 담긴 국가 경영의 묘미, 트로피코 6에서도 여전한지 한번 알아볼까요?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탄생한 명작 시리즈, 트로피코

  

트로피코 시리즈는 2001년 처음 발매된 후 개발사와 퍼블리셔 모두 교체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현재까지 인기 있는 정치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가상의 국가에서 독재가가 되어 정치를 하는 게임입니다. 오랜만의 신작인 6편이 지난 3월 30일 한국에 정식 발매되었습니다(원래 함께 발매되기로 약속되었던 PS4와 Xbox One 버전은 아쉽게도 발매연기 됐습니다).  

게임을 하기전에 궁금증 하나. 왜 게임의 배경을 중남미지역으로 한정했을까요? 그 이면에는 중남미 국가들이 겪은 역사적 특수성이 있습니다.

  

멕시코, 우루과이, 쿠바 등 카리브 해 연안의 섬나라와, 중남미 지역의 국가들은 역사적으로 스페인, 포르투갈의 왕정 식민지를 거쳐 독립을 일군 나라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공산주의 혁명, 군부 쿠데타 등으로 독재권력이 탄생하는 순탄치 않은 역사를 보냈습니다.

  

트로피코 시리즈는 바로 이러한 중남미 국가들의 특징을 소재로 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여기에 계속해서 장기집권을 해야 하는 ‘정치 파트’가 추가됨으로써 게이머들의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마성(?)의 게임이기도 합니다.

  

트로피코는 이러한 전통을 5편까지 유지해 나가면서 꾸준한 그래픽 업그레이드와 새로운 게임 요쇼를 덧붙여 나갔는데요, 이번 6편에서도 그 기본은 잃지 않았습니다.

▶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으로 둘러싸인 멋진 독재국가를 만들어볼까?

트로피코 6의 빅 재미를 찾아보자!

  

트로피코 6에서 게이머는 카리브 해에 위치해 있는 서양 열강의 식민지 하의 총독으로 부임합니다. 이곳에서 열심히 자원을 일구고 도시를 발전시키면서 한쪽으로는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혁명 세력을 키워야 합니다. 열강 입장에서는 이제 꿀을 다 빨아 별 소용없게 된 이 나라를 독립시켜 줍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며 시대는 연합국과 추축국이 격렬히 싸우는 세계대전, 미소 양국이 새로운 대결을 펼치는 냉전시대가 오게 되죠. 플레이어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절묘한 외교적 줄타기를 하며 버텨야 합니다. 동시에 혼란한 국내 정세를 안정시켜야 되겠죠. 그 과정에서 공산주의냐 자본주의냐, 민주주의냐 철권통치냐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에 대한 대가는 치뤄야 겠죠.

▶ 코코넛 안에 황금을 박아 넣어 밀수를 해 독립자금 확보? 신박하다, 신박해!

이것이 트로피코 6의 기본 골격입니다. 여러 개로 구분된 미션들, 그리고 자유롭게 통치하는 샌드박스 모드를 통해 거시적인 국가 운영과 미시적인 도시 발전이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죠.

다양한 목표와 빅 재미를 가진 미션들

   

통치자를 옆에서 도와주는 시리즈 전통의 터줏대감인 보좌관 ‘페눌티모’와 게이머가 처음 만난 시절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트로피코 6의 스토리는 초반부터 동기를 부여를 확실하게 하죠.

  

미션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튜토리얼 역할을 합니다. 미션을 깨다 보면 자연스럽게 게임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죠.  

▶ 페눌티모의 나레이션이 꽤 재미집니다^^

첫 미션, ‘카리브해의 페눌티모’에서 플레이어는 식민지 총독으로 부임합니다. 그의 임무는 섬의 천연자원들을 본국으로 송출시키는 등 본국의 요구조건들을 충족해 주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식민지 수탈이죠.

  

여기서 끝나면 의미가 없죠. 슬슬 내 나라를 독립국가로 만들어야 합니다. 부관과 함께 섬 내부에 혁명주의자들을 키워야 합니다. 신문사를 만들어 주민들의 독립의식을 깨워줘야 되죠. 그렇게 미션에서 주어지는 메인 퀘스트들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비로소 독립을 쟁취하게 됩니다.

▶ 건물의 업그레이드를 활용해 생산성 향상을 꾀합니다

첫 미션에서 게이머는 천연자원을 채취하고 그것을 1차 산업을 통해 가공품을 생산하는 방법과 도시건설의 기본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원과 상품의 수출입 관계, 건설 파트의 테크 트리, 시대 발전에 따라 어떤 신규 건축물이 있는가 등등을 말이죠.

  

다음 미션인 ‘주류 밀매점’, ‘죽느니 공산주의자가 되겠다’ 등에서는 섬의 치안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방법, 섬 내부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전투방법, 섬 주민 개개인을 관리하거나 통제하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국내 정치세력들이 어떤 것이 있고 이들의 호감도를 어떻게 얻는지를 알 수 있죠. 플레이어는 서서히 정치고수로 성장하게 되죠.

▶ 시대별로 건설이 해금되는 건물, 또 이렇게 설계도를 입수해야 지을 수 있는 건물들도 있어요

건설 경영 게임의 기본 개념을 완벽히 탑재
  

트로피코 6의 맵은 자잘한 여러 개 섬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섬의 특징에 따라 ‘특화’시키는 작업이 가능합니다. 백사장으로 이루어진 섬은 아예 관광사업에 올인하거나, 외딴 바위섬에는 알카트라즈에 버금가는 교도소를 세울 수 있죠.

  

다른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과 비교할 섬 자체가 턱없이 좁기 때문에, 다른 게임들에 비해 몇 배나 골치가 아픕니다. 평야에 바둑판식 도로롤 건설해 가며 거주지 구역, 산업 구역 등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메갈로폴리스’를 만들기는 어렵습니다(물론, 샌드박스 모드 등에서 섬의 지형 등을 에디트할 수 있긴 합니다).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어떻게 만족스러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가 머리를 싸매는 것이 트로피코 6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 초반 미션에서의 공간 제약은 상당합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만들어 넣어야 하죠
▶ 주민들의 행동을 구경하는 것도 빅 재미 중 하나죠

트로피코 6의 테크 트리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건설할 수 있는 건물 수도 많은 편이죠. 집도 합숙소, 개인 주택, 아파트 등 디테일 하게 나뉘어져 있고, 주민들에게 적당한 살 집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곧바로 판자집을 만들어서 알아서 자생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각 건물들은 요구하는 학력 수준 등도 세부적으로 마련되어 있어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고등학교, 대학교 등을 적절히 세워주지 않으면 안 되죠. 한마디로 학력이 낮으면 좋은 집에 살수가 없습니다.

▶ 야자수와 컬러풀한 아파트의 조화가 카리브해 섬의 묘미일까?

통치자의 기본 덕목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겠죠? 주민들의 만족도는 세부적으로 다 수치화 되어 있습니다. 집이 충분히 넘치는데도 주민의 생활수준이나 일하는 위치에 따라 공실률이 엄청나게 뛸 수도 있으니 꼼꼼히 봐줘야 하구요. 실업률 관리도 아주 골치 아픕니다. 이부분은 완전 현실과 똑같죠.

  

섬 전체는 안개 없이 모두 개방되어 있어서 편합니다. 레이어 기능도 건재해, 섬의 어떤 위치에 어떠한 농작물이 잘 자랄지 편하게 확인할 수 있죠. 

▶ 순간이지만 실업률 제로의 기적이?!
▶ 나라 경영을 순조롭게 하기 위한 필수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요

줄타기의 달인이 되자!

  

게임은 시종일관 줄타기의 연속입니다. 조금만 삐끗하면 망국의 지름길이죠. 예를 들어 이렇습니다.

  

연합국과 추축국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고 세계대전을 무사히 넘겨야 합니다. 냉전 시대에 들어가서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죠. 연합국과 추축국 대사관 등을 건설하고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다양한 외교활동 –칭송하기, 사절 파견, 경제원조 등 –을 해야합니다.

  

정치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군국주의자, 자본주의자, 공산주의자, 종교인 등 다양한 요구세력들이 있는데 어느 한쪽의 만족도를 높이면 반대쪽 진영의 만족도는 떨어지게 설계되어 있죠. 게임을 하다 보면 여러 세력들의 요구조건이 그야말로 끊이지 않고 나오게 되는데, 여기서도 줄타기를 잘해야 합니다. 한쪽만 밀어주면 반대쪽에서 난리 나죠. 

▶ 체 게바라 님???

나의 정체성을 잊지 말자, 그것은 바로 ‘독재’와 ‘철권통치’!
  

아, 한 가지 크게 까먹어 버린 것이 있네요. 이 게임에서 여러분의 정체성은 독재자입니다. 진정한 독재자가 되고 싶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 세력의 요구 따위, 들어줄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저 총칼로 지긋이 밟아줄 뿐… 이라고 하면 현실에서는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 시츄에이션일 테지만 게임 속 세상 속에서는 가능합니다.

  

게임에도 독재자 만의 주특기가 잔뜩 들어있습니다. 나라를 독립시키고 총독에서 대통령(엘 프레지텐테)이 되면 비로소 헌법 항목과 스위스 비밀은행 항목이 개방됩니다. 10년마다 진행되는 선거에서 투표권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와 어떤 투표 방식을 채택할 것인가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가 달라집니다.

  

부유한 시민들에게만 투표권을 주어 이쪽 지지도만 잘 관리하거나, 부정선거로 대통령 직을 연임하는 등 독재정치의 깨알 같은 요소들이 총동원됩니다. 스위스 비밀은행에 모인 비자금을 이용해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많은 세력에 비밀리에 자금을 찔러 준다거나 하는 행위들도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저지르게(…) 됩니다.

▶ 저도 계좌 한 개쯤은 운영하고 싶…습니다!

말 안 듣는 시민을 콕 집어 체포해 교도소에 수감 시키거나, 정적을 살해 또는 사고사로 위장 하는 등 악독한 짓거리도 서슴없이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계엄령 선포, 헌법 폐기, 비밀 정보국 설립 등 다양한 철권통치의 도구들이 여러분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

▶ 나의 지지도는… 제로인 건가? ㅜㅜ

뭐지? 이 지독한 아이러니는?

  

그런데 이 지독한 아이러니는 뭐죠? 분명히 독재자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게임인데, 정작 하다 보면 세종대왕 급의 성군이 되어있죠.

▶ 이제 두 번째 시대에 진입했는데 해야 할 게 이 정도입니다 ㅜㅜ

철권통치를 마구 휘두를 수는 있지만,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여가며 외세에 휘둘리지 않은 자주국방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선정을 펼쳐야 합니다. 게임 안에 있는 수많은 줄타기 요소 중 바로 이것이 최고의 줄타기이고, 그것이 바로 이 게임의 최대 매력입니다. 미운놈 감옥에 쳐 넣고 비선실세 만들어 국정농단하고, 국민은 어떻게 되든 자기들 배만 불리는 정권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머리 터지지만 도전적이고, 그래서 성취감은 대단합니다. 게임이 너무나 복잡하고 방대해서 모든 것을 다 여기서 쓸 수 없다는 게 안타깝고 원통할(?) 정도입니다. 대략 이 기사에서 다룬 것은 게임 전체의 약 10% 정도라도 상상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정치인은 해선 안 될 게임? 꼭 해야만 하는 게임?

  

만약 필자가 트로피코6의 심의를 맡는다면, 다른 사람은 다 좋은데 정치인 플레이 금지조항을 넣고 싶습니다. 아니 정치인에게 적극추천 조항도 같이 넣고 싶네요. 게임을 하다 보면 현실정치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게임 쉽게 하려면 독재자가 되면 그만입니다. 스위스 은행에 돈만 송금하고 그 돈으로 부정 선거해서 정권연장 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죠? 대신 게임 제대로 하려면 진짜 골치 아픕니다. 국외 국내의 여러가지 사안을 다 아울러야 하며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선의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그게 게임의 재미이자 진짜 정치 아니겠습니까?

  

게임은 우리의 정치여건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마치 개발자가 한국 현대사를 공부해 게임에 반영한 것 같죠. 정치인들은 이제 게임 그만 욕하고 그 시간에 이 게임 일플을 추천합니다. 

▶ 솔직히 1번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음을 고백합니다. 이 얼마나 위험한 감정이입입니까?

글/ 다스베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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