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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그 감성을 깨우는 올드스쿨 수작, 칭송받는 자

칭송받는 자: 흩어져가는 자들을 위한 자장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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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어바웃 작성일자2018.11.30. | 350 읽음

지난 11월 22일에 PS4용 신작인 ‘칭송받는 자(うたわれるもの) ~흩어져가는 자들을 위한 자장가~(이하 ‘칭송’)’라는 게임이 한국어 버전으로 정식 출시됐습니다. (…) 네? 그래서요??? 아, 그냥 그렇다구요…는 아니고. ^^


이 게임과 관련해서는 재미 있는 작은 ‘비밀 이야기’도 있고 요즘 게임답지 않게 묘한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도 많아서 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게임어바웃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리뷰와는 약간 다른 게임 이야기, 시작해 볼게요.

▶의미 있는 게임이 하나 발매되었습니다. 그 의미는 바로 아래에서…


LEAF를 아십니까?

‘Leaf’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여러분의 반응은?


뭐? 그거 나뭇잎 아냐?


네. 당신은 ‘영어를’ 배우신 분이시군요. 그렇죠. Leaf는 나뭇잎이나 잎사귀를 뜻하는 영어단어입니다. 그런데…

음? Leaf라고? 므흣~ *-_-*

네. 당신 역시 ‘배우신’ 분이십니다. 이제 여기서 ‘투하트’, ‘화이트앨범’이라는 것까지 나오게 되면 무릎을 탁 치고 가시는 분이 생길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습니다. 리프는 바로 위 사진처럼 ‘칭송’의 개발사로 표기되어 있는 ‘아쿠아플러스’라는 회사의 다른 브랜드로,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중반을 풍미했던 ‘비주얼 노벨 스타일의 에로게(에로-게임이란 뜻으로, 일본 기준 18세 이상 대상의 성인 게임)’의 간판 개발사였다는 거죠.

▶개발사 리프의 로고.

▶이제 이 커버 이미지를 보신다면 ‘아아앗!!’ 하실 겁니다.

‘칭송’의 시작은 리프에서 개발해 2002년 처음 PC버전으로 출시한 게임이며, 이것이 큰 히트를 기록, 애니메이션 및 성인게임 요소를 뺀 일반유저 대상 게임으로도 출시되어 많은 인기를 누리는 등 지금까지 싱싱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전 연령’ 게임으로 바뀐 ‘칭송’의 시리즈도 PS2 및 PSP 등 많은 소니 플랫폼으로 출시되었고, 드디어 대망의 PS2 버전 리메이크판이 PS4 플랫폼으로(VITA판 포함) 올해 4월 일본에 출시, 자막의 완전 한국어화로 이번에 나오게 된 것이죠.

▶한국어화는 아주 나무랄 데 없이 잘 되었습니다.


‘칭송’이 칭송받는 이유는?

그런데, 원래 태생이 에로게라면 가지실 법한 편견이 있을 겁니다. 성인용 게임이라면 세일 포인트는 ‘그런’ 장면일 테니 스토리나 게임성 따위, 별로지 않겠어? 라는 거죠.

▶이건 ‘그’ 장면이 아니라 병약한 등장인물이 발작으로 괴로워하는 것이니 오해는 마십시오. ㅎㅎㅎ

땡! 틀렸습니다. ‘이쪽’ 계열 게임이라고 해도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고 인기를 누리는 게임의 비결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스토리가 훌륭하며, 다양한 매력이 철철 넘치는 캐릭터 설정과 묘사 등으로 몰입감은 상당하고, 게임성마저 평균 이상의 퀄리티로 내놓는 것입니다. 아름답고 예쁜 비쥬얼은 그야말로 ‘기본’이고 말입니다. 


‘칭송’같은 게임이 발매된 지 20년이 훨씬 넘도록 ‘성인게임’에서 ‘전연령 게임’으로, 그것도 PS4와 같은 최신 콘솔로도 꾸준히 나오는 것은 –이번 ‘청송’ 외에도 전체 삼부작 중 다음 두 작품까지 완전 한국어화를 거쳐 정식발매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 만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제목에 ‘올드스쿨’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말하자면 오리지널 게임이 처음 등장한 년도가 2002년도니만큼 아주 오래된 게임입니다. 그래서 리메이크판이라고 하더라도 기본 시스템 등이 ‘구식’입니다. 그렇지만 구식이라고 무시할 게 아니죠. 오래된 것에는 그만큼의 매력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떤 게 올드스쿨의 매력인 것인지 살펴봅시다.


올드스쿨의 매력 1, 정감 있는 비주얼

‘칭송’은 기본적으로 2D 그림 + 캐릭터 사이의 대화 등으로 이루어지는 이벤트 파트, 그리고 전투가 발생했을 때는 맵이 3D로 바뀌면서 간단한 전투 상의 이벤트도 3D 모델링으로 구현, 본격 전투는 턴 방식의 SRPG으로 이루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리메이크작답게 2D 이미지 중 이벤트 CG같은 것들이 대폭 리뉴얼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전투 화면도 3D로 새롭게 제작되었다고 하지요?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의 숙명(?)은?

2D 이벤트 비주얼은 새로 다시 그린 게 아니라 기존 일러스트를 ‘리파인’한 것이니 오래 된 그림체 그대로의 향취가 남아있으며 ‘정겹구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과 함께 생활하거나 이벤트 등에서 자주 마주치는 긴 귀와 꼬리를 지닌 종족의 소녀들 모습은 매우 귀엽게 묘사되어 있고 감정표현에 따라 표정도 매우 다양해요. 스토리와 배경 등 설정이 일본 전통문화나 옛 역사시대여서 그런지 몰라도 예스럽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엿보입니다.

▶아이누 족을 컨셉으로 잡았다고 합니다.

▶선악의 구별이 뚜렷한 것도 올드 컨셉이려나?

반면 전투의 3D 모델링은 솔직히 지금 눈높이에서 보면 인디게임 스크린샷으로 보일 정도로 별로인데… 이게 묘한 올드 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뭐야? 개구리네~’ 하다가도 계속 패드를 잡고 전투를 하고 있으면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요. 기술적인 완성도? 적인 면에선 좋게 보기 힘든데 그럭저럭 또 게임 분위기에 맞는 것 같은 묘한 이 느낌… 오묘합니다.

▶전투의 첫인상은 정말 최악이었어요. 하지만…


올드스쿨의 매력 2, 매우 느린 전개, 그만큼 깊은 몰입도

사실 ‘칭송’의 플레이는 많이 답답합니다. 이벤트 씬의 대사량은 정말 ‘어마무시’할 정도로 많습니다. 이게 원래 비주얼 노벨 스타일이라고 제가 앞서 얘기했죠? 노벨이 다름아닌 ‘Novel’, 즉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얘쁜 그림이 같이 있는 소설이라는 거죠. 아무튼 패드의 O 버튼만 몇 시간 주구장창 누르고 있으면서 도대체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건 언제부터인 거지? 라고 몇 번이나 절규할 지도 모릅니다. 필자가 그랬거든요(…).


기본적으로 프롤로그라 할 수 있는 도입부와 그 사이에 배치되어 있는 튜토리얼을 겸한 전투 몇 개를 클리어 하고 나면 이제 정말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플레이 해야 하는 시간이 거의 5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건 초반 전투이니 대충 해도 깰 수 있겠지 하고 경솔하게 유닛 등을 이동시켜 패배를 한 세 번(…) 정도 거친 걸 포함한 시간이니 감안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처음엔 게임 벌써 엔딩 난 줄로 착각했다는…

그런데 이렇게 느려터진 전개 덕분에 어떤 전투에 패배, 온몸에 죽기 직전의 상처를 입은 채 변방 마을 사람들에게 구조된 ‘하쿠오로’라는 주인공이 영주의 폭정과 탄압에 못 이겨 끝에 내몰린 마을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게 되는 건지에 대한 당위성을 120% 확실하게 인식시켜 줍니다.

▶원래 주인공 얼굴은 절대 안 보여주는 게 ‘이 바닥’ 전통인데, 이 게임은 교묘하게 그 암묵의 룰을 지킵니다. ㅎㅎㅎ 벗겨지지 않는 가면을 씌우는 것으로!

주인공인 하쿠오로와 에루루, 아루루 자매와의 만남과 소소해 보이는 사건들, 마을 사람들과의 이벤트… 이런 것들이 아주 천천히 하나씩 둘씩 쌓여 모두 주인공, 그러니까 게이머의 추억이 되어가며 게임 속에 몰입되어 갑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기쁨이, 주인공의 아픔이 온전히 게이머의 기쁨과 아픔이 되어버립니다. 기나긴 프롤로그 막바지에서 필자가 눈물을 찔끔 흘렸던 이유이기도 하죠(신파에 약한 중년 아재 필자 ㅜㅜ).

▶멋진 사나이들과의 뜨거운 이벤트도 당연히 있습니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모르겠네(…)


올드스쿨의 매력 3, 어설퍼 보이는 전투, 하지만 이것은 필수다

나라에 반기를 일으킨 반란의 우두머리 하쿠오로가 이제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만큼 SRPG 전투가 꽤 자주 등장하는 ‘칭송’의 전투 파트는 처음에는 지극히 초라해 보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3D 모델링은 어설퍼, 화려한 전투 이펙트는 더더욱 없어, 타격감 제로야… 등등.


그런데 말입니다, SRPG에 보통은 꼭 들어가기 마련인 ‘이것저것’이 다 있는 게 ‘허, 요놈 봐라’입니다. 적 유닛들의 속성별 상성, 당연히 있습니다. 일종의 가위 바위 보 개념이죠. 전략성? 기본 이상은 해요. 아군 유닛의 이동력과 공격 범위, 서 있는 방향이 모두 중요합니다.


적 턴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합체공격 등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진형도 세심하게 살펴야 해요. 맞아요. 합체공격도 있습니다. 이게 무슨 슈퍼로봇대전 같은 소리야…


전투에 약간의 지루함을 덜어줄 ‘액션(??)’ 요소가, 유닛의 기력을 소모해 1차, 2차 등으로 공격하는 연격기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듬게임에서 노트를 맞추는 것을 생각하면 되는데, 적을 타격할 때 점점 줄어드는 원이 사라지기 직전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눌러주면 기력 게이지가 충전되고, 기력이 100% 될 때 강력한 연격으로 적에게 큰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적의 보스 유닛은 3연격, 4연격까지 가능한 녀석들이 있으니 진형, 아군의 체력과 기력 게이지 등 전체적으로 전황을 보며 전략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결코 만만치 않아요.

▶본격적인 전투의 맛을 보여주는 초반 보스전입니다.

▶별 생각 없이 냅다 달려들었다가는 ㅜㅜ

2D 일러스트와 대사창만으로 이루어지는 이벤트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전투 관련된 부분에서는 그 ‘어설픈’ 3D 모델링 씬으로도 구현되는 게 있으니 이 부분은 마치 10여 년 전 막 구현되는 수준의 3D 모델링 이벤트 씬이 담긴 어떤 게임들을 즐기던 추억에 잠기게 해주는 ‘보너스’ 요소도 있었습니다.

▶올드한 감성으로 즐겨줄 만합니다.

결과적으로 ‘칭송’의 전투도 꽤 머리를 싸매가며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라고 평할 수 있겠네요.


‘칭송’을 칭송하라!

여기서 소개하지 못한 ‘칭송’의 기특한 점은 너무 많습니다. 주요 캐릭터의 ‘무려 주인공 포함’ 풀 보이스 캐스팅이라던가, 특유의 아름다운 BGM을 오리지널판과 리파인판 두 가지 버전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다던가… 라는 것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한국어판의 충실한 번역은 말할 것도 없구요.


올드 감성 충만한 ‘칭송’을 예전 원작 에로게나 PS2, PSP 버전을 즐겼던 올드 게이머들의 추억 소환용으로만 의미를 두기는 너무 아까운 게임이었습니다. 최신 트렌드에 익숙한 요즘 게이머들이라도 약간의 인내심과 시간만 허락한다면 아름다운 스토리와 캐릭터들만의 매력, 기본에 충실한 전투들, 점차 충만해 오르는 감동을 느끼며 ‘칭송’을 칭송하게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격정적인 감동의 연속을 기대하게 해주는 <칭송> 한번 잡아보시는 건 어떨지?


글: 베이더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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