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싱글 버린 대작들의 엇갈린 운명

조회수 2018. 11. 27. 12:0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처참한 실패작 폴아웃 76

서양 RPG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폴아웃 시리즈의 신작, <폴아웃 76>이 지난 11월 14일 발매되었습니다. 폴아웃 76은 폴아웃 4에서 호평받았던 근거지 건설을 강화하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세계 멸망 이후의 날을 개척해나가는 멀티 플레이 게임으로 만들어진다고 발매 전부터 많은 화제를 집중시킨 게임이었습니다. 

▶ 시리즈 최초의 공식 한글화 폴아웃이라니…!!

폴아웃 최초로 멀티 플레이가 추가되는 것은 좋지만, 오직 멀티플레이뿐인 게임이라는 정보에 발매 이전부터 우려를 표하던 팬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기대를 넘어섰던 폴아웃 시리즈였기에 그 우려를 불식시키는 완성도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한편에는 있었죠. 심지어 한국 팬들에게는 시리즈 최초의 정식 한글화라 기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발매되자마자 수많은 게임 리뷰어들이 혹평을 내리는 한편, 발매 며칠 되지도 않아 할인 판매를 하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메타크리틱 점수는 평론가 점수도 50점밖에 안 됩니다. 더 충격적인 건 수많은 리뷰어 중 긍정 평가가 단 1명이라는 것.
▶ 59.99달러에서 35달러까지 한 달도 안 걸린 거 실화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번 폴아웃 76의 사태를 바탕으로, 최근 해외 게임계에서 볼 수 있는 스토리 중심의 게임에서 싱글 플레이를 없애는 현상에 대해서 한번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싱글 플레이가 없는 폴아웃?

폴아웃 76의 혹평의 원인은 단 한 두 가지 원인 때문이 아닙니다. 많은 부분, 실망시키는 부분들이 있으나 그중에서 팬들이 가장 실망하는 하나의 원인은 폴아웃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던 많은 NPC와의 상호작용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1997년, 브라이언 파고의 명작 RPG <웨이스트랜드(1988)>의 정신적 후계자로 발매된 <폴아웃 1>은 핵전쟁 이후, 핵전쟁을 피하기 위한 벙커, “볼트”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폐허가 된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살아남기 위해서 살인, 강도, 식인 등 어떤 짓이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쟁 이후의 참상에서도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후 시리즈에도 핵전쟁 이후의 여러 인간군상과 상호작용해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폴아웃의 하나의 매력이었죠. 

▶ 폴아웃 2 때도 ‘포스트 아포칼립스인데 너무 마을이 붐빈다’라는 비평이 있기도 했습니다만…

하지만 폴아웃 76은 온라인 멀티플레이밖에 없는 게임으로 만들어졌으며, 설정상 핵전쟁이 끝난 후 가장 먼저 볼트에서 나온 이들이 주인공이기에 밖에 살아있는 인간형 NPC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폴아웃 4 지도의 4배만큼이나 넓은 게임맵인데도 단 하나의 NPC도 없다는 것은 그저 온라인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상호작용하는 것만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죠.

  

폴아웃 시리즈를 해본 이들 중에는 핵전쟁 이후의 첫 개척을 나선 사람들이 어떤 고생을 했을까 생각해본 적 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폴아웃 76은 이런 매력적인 설정을 낭비할 뿐만이 아니라, 그저 폴아웃 4의 멀티플레이 모드만도 못하며 싱글플레이를 위한 V.A.T.S 시스템 등도 멀티 플레이에 맞춰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탑재했습니다.

  

즉 온라인화되며 싱글 비중이 약해졌다고 실패한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무리한 멀티플레이 전용게임화, 그리고 무리한 설정으로 인해 기존 시리즈 팬들을 저버리는 설정 붕괴 등이 폴아웃 76의 실패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베데스다는 오로지 이 게임이 외전이며, 비슷하게 인기 프랜차이즈인 <엘더스크롤>을 온라인화했던 <엘더스크롤 온라인>의 성공 이후에도 <엘더스크롤 6>을 발표하기도 했으므로 앞으로 폴아웃 시리즈가 싱글 RPG로 나오지 않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폴아웃 프랜차이즈에 큰 타격을 입힌 것만은 확실합니다. 

▶ 설정상 폴아웃 76의 시기보다 한참 뒤에 나온 슈퍼뮤턴트지만 억지로 76에 집어넣다 보니 설정이 뒤틀리기도 했습니다

싱글을 버린다고 완전한 실패는 아니다, 블랙옵스 4

싱글을 버리고 멀티를 취해서 실패를 겪은 <폴아웃 76>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케이스로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4>도 있습니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시리즈는 멀티 플레이도 재미있지만, 싱글 플레이도 계속 좋은 평가를 받은 시리즈입니다만, 지난 <블랙옵스 3>에서 벌어진 일이 재미있습니다.

  

블랙옵스 3은 PC버전에는 전작들처럼 싱글 플레이어 캠페인이 있었지만, 무슨 생각에선지 콘솔용(PS3, Xbox 360 등) 버전에는 멀티 플레이만 존재했습니다. 그러더니만 블랙옵스 4에서는 아예 모든 버전의 싱글 플레이 모드를 넣지 않고, 오로지 멀티 전용으로만 발매했던 것입니다. 

▶ 하이퍼 FPS는 아니지만 그에 준할 정도로 통쾌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블랙옵스 4

물론 블랙옵스 시리즈의 멀티 플레이가 게임의 꽃이긴 하지만 싱글 플레이를 즐기는 이들도 많았는데 이를 과감히 삭제했다는 것은 멀티 플레이의 완성도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전반적인 리뷰어들의 평가는 좋은 편입니다만 유저들에게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리뷰어들에 비하면 유저들은 좀 더 극단적인 점수를 준다는 것을 감안해도 차이가 꽤 나는 <블랙옵스 4>의 메타크리틱 점수.

앤썸, 로맨스는 어디로? 

또 비슷한 우려를 하게 되는 게임으로는 2019년 봄에 출시될 예정인 바이오웨어의 <앤썸(Anthem)>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앤썸은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 시리즈, <매스 이펙트> 시리즈. <드래곤에이지> 시리즈로 RPG의 명가로 자리 잡은 바이오웨어가 과감히 도전하는 ‘멀티 협동 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SF 액션 RPG입니다.

  

바이오웨어의 전작인 <매스 이펙트: 안드로메다>가 인기 게임 시리즈였던 <매스 이펙트>를 말 그대로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결과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모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앤썸>이 이를 만회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바로는 싱글 스토리가 있지만, 멀티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미션을 공략해나갈 수 있는 <디비전> 같은 게임을 연상시킵니다. <디비전>도 스토리가 존재했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으니 말이죠. 

▶ 재블린 엑소슈트의 멋진 모습은 기대가 됩니다만…
▶ 밸런스 딜러, 탱커, 트리키 딜러, 마법 딜러? 재블린의 4개의 클래스는 RPG의 그것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 게임이 공개되자마자 많은 팬들이 걱정한 점은, 바이오웨어가 가장 잘하는 분야를 과연 멀티 플레이 위주의 앤썸에서 볼 수 있을 것인가였습니다. <발더스 게이트>부터 시작해서 <드래곤 에이지>에 이르기까지, 바이오웨어의 가장 큰 장점은 개성적인 동료들과의 여러 상호작용, 그중에서도 로맨스 요소였습니다. 이런 요소가 있음으로 인해 바이오웨어의 RPG들은 다른 RPG들과 달리 동료들이 단지 전투 성능만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격, 플레이어의 취향 등에 의해 평가되곤 했습니다. 

▶ 성별은 물론 지구인 외계인 로봇(?) 가리지 않는 로맨스, <매스 이펙트> 시리즈.

하지만 개발자 인터뷰에서 밝혀진 바로는 앤썸에는 동료와의 로맨스 요소는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팬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죠. 물론 아직 게임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걱정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앤썸이 바이오웨어의 가장 큰 장점을 놓쳤다는 것은 확실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 발매되지도 않은 앤썸에 대한 우려는 일단 접어두고, 블랙옵스 4는 멀티 플레이를 즐기는 플레이어들도 많았기에 멀티 플레이 온리를 선언한 것이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크게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폴아웃 76은 폴아웃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로 안일한 ‘멀티 플레이 전용’의 선택을 하고 말아 이런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 과연 폴아웃 76의 주제가 제목처럼 다음 폴아웃은 다시 그들이 가장 잘하던 ‘Home’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멀티플레이는 게임의 수명도 늘어나고,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면 지속적인 수익을 올릴 수도 있으니 게임사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싱글 플레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게임사가 자사의 장점을 버린 채로 별 고민 없이 프랜차이즈의 이름에만 기대는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