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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추구한 ‘배틀필드V’의 편견을 깬 시도

게임으로 읽는 역사, [배틀필드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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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어바웃 작성일자2018.11.26. | 1,108 읽음

11월 20일, 기대작 배틀필드V가 공식 출시했습니다. 이번 배틀필드V는 적극적인 한글화 정책으로 많은 유저들의 응원을 받았던 기대작이죠. 이번 작품의 시대는 제2차세계대전입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번 배틀필드V의 싱글 캠페인이 그 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소재들을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독일과 소련의 '독소전쟁'과 처절했던 '스탈린그라드 전투', 연합군 반격의 출발점인 '노르망디 상륙작전', 태평양전쟁 속 '미군과 일본군의 혈투' 등 소재들은 더이상 참신한 스토리텔링이 아니라고 본 것이죠.

  

실제로 배틀필드V의 디렉터가 "슈퍼히어로가 아닌 전쟁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스토리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던 점은 배틀필드V의 스토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배틀필드V 트레일러를 통해 디렉터의 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다뤄지지 않은 여군과 장애군인이 트레일러의 메인 캐릭터로 장식된 건 이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면은 논란을 부르기도 했죠. 제2차세계대전을 소재로 했음에도 고증오류나 어색한 분위기 때문이죠. 특히 전쟁이라는 소재가 무색할만큼 전투 분위기가 '포트나이트'같다는 반응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비록 출시 초기지만 배틀필드V의 향후가 밝다고는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10년이 넘도록 이런 장면만 보면 지루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배틀필드V는 다양성을 시도한 점에서 호평을 줄 만 합니다. 현재까지 출시된 제2차세계대전 배경의 FPS가 집중한 점은 "얼마나 고증과 전장의 분위기를 살리나" 였습니다. 반면 그 세계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은 사실상 단조로웠죠. 그들은 전쟁이 벌어졌고 전장으로 나갔지 왜 싸웠는지 사실상 명분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지루하다"는 평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 세상은 다양하며 각자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걸 이번 배틀필드V에 반영했습니다

반면 이번 배틀필드V는 과감하게 "평범한 군인" 캐릭터를 버리는 모험을 시도했습니다. 현재까지 싱글캠페인은 세 에피소드로 나뉩니다. 범죄자, 여성, 유색인종이라는 소위 '마이너들의 전쟁'을 선보여 새로운 변화를 줬죠. 고증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그들이 싸우는 다양한 이야기를 유저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배틀필드V 싱글캠페인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싸우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먼저 배틀필드V 싱글캠페인 에피소드1 '국기 없는 싸움'은 영국의 특수부대인 SBS를 다룹니다.

▶ 제2차세계대전 중 활약하는 영국 특수부대 SBS 대원들

SBS 부대는 1940년에 창설된 특수부대입니다. 정식 명칭은 영국 해군 보트 특전단(United Kingdom Royal Navy Special Boat Service (SBS))입니다. SBS는 약 250명 내외의 정예부대로 SAS 특수부대, 1946년에 해체한 코만도와 함께 영국의 특수부대를 대표합니다.

▶ 에피소드1 주인공 빌리 브리저

배틀필드V에서는 범죄자인 주인공 빌리 브리저가 SBS 장교 조지 메이슨과 협력해 참가하는 설정입니다. 물론 실제 SBS부대는 범죄자가 아니라 최정예로 구성된 부대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SBS에 참가해 전장으로 나가야하는 명분을 줬습니다. 감옥 대신 전장을 택했던 빌리 브리저는 전투를 통해 희생정신과 동료애를 깨달으며 성숙한 인간이 됩니다.  

  

  

에피소드2 노르뤼스에서는 노르웨이의 여성 저항군 '솔베이그'를 플레이할 수 있죠.

▶ 1940년 나치 깃발이 걸린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모습

사실 이번 에피소드는 전쟁사에 관심이 있거나 노르웨이와 개인적인 관련이 없다면 낯설게 느껴질 겁니다. 1939년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노르웨이는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노르웨이가 가진 지리적, 전략적 가치 때문에 독일은 1940년 노르웨이를 침공합니다. 강한 독일군 앞에 노르웨이 왕과 정부는 영국으로 피신했고 독일의 노르웨이 점령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노르웨이를 점령한 독일은 괴뢰 정부를 세웠습니다. 

▶ 독일에 저항했던 노르웨이 저항군

조국을 빼앗긴 노르웨이 사람들은 독일에 저항했습니다. 특히 독일은 노르웨이에 있는 자원(중수)을 이용해 핵을 개발하려 했는데, 노르웨이인으로 구성된 저항군이 이를 막아섭니다. 덕분에 독일은 핵무기 개발에 실패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 에피소드2 주인공 솔베이그

솔베이그는 이 '노르웨이 중수 사건'에 저항군을 모티브로 만든 주인공입니다. 솔베이그는 원래 독일군에 포로로 잡힌 어머니를 구하는게 목적이지만 어머니로부터 독일이 중수를 확보하려는 계획을 알게 되고 이를 저지하게 되죠.

  

그 동안 여성군은 소련군처럼 전장에서 활약한 사례가 드물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프랑스의 레지스탕스나 노르웨이의 저항군처럼 적군의 점령 아래에서 조국과 가족을 되찾기 위한 여성의 활약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저항 여성군은 우리에게도 익숙합니다.

▶ 안옥윤은 ‘저항하는 여성군’이라는 콘텐츠의 멋진 사례입니다, 사진 출처: 영화 암살(2015) 中

영화 암살(2015)에서 전지현씨가 맡은 '안옥윤'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안옥윤은 다른 남성 독립운동가보다 뛰어난 실력으로 작중 대장을 맡습니다. 당시 잔뼈 굵은 베테랑들도 안옥윤을 인정하고 그녀를 따르게 됩니다.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바는 한 가지. 바로 '조국(대한민국)의 독립'입니다. 일제에 조국을 빼앗긴 서슬퍼런 세상에서 '모두가 안되는 일'이라고 말하는 '조국독립'을 위해 떳떳하게 살아가는 캐릭터입니다.

▶ ‘만주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지사

'안옥윤'의 실제 모델은 '만주 독립군의 어머니'라 불리는 남자현 지사(1872~1933)입니다. 남자현 지사는 1926년 사이토 마코토 총독, 1933년 주만주국 일본 대사를 암살시도 하였으나 실패, 투옥됐습니다. 1933년 석방 5일 후 옥중 후유증으로 돌아가셨죠. 적에게 빼앗긴 조국과 가족을 찾기 위한 '솔베이그', '안옥윤', '남자현 지사'는 옳은 일을 하는 데 남녀가 따로 없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평행이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3 '망각의 용사들'은 흑인 병사 '데메 시세'가 주인공입니다.

▶ 유럽 제국들에 의해 아프리카는 갈기갈기 찢깁니다

데메 시세는 세네갈 출신의 자유 프랑스 식민지군 입니다. 18~19세기 아프리카는 유럽에 의해 피자 조각처럼 나뉘어 식민지가 됩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본국에 수십 배에 이르는 넓은 영역을 식민지로 선언하고 유럽인들에 의해 착취당합니다. 아프리카 식민지민들은 이후 제2차세계대전에도 동원됩니다.

▶ 에피소드3 주인공 데메 시세

데메 시세는 그 중 일원이죠. 시세는 자유 프랑스군에 가입, 독일에게 점령당한 본토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전쟁에 참여합니다. 데메 시세는 명예심이 높아 전쟁 영웅이 되고 싶지만 프랑스인들의 인종 차별에 불만을 품는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 자유 프랑스 식민지군

당시 자유 프랑스 식민지군은 세네갈을 포함해 광활한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동원된 병력입니다. 프랑스는 식민지군에게 차별없는 동화주의(同化主義)를 약속했지만 '유색인종'이라는 차별적 시선과 대우 속에서 전쟁을 치르게 했습니다.

▶ 식민지군인들은 프랑스 대혁명처럼 ‘자유, 평등, 박애’를 위해 전장으로 나갔습니다

이들의 희생은 이후 아프리카 독립의 정신이 됩니다. 에피소드3의 각 챕터 이름을 합치면 프랑스 대혁명의 슬로건 '자유, 평등, 박애가 아니면 죽음을!(Liberte, Egalite, Fraternite ou La mort!)'이 됩니다. 이는 프랑스군으로 활약한 아프리카인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정신을 기리기 위함입니다. 

에피소드3는 우리에게 '인종차별'에 대해 경종을 울릴 겁니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인권선언'을 비롯 헌법을 통해 '모든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있다'고 배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국가, 국민, 인종에 대한 차별, 멸시, 모욕이 만연합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무감각할 지 모르나 이미 4년전 부터 유엔에서도 '한국이 심각한 인종차별 국가'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 언제쯤 우리사회는 진정한 ‘우리’사회가 될까요

출처 :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입장을 바꿔봅시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투신한 독립운동가들이 단지 황인종이란 이유만으로 '노란 원숭이(Yellow Monkey: 미군이 일본군을 멸시하는 지칭)'라는 소릴 듣는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외국인에게 받는 인종차별엔 분개하면서 우리 사회의 일원에게는 단지 출신이나 피부색이 다르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이상으로 배틀필드V를 통해 제2차세계대전 속에서 활약한 다양한 스토리를 확인했습니다. 그들은 기존 전장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역사 속 일원으로 조국과 가족, 동료를 위해 희생했습니다. 단순히 자유주의와 파시즘의 대결을 넘어 한 인간으로, 가족을 위해, 고향을 위해 싸우는 모습은 오늘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교재입니다. 단지 배틀필드V는 게임이지만 게임을 통해 '진정한 우리'를 깨닫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희망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마치면서 흑인 해방운동에 앞장선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중 일부를 소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제 네 자식들이 이 나라에 살면서 피부색으로 평가받지 않고 인격으로 평가 받는 날이 오는 꿈입니다

- 마틴 루터 킹 -

글/ 게임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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