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나라', 실제 배경과 비교하기!
바람의나라, 어디까지 알고 있니?
11월 15일부터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국내 최대 게임행사 '지스타 2018'이 열렸습니다. 이번 지스타 2018에서 주목받은 코너는 넥슨의 신작 모바일게임 발표였죠. 그 중에서도 단연 '바람의나라' 모바일 버전 '바람의나라: 연'입니다. ‘바람의나라: 연’ 출시 일정을 2019년으로 확정된 상태에서 지스타 2018 넥슨 부스는 엄청난 인파들이 ‘바람의나라: 연’을 플레이하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바람의나라: 연'은 모바일 기기에 맞춘 인터페이스와 유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구버전 인터페이스로 무장했습니다. 특히 원작 구현에 충실했던 점은 현장에서도 유저들의 호평이 이어졌죠. ‘바람의나라: 연’은 과거 자사의 게임들을 모바일게임으로 활용하는 ‘복고 프로젝트’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바람의나라: 연’과 원작 ‘바람의나라’의 배경이 되는 역사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부여와 고구려, ‘바람의나라’의 역사적 배경
1) 부여와 고구려, ‘바람의나라’의 역사적 배경
'바람의나라'를 즐기던 분들은 국적 선택 기준이 딱히 크지 않을 겁니다.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얼라이언스와 호드라는 갈등관계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많은 분들은 맵 동선이 짧은 부여를 많이 골랐을 겁니다. 실제로 고구려와 부여는 어떤 관계였을까요? 먼저 부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부여는 BC 2세기경 등장하고 494년에 멸망한 국가입니다. 현재 중국 송화강 일대가 영역이죠.
우리는 부여가 연맹국가라고 학교에서 배웠을 겁니다. 학교에서 배운 국사수업을 떠올려봅시다. 부여는 왕과 마가(馬加,말)·우가(牛加,소)·저가(猪加,돼지)·구가(狗加,개)의 연맹체로 구성됩니다. 이를 사출도(四出道)라고 합니다. 즉 부여는 중앙의 수도를 지배하는 왕과 주변의 영토를 독자적으로 다스리는 가(加)들이 합친 연맹국가입니다.
중앙의 지배가 약한 특성상 많은 집단들이 이탈했을 것으로 추정 됩니다. 그 중 하나가 부여에서 독립된 갈사국입니다. ‘바람의나라’의 히로인 '연'이 바로 갈사왕의 손녀이자 호동왕자의 어머니입니다. 고구려도 마찬가지로 부여에서 독립된 국가입니다.
한편 고구려는 당시에 건국된 신생국가였습니다. 우리가 떠오르는 개마무사라던지 만주벌판을 달리는 광개토대왕은 수백 년 뒤에 벌어질 일이죠.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朱蒙)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고구려는 부여에서 독립한 나라입니다.
고구려도 초기엔 부여처럼 여러 세력이 연합된 비슷한 상황입니다. 고구려는 소노부·절노부·순노부·관노부·계루부 5부의 연합체입니다. 주몽은 졸본성(현 중국 요령성 환인현, 오녀산성)에서 고구려를 세웠고 다음 왕인 유리왕 때 수도를 국내성(현 중국 길림성 집안현)으로 옮깁니다. 평양성 천도는 한참 후대의 일이죠. ‘바람의나라’의 중심 배경은 국내성입니다.
당시 부여와 고구려 사이에는 갈등관계였습니다. 당시 왕인 무휼(대무신왕)은 22년 부여와 전쟁을 일으키나 실패합니다. 앞서 13년 무휼이 왕자일 때 부여의 침략을 물리친 사례가 있어 부여와 신생국가 고구려는 초기부터 갈등관계임을 볼 수 있죠.
다만 게임에서는 이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아 아쉽습니다. 이 점을 잘 살리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갈등’처럼 좋은 콘텐츠 요소가 나올 수 있을텐데 말이죠.
한편 필자는 ‘바람의나라’에서 주술사를 키울 때 다른 직업과 달리 신수 선택에 신중했습니다. 당장 사용하는 공격 마법의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이죠. 각 신수마법은 ‘청룡’, ‘백호’, ‘주작’, ‘현무’로 동서남북을 방어하는 신수의 힘을 상징합니다.
실제로 고구려 유적 내 ‘사신도’ 벽화에서 네 신수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록 도교는 고구려에 7세기 초반 즈음에 전래된 것으로 원작과 시기상 큰 차이가 있지만 고구려의 문화를 보여주는 좋은 자료입니다. 만화 원작에서 세류가 주작을 다루고 게임에서 사신을 적극 활용한 것도 고구려의 문화를 이해하기 좋은 자료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바람의나라’에는 백제 지역이 있는데요. 백제를 세운 온조는 주몽의 아들입니다. 유리왕과 배다른 형제 사이죠. 무휼에게 온조는 삼촌입니다. 백제는 당시 고구려에게 친척인 나라로 후대에 벌어질 전쟁모드와는 달리 친척 국가로 느껴졌을 겁니다.
2)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실제로 어땠을까?
‘바람의나라’는 고구려 2대 왕인 유리왕(BC 19~ AD 18)부터 3대왕인 대무신왕(무휼)까지 시기를 다룹니다. 건국한지 얼마 안된 신생 국가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암투와 무휼과 연의 사랑, 아들인 호동의 번민이 ‘바람의나라’를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게임 '바람의나라'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서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2014년 패치 이후로 현재는 5개 서버(연, 무휼, 유리, 하자, 호동)가 남았지만 한때 13개 서버(연, 무휼, 유리, 하자, 호동, 세류, 봉황, 배극, 주작, 해명, 낙랑, 주몽, 비류)가 운영될 만큼 큰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독특한 점은 같은 시기에 활동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처럼 원작의 등장인물을 서버명으로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무휼은 고구려의 3대 왕 '대무신왕'의 본명이며 연은 그의 둘째 왕비입니다. 유리는 고구려의 2대 왕 '유리', 무휼과 연 사이의 아들 호동, 테스트서버인 괴유는 실제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고구려 장수입니다. 만화가 김진씨는 이런 배경을 잘 버무려서 만화에 녹여냈습니다.
무휼(대무신왕)은 삼국사기에 통치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작에서처럼 진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모습은 삼국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대무신왕>
한편 무휼과 연의 아들 호동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이야기로도 유명하죠. 이 이야기는 ‘이뤄 질 수 없는 두 국가의 왕자와 공주의 러브스토리’부터 정치적인 암투를 다루는 작품까지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존재합니다. 실제는 어땠을까요?
-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대무신왕>
실제는 마치 ‘국익을 위해 낙랑공주를 이용한 못된 호동왕자’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북과 뿔피리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온전히 믿기 어렵지만 우리가 알던 드라마틱한 로맨스와는 분명 거리가 있습니다. 호동은 어떤 캐릭터였을까요?
-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대무신왕>
호동은 아버지 무휼을 닮아 총명하고 치밀한 모습을 보입니다. 동시에 가족에 관해서는 모질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원작 만화 ‘바람의나라’에서도 호동의 번민이 잘 드러납니다. 권력에 먼 첫째 왕비가 실제 어머니가 아님에도 현실적으로 어머니기 때문에 공격하지 못합니다. 그는 자신에게 엄격한 아버지(무휼)를 책망하지만 자신 스스로 극복해나가려는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그럼 호동의 어머니자 무휼의 연인인 ‘연’은 어땠을까요? 원작인 만화 ‘바람의나라’에서는 1권에 등장해서 1권에 사망해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캐릭터입니다.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캐릭터였기에 독자들의 큰 지지를 받았습니다. 연은 부여에서 독립한 갈사국왕의 손녀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실제 어떤 캐릭터였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한편 무휼 또한 자신의 아버지(유리)에게 책망했던 자신이 변한 모습에 괴로워하면서도 연을 잃은 슬픔과 살벌한 권력의 암투 속에 스스로 변해가는 모습을 깨닫는 캐릭터입니다. 여러 면에서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사실 ‘바람의나라’는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를 활용하기 매우 좋은 IP입니다.
‘바람의나라’, 알고 보면 두 번 재밌다!
이상으로 ‘바람의나라’와 관련된 역사적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실제 역사적 자료는 상당히 부족하지만 원작 만화인 ‘바람의나라’에서는 캐릭터와 실제 배경을 충분히 잘 살린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1999년 ‘역대 오늘의 우리 만화상’에도 수상할 만큼 탄탄한 내용을 가지고 있죠. 현재 SE라는 내용으로 다시 연재 중이며 다시 봐도 빠질만한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실제 역사를 비교하면서 즐기는 ‘바람의나라’가 된다면 단순히 사냥과 파밍을 반복하는 ‘바람의나라’가 아닌, 부여와 초기 고구려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곧 출시할 ‘바람의나라: 연’을 과거 구버전의 향수와 역사를 즐기는 마음으로 플레이한다면 더 풍부한 즐길 거리가 될 겁니다.
글/ 게임휴머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