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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과 함께 걸어온 한국 게임 20년

조회수 2018. 1. 10. 14: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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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게임.. 언제부터 기억 속에 있나요?

몇십 년 몇백 년 전도 아닌 몇억 년 전에 살았던 동물을 좋아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죠. 만지거나 보는 건 고사하고 정확히 어떻게 생겼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니 아이돌 덕질보다도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아이돌은 공연이나 오프 가면 볼 수나 있지 않습니까?


    

뭐, 어쩌다 운 좋게 뼈만 남아 있는 애들을 가지고 상상하는 건 실제로 보는 것보다 파괴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실체를 본 적 없는 멸종 동물치고 유구한 인기를 구가해 온 공룡은 거의 이 분야의 보증수표랄까요.

▶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스틸컷

티라노사우루스, 브론토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등 굉장히 생물학적인 작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이제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네요. 익숙하면서도 판타지스러운 공룡에 대한 관심은 게임계에 있어서도 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전화선 연결하던 PC 통신 시절부터 아무 데서나 핸드폰으로 게임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공룡을 테마로 했던 게임들은 한국 게임계에 꽤나 큰 획을 그어 왔습니다. 어디 가장 오래된 추억부터 천천히 되새겨 보실까요.

▶ 90년대 초 플로피디스크로 발매된, 원시인이 공룡을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임 '고인돌'
▶ 만화-애니메이션을 거쳐 캡콤이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만든 '캐딜락 앤 다이너소어'

'쥬라기 공원', 한국 최초의 머드게임

1994년 여름, 카이스트 재학 중이던 송재경 학생(!!)은 한국 최초의 상용 머드게임을 출시합니다. 바람의 나라 만든, 리니지 만든, 자기 회사 차려서 아키에이지 만든 그 송재경 대표 맞아요.


    

송재경 대표가 학창시절 재미 삼아(!) 만들었다는 이 게임의 테마가 바로 쥬라기 공원이었습니다. 공룡들이 되살아나 튀어나오는 동명의 영화 '쥬라기 공원'의 테마를 그대로 가져왔죠. 쥬라기 공원에 들어가 적과 전투를 벌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진행방식이었습니다.

▶ 머드게임 ‘쥬라기공원 2’ 스크린샷

당시에는 지금과는 게임의 형태가 많이 달랐습니다. 텍스트만을 이용해 플레이하는 스타일이었죠. 이걸 '머드(MUD)'게임이라고 해요. 아이템 획득, 캐릭터의 성장, 전투 데미지까지 텍스트로 출력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때는 마우스도 없었으니 클릭 개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접속부터 시작해 공격, 이동, 이동 방향까지 전부 타이핑으로 해야 하는 게임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불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만, 그때는 획기적이었어요. 동시에 깊게 빠지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텍스트로만 구성된 가상현실이 뭐 그렇게 중독성이 있을까 싶지만,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게 없기 때문에 역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엔 충분했던 겁니다. 심지어 한 달에 40만 원짜리 인터넷 고지서를 받을 각오를 해야 했는데도 말이죠.

'쥬라기 원시전', 공룡 잡아먹는 TRPG! 국산 전략 RPG의 큰 축

패키지 게임을 플레이하셨던 분이라면 한 번쯤은 지나갔을 게임, '쥬라기 원시전'입니다. 1996년에 출시된 후 인기를 끌며 후속편인 '쥬라기 원시전 2'까지 나왔습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에 힘입어 RTS(전략 시뮬레이션) 장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국내 게임사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쥬라기 원시전이었죠. 스타리그와 워크래프트 3 프로게이머였던 봉준구 선수, 이중헌 선수 등이 쥬라기원시전 2 리그에서 활약하기도 했어요.

     

이름답게 게임의 배경은 공룡들이 오가는 '쥬라기 섬'이라는 곳입니다. 1편에서는 8 종족, 2편에서는 4 종족 중 하나를 선택해 섬을 통일하는 게 게임의 목표입니다. 섬에 돌아다니는 공룡들을 잡아서 경험치와 고기를 얻고, 적대 종족을 해치우는 게 게임의 목표죠.

▶ ‘쥬라기 원시전 2’ 스크린샷

2편부터 위자드넷을 이용한 멀티플레이가 지원되었습니다. 국내 서버로만 운영되다 보니 아무래도 사이즈는 다소 작았지만 지속적으로 유저 수는 증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길드도 생기기 시작했고 대회도 늘어났죠. 유즈맵을 이용한 플레이나 유저 대회도 큰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부족을 이루어 사는 원시인들이 돌도끼나 활, 철퇴(철퇴 급이면 전설 무기)를 휘두르며 공룡을 잡아먹는 그야말로 중생대 RPG였네요. 성공하진 못했지만 이 IP로 애니메이션도 나왔습니다.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등 외산 TRPG가 대세였던 시절 국산 게임이 두각을 나타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스톤에이지', 다시 돌아온 석기시대와 공룡들

한국, 일본, 대만, 중국까지 동북아 유수의 지역에 서비스를 했던 온라인게임, ‘스톤에이지’입니다. 최초 개발은 1999년 일본에서 했고, 2000년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스톤에이지는 한때 수만 명의 동시접속을 기록하는 등 꽤 큰 인기를 얻었던 타이틀이죠.


    

‘스톤에이지’라는 이름답게 원시 석기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단 현재로부터 과거의 시점이 아니라 세계종말 이후 원시로 돌아간 세계를 테마로 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했죠. 맘모스나 타조 같은 동물부터 각룡, 익룡 등 공룡을 테마로 한 펫과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원시시대지만, 종말 이후라는 컨셉 때문인지 RPG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스킬은 다 있었습니다. 병원, 학교, 예식장 같은 것도 다 있죠.

   

석기시대답게 돈은 ‘스톤’이었구요. 무엇보다도 수많은 종류의 공룡들을 펫으로 부릴 수 있다는 게 매력 포인트였죠. 얘들을 꼬셔서 데리고 있으면 전투요원으로 쓸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우편 같은 심부름도 시킬 수 있었습니다.

▶ 이니엄 스톤에이지, 칠흑의 동굴 스크린샷

스톤에이지 온라인은 저작권 및 판권 문제 때문에 참 우여곡절이 많았던 게임이기도 해요. 이니엄에서 서비스하다가 넷마블로 넘어갔다가 모바일로도 나왔다가 다시 중국으로 넘어가 모바일 MMORPG로 나온다네요.


    

지금은 온라인 쪽은 서비스를 종료한 지 3년이 되어가는 시점이지만, 넷마블에서 낸 모바일 스톤에이지 쪽은 아직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쯤엔 제작 중이라는 모바일 스톤에이지 MMO가 선을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 중국에서 선공개 될 예정인 스톤에이지 MMO

'듀랑고', 드디어 베일을 벗는 자유로움

2012년에 첫선을 보였던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는 마비노기의 디렉터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은석이 장장 7년간을 구상 및 개발해 온 프로젝트입니다. 사실 필자는 최근 사전등록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소리소문없이 엎어진 줄 알았지만, 무려 3차에 달하는 테스트를 거치며 막바지 작업 중이라고 하니 접어두었던 기대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네요.

‘듀랑고’는 현대문명 속에서 잘살고 있던 사람들이 모종의 이유로 야생의 땅 듀랑고에 떨어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과 생존을 다룹니다.


   

이 야생의 땅 듀랑고 섬에는 공룡부터 시작해 매머드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죠. 물론 방심하면 공룡한테 뜯어 먹힐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포획해서 이동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요.

초반에는 불안정한 서버와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평이 좋지 않았지만, 3차 테스트와 해외 테스트를 거치면서 클로즈 베타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높은 수준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국산 게임, 그것도 모바일게임인데도 이런 수준의 게임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자원을 얻어 아이템을 만들고, 아이템을 분해하고 하는 일은 이미 RPG유저들에게는 익숙한 일이겠지만, 듀랑고에서는 자원과 아이템의 속성에 따라 정해진 레시피가 아니라고 해도 아이템을 만들 수 있으며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2014년 NDC에서 발표한 ‘유저에게 가죽 장화 먹이는 방법’은 듀랑고가 어떤 테마로 기획되었는지를 잘 보여 주는 강연이었죠.


    

국산 모바일게임의 경우 가챠를 주요 모델로 한 캐릭터 및 장비 획득을 통해 플레이하도록 짜여져 있는 게 대부분이었고, 이렇지 않은 게임의 경우 방치형이거나 캐주얼한 타입으로 빠지는 식이라 RPG유저라면 가챠모델을 울며 겨자 먹기로 참아야 하는 단점이 언제나 있었습니다. 가챠가 없는 게임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대형게임사의 대작 타이틀 중엔 가챠모델이 배제된 게임을 찾는 건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죠.

자유도 높은 샌드박스 게임을 넥슨에서 만든다는 건 어쩌면 믿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듀랑고에 대한 높은 평가가 테스트에 참여한 유저들로부터 나왔다는 점이 이 게임의 정식 출시를 더욱 기다려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린 같은 고통을 겪어왔으니까요.


    

더불어 드래곤과 오크, 엘프, 좀비들이 나오는 너무도 익숙한 판타지가 아닌, 다소 현대적이면서도 매우 원시적인 테마를 잡고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현대문명의 기술과 지식을 아는 상태에서 원시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 플레이 몰입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거대한 공룡 타고 다니며 듀랑고 누빌 그 날이, 이제 더 미뤄지지만 않길 바라며 한국 게임사에 또 다른 공룡 게임으로서 족적을 남길 수 있길 바라봅니다.

글/ 김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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