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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끝없는 끔찍함,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 3'

조회수 2017. 5. 23. 14: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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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오브 워 시리즈'는 어쩌다 이런 꼴이 되고 말았는가?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 3’는 모든 면에서 끔찍하다. ‘던 오브 워 시리즈’에 오랜 관심을 가졌거나, 워해머 프랜차이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던 오브 워 3’는 실망과 허탈함으로 가득한 게임이며. 던 오브 워라는 이름이 아까울 정도다.


2004년부터 쌓아온 시리즈의 장점이란 도저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며, 1편과 2편의 후속작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 어떤 게임입니까?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 3'

발매일: 2017년 4월 27일

리뷰 기종: PC

가격: 59,800 원

설명: '던 오브 워 시리즈'의 후속작이자 AOS와 RTS의 끔찍한 혼종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의 장점은 보드게임에선 구현하기 힘든 물량전과 치열한 자원 싸움에 있었다. 확장팩을 거듭하며 플레이 가능한 팩션이 다양해지고, 사소한 디테일의 묘사들은 ‘던 오브 워’를 명작이라 불리게 해줬다.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 2’는 화려한 전투 연출과 탄탄한 전략성이 강점이었고. 반복해서 즐겨도 질리지 않는 캠페인은 ‘던 오브 워 2’의 매력이기도 했다.



‘던 오브 워 시리즈’ 팬들이 ‘던 오브 워 3’에 바란 것은 1편과 2편의 장점을 합친 게임이었고, 이들의 장점을 합친다면 암울한 분위기에 놓여있는 ‘워해머 40,000 프랜차이즈’를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볼만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한 것인지,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 3’는 얼핏 보면 1편과 2편의 장점이 잘 합쳐진 게임처럼 보인다. 화면을 뒤덮는 물량전과 혼을 빼놓는 화려한 연출에 싫어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던 오브 워 3’의 실상은 최악에 가깝다. '던 오브 워 시리즈'에 비교해도 좋은 점이 없다시피하며, 다른 RTS에 비교해도 실망스럽기만 한 게임이다.

분대는 유닛의 최소 단위에 가깝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물량에 대한 집착과 구현 방식이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와 ‘던 오브 워 2’가 전략성에 대해서 호평받은 이유는 분대 단위의 세밀한 전투에 있다.


두 게임에서 분대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활용은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각 분대마다 할당된 인원이 달랐으며, 분대의 인원수는 장점이자 약점이 되기도 하였다. 보병 분대가 4~6명으로 구성되고, 저격수나 장교가 한두 명으로 이뤄지는 건 모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스페이스 마린 분대가 4기로 시작하는 것도 이유가 있고, 업그레이드를 통해 분대 인원이 확장되는 것도 다 전략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던 오브 워 3’는 분대 개념을 억지로 쑤셔 넣은 느낌이 드는데. 그 결과, ‘스타크래프트’에서 유닛의 최소단위를 분대로 바꾼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졌다. ‘스타크래프트’에 분대 개념을 추가해서, 미네랄 300을 들여 해병 6기를 한 번에 생산한다고 생각해보자. 게임에 어울리지 않을 뿐 더러, 게임이 이상해질 게 분명하다.


‘던 오브 워 3’가 딱 그 꼴이다. 렐릭에서 만든 RTS에서 분대 시스템은 언제나 핵심이었고, 게임의 시스템과 콘텐츠들은 분대를 고려해서 제작되었다. 그러나 ‘던 오브 워 3’에서 분대 시스템은 형식상 구색을 맞추기 위한 정도에 불과하다. ‘던 오브 워 3’의 분대 시스템에 대해 좋게 쳐주더라도, 대규모 물량전을 구현하려는 목적 외에는 찾을 수 없으며. 그렇다고 ‘던 오브 워 3’의 물량전이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분대 개념은 대체 왜 존재하는가?

분대 A.I.가 이상하게 작동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던 오브 워 3’의 분대 시스템이 엉망으로 된 첫 번째 원인은 확률성의 배제에 있다. 확률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은 게임을 예측하기 어렵고, 더 긴장감 넘치게 만들어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확률에 의존하는 정도가 지나치거나, 그 결과가 납득하기 어렵다면 판단에 큰 지장을 준다.


렐릭에서 만든 RTS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확률 놀음이 얼마나 잔인하고 불합리한 시스템인지 다들 한 번씩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초반부 교전에서 운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기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게 되는 건, 누가 보더라도 전략성과는 거리가 멀고 ‘다키스트 던전’ 같은 게임에나 어울리는 상황이긴 하다.



앞서 말한 예시는 렐릭 RTS 게임들이 가지고 있던 공통적인 문제였다. 확률 앞에서 전략성은 무의미했고, 판단은 불확실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밸런스 문제까지 합쳐지게 되자. 확률이 전략성과 게임성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커지게 되었다.


이때의 영향 때문인지, ‘던 오브 워 3’에 확률은 정말 없다시피 한 수준이 되었다. 대미지 모듈은 일관성 있고 정직하게 바뀌었다. 유닛은 표기된 피해량만큼의 피해를 입히게 되었고, 총알이 빗나가거나 총알 한 방에 즉사가 발생하는 일은 없어졌다.



결국 '던 오브 워 3'는 ‘스타크래프트’의 대미지 모듈과 다르다고 말하기도 힘들어졌다. 렐릭 RTS들이 가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렐릭 RTS만이 가지는 고유한 시스템과 게임성을 제거한 셈이다.


그 결과 ‘던 오브 워 3’는 전작에서 플레이하는 방식들이 하나도 먹히지 않게 되었는데. 병력은 (움직이든 말든) 무조건 총을 맞게 되어 있으며, 설정상으로 나쁜 명중률을 지녀야 될 유닛들도 정확한 사격을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병력들은 이상할 정도로 일점사만을 고집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너무나도 정직하고 체계적인 전투를 펼치는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던 오브 워 3’의 전투에 긴장감이라곤 하나도 없으며, 다양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전투의 밋밋함은 지루하다 못해 잠이 올 정도다.

엄폐, 후퇴, 워기어, 베테런시, 다양한 모션, 싱크 킬. 모두 삭제되거나 축소되어버렸다.

두 번째 원인은 축소된 시스템에 있다. 삭제되고 축소된 시스템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중요한 것들부터 언급해보겠다.


엄폐 시스템은 장단점이 명확했던 양날의 칼이었다. 맵 밸런스를 맞추기 어렵게 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동시에 지형지물의 활용성과 병력 배치의 전략성을 잘 살려준 시스템이었다. 물론, 고릴라만한 덩치의 스페이스 마린이 엄폐물을 끼고 싸우는 모습이 ‘워해머 40,000’과 어울린다고 보긴 힘들지만, 게임성과 전략성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은 확실했다.


사기(제압) 기능은 ‘던 오브 워 시리즈’에 큰 영향을 미쳤었다. 사기로 인해 병력과 병종 간의 밸런스는 절묘했고, 사기를 깎기 위해 제압기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게임이었다. ‘던 오브 워’에서 [E]가 유명해진 건 그만큼 중요한 기술이며 자주 사용되었기에 그렇지, 예능용 콘텐츠로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다.


‘던 오브 워 2’에서 추가된 후퇴 기능은 불리한 상황에서 분대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해주었고, 분대 간 교전을 더 전략적이고 팽팽하게 만들어 주었다.


렐릭 RTS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시스템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던 오브 워 3’에는 엄폐와 사기와 관련된 시스템이 조금도 등장하지 않는다. 기관총의 포화에 노출되면 제압에 걸리는 게 아니라, 그냥 분대가 즉시 삭제되어 버린다.


‘던 오브 워 2’와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에서 엄폐물에 몸을 숨긴 채로 사격하는 애니메이션이 기억나는가? 이번 작품엔 그런 모습이란 찾아볼 수 없다. 슈타 보이 7마리가 똑같은 포즈로 적 한 명을 향해 일점사를 가하는 모습을 생각해봐라. 어색함도 이런 어색함이 따로 없다.

엄폐 개념을 대체한 실드 돔. 전략적으로 중요하지만 너무나 뻔한 위치에 존재한다.

이동 사격이란 개념이 사라지다시피 한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확률성이 없어진 결과, 명중률이란 개념이 사라졌으니 이동 사격을 불가능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은데. ‘스타크래프트 2’에서 하던 무빙샷을 ‘던 오브 워 3’에서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나마 ‘스타크래프트 2’는 이동과 사격 사이의 애니메이션이 버벅거리지는 않았지. ‘던 오브 워 3’는 애니메이션 간의 연결이 버벅거리다 못해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고 이동 사격이란 개념을 아예 없애 버린 것도 아니다. 팩션 독트린에서 특정 유닛이 이동 사격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게임의 핵심 시스템들이 취사선택이 가능한 콘텐츠로 바뀌어 버린 게 하나 둘이 아니다. 게임 핵심 시스템을 줄여 놓고, 선택을 통해 전략의 다양성을 찾으라는 헛소리가 따로 없다.


대미지 모듈의 단순화와 시스템의 축소로 인해, ‘던 오브 워 3’는 렐릭 RTS의 탈을 쓴 무난하고 몰개성 한 RTS가 되어버렸다. 다른 시스템은 다 축소시키고 제외하더라도 분대라는 시스템만큼은 어떻게 빼놓을 수 없는 나머지, 렐릭에서 만들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마지못해 유지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다른 게임들은 후속작에서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던 오브 워 3’에는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던 오브 워 3’에는 원작 보드게임의 룰에 대한 이해가 없어 보이고, ‘던 오브 워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해봤다는 경험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난전 중에는 적을 구별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던 오브 워 3’의 시각적인 구성은 RTS 게임이 줄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을 제공한다. 키 배치와 UI는 몇 시간을 플레이해도 도저히 적응이 되지가 않는다. ‘던 오브 워 시리즈’ 그리고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시리즈’와 공유되는 경험이 하나도 없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시리즈가 맞나 싶을 정도다.


심지어 중요한 정보는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더러, 한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마우스는 화면 끝과 끝을 계속해서 움직여야 되는데, 키보드를 쓰는 손은 생각보다 할 일이 없는 게 아이러니하다. 마우스를 쓰는 손만 필요 이상으로 노동을 하게끔 UI와 키 배치가 구성된 셈이다.


마우스 조작을 더 불편하고 답답하게 만들어 주는 요인은 유닛들의 굼뜬 행동에 있다. 수류탄을 던지거나 스킬을 시전하기 전에 준비 모션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준비 모션 동안 상대방에겐 대응할 시간이 생기고, 나도 행동을 취소할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가만히 멍 때리고 있는 걸 준비 모션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그건 그냥 답답한 애니메이션에 불과하다. 애니메이션의 가짓수도 적은 마당에, 스킬을 시전하려는 준비 모션도 보기에 처참하다. 스킬이 사용되고 있는지 구분이 되질 않을 정도다.


이는 스킬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동작들이 부자연스럽고 버벅거리고 있다. 멍청한 유닛 A.I. 때문에 유닛의 행동이 잠시 멈추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니, 유닛에게 명령 한번 제대로 내리기가 정말 힘들다.


시인성 문제까지 합쳐지면 더더욱 최악에 가까워진다. 유닛들은 한눈에 들어오질 않으며, 내가 선택한 유닛도 잘 보이지가 않는다. 난전이 펼쳐지면 아군과 적이 구분이 되지도 않는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처럼 시각 효과가 너무 강하거나, ‘배틀필드 1’처럼 그래픽이 뛰어나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던 오브 워 3’는 양쪽 다 아니다. 그냥 그래픽이 나쁜 게임이다. 이펙트는 무미건조해서 시선을 끌지도 못한다. 유닛은 외형과 색상만으로 한눈에 구별이 되지 않는다. 재질에 따른 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유닛들에 무게감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청각적인 구성도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데. 렐릭의 RTS들이 호평받은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자.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에서 판저엘리트는 약한 진영이었지만, 내레이터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기세등등했다. 거기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에서는 아예 작정하고 오디오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가?


하지만 ‘던 오브 워 3’는 자장가에 가까울 정도다. OST는 언제나 침울한 노래만 반복되며, 다양한 상황에 맞는 노래는 없다시피 하다. 유닛들의 대사가 재미있지도 않고, 내레이터의 목소리가 감칠맛이 나는 것도 아니다. 효과음? 제대로 된 효과음이 존재나 하는지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 엘다가 뭔가를 시도하면 오크가 꼬이기 마련이고
오크가 꼬여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면 스페이스 마린이 등장한다.

스페이스 마린과 오크 그리고 엘다, 이 세 종족이 등장하면 어떤 시나리오로 흘러가겠는가? ‘워해머 40,000’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엘다는 케인의 아바타를 위해 발버둥 치고, 오크는 싸움터에 끼어들며, 스페이스 마린은 자기네 영토에서 펼쳐지는 이단 행위를 막으러 출동한다. ‘던 오브 워 3’의 시나리오는 새삼 새로울 것도 없다. 문제는 캠페인의 구성에 있다.


‘던 오브 워 2’의 캠페인은 칭찬을 안 할 수가 없는데, 반복성을 요구하는 콘텐츠가 꽤 많긴 하더라도. 캐릭터 육성과 전략이 캠페인 속에 잘 녹아들어 간 게임이었다. ‘던 오브 워 2’의 진 시드 그리고 ‘카오스 라이징’의 타락도 개념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으며, 시나리오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던 오브 워 3’의 캠페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직선적인 진행을 보이며, 캠페인을 어떻게 깨든 다음 캠페인에 하등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여기까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션을 질질 끌며 연출 다운 연출도 없으면서, 넓디넓은 맵을 횡단시킨 뒤 목표물을 제거시키는 구성은 지루하다 못해 짜증이 난다. 자동 저장도 없는 마당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부가 목표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안 깨도 지장은 없지만, 불합리함에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


또 다른 문제는 시나리오다. ‘워해머 40,000’과 ‘던 오브 워 시리즈’를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건 튼튼하고 방대한 세계관에 있다. ‘워해머 40,000’을 다루는 작품에서, 세계관과 그에 맞는 콘셉트는 중요한 요소이고. 클리셰로 점철되더라도 지켜야 하는 설정이 있다.


하지만 ‘던 오브 워 3’는 황당함이 그지없는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플레이어의 매력을 끌지도 못하는 무미건조한 인트로로 시작해서, ‘워해머 40,000’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엔딩으로 끝난다. (덤으로 다음 DLC에 대한 힌트도 빠지지 않는다.)

독트린은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의 정보 보고서와 유사한 시스템이다.

풀 프라이스 게임임에도 플레이 가능한 팩션은 3개가 전부다. 그럼에도 각 팩션 별로 취할 수 있는 다양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워기어 시스템과 분대 숙련도는 사라졌으며, 유닛에 대한 업그레이드는 ‘보병 체력 15% 증가’, ‘차량 공격력 15% 증가’등으로 단순하기 짝이 없다. 부족한 다양성을 독트린으로 채우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대로 게임의 시스템과 콘텐츠를 빼놓은 뒤에 그걸 취사선택하라는 소리와 다름이 없다.

8개의 맵 모두 대칭형 구조를 이루고 있다.
'롤'도 '도타 2'도 아닌 '던 오브 워 3'에서도 이런 광경을 봐야 하는가?

독트린 시스템이 다양성을 망칠지언정, 적어도 게임의 장르를 바꾸지는 않는다면. 엘리트 시스템은 ‘던 오브 워 3’를 ‘MOBA와 RTS 사이의 어중간한 무언가’로 바꿔 놓는다.


‘던 오브 워 3’에서 일반 보병은 지나칠 정도로 약하다. 반면 전략 점수를 사용해 소환이 가능한 엘리트 유닛은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엘리트 유닛은 공격 n 번이면 치명타 발동, 광역 CC 기, 스킬 한 번이면 보병 분대를 전멸시켜 버리거나, 게임의 양상을 뒤바꿀 수 있는 스킬들로 무장하고 있다. RTS 게임이 아니라 ‘도타 2’나 ‘LOL’에나 어울리는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엄연히 ‘던 오브 워 3’의 이야기다.


‘던 오브 워 3’는 MOBA 게임들처럼 일반 유닛으로 라인을 유지하고, 엘리트 유닛을 통해 한타를 펼치는 양상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사실 그렇게 하기 싫어도 MOBA 게임처럼 플레이할 수밖에 없는데. 게임에는 MOBA에 강한 영향을 받은 딱 한가지 모드 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플레이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맵들도 MOBA 마냥 대칭형 디자인을 이루고 있다.


RTS 게임에 기지를 방어하는 강력한 1,2차 타워와 본진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대체 왜 한 가지 모드 밖에 플레이가 불가능한가?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다. MOBA가 전략성을 띤다고 하지만, RTS가 추구하는 전략성과 방향이 같은가? ‘던 오브 워 시리즈’의 팬들이 이런 변화를 좋아할까?


‘던 오브 워 3’의 또 다른 문제는 스킬에 있다. 엘리트 유닛들이 강한 스킬을 지니는 것은 조금이나마 납득이 가능하다. 소환하기 위해선 전략 점수를 모아야 되며, 강력한 스킬이야말로 엘리트 유닛의 존재 의의이니 말이다.


하지만 일반 유닛에게도 강력한 스킬을 줘야 되는지는 조금 의아하다. 스킬 사용에 자원이 소모되거나, 그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유닛을 뽑는다면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던 오브 워 3’는 아무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게임에 등장하는 유닛 절반 이상이 자원 소모 없이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유닛은 스킬을 쓰지 않으면 제대로 된 효율이 나오지도 않는다. 전략성도 나쁜데 쓸데없이 컨트롤만 복잡해졌다.

와아아아! 시전시 연주되는 음악은 훌륭한 편

전략성과 기본적인 게임성이 부족하니 잘 와 닿는 장점은 아니지만, 팩션마다의 개성을 잘 살린 점은 분명히 장점이다.


스페이스 마린의 드랍 포드와 배너 시스템, 엘다의 웹웨이 게이트, 오크의 와아아아아! 타워와 고철 시스템까지. 대부분은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에도 있는 것이지만, ‘던 오브 워 2’에서 빠져 있는 것이기도 했다.


팩션마다 주어지는 시스템은 전략성에 큰 영향을 주고, 이를 활용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던 오브 워 3’에서 그나마 ‘워해머 40,000’스러운 몇 없는 부분 중 하나다.


‘던 오브 워 3’가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까? 글쎄. 렐릭은 THQ 시절 때부터 사후관리와 밸런스에 많은 비판을 받았던 회사였고,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에 이르러서는 납득되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밸런스 조절이 생명인 RTS에서, 신뢰를 잃는 점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플레이어가 줄어들더라도 DLC와 확장팩은 발매될 것이지만, ‘던 오브 워 3’가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까? 일말의 기대조차 비현실적인 게 작금의 현실이다. ‘던 오브 워 3’가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성과 수익성이 아닌, 렐릭에 대한 신뢰다.

결론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 시리즈'는 전작의 반만 따라가도 기본은 먹힐 프랜차이즈다. 그만큼 쌓아온 내공이 많은 작품이고, RTS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지니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던 오브 워 3'는 시리즈의 모든 특색과 장점을 포기하는 방법을 선택하였고, 그렇다고 신선하고 참신한 결과를 얻어낸 것도 아니다. '던 오브 워 3'는 시리즈 팬들에게 상처만 남기는 게임이 되어버렸고, 렐릭에 대한 신뢰는 이제 사라지고 말았다.


'던 오브 워 시리즈'는 어쩌다 이런 꼴이 되고 말았는가? 


글/믐늠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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