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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진동 컨트롤에 이렇게 신경 쓴 스피커가 있었나? - Q Acoustics Concept 300 스피커

조회수 2021. 4. 22. 11: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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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Acoustics Concept 300

리뷰어 입장에서 새롭거나 보기 힘든 컨셉트의 오디오를 만나는 일은 즐겁다. 예를 들어 이번 시청기인 영국 Q 어쿠스틱스(Q Acoustics)의 컨셉트(Concept) 300이다. 2020년과 2021년 미국 오디오전문지 스테레오파일의 추천기기 목록 A클래스에 이름을 올린 스피커라 관심이 있었지만 소리를 직접 들어본 것은 처음이다.

▲ Q-Acoustics 제품의 수상 이력

거두절미하고 거의 흠잡을 데가 없는 2웨이 2유닛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였다. 선명한 윤곽선, 조용한 배경, 풍윤한 앰비언스, 탄력적인 저음, 투명한 무대 등 가성비를 훨씬 뛰어넘는 음이 나왔다. 소형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 같았다. 청음노트에 이렇게 썼다. ‘이 스피커, 정체가 뭐냐?’ 그리고 나름 짐작했다. ‘이 모든 것은 저 특이하게 생긴 삼각대를 포함한 진동 컨트롤의 결과다.’


Concept 300 팩트 체크

컨셉트 300은 2웨이 2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탠드마운트 스피커다. 인클로저만 보면 높이(355mm)보다 안길이(400mm)가 더 긴 스타일로 무게는 14.5kg이 나간다. 트위터는 네오디뮴 마그넷을 쓴 1.1인치 패브릭 돔, 미드우퍼는 페라이트 마그넷을 쓴 6.5인치 페이퍼 콘. 특이하게 각 유닛을 장착한 볼트가 보이지 않는데, 이는 인클로저 내부에서 볼트로 유닛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후면을 보면 둥근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와 바이와이어링 혹은 바이앰핑을 위한 바인딩포스트가 2조 있고 그 위에 고역 음압을 살짝(0.5dB) 조절하기 위한 3개의 점퍼 소켓이 마련됐다. 인클로저 재질은 3겹의 MDF이며, 각 패널 사이에는 듀얼 젤(Dual GelCore)이라는 젤이 발라져 있다. Q 어쿠스틱스에 따르면 인클로저에서 발생한 진동과 공진을 젤의 열에너지로 바꿔 소멸시킨다.

▲ Q Acoustics Concept 300 텐스그리티 스탠드(Tensegrity Stand)의 열감지 그래프

컨셉트 300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삼발이 모양의 스탠드인데 Q 어쿠스틱스에서는 텐스그리티 스탠드(Tensegrity Stand)라고 명명했다. 높이는 69cm, 재질은 스테인리스 스틸이며 안이 빈 튜브 구조다. 같은 재질의 얇은 케이블이 위아래를 잡아주고 있어 스탠드 자체는 보기보다 상당히 견고하다. 가느다란 튜브 삼각대가 두터운 튜브나 속이 꽉 찬 일반 솔리드 스탠드에 비해 제진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다.


스펙을 보면 공칭 임피던스는 6옴(최저 4.7옴), 감도는 84dB, 주파수응답특성은 55Hz~30kHz(+3dB, -6dB)를 보인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5kHz에서 3차 오더(-18dB)로 가파르게 끊었다. 참고로 2019년부터 3년 연속 스테레오파일 A클래스에 오른 상위 모델 컨셉트 500은 크로스오버 슬로프가 4차 오더(-24dB)다. 권장 앰프출력은 25~200W, 내부 용적은 11.4리터를 보인다.


진동 컨트롤의 모든 것

턴테이블의 픽업 시스템도 그렇지만, 스피커 역시 기본 메커니즘은 진동(vibration)이다. 말 그대로 진동판이 움직여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신호와 관계가 없는 진동과 공진(resonance)이 스피커에 끼어들면 ‘폭망’하게 돼 있다. 일부 제작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메커니컬 그라운드(mechanical ground)라는 개념도 진동과 공진을 접지처럼 없애준다는 뜻이다.

▲ Q Acoustics Concept 300와 텐스그리티 스탠드의 연결부분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컨셉트 300이야말로 이러한 진동과 공진 컨트롤에 큰 신경을 쓴 스피커다. 스피커 전체 컨셉트 자체가 ‘제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만 해도 가느다란 튜브 형태의 텐스그리티 스탠드와 MDF 인클로저 사이에 발라진 듀얼 젤코어, 2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확실한 히든 카드가 있으니 인클로저 바닥에 장착돼 텐스그리티 스탠드와 맞닿는 아이솔레이션 베이스 서스펜션(Isolation Base Suspension)이다.

▲ Q Acoustics Concept 300 에 적용된 Isolation Base Suspension

아이솔레이션 베이스 서스펜션은 한마디로 인클로저를 떠받치는 플레이트 4개 귀퉁이에 두툼한 스프링을 달아 말 그대로 자동차 서스펜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스프링 시스템 덕분에 스피커에서 바닥으로 내려가는 진동이나, 거꾸로 바닥에서 스탠드를 타고 스피커로 올라오는 진동이 모두 차단된다고 한다. 제작사에 따르면 아이솔레이션 베이스 서스펜션은 일종의 로우 패스 필터로 작용, 10Hz 이상의 진동 주파수는 모두 차단시킨다.

▲ Q Acoustics Concept 300 에 적용된 유닛 진동 컨트롤 시스템

유닛에도 진동 및 공진 컨트롤이 숨어있다. 미드우퍼의 경우 고무(rubber) 재질의 서라운드가 배플로부터 건너오는 공진을 대부분 차단시키고, 트위터는 고무 재질의 개스킷(패킹)이 붙어있어 사실상 배플과 디커플링됐다. 컨셉트 300의 트위터가 다른 스피커들에 비해 미드우퍼와 더욱 가깝게 붙어있을 수 있는 것도 이처럼 트위터에 대한 공진 컨트롤이 잘 이뤄진 덕분이다.


끝으로 내부 브레이싱(버팀목) 설계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인클로저에서 공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 이들 지점에 정확히 브레이싱을 한 것. Q 어쿠스틱스에서 이를 P2P(Point to Point) 브레이싱이라고 명명한 이유다. 제작사에서 공개한 인클로저의 히트 맵(Heat Map)을 보면 브레이싱 처리를 하지 않을 때에 비해 P2P 브레이싱의 제진 효과가 탁월한 것을 알 수 있다.


시청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진행한 컨셉트 300 시청에는 네임의 유니티 노바(Uniti Nova)를 동원, 네임 앱으로 주로 타이달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Gilbert Kaplan, Wiener Philharmoniker - Mahler Symphony No.2(Mahler 2)

사실, 이날 컨셉트 300 시청에 앞서 다른 스피커 리뷰를 했었는데, 컨셉트 300으로 듣자마자 체급차이가 확연했다. 컨셉트 300이 한결 타이트하고 딱 조여준 음이 나온다. 이 스피커의 여러 진동/공진 컨트롤에 대해 미처 파악을 못한 상태에서 들었는데도, 시청 메모를 보면 주로 ‘깔끔'과 ‘예리', ‘탁월한 제진 대책' 이런 단어들이 많았다. 배경의 정숙도도 탄복할 만한 수준. 1악장에 처음 등장한 총주 역시 제대로 된 불꽃놀이 쇼였다. 마리앙 피레스 등이 연주한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에서는 섬세한 해상력과 고운 입자감이 돋보였고 배음 표현력도 발군이었다. 전체적으로 품격 높은 재생음이다.

Arne Domnerus ‘High Life’(Jazz at the Pawnshop)

처음 뛰쳐나온 음부터 선명하고 또렷한 윤곽선과 진한 색채가 돋보이는데, 이는 무대 배경이 딥블랙으로 펼쳐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치 화면에 HDR을 적용시킨 것 같다. 탬버린 소리는 그 상쾌한 금속음을 자지러지게 들려주고, 드럼은 애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트렘폴린처럼 통통 탄력감을 과시한다. 전체적으로, 뭐랄까, 음악적으로 풍윤하다고 할까, 그러한 포만감이 이 스피커에는 가득하다. 음이 싱싱하고 깨끗하게 살아있는 것도 특징. 무대와 필자 사이가 정말 투명한 점 역시 컨셉트 300이 펼쳐보인 매직 중 하나다. 미세먼지가 봄비로 인해 모두 씻긴 듯한 쾌감을 맛보았다.  

Anne-Sofie Von Otter ‘Green Song’(For The Stars)

반주음이 들리더니 갑자기 오터가 훅 치고 들어온다. 놀라운 실체감이자 대단한 이미지 메이킹이다. 무엇보다 오터의 목소리가 상당히 리퀴드한데, 이처럼 사람 목소리에서 메마르고 거친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스피커의 진동컨트롤이 잘 이뤄졌다는 증거다. ‘메마름’과 ‘거침'은 결국 왜곡이고 착색이기 때문이다. 반주 첼로의 저역은 밑으로 잘 내려가고 녹음 스튜디오의 홀 톤도 그럴싸하게 잘 드러내준다. 확실히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찰지게 표현해주는 스피커가 맞는 것 같다. 지금까지 들은 것만 놓고 보면 딱히 흠 잡을 데가 없다. 풍성한 울림과 배음 역시 계속해서 포착되는 이 스피커의 매력이다.

The Beatles ‘Here Comes The Sun’(Abbey Road)

이렇게 깔끔하고 예리하며 디테일에 강한 스피커이지만, 컨셉트 300은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파티형 스피커이기도 했다. 블론디의 ‘The Tide Is High’를 들어보면 음 하나하나가 단단한데다 리듬과 비트도 잘 살아나 듣는 필자의 기분마저 좋아진다. 싸구려 스피커처럼 음들이 앞으로 들이대지 않는 모습도 대견하다. 비틀스의 ‘Here Comes The Sun’에서는 넓고 깊게 펼쳐진 사운드스테이지에 감탄했고, 기타의 고음 연주는 소름이 돋을 만큼 대단한 해상력을 뽐냈다. 보컬은 여지없이 리퀴드하고 싱싱했다. 어디 하나 뭉개지거나 흐릿한 구석이 없는 음과 무대였다.


총평

여리여리한 스탠드, 귀엽게 곡면 처리된 인클로저, 반짝반짝 빛나는 하이글로스 마감. 처음엔 겉모습만 신경쓴 라이프 스타일 스피커로만 생각했다. 그래도 스테레오파일의 높은 평가가 잇따른 만큼, 어디 한번 제대로 들어보자고 작정했다. 결과는 놀라움의 연속. 시청 후 이 스피커에 베풀어진 각종 진동/공진 컨트롤을 알고 난 후에는 더욱 놀랐다.


맞다. 컨셉트 300은 겉모습만 화려하게 치장한 스피커가 결코 아니다. 원음에 최대한 가까운 재생을 얻기 위해 진동과 공진을 없앴고, 그 수고는 소리로 보답받았다. 시청 내내 ‘이 스피커, 도대체 뭐야?’라는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던 이유다. 시청을 마치기 전 커티스 풀러의 ‘Oscalypso’를 들었다. 미끈하고 푸근한 색소폰의 음색, 징그러울 만큼 생생한 트럼본 연주자의 입김, 무대를 꽉 채운 드럼 솔로의 실체감. 필자는 이날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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