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 앰프에 푹 빠진 3가지 이유 - PrimaLuna EVO300 인티앰프

조회수 2021. 4. 9. 13: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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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프리마루나(PrimaLuna)는 안전하고 편리하며 기능이 풍부한데다 소리까지 어디에 빠지지 않는 진공관 앰프 메이커다. 이는 제작사가 주장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옮긴 것이 아니다. 필자가 이들의 EVO 시리즈 인티앰프를 여러 차례 리뷰하고 써보면서 몸으로 느낀 내용이다. 가격까지 착하니 거의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앰프다.


이번에는 EVO300 인티앰프다. EVO 시리즈 서열 2위의 인티앰프이지만 성능과 기능으로 보면 플래그십 EVO400에 가깝다. 프리마루나의 장기인 강력한 튜브 롤링(Tube Rolling)과 울트라 리니어/트라이오드 모드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입 부품과 배선의 퀄리티까지 따져보면, 두 동생 모델 EVO200과 EVO100 인티앰프와는 격차가 꽤 난다.


프리마루나와 EVO 시리즈

▲ Primaluna의 설립자, 허만 반 덴 둥엔(Herman van den Dungen)

프리마루나는 네덜란드 태생의 허만 반 덴 둥엔(Herman van den Dungen)이 2003년에 설립, 올해로 18년차를 맞은 진공관 앰프 전문 제작사다. 1972년에 대학을 졸업한 반 덴 둥엔은 7년 동안 교사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뒤롭 오디오(Durob Audio)라는 오디오 수입사를 운영했다. 1998년에는 ‘AH! Njoe Tjoeb’라는 CD플레이어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다 가격적으로도, 인터페이스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진공관 앰프를 만들기 위해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설립한 제작사가 바로 프리마루나다. 프리마루나는 설립 첫 해에 프롤로그 라인의 ProLogue One, Two 인티앰프를 선보였고, 이후 2006년까지 ProLogue Three 프리앰프, Four, Five 파워앰프, SIx, Seven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출시했다. 상위 라인업인 디알로그(DiaLogue)는 2006년 말 탄생했다.

▲ Primaluna의 4가지 제품들 (EVO400/EVO300/EVO200/EVO100)

이처럼 다소 복잡했던 프리마루나 라인업은 2019년 4월 새 EVO(Evolution) 시리즈가 나오면서 아주 심플해졌다. 위부터 400, 300, 200, 100으로 내려가고, 각 모델에 프리앰프, 파워앰프, 인티앰프를 마련한 방식이다. EVO100에는 DAC 모델도 있는데, 이에 대한 필자의 리뷰가 조만간 있을 예정이니 많은 기대를 바란다.


플래그십은 EVO400이다. EVO400 인티앰프의 경우, 채널당 출력관을 4개 투입해 패럴렐 푸시풀(파라PP) 구동한다. 출력관으로 5극관 EL34와 빔관 KT150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데, EL34를 꽂으면 울트라 리니어 접속시 70W, 트라이오드 접속시 38W를 낸다. KT150은 각각 88W와 50W로 출력이 늘어난다.

▲ Primaluna EVO300 인티앰프

이번 시청기인 EVO300은 채널당 2개의 출력관이 푸시풀 구동하는 점이 가장 다르고 이에 따라 출력도 EL34 이용시 42W(UL)와 24W(TR), KT150 이용시 48W(UL), 31W(TR)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초단 및 위상반전, 그리고 출력관 드라이브용으로 쌍3극관 12AU7을 6개 투입한 것은 EVO400과 동일하다.


EVO200은 출력관을 채널당 2개씩 쓴 것은 EVO300과 동일하지만 12U7을 채널당 2개씩만 썼다. 출력관 선택의 폭도 좁아서 EL34와 KT88만 롤링할 수 있다. 출력관 접속방식도 울트라 리니어만 제공하는데, EL34 이용시 44W, KT88 이용시 45W를 낸다.


막내 EVO100은 출력관을 채널당 2개씩 쓰고, 앞단에 12AX7과 12AU7을 채널당 1개씩 썼다. 출력은 EL34에서 40W, KT88에서 41W를 내고 EVO200과 마찬가지로 울트라 리니어 모드만 제공한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상위 모델일수록 고급 전원 트랜스와 대용량 출력 트랜스, 업그레이드된 부품과 내부배선을 쓴다


EVO300 인티앰프 본격 탐구

▲ Primaluna EVO300 인티앰프

EVO300 인티앰프는 기본적으로 EL34를 채널당 2개씩 써서 울트라 리니어 접속시 42W, 트라이오드 접속시 24W를 얻는 클래스AB 증폭, 푸시풀 구동의 인티앰프다. 초단 및 위상반전관으로 12AU7이 채널당 1개, 드라이브관으로 역시 12AU7이 2개씩 투입됐다. 헤드폰 출력을 갖췄고, 옵션으로 MM 포노스테이지를 제품 하단에 장착할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프리마루나 진공관 앰프의 가장 큰 특징은 앞에서 잠깐 언급한 강력한 튜브 롤링에 있다. 프리마루나 표현을 빌리자면 ‘가장 음악적인 진공관’ EL34 말고도 KT88, KT120, KT150을 바꿔 낄 수 있다. KT150을 장착하면 울트라 리니어 접속시 48W, 트라이오드 접속시 31W로 출력이 늘어난다.


울트라 리니어 모드 : 42W(EL34), 43W(KT88), 45W(KT120), 48W(KT150)

트라이오드 모드 : 24W(EL34), 25W(KT88), 27W(KT20), 31W(KT15)


주로 초단관에서 확보되는 전압게인 역시 출력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난다. EL34를 쓰면 36.5dB, KT88을 쓰면 36.7dB, KT120을 쓰면 36.8dB, KT150을 쓰면 36.9dB를 확보한다.


외관을 보면, 무엇보다 독특한 모양의 튜브 케이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프리마루나 진공관 앰프의 시그니처이기도 한 이 튜브 케이지는 양 측면에 투명한 강화유리가 달렸고, 앞에는 가로로 봉이 달려 진공관 자태를 마음껏 훔쳐볼 수 있다. 케이지 탈착은 무척 쉽다. 케이지를 벗겨 보니 앞 줄에 12AU7이 6개, 뒷줄 양쪽에 2개씩 EL34가 총 4개 꽂혀 있다.


알루미늄 전면 패널 왼쪽에는 볼륨(Volume) 노브, 오른쪽에는 입력 선택(Selector) 노브가 달렸다. 왼쪽부터 Aux1, Aux2, Aux3, Aux4, Aux5, HT(Home Theater)다. 셀렉터 노브 바로 옆에는 6.35mm 헤드폰 출력단자가 있다. 왼쪽 측면 섀시에는 전원 온오프 스위치, 오른쪽 측면 섀시에는 출력 선택 스위치(LS = LoudSpeaker, HP = HeadPhone)와 바이어스(Bias) 스위치가 달렸다.


이 바이어스 스위치야말로 필자가 보기에 프리마루나 앰프의 대표 시그니처 중 하나다. 스위치를 위로 누르면 하이 바이어스(High Bias), 아래로 누르면 로우 바이어스(Low Bias)다. 튜브 롤링을 위한 것인데, 하이 바이어스는 KT88, KT120, KT150, 로우 바이어스는 EL34를 꽂았을 때 사용하면 된다.

▲ Primaluna EVO300 인티앰프의 후면

후면에는 입출력 단자가 빼곡하다. 가운데에 RCA 입력단자 6조가 있고, 그 왼편에 테이프 아웃과 서브 아웃 출력 RCA 단자가 각 1조씩 마련됐다. 서브우퍼 출력단자 옆에는 특별히 스테레오와 모노를 토글 스위치로 선택할 수 있게끔 돼 있다. 입출력 단자 양 사이드에는 0옴, 4옴, 8옴 커넥터로 이뤄진 스피커 출력단자들이 배치됐다. 밑에는 옵션으로 장착된 포노스테이지가 보인다. 포노스테이지 이용시 입력은 Aux2를 선택하면 된다.


기본 제공되는 리모컨에서는 TR/UL 버튼이 돋보인다. EVO300 인티앰프로 음악을 듣는 중에도 이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출력관의 트라이오드 모드와 울트라 리니어 모드를 실시간으로 오갈 수 있다. EVO300 전면 패널 가운데 LED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울트라 리니어, 녹색 불이 들어오면 트라이오드 모드다. 기본 세팅은 울트라 리니어 모드.


트라이오드 모드, 즉 3극관 모드는 말 그대로 5극관이나 빔관의 내부 결선을 3결 접속하는 것. 즉 5극관의 스크린 그리드(제2그리드)를 플레이트에, 서프레스 그리드(제3그리드)를 캐소드에 접속시켜 마치 3극관처럼 작동케 하는 것이다. 울트라리니어 모드 역시 3결 접속이긴 하지만, 스크린 그리드(제2그리드)를 플레이트에 연결할 때 출력 트랜스의 1차 권선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3결 접속의 장점(낮은 내부저항)을 유지하면서도 더 높은 출력, 더 낮은 출력 임피던스를 얻을 수 있다.


끝으로 EVO300 인티앰프의 스펙을 살펴봤다. 주파수응답특성은 +,-1dB 기준으로는 10Hz~50kHz, +,-3dB 기준으로는 8Hz~75kHz에 걸쳐 플랫하다. 진공관 앰프로는 상당히 광대역한 특성을 보인다. 왜율(THD)은 1W 출력시 0.2%, 입력 임피던스는 100k옴을 보인다.


신호대잡음비(SNR)와 입력감도는 출력관에 따라 다른데, SNR은 86dB(EL34), 87dB(KT88, KT120, KT150), 입력 감도는 270mV(EL34), 285mV(KT88), 290mV(KT120), 300mV(KT15)를 보인다. 크기는 405mm(W) 205m(H) 385mm(D), 무게는 31kg을 보인다.


Adaptive AutoBias, 튜브 롤링의 핵심 기술

▲ Primaluna EVO300 인티앰프의 EL34 진공관

필자가 보기에 EVO300은 무엇보다 튜브 롤링을 아주 강력하게 즐길 수 있는 인티앰프로서 가치가 높다. 기본은 EL34이지만 오른쪽 측면에 붙은 스위치 변환만으로 여러 진공관을 롤링할 수 있다. 스위치를 위로 올리면 KT88, 6550, KT90, KT120, KT150 출력관을, 아래로 내리면 EL34, 6CA7, 6L6GC, 7581A, KT66 출력관을 꽂을 수 있다.


출력관에 따라 출력도 당연히 바뀐다. EL34를 선택하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42W(UL)가 나오고, KT150을 선택하면 48W(UL)를 얻는다. KT150을 채널당 2개씩 푸시풀로 구동해 ‘겨우’ 48W 출력을 얻는 점이 의외이지만 이 역시 프리마루나 전 라인업을 관통하는 특징이다. 제작사에서는 소릿결과 진공관 수명을 최우선시해서 가장 미니멈하게 출력을 뽑아낸 것이라고 한다.


​스위치 변환만으로 이렇게 많은 출력관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EVO300 인티앰프의 바이어스 전압 설계가 정밀하게 그리고 편리하게 돼 있다는 증거다. 프리마루나에서는 이러한 자동 바이어스 전압 조절장치를 ‘Adaptive AutoBias’(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라고 명명했다. 출력관에 따라 바이어스를 ‘자동으로’(auto), ’적응’(adaptive) 시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는 일종의 고정(fixed) 바이어스 방식으로, 센서가 출력관을 끊임없이 모니터해서 필요한 바이어스 전압을 리얼타임으로 가해주는 점이 돋보인다. 이에 비해 진공관 인티앰프나 파워앰프에 흔히 채택되는 자기 바이어스(Self Bias)는 출력관 캐소드 밑에 저항을 달아 그리드 입장에서 + 전압이 생기게끔 해주는 장치에 불과하다.


결국 EVO300 인티앰프가 광범위한 튜브 롤링이 가능한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이 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 덕분이다. 그리고 측면 섀시에 붙은 하이/로우 바이어스 선택 스위치는 이 어댑티브 오토 바이어스의 부하를 줄여주기 위해 출력관에 따라 미리 ‘고전압 바이어스’(KT150)와 ‘저전압 바이어스’(EL34)를 흘려주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판 출력관 소켓 앞에는 작은 LED가 하나씩 박혀있는데, 이는 각각의 출력관의 상태가 어떤지 알려준다(Bad Tube Indicator). 예를 들어 그리드가 플레이트에 달라붙는다는지,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빨간 색 불이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알려주는 차원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어댑티브 오토바이어스가 튜브 이상을 파악하자마자 보호 모드(Protection Mode)로 전환, 즉시 EVO300 작동을 중지시킨다. LED 표시는 선조치 후 해당 진공관을 교체하라는 후신호인 셈이다.

 


고신뢰 트랜스, 하드와이어링, 릴레이 입력단, 고급 부품과 배선

▲ Primaluna EVO300 인티앰프의 내부

EVO300 인티앰프에는 이 밖에도 100% 하드와이어링 방식의 배선, 메탈 케이스에 함침된 토로이달 전원트랜스, 커스텀 사양의 수작업 출력트랜스, 릴레이 방식의 입력단 설계 등이 돋보인다. 그 중에서도 전원트랜스와 출력트랜스 품질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이 확실한데, 이는 이 앰프가 들려준 소릿결과 스피커 구동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잘 아시는 대로 전원트랜스는 각 부품에 직류전기를 공급하는 파워서플라이의 첫 출발이기 때문에 앰프의 구동력을 결정짓는 최대의 잣대. 더욱이 증폭된 음악신호가 빠져나가는 진공관 플레이트의 경우 동일 전원선에 음악신호가 함께 흐른다는 점에서 음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이 전선을 흐르는 전압이 불안정해서는 이를 올라탄 음악신호마저 출렁이기 때문이다.


출력트랜스는 특히 푸시풀 앰프에서 음질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푸시풀 앰프의 경우 각 출력관을 빠져나온 신호는 서로 위상이 반대인 상태인데, 이를 합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출력트랜스이기 때문이다. 출력트랜스는 또한 출력관의 높은 출력 임피던스와 스피커의 낮은 임피던스를 서로 매칭시켜주는 역할까지 한다.


EVO300 인티앰프에는 이 밖에도 스위스산 은도금 OCC 선재를 주요 신호경로에 투입해 스피드와 선명도를 확보한 점, 저잡음으로 유명한 일본의 타크만(Takman) 저항 등 고급 부품을 투입한 점도 돋보인다. 이는 EVO400과 EVO300만의 특권이다. 볼륨은 알프스(Alps) 포텐셔미터, 진공관 소켓은 세라믹 재질, 스피커 커넥터는 WBT 제품, RCA 입력단자는 금도금을 해서 썼다.

 


시청

EVO300 인티앰프 시청은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한 차례, 필자의 시청실에서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풀레인지에서는 오렌더의 A30과 다인오디오의 Evoke 50 스피커, 필자의 시청실에서는 왓슨오디오의 Emerson Digital과 EVO100 DAC, 맨리의 ML 스피커를 동원했다. 맨리의 Steelhead RC 포노스테이지를 투입해 LP도 들어봤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울트라 리니어 모드로 들어보면, 선명하고 색번짐이 없는 음이 시청실에 가득하다. 스피커로부터 음들을 시원시원하게 뽑아내는 점이 인상적. 진공관 앰프라서 속도가 굼뜨다, 이런 느낌은 전혀 없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탁 트인 무대와 상쾌하고 싱싱한 음의 감촉인데 이는 초단 및 위상반전을 맡은 12AU7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준 덕이다. 출력관에만 집중해보면, 파라 푸시풀인 EVO400 인티앰프에 비해 스텝이나 해상력 면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트라이오드 모드로 바꿔보면 활기나 에너지감은 줄어들지만 오케스트라가 보다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팀파니 연타는 울트라니 리니어에 비해 약하고 연했다.


Anne-Sophie Von Otter ‘Baby Plays Around’(For The Stars)

트라이오드 모드의 진가는 예상대로 여성 보컬곡서 드러났다. 오터가 내뱉는 숨과 내는 목소리 하나하나에 입술향과 샴푸 향이 풍기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육감적이고 매혹적인 체취가 가득했다. 맞다. 트라이오드 모드는 5극관의 출력을 쓰면서도 3극관의 소릿결을 즐기라고 만든 발명품인 것이다. 앰프 전체로 보면 마치 프리, 파워 분리형을 투입한 것처럼 넓은 무대감과 싱싱한 음의 감촉이 돋보인다. 이 곡을 울트라 리니어 모드로 바꿔보면 오터 목소리에 좀 더 힘이 붙는다. 이 것 역시 나쁘지는 않지만 아까의 향과 숨결이 크게 묻힌다는 느낌이다.

Arne Domnerus ‘High Life’(Jazz at the Pawnshop)

왓슨오디오의 네트워크 브릿지 에머슨 Digital과 프리마루나의 EVO100 DAC을 투입, 룬(Roon)으로 타이달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출력관 결속은 트라이오드 모드. 필자의 시청실에서 EVO300 인티앰프를 처음 듣는 순간인데, 첫인상은 음들이 저마다 선명하고 타이트하다는 것. 노이즈가 거의 모두 사라진 듯한 가운데 이 정도로 차분하고 디테일하게 음들을 들려주는 모습이 대단하다. 또한 EL34를 푸시풀 구동하면 이 정도로 활기차고 묵직한 음이 나오는가 싶기도 하다. 깨끗하고 고운 음, 넓은 무대, 이는 계속해서 파악되는 프리마루나 EVO 인티앰프들의 특징이다.

Keith Jarrett ‘Part II.A’(The Koln Concert)

LP로 들어보면, 그냥 처음부터 맑고 풍성한 음이 난무한다. 피아노 줄과 인클로저 울림이 모두 포착되는데, 어느 하나 밋밋하거나 헐벗거나 앙상하지 않다. 탄노이의 10인치 동축 유닛을 쓴 ML10 스피커에서 시원시원하게 음들이 뛰쳐나오는 것도 특징. 진공관 앰프라고 해서 음의 온기가 있다, 따뜻하다, 이런 상황은 아니다. 은근히 뉴트럴한 성향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이어 에릭 존슨의 ‘Battle We Have Done’을 들어보면 마치 FM 라디오를 듣는 듯한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며 묵직하고 깨끗한 사운드가 넘실댄다. 프리츠 라이너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전람회의 그림’에서는 아주 여린 음들까지 확실하게 들릴 정도로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고 촘촘했다.


총평

▲ Primaluna EVO300 인티앰프

실제 필자 시청실에서 열흘 넘게 EVO300 인티앰프를 직접 써보니 평소 간과했던 몇가지가 두드러졌다. 하나는 인티앰프의 편리함이다. 정말 오랜만에 인티앰프를 써보니, 프리, 파워 분리형 앰프가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EVO300은 게다가 리모컨으로 TR/UL 선택까지 모든 것이 다 되니 더욱 편리했다.


두번째는 푸시풀 EL34의 매력이다. EL34의 소프트한 소릿결과 5극관의 파워를 동시에 잡았다. 싱글 EL34에 비해 왜율이 낮고, 예를 들어 푸시풀 KT150에 비해 음악적 감수성이 높다. KT150과의 튜브 롤링은 이번 EVO300 인티앰프에서는 테스트하지 못했지만 예전 EVO400 때 해보니 아주 손쉽고 빠르게 KT150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다.


끝으로 세번째는 안전한 진공관 앰프를 위한 프리마루나의 세심한 배려다. 다행히 시청기간 내내 배드 튜브 인디케이터에 불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러한 장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필자와 같은 진공관 앰프 유저 입장에서는 감지덕지다. 푸시풀 앰프인데도 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 역시 진공관 수명 연장을 위한 배려다.


이 모든 것을 한 섀시에 담은 인티앰프가 바로 프리마루나의 EVO300이다. 여기에 스펙이나 기능, 부품 퀄리티 등이 플래그십 EVO400에 근접했으니, 실구매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메리트가 될 것이다. 염려나 걱정 없이 EL34나 KT150 진공관의 세계로 뼈져들고픈 애호가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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