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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홀로그래픽 네오 클래식 우드 혼 - Odeon Izumi 스피커

조회수 2021. 3. 26. 16: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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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스피커의 진화

밀도가 높은 밀폐형 목재 인클로저를 공명하는 어쿠스틱에는 각별함이 있다. 여러 스피커들을 전전하다 보면 결국 어느 날 이런 소리에 끌리곤 한다. 아주 좁은 틈으로 리플렉싱을 하는 세미 밀폐형의 경우도 이에 준한다. 가만 느껴보면 이런 스피커에서는 나무의 중심에서부터 빈틈없이 전해오는 특유의 밀도와 목질이 조합되어 있다. 마치 야구장 외야석에서 나무배트의 무게중심에 정확히 공이 들어맞았을 때 들려오는, 날아가는 공 만큼이나 반듯이 날아오는 청각적 중량감은 알루미늄 배트와는 노선 자체를 달리하는 유구한 집중력이 있다. 다양하고 새로운 소재와 기술이 시도되고 있는 최신예 스피커들마다 각자의 장점으로 설득력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지만 나무 인클로저를 기반으로 하는 클래식은 클래식 나름의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 Odeon Audio의 플래그십, Carnegie 스피커

우드 인클로저 방식을 극대화시킨 몇 가지 사례가 있다. 종종 나무 인클로저의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특정 물질을 주입해서 도핑시키는 등의 하이브리드 방식이 시도되곤 하지만, 공명 특성이나 발열을 측정해서 특정 부위를 강화 보완시키는 정도의 방식이지 나무의 물성 자체를 바꾸는 일은 없다고 본다. 그럴거면 아예 다른 재질을 쓰는 게 정상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우선, 탄노이와 같이 내부 캐비닛 인프라를 강화한 방식이 가장 유구한 경우가 될 것이고, 그 다음으로 악기에 근접하는 공명을 추구했던 소너스 파베르가 있다. 독일의 오데온은 이런 대열에서 눈에 띄게 독보적인 노선을 개척한 브랜드이다. 기본적으로 우드 혼이라는 난제를 타겟으로 한 의욕은 디자인으로나 사운드적으로 혼에 대한 의식할 수 없는 품질로 이어져 반듯하게 진화해왔다. 이로써 오데온은 나무 재질로 개별 혼으로도 인클로저 매립형으로도 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버라이어티와 현장음의 품질을 달성한 브랜드가 되었다.   


오데온 오디오

헤아려보니 필자가 제품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시청한 오데온의 스피커가 이번까지 총 네 개가 된다. 아인시타인 시절 톨보이가 두 번, 5년 전쯤 오르페오를 시청한 적 있고 그리고 이번 이즈미이다. 원래 스피커 전문 설계가였던 설립자 악셀 게르스도르프(Axel Gersdorff)의 스피커 제작은 70년대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자신의 회사 ARS Elektroakustik 설립한 이래 3세대 동안의 진화를 거쳐왔다. 특히 작년 이래 브랜드명에서 ‘아인시타인’이 사라지고 ‘오데온 오디오’으로 새롭게 업데이트되었다.


오데온 사운드

▲ Odeon Audio의 스피커들

오데온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어쿠스틱 역시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데온이 달랐던 건 다이나믹과 해상도, 음색을 실제 현장처럼 생생해야 재현하되 사실적 묘사에 집중하지 않고 감성적으로 교감을 느끼게 하는 데 목표가 있어서 이를 구현하는 이상적인 형태로서 혼(horn) 스피커로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혼 스피커가 이런 재생에 유리한 것은 진동 모션이 큰 콘 형태의 스피커에 비해서 드라이버가 신호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주는 음압상승 효과가 더해져서 혼 스피커는 효율이 높고 저출력 앰프로도 드라이브가 가능하며, 이로 인해서 트위터를 포함한 전 유닛에 가해지는 에너지를 줄여 긴장감을 줄인 편안한 사운드로 이어진다. 이런 효율을 내는 스피커를 제조하기 위해 오데온은 R&D 를 통해 가능한 대부분의 음악을 최적으로 재생할 수 있는 선형성과 다이나믹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혼 디자인을 개발했다. 그래서 딥과 피크를 모두 방지하는 동시에 스피커 외부에서 발생하는 공명을 저감하는 구조가 되었다.


오데온 혼의 차별화

고래의 수많은 혼 스피커들과 다르게 오데온의 방식은 처음부터 혁신적으로 달랐다. 소리를 들어보면 더 그렇지만 제품 디자인에서 느껴지듯 꽤나 많은 시간 동안의 고찰과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오데온 스피커에서의 혼 구조는 일반 육면체 인클로저를 속으로 파들어간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혼 스피커와 다르다. 상하단 패널을 공유하는 구조에서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을까? 왜 통나무를 그대로 파들어가지 않고 적층구조로 만들고나서 파들어갔을까? 등등 처음 오데온 스피커를 마주했을 때 의문이 많았었다.


오데온은 여러 겹 접합시킨 적층구조의 합판을 곡면으로 가공해서 혼을 만든 최초의 스피커일 뿐만 아니라 지속 양산하고 있는 유일한 브랜드이다. 제조 방식 또한 특별하다. 일단 좋은 목재를 다량으로 확보하기 위해 유럽에서 가장 큰 합판가공사를 통해 소재를 손으로 만져보고 직접 선별한다. 선별된 합판들은 제작전에 24시간 테스트를 거치고 나서 가공을 시작하며 공정 단계별로 테스트하고 최종 시청을 합격해야 통과된다. 최종 단계에서 혼에 칠하는 래커 마감은 전문 마이스터가 시행하며 나무를 사용하는 회사답게 CO2 배출 최소화로 친환경에 기여하는 브랜드라는 좋은 이미지도 구축해왔다.


이렇게 해서 오데온은 현재 총 8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5개는 육면체 박스형 구조를 하고 있고 상위 3개는 피라미드 형태의 인클로저에 독립 혼을 외부에 부착한 형태로 되어있다. 모든 제품의 트위터는 어떻게든 혼 구조를 하고 있다. 이 방식의 사운드 퍼포먼스를 달성하기 위해 오데온 또한 꽤나 치열하고 극성스럽게 제품을 제작한다. 채널간 오차를 1%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서 부품을 선별해서 작업하며, 오래 사용할 것을 감안해서 노화없는 부품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오데온은 전 제품에 걸쳐 필름 커패시터를 사용하고 있고 코일은 문도르프제를 사용하고 있다.


스탠드 거치형의 신예 이즈미

이즈미(Izumi)는 얼핏 신형 오르페오가 아닐까 착각을 할 만큼 닮아있다. 유닛의 배치와 비율, 두 제품간 시각적 간격이 그리 크지 않다. 오르페오보다 사이즈가 약간 크고 중량도 살짝 더 나간다. 외관에서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는 측면을 사선으로 가로질러 양쪽을 투톤으로 디자인한 모습이다. 그리고 더 큰 차이는 훨씬 넓은 대역과 퍼포먼스에 있다. 능률은 살짝 더 높다. 제품을 들어서 스탠드에 올려봤는데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 중량이 12kg - 원래 스탠드에서 내려 놓았던 LS5/9 보다 무겁지 않을 듯 싶었다. 이즈미의 곳곳을 살펴보면서 느끼지만 오데온 제품의 만듦새는 여전히 좋아보인다.


오데온의 2개 스탠드 거치형 중 맏형 제품이다. 전술했듯이 선별부품들이 투입되어 있는데, 특히 사운드 이미지를 확장시키고 트위터의 사운드 캐릭터와 완벽하게 조화되도록 이즈미에는 비마(WIMA)사의 필름 커패시터를 사용하고 있다. 초고속 & 고해상도 사운드를 구현하도록 설계된 트위터는 마일라 코팅을 한 1.5인치 구경 오닥스제 패브릭 멤브레인에 1인치 반경의 네오디뮴 자석을 사용한 컴프레션 드라이버 구조로 24kHz 까지 플랫하게 재생하도록 설계되어있다. 혼의 바깥 반경, 그러니까 가이드 곡면이 끝나는 곳의 원주는 7인치 - 미드베이스보다 미세하게 작게 제작되어있다.


수제작 셀룰로스 콘에 코팅을 한 7.1인치 구경 미드베이스는 스캔스픽사에서 특주한 커스텀 버전으로 두 겹의 자석으로 자력을 강화시킨 더블 마그넷 구조로 되어있다. 콘 주변은 연성이 꽤 좋은 플렉서블 고무 재질로 마감되어 있다.

제품을 들어올리느라 우연히 알게되었는데 바닥 쪽이 한 쪽으로 리플렉싱을 하도록 디자인되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하향 리플렉싱 방식으로 제작된 구조의 베이스 측면 한쪽 면의 하단을 개방시켜 놓은 구조로 되어있다. 캐비닛 전체는 부위마다 어쿠스틱 특성에 맞는 선별합판을 사용하고 있으며 뒷 패널의 스피커 터미널은 동 재질에 금도금처리한 WBT 사의 넥스젠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사운드 품질

처음 오데온 제품을 시청했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필자가 알고있는 혼 소리가 나오겠거니 그러고 있었는데, 구조를 의식할 수 없는 또렷하고 입체적인 동작이 떠오르며 스피커의 위치가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음색은 매끄럽고 듣기 좋은 감성이 전해져왔다. 매력적인 소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다이나믹과 펀치감이 호쾌하지만 묵직한 중량감으로 바닥을 굳건히 딛고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둔한 베이스의 인상이라곤 없이 말쑥하고 탄력있게 움직였다.

Helene Grimaud - Mozart Piano Concerto No.20

이즈미의 느낌이 이 반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스탠드 거치형 스펙이면서도 자사에서 표방하듯 고해상도 사운드를 긴장감이 돌지 않고 유연하게 구사하는 전형을 보인다. 중량감을 특징으로 한다거나 하는 강력한 다이나믹은 아니지만 견고한 안정감으로 스테이징과 이미징을 구사하는 모습은 과연 하이엔드적이다. 미세한 표현을 놓치지 않으며 특히 전후간 입체감이 정교하다. 엘렌 그리모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에서 피아노가 나오기 전까지의 오케스트라 합주는 이 연주에 잘 어울리는 입자감과 굵기를 유지하며 서서히 감싸오는 듯한 프레즌테이션이 돋보인다. 4분 40초 부근의 강약을 주고받는 건반의 다이나믹스 대비가 도드라지게 선명하다. 에너지가 실리고 빠지는 순간의 묘사가 뛰어나다. 다시 전체를 감싸오며 뒤덮지만 산만함이나 불투명하지 않고 선명하게 빛나는 현악과 정확한 베이스 스트록이 잘 느껴진다. 해상도와 질감이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스테이징으로 감싸오는 오데온 이즈미의 요약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연주였다.

Ariel Ramirez - Misa Criolla, Kyrie

이즈미가 얼마나 견고한지는 그리 호들갑스럽게 반응하지 않아도 될만큼 쉽게 이어진다. 대역과 다이나믹을 늘려 라미레즈의 미사 크리올라를 들어보면 암흑같은 도입부를 명쾌하고 단단하게 울려오는 그랑카사가 중후함보다는 또렷하고 구체적으로 떠오른다. 사이즈와 위치, 그리고 다이나믹이 템포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흐른다고 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다시 도입부 얘기를 하자면 사실 이즈미로 들었을 때의 이 곡에서의 백미는 메르세데스 소사의 홀로그래픽한 보컬이다. 과연 빛이 순간 들어오듯 오목하게 촛점을 향해 홀로그래픽하게 떠오르는 이미징이다. 코러스가 좀더 밝은 빛으로 들어오며 무대 전체가 순간 구석까지 보여지는 듯한 순간은 참 드라마틱하다. 음이 멈추는 순간의 약음은 아주 매끄럽지는 않고 약간 자극적일 정도로 선명한 마감을 보인다.


Massive Attack - Unfinished Sympathy

한편, 업비트곡을 들어보면 리듬을 잘 정돈시키고는 있지만 찰진 질감으로 바닥에 밀착하는 느낌은 그리 강렬하지 않게 느껴진다. 매시브 어택의 ‘Unifinished Sympathy’는 좀더 바닥에 중량감있게 붙어주었으면 싶었다. 템포와 다이나믹이 다른 여러 악기와 보컬이 정연하게 등장하고 전후간 정교한 레이어를 드리우지만, 빈 공간과 스테이징이 완전히 느껴질 정도로 집중하기에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졌다. 이 느낌이 독특했는데, 마치 에어리한 공간감이 좀더 우세하게 들어와서 진지함이 다소 흩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느낌이었다. 이 곡을 듣고나서 든 생각은 혼 스피커로 이 곡을 처음 들어본 듯 싶었다.

Rene Jacobs - Beethoven Missa Solemnis

르네 야콥스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장엄미사 중에서 들어본 베네딕투스는 앞서 시청한 미사 크리올라와는 다른 방향에서 청명하고 정교한 고악기와 코러스를 꼭 들어맞게 들려준다. 사이즈와 거리, 울림 등 모든 면에서 적정수준이라고 느껴지는 스테이징과 이미징이다. 흔히 말하는 손에 잡힐 듯한 스테티징과 사이즈이다. 뒤쪽에서 나타나고 사라지며 주고받는 솔로 보컬들의 위치가 선명하고 정확한 사이즈로 전해진다. 특히 위치가 관여해서 생기는 스테이징 품질은 최고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피치가 높아지거나 가늘어져도 자극이라곤 거의 무관하게 울려온다. 솔로도 솔로지만 입자가 곱고 잘 분해되어 가라앉을 듯한 코러스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풋풋하다. 다이나믹스의 구간별 차이가 정교하게 느껴진다는 점도 이 곡의 재생에서 빠뜨릴 수 없다.


오데온 이즈미는 오디아 플라이트의 FL3S와 오렌더 A30으로 시청했는데 시청곡이 늘어갈 수록 앰프의 등급을 좀더 올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음색면에서의 조화는 무리가 없으며 드라이브에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뭔가 계속 좀더 해줬으면 싶은 욕구불만 같은 게 일어나서 그게 뭘까 생각을 더듬어보니 응집력과 밀도감의 영역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오데온 이즈미를 통해 오디오 플라이트의 FL3S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고도 할 수 있다. 처음 시청한 스피커였지만, 무슨 얘기를 어떤 어조로 하고 있는 지 잘 전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내용은 이 스피커를 좀더 완벽에 접근하고자 했을 때의 얘기이다. 그만큼 나도 모르게 자꾸 마음 속 볼륨을 올리고 있었던 스피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유니버설 혼 스피커

가만 생각해보면 필자에겐 혼 스피커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었다. 주로 빈티지의 그림자가 엿보이는, 뭔가 완제품의 느낌보다는 취미성이 강한 커스텀 멀티앰핑 시스템으로 상징되는, 비규격 대형 시스템 - 이런 것들이 혼 스피커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거추장스러운 생각이 올라오게 만들었다. 물론 필자는 오데온을 처음 들었던 십 여년 전에 이 혼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껴서 그래서 지금껏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지만 말이다.


오데온의 이즈미는 그런 흐려져가는 기억에 대한 환기의 기회와 더불어 현장의 재현과 공존하는 음악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스피커였다. 이렇게 여러 겹으로 - 세어보니 약 30여 겹을 넘는 - 늘어서는 디자인과 마감 자체가 장관이다. 대면에서 볼만하기도 하거니와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마치 꼭 들어맞는 아날로그 시스템처럼 긴장은 사라지고 음악이 남는 스타일의 전형같은 스피커이다. 쉽게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 스피커에서는 누구나 좋아할 그런 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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