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5년 카트리지 맛집의 인기 메뉴 2선 - Goldring Ethos MC Cartridge, 1006 MM Cartridge

조회수 2021. 3. 15. 13: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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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카트리지의 세계

포노 카트리지(phono cartridge)는 LP 그루브에 담긴 아날로그 음악 신호를 읽어들여 뒷단인 포노 스테이지에 전해주는 일종의 발전기다. 스타일러스+캔틸레버가 좌우, 위아래로 움직여 생긴 운동에너지를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 생산을 위해 필요한 카트리지의 핵심 부품은 코일과 마그넷이 된다. 

(사진1. 골드링이 공개한 MC 카트리지 동작 메커니즘)

MC 카트리지는 마그넷이 붙박이인 상태에서 코일이 움직여 전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MC(Moving Coils)다. MC 카트리지에서 코일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그루브를 타는' 스타일러스와 이 스타일러스가 붙어있는 캔틸레버에 코일이 감겨있기 때문. 정확히 말하면 보빈 또는 요크, 아마추어라고 부르는 부위다. 그리고 좌우 스테레오 신호를 읽어들이고 출력하기 때문에 코일은 2개로 나눠져 보빈에 감기게 된다. 카트리지 핀이 4개(R+, R-, L+, L-) 마련된 이유다. 

(사진2. 골드링이 공개한 MM 카트리지 동작 메커니즘)

MM 카트리지는 코일이 붙박이인 상태에서 마그넷이 움직인다. 그래서 MM(Moving Magnets)이다. MM 카트리지에서 마그넷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그루브를 타는’ 스타일러스와 이 스타일러스가 붙어있는 캔틸레버에 마그넷이 달려있기 때문. 이 마그넷이 움직이면 건너편 바디에 고정된 코일에서 유도 전류가 발생하는 원리다. MM 카트리지가 MC 카트리지에 비해 10배 정도 출력전압이 높은 것은 붙박이인 이 코일을 많이 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MC 카트리지든, MM 카트리지든, 캔틸레버는 무엇인가가 안쪽에서 잡아줘야 움직일 수 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보통 고무 재질의 댐퍼(damper) 혹은 서스펜션(suspension)이다. 끝으로 코일에서 생성된 유도 전류는 카트리지 바디 후면의 4핀 커넥터를 통해 톤암 와이어와 연결된다. LP에서 드디어 외부 세상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골드링과 포노 카트리지

▲ 포노 카트리지의 원조인 Goldring Soudbox

1906년에 설립된 영국 골드링(Goldring)은 이러한 포노 카트리지 역사의 산증인이다. 포노 카트리지의 원조라 할 어쿠스틱 픽업 시스템 ‘사운드 박스’(sound box)를 이미 1910~20년대에 만들었고, 1930년대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일렉트릭 픽업 카트리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1953년에 출시한 No.500 카트리지는 직경이 다른 2개의 사파이어 스타일러스를 장착한 파격적인 설계로 영국 BBC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1960년대 스테레오 LP 시대가 열리자 골드링은 700 시리즈를 내놓았고, 1967년에는 카트리지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여 권장 침압이 2g가 안되는 G800 카트리지를 선보였다. 1980년대 들어 사마리움 코발트나 네오디뮴 같은 강력한 자석이 개발되자 골드링은 1983년 자사 최초의 MC 카트리지 일렉트로 II(Electro II)를 출시했다. 1985년에는 MM 카트리지인 1000 시리즈를 론칭했다.


골드링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MC 카트리지의 경우, 에로이카(Eroica), 엑셀(Excel), 엘리트(Elite), 레거시(Legacy) 모델이 잇따라 개발되었고, 2018년에는 새 플래그십으로 에토스(Ethos)가 등장했다. 이 해에는 또한 엔트리 MM 카트리지 시리즈인 E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번 시청기는 에토스 MC 카트리지와 1000시리즈의 막내 1006 MM 카트리지다. 현행 골드링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MC(Moving Coils) : Ethos(플래그십), Legacy, Eroica LX, Elite, Eroica H

MM(Moving Magnets) : 1042(플래그십), 1022 GX, 1012 GX, 1006, E3, E2, E1

MI(Moving Iron) : 2500(플래그십), 2400, 2300, 2200, 2100


Ethos MC 카트리지 탐구

에토스(Ethos)는 기본적으로 출력전압 0.5mV의 중출력, 내부 임피던스 4옴의 저임피던스 MC 카트리지다. 제작사에서 권장하는 포노 스테이지의 부하 임피던스는 100옴, 부하 커패시턴스는 100~1000pF, 권장 침압은 1.5~2.0g. 카트리지 무게는 7.7g, 특별히 두드러지는 수치는 없다. 또한 캔틸레버가 얼마나 원활하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역시 MC 카트리지의 평균값이라 할 15mm/N을 보인다. 이상이 실제 운용시에 꼭 알고 있어야 할 스펙이다.


그러면 성능에 관련된 다른 부분은? 먼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브랜드와 모델마다 MC 카트리지 소리가 다른 것은 1) 어떤 재질과 굵기의 코일을, 2) 보빈에 어떻게 감으며, 3) 어떤 마그넷이, 4) 어떤 방식으로 카트리지에 장착되어 있는지에 따른 결과다. 여기에 5) 스타일러스 재질과 모양, 6) 캔틸레버의 재질과 길이, 7) 바디의 재질과 모양, 8) 캔틸레버와 보빈을 잡아주는 댐퍼의 재질 또한 큰 변수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에토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스타일러스는 라인 컨택트(line-contact) 방식의 누드 다이아몬드(nude-diamond)를 썼다. 라인 컨택트는 말 그대로 스타일러스가 그루브 양쪽 표면에 닿는 길이가 길기 때문에 그루브에 담긴 정보를 더 많이 긁어올 수 있다. 많이 알려진 스페리컬(원형)이나 엘립티컬(타원형) 방식은 한 지점에서 만나는 포인트 컨택트(point-contact) 방식이다. 누드 다이아몬드는 스타일러스 전부가 다이아몬드라는 것. 때문에 끝부분에만 살짝 다이아몬드를 붙인 팁 다이아몬드(tipped-diamond)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트래킹 능력이 좋다.


둘째. 코일은 열십자 모양(cross-shaped)의 스웨덴 선철(Swedish iron) 보빈에 감았다. 제작사에 따르면 보빈 재질로 스웨덴 선철을 선택한 것은 투자율(magnetic permeability)이 높기 때문. 즉, 코일에 전기가 흐르면 보빈은 전자석으로 변하는데 스웨덴 선철은 전기가 끊어질 경우 이 전자석 성질이 금세 사라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투자율이 높으면 그만큼 정확한 음악재생을 할 수 있다. 보빈이 열십자 모양인 것은 이래야 좌우 코일을 정확히 똑같이 감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스테레오 이미지를 정확히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캔틸레버는 가볍고 튼튼한 알루미늄, 댐퍼는 말 그대로 댐핑력이 좋은 고무를 썼는데, 공개된 내부 사진을 보면 코일이 감긴 열십자 모양의 보빈 바로 뒤에 고무 댐퍼가 놓인 것을 알 수 있다. 자석은 가벼우면서도 작은 크기로도 강력을 자력을 보이는 네오디뮴(Neodymium)을 보빈 위아래에 투입했다. 물론 일정한 자기장 형성을 위해서다. 카트리지 바디는 항공 등급의 알루미늄. 제작사에 따르면 이처럼 가벼운 재질을 쓴 것은 바디에서 생긴 쓸데없는 공진을 톤암으로 흘려주기 위해서다.


1006 MM 카트리지 탐구

골드링 1006은 출력전압이 꽤 높은 편인 6.5mV를 내는 MM 카트리지로, 컴플라이언스는 MM 카트리지로서는 비교적 낮은 값인 10mm/N, 무게 역시 가벼운 편인 6.3g을 보인다. 권장 부하 커패시턴스는 150~200pF, 권장 침압은 1.5~2.0g. MM 카트리지답게 스타일러스만 교체할 수 있다. 내부 임피던스는 660옴, 권장 부하 임피던스는 거의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47k옴이다.


설계디자인을 보면, 스타일러스는 스페리컬보다 그루브 트래킹 능력이 좋은 엘립티컬 타입이며 카트리지 바디는 포칸(Pocan)이라고 불리는 초경량, 초강성의 폴리에스터로 만들었다. 1006을 비롯해 골드링 1000 시리즈 카트리지의 무게가 6.5g 미만에 그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캔틸레버에 달려 그야말로 ‘움직이는 자석’으로 초경량, 초소형의 알니코 V(Alnico V)를 쓴 점도 눈길을 끈다. 

2개의 코일은 바디에 고정된 폴 피스(pole piece)에 각각 4000번씩 감았는데, 이 폴 피스 재질이 뮤메탈(mu-metal)인 점이 눈길을 끈다. 뮤메탈 역시 투자율이 높은 대표 니켈 계열 합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뮤메탈은 또한 카트리지 내부 발전기 파트(자석, 코일)를 외부 전자기장으로부터 차폐해주는 역할도 한다. 한편 이 자석을 위아래에서 잡아주는 댐퍼 재질은 역시 고무를 썼다.


셋업 및 시청

필자의 시청실에서 진행된 두 카트리지 시청에는 어쿠스틱 솔리드의 Classic Wood, 맨리의 Steelhead RC 포노스테이지, 프리마루나의 EVO300 진공관 인티앰프, 맨리의 ML10 스피커를 동원했다. 에토스 MC 카트리지의 경우 제작사가 권장한 대로 부하 임피던스는 100옴, 부하 커패시턴스는 500pF, 1006 MM 카트리지는 각각 47k옴, 150pF로 설정했다. 침압은 모두 1.75g으로 맞췄다.

Madelein Peyroux ‘Take These Chains From My Heart’(The Blue Room)

먼저 에토스로 들어보면, 묵직한 음이 처음부터 도드라진다. 저역의 에너지를 잘 뽑아낸다는 인상. 음이 얇거나 하늘하늘한 스타일은 아니다. 이어진 ‘Bye Bye Love’에서는 역시나 스트리밍 음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빽빽한 밀도감과 따뜻한 온기, 자연스러운 해상력이 밸런스를 이룬다. 반주음에서 큰 파워가 느껴지는 점, 각 악기들의 텍스처가 세밀하게 그려지는 점이 에토스 카트리지의 가장 큰 특징으로 보인다.


1006으로 바꿔 들어보면, 보컬의 섬세함이나 음의 밀도감에서 에토스에 밀린다. 하지만 해상도와 에너지감은 기대 이상. 이 가격대 MM 카트리지로서는 그야말로 숨은 보석이라 할 만한 수준이다. 거의 모든 음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것은 양날의 검. ‘Bye Bye Love’에서는 음의 온기라든가 편안함 등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두 카트리지 모두 해상력이 돋보인다.

Eric Johnson ‘Venus Isle’(Venus Isle)

LP를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들으면 디지털에 비해 오히려 간단한 구성으로 노이즈가 싹 가신 음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에토스가 맨 앞에 선 이번 시스템이 그러했다. 마치 스테레오로 잘 잡힌 FM 전파를 수신했을 때처럼 놀랄 만큼 깨끗한 배경과 선명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악기들의 레이어감, 꽤 넓은 사운드스테이지 역시 자연스럽게 펼쳐지며 음 하나하나가 싱싱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음들이 저마다 두툼하고 묵직한 면도 있다.


1006으로 바꾸자 예상대로 이런 일렉트릭 록 장르의 곡은 MM 카트리지가 제격이다. 같은 볼륨에서 음량 자체가 더 크게 들리니 음들이 보다 시원시원하고 분명하게 들린다. 물론 이는 1006의 출력전압이 6.5mV, 에토스가 0.35mV라는 차이 때문이다. 하지만 SN비나 입자감, 다이내믹 레인지에서는 상급기이자 MC 카트리지인 에토스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참고로, MM 카트리지는 출력전압(V)은 높지만 이는 내부 임피던스(R)가 높아 생긴 결과(V = I x R)이기 때문에, 출력전압이 높다고 해서 에너지를 뜻하는 전력(P)까지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P = V x I’이기 때문. 따라서 관건은 코일에 얼마나 많은 전류(I)가 흐를 수 있는지 여부가 된다. MC 카트리지가 출력전압은 낮지만 코일의 내부 임피던스가 낮기 때문에(에토스는 4옴, 1006은 660옴) 전력값은 오히려 MM 카트리지보다 높은 이유다.  

Fritz Reiner, Chicago Symphony Orchestra ‘The Hut on Fowl’s Legs’(Mussorgsky Pictures At An Exhibition)

에토스로 들어보니 확실히 음의 입자감이 곱다. 이는 마치 디지털 시스템에서 아무런 세팅도 안했는데 그냥 PCM 24비트, 아니면 DSD128의 음이 나오는 것과 같다. 아주 여린 음도 그 형체가 분명한 점도 특징이다. 역시 아날로그는 이러한 로우 레벨에서 탁월한 진가를 보인다. 물론 이는 플로어 노이즈 자체가 낮은 덕분이다. 악기들이 저마다 다른 음색을 뽐내는 모습도 대단했다.


1006으로 들어보면, 무대의 스케일이나 당당한 재생음의 기세에서 오히려 에토스를 앞선다. 디테일이나 SN비에서도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음의 펀치감 자체는 크게 밀린다. 덩치는 큰 복서를 만났는데 직접 맞고 보니 펀치 자체는 그닥 매섭지 않은 경우다. 어쨌든 에토스와 1006 모두 순간적으로 음들을 토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골드링의 내공이라 할 것이다.

Keith Jarrett ‘Part II A’(The Koln Concert)

에토스로 들어보면 그냥 처음부터 맑은 음, 풍성한 음이 난무한다. 피아노의 현과 인클로저 울림이 모두 생생하게 포착된다. 시린 손목에 소염진통제를 바른 것처럼 음들이 시원시원하게 스피커에서 빠져나오는 점도 특징. 어디 하나 갑갑하거나 뭉치거나 결린 데가 없다. 입에 침이 돌 만큼 오감을 자극하는 음을 만끽했다. 물론 진공관 포노와 인티앰프, 탄노이 10인치 듀얼 콘센트릭 유닛을 베이스로 한 스피커도 이같은 음 만들기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1006 MM 카트리지를 장착하면, 전체적으로 음압이 높고 형체가 분명한 음으로 바뀐다. 아쉬운 점은 무대가 약간 포워딩해오고 다이내믹 레인지가 에토스 MC 카트리지에 비해 좁아졌다는 것. 그럼에도 LP를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카트리지라는 점에서 그 만족감은 기대 이상이다.


총평

카트리지는 소우주다. 그 작은 공간에서 스타일러스, 캔틸레버, 댐퍼, 마그넷, 코일, 보빈, 바디, 핀이 정교하게 맞물려 오케스트라 대편성곡까지 마음껏 울린다. 그래서 어느 하나 변수를 건드리면 음과 무대 자체가 확확 바뀐다. 댐퍼 고무의 위치에 따라서도, 2개의 코일을 따로 감는지 겹쳐 감는지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온다. 카트리지는 또한 단위 무게당 값이 가장 비싼 오디오 기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카트리지는 설레고 재미있으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언제나 부담스러운 존재다.


이런 카트리지 선택에 있어서 브랜드가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음을 이번 에토스와 1006 시청을 통해 새삼 절감했다. 올해로 105주년을 맞은 골드링의 내공과 노하우, 수많은 경험치들이 플래그십 MC 카트리지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MM 카트리지에 고스란히 응축되었기 때문이다. 에토스로 들은 키스 자렛의 생생한 쾰른 콘서트, 1006으로 들은 에릭 존슨의 뜨거운 일렉트릭 록을 한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카트리지 맛집의 잘 차린 한 상을 연이어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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