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좀 더 멀리 팔을 뻗은 하베스 - Harbeth Super HL5 Plus XD

조회수 2021. 3. 8. 15: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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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베스는 직진 중

하베스의 명성 혹은 정체성은 HL 3개 라인업(3, 4, 5)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마치 한 부모 아래 세 명의 자녀처럼 누가 누구를 시기하거나 우월해하지 않는 균형잡힌 질서는 출범 이래 좀처럼 흔들림이 없이 하베스의 코어 영역이 되어왔다. HL mk4 를 끝으로 앨런 쇼(Alan Shaw)에게 바톤이 넘겨진 하베스는 포트폴리오를 크게 확장시키거나 그때까지의 속도를 늦추는 일 없이 하베스 사운드에 대한 심화일로에 들어섰다. 하베스의 변신은 HL 4 라인업에서 시작되었다. 새로운 대표 앨런 쇼는 HL mk4를 개편한 HL 컴팩트를 개발해서 하베스의 표준 2웨이를 정립시켰고, 곧바로 플래그쉽 HL 5의 규격을 완성시켰다. 

▲ Harbeth 스피커의 다양한 라인업 제품들

그로부터 몇년 후 90년대가 되자 HL 3 라인업을 신설해서 P3가 등장했다. mk2, mk3, ES, ESR, Plus, 기타 애니버서리 버전 등 이후 본 3개 라인업은 새로운 방식과 소재가 개발될 때마다 각자의 규격에 따라 디자인과 무늬가 다른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2020년 초 하베스는 모니터 시리즈를 포함한 전 라인업에 모두 적용되는 새로운 규격을 완성시켰다. 새 규격은 XD(Extended Definition) - 마치 영국 귀족가문의 미들네임처럼 하베스 전 제품의 이름은 글자수가 늘어났다. 얼핏 하베스가 브랜드 칼라의 일체화를 시도하거나 사운드 시그니처를 완성시킨 듯 보일 지 모르지만, XD 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면 할 수록 하베스는 이제 시작이라는 의식이 좀 더 많이 느껴진다.    


기린아 앨런 쇼

다른 BBC 라이센스들과 달리 LS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출범한 하베스는 BBC LS3/5a의 개발자 중 하나인 더들리 하우드(Dudley Harwood)가 1977년 설립했다. 다른 BBC 패밀리 브랜드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미드베이스 콘을 폴리프로필렌으로 제작한 첫 제품 HL 모니터 MK.1 을 출범시켰고 열가소성 소재인 TPX로까지 변화를 거쳤다. 불과 30대에 하베스의 제품개발과 경영을 맡은 앨런 쇼는 그때나 지금이나 제품 개발에 치열한 인물이다. 사실 유닛이나 내부 부품, 캐비닛 등에 특별한 비용을 들이지 않는 BBC 스피커들은 좋게 보아 전통이지만 반대로 개성이 적은 디자인 코드로 각 제조사간 디자인이 크게 구분되지 않았다. 사운드조차 확연히 다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설립자 더들리 하우드는 특히 미드베이스의 소재개발에 대부분의 시간을 매진했으며, 앨런 쇼는 이러한 하베스 정신을 좀더 획기적으로 진보시켰고 그렇게 생겨난 소재가 RADIAL 이다.  

▲ Harbeth의 CEO, 앨런 쇼(Alan Shaw) [출처:6moon.com]

앨런 쇼의 숙원은 얇은 패널이 필터역할을 해서 베이스 어쿠스틱을 구현하는 절묘한 방식의 하베스 포맷 한도내에서 정확한 공명과 이상적인 어쿠스틱 품질을 구사할 미드베이스 콘 재질을 찾아내는 데 있다. 다양한 소재와 방식의 스피커를 모니터해서 이거다 싶은 소재를 찾아내는 방식을 고수해온 앨런 쇼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스피커 테스트시에 사용한다고 한다. 가장 빈번하고 익숙한 소스라서 미세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음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베스 사용자 그룹(HUG)에서 마주치는 앨런 쇼를 보면 하베스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앨런 쇼에 따르면 하베스는 여전히 완성 단계가 아닌 주춧돌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한다. 방향이 정해져 있을 뿐, 아직 다양한 시도가 예상된다. 그는 자신이 퇴직하기 전까지 이 작업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이런 앨런 쇼가 하베스 전 라인업에 걸쳐 교체를 시도한 작업이 XD 버전이다.

XD가 뻗은 팔

외형에서 보면 바로 이전 버전인 ‘SHL5플러스 40주년 애니버서리’ 모델과 달라진 곳이 블랙톤의 플라스틱 재질 WBT의 젝스젠 단자를 바이와이어링 구성했던 스피커 터미널을 실버톤 싱글 와이어링으로 변경한 부분이다. 이로써 SHL5 가 출시된 이래 처음으로 바딘딩포스트를 싱글와이어링으로 구성한 터미널이 되었다. 미세하게 변경되었다고 하는 미드베이스에 대한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으나, 제품의 중량이 1.4kg 이나 줄었는데 터미널의 감소와 관련 네트워크의 변화 때문으로 짐작된다. SHL5의 기본 포맷 - 8인치 RADIAL 2 우퍼, 1인치 알루미늄 돔 트위터, 0.5인치 티타늄 슈퍼트위터 - 등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XD의 의미

콘 재질에 비해 오랜 동안 변경되지 않고 이어져 온 하베스의 네트워크 시스템은 사이즈와 방식에 따라 X1과 X2 두 가지로 불리워왔다. 크로스오버의 획기적인 줄임말임을 알 수 있다. 앨런 쇼가 주도한 새로운 XD 버전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 X1, X2로부터의 네트워크와 그에 따른 크로스오버 시스템 변화가 그 핵심이다. 기존 크로스오버 이름을 살짝 변경하면서 ‘해상도를 향상’시켰다는 의미를 담았다. 볼 수록 감탄스러운 확장자명이다.

네트워크와 래디얼 2

XD로의 교체 효과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성능향상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성 제고 효과이다. 첫 번째, 전술했듯이 XD의 주요 내용은 네트워크 성능개선 그리고 RADIAL 우퍼 성분의 일부 변경이다. XD 버전에서는 기본적으로 저항, 코일, 커패시터가 모두 앨런 쇼가 지정한 특주 커스텀 버전으로 교체되었다. 이에 따라 미세한 응집구간과 불안정한 반응 대역구간으로 인한 특정 왜곡이 플랫하고 고르게 반응하도록 보정되었으며 전 대역이 이전보다 좀 더 일체감있게 조화되도록 구성되었다.

제작 효율

그 다음, 다른 하나는 자체 제작효율을 높이는 데 있었다. XD 버전이 되면서 총 45개 제작 공정을 16개로 축소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공정이 줄어들게 된 것은 성능향상에도 이득이 있는 좋은 일이기도 해서 동일한 제작사양으로 공정만 줄어들었다면 원래는 제품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해야겠지만, XD 버전에는 새로운 부품과 유닛이 사용되면서 그건 바랄 일이 아니다. 보통은 개발비라는 고정비용이 발생해서 신제품에서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는 사실상 희망사항일 뿐이다.

SHL5는 하베스 제품들 중에서 대역별 크로스오버 구성이 가장 특별한 제품이다. 2웨이 구성을 기반으로 상위 대역을 여유롭게 배분한 수퍼트위터를 추가한 3웨이 구성인 이런 제품은 하베스 내에서 유일하다. 오리지널 SHL5의 크로스오버는 3.5Hz와 10kHz 두 지점이었는데, XD 에서의 구간은 어떻게 변경되었는 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 구성의 특징은 입자감의 묘사와 트인 상위 대역이 생성하는 자연스러운 스테이징에 있는데, XD 버전에서의 이 상위 대역은 응집력이 강화된 베이스와 좀더 긴밀하게 일체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효력이 크게 느껴졌다. 여하튼 그렇게 해서 어떤 소리를 내는 지 들어보기로 한다.


사운드 품질

필자에게 익숙한 곡을 시작한 지 불과 몇 초가 지나지 않아서 몇 년 전 플러스 버전을 시청하던 순간이 데자뷔처럼 떠올랐다. 하베스 스피커들의 특징으로서 앰프에 따라서 베이스 콘트롤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피커의 특성이 바뀌어야 비로소 베이스가 달라진다. 구 버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볼 수 있으면 좀 더 분명하겠지만, XD에는 반드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느껴질 만큼의 변화가 생겨있다. P3를 제외하고 하베스 인클로저에서 이런 단정함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게 앨런 쇼가 지향하는 새로운 하베스구나 싶었다.


베이스만 단정해진 게 아니라 당연하게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꽤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스피커의 사이즈가 의식되지 않는 베이스와 하베스 특유의 섬세한 입자감이 무작정 밝은 게 아닌 촘촘한 구간으로 명암이 이동하는 약간의 칼라레이션 - 필자가 아는 하베스의 달콤한 섬세함 - 으로 느껴진다. 바로 앞서 가격이 두 배가 넘는 꽤나 매끄러운 프레젠테이션의 스피커를 듣고나서 들으니 처음에는 다소 예리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있었으나 몇 곡을 들으니 높은 대역의 표현 품질이 확인되기 시작한다.

Sarah Mclaclan - Angel

베이스비트가 첫 눈에 듣기에도 많이 단정하다. 바디 사이즈가 의식되지 않는 베이스가 되어있어서 파워풀하고 응집력이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라 맥라클란이 부르는 ‘Angel’ 도입부 낮은 건반에서 부푸는 순간이 거의 없다. 이 점 SHL5와 많이 다르다. 유닛의 영역이 아니라 같은 구간에 대해 다른 베이스를 가져다 붙인 듯한 느낌이다. 매시브 어택의 ‘Unfinished Sympathy’ 는 대역이 넓은 북쉘프를 듣는 듯 다이나믹스, 베이스 비트의 감촉이 좋다. 쾌감이 있는 베이스가 되어있다. 알싸한 상위 대역을 몰아가면서 이런 단정하고 정확한 리듬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한 위력있는 베이스가 흐른다. 두 가지 종류의 앰프로 시청해봤지만 공통적으로 보컬이 섬세하다. 홀쭉한 입으로 세세한 입자가 표면에서 느껴지는 섬세함이다.

Sabine Devieilhe - Mozart Die Zauberflöte

높은 대역에서는 하베스 특유의 섬세한 입자감이 들린다. 토우 인을 살짝 주니 이미징이 컴팩트하게 맺히면서 상위 대역이 부각되어 나타난다. 이전의 하베스에서는 보지 못했던 품질이다. 화사하게 빛나는 칼라레이션이 살짝 스며든다. 많은 사용자들이 듣자마자 ‘하베스의 소리’라고 인식하는 하베스의 시그너쳐이다. 섬세하고 약간은 예리함이 순간 올라오기도 하는 표면마감이다. 바로 앞서 시청한 스피커가 립글로스를 바른 입술이었다면. 하베스는 선명하고 새김이 분명한 또박또박 말하는 입술이다. 사빈 드비엘이 노래하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그런 면에서 강렬하고 임팩트있게 날아오는 호쾌함은 직전의 매끄러운 스피커에 비해 더 생기있게 느껴진다. 피치가 최고조에 이르러 얇은 막의 떨림이 세세하게 전해지는 느낌이 좋다. 음파가 귀를 자극하기 직전까지 울린다. 단정한 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현악합주 또한 섬세한 세부내역이 드라마틱해지기 이전에 먼저 들려온다. 에너지 변화의 구간을 이동하는 보컬의 변화를 미세하게 잘 표현한다.

Ariel Ramirez - Misa Criolla, Kyrie

대역이 넓고 악기와 보컬이 늘어나도 해상도와 분해력의 기조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보인다. 라미레즈의 미사 크리올라 중에서 ‘키리에’ 도입부 코러스가 거침없이 시청자를 쉽게 감싸온다. 메르세데스 소사의 이미징이 약간 크게 그려지지만 이번에는 음색과 질감이 듣기 좋을만큼 매끄럽게 흐른다. 도입부부터 시종 뒷쪽에서 등장하는 북(그랑 카사)소리는 둔탁함으로 압도하는 게 아니고 말끔하게 떨어진다는 점도 새로운 하베스의 모습이다. 양감을 늘려 깊은 베이스로 어필한다기보다 해상력이 좋아서 품질이 높은 베이스 임팩트이다.


시청은 와피데일의 린튼 헤리티지 전용 스탠드에 세팅하고 진행했다. 이 스탠드가 이전에도 좋아보이긴 했지만, 상판 면적이 마침 거의 들어맞아서 괜찮은 선택이었다. 앰프를 두 가지 - 유니코 150 & 오디아플라이트 FL3S - 로 시청했는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성향이 있기도 했지만 서로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부분들 또한 각기 상황에 따른 하베스의 재생특성으로 파악해서 설명했다. 앰프를 까탈스럽게 가리는 스피커가 아니지만, 사용자가 하베스의 소리가 마음에 들어 좀더 부각시키기 위해 드라이브를 하려고 하면 그만큼의 소득이 크지는 않다는 것도 하베스의 특성 중 하나이다. XD 버전은 그 내용에 대한 적극적인 부각이 크지 않은 걸 감안하자면 변화의 폭이 크며, 가장 큰 변화는 하베스 스스로 표방하는 바 일체감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스의 울림이 다른 스피커가 아닌 고역과 중역에서 이어져있는 하나의 유기체가 내는 소리로 여겨지는 일체감이 생겨나 있다. 하베스 사운드의 프레임 내에서 달성한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다.


SHL5 연작 에피소드는 진행 중

앨런 쇼의 말에 의하면 SHL5Plus XD는 30여 년 히스토리를 가진 HL5(오리지널 SHL5로부터는 18년)의 최정 도착지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 된다. 디지털 기기가 아닌 스피커에서 몇 년에 한 번씩 이런 버전-업이 시도되는 건 참 신선하다. 그렇다고 다음 버전을 기다렸다가 살 수 없는 건 디지털 기기와 마찬가지 구매원리이다. 어쩌면 앨런 쇼는 스피커 제작사이기에 앞서 영리한 마케터로 여겨지는 건 마치 스타워즈 제작자처럼 전체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정교하게 구간을 나눠서 편편히 출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해보게 된다. 하베스를 30년째 듣고 보아오면서 한 제품을 플랫폼으로 해서 5세대가 넘는 여러 시리즈로 이토록 다채로운 메뉴를 차려내는 경우는 매우 드문 장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앨런 쇼는 개인적으로 컴팩트 라인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며 XD 설계의 가장 큰 수혜자는 P3ESR 이라고 한다. 그러면 SHL5는? 얼핏 소외된 게 아닌가 오해가 충분해 보인다. 우선, 앨런 쇼가 컴팩트에 애착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자신이 개발한 새로운 규격이기 때문이다. HL5와 P3는 기존 BBC 포맷이다. HL5는 LS3/6 그리고 HL P3는 주지하다시피 LS3/5a 에 대한 의식이 담겨있다. 다시 정리해보면 SHL5Plus XD는 BBC 모니터의 스탠드 마운팅 제품 중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최신판 홈오디오 버전이다. HL 컴팩트 라인의 대역과 스케일, 특히 표현 반경을 확장하고 싶은, 하지만 모니터 40은 사이즈와 컨셉 반경을 넘어서서 부담스러운 딱 그 지점이 SHL5 등급의 사용자그룹이 된다.


한편 새 제품이 되면 스피커 제조사가 잊지 않는 건 캐비닛의 마감이다. XD 버전에서는 체리, 로즈우드, 월넛 세 가지 마감을 선택할 수 있다. 기존은 체리 마감을 기본사양으로 이외의 별색은 옵션이었다. 그래서 이 제품은 집집마다 생김새가 똑같았다. 마감과 치장에 돈을 들여 제품가격을 높이는 경우를 본 적 없지만, 하베스도 이맘때가 되어서는 멋을 좀 냈으면 했는데 잘한 선택이다. 어차피 가격이 오른 새 버전 아닌가. 스탠드도 잊지 말자. 그리 무거운 제품은 아니지만 XD로 개선된 미드베이스는 스탠드의 품질에 따라서도 구현의 범위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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