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북쉘프 스피커의 교과서이자 LS3/5a 전설의 현재진행형

조회수 2020. 12. 18. 10: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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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털링(Stirling) LS3/5a 스피커

오디오 역사에서 전통과 유례를 따졌을 때, 가장 명예롭고 고유한 역사와 유례를 유지하고 있는 스피커가 있다면 어떤 스피커일까? 전통과 유례라고 하면 흔하게 더 오래된 제작사를 따져보기 마련이겠지만, 필자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BBC 방송국의 인증을 받고 있는 LS3/5a가 오리지널리티나 유례에 대해서는 가장 고유하고 존중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LS3/5a는 BBC 방송국의 인증을 받은 제품인 것이 좋다. 다만, 그것 때문에 가격이 보기보다 비싸다는 것은 변수다.

제작사는 다르더라도 이름은 다 같다. BBC방송국의 라이선스 제품이기 때문에 이름이 다를 수 없다. LS3/5a라는 제품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BBC라이센스 제품만 있을 수 있다.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려면 무조건 BBC방송국의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인증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면 그냥 허락해 주는 인증이 아니라, 정해진 부품과 정해진 제작법대로 스피커를 제작해야만 인증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신뢰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영국 스털링 브로드캐스트

스털링 브로드캐스트의 시작은 방송용품 유통판매부터 시작되었다. 영국의 방송계에서는 LS3/5a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 스피커의 중고유통도 맡아서 했으며, 그 와중에 수리가 필요한 제품들에 대한 수리와 서비스도 맡아서 하면서 자연스럽게 LS3/5a의 제작 및 판매 유통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BBC모니터 스피커를 주력으로 생산하던 Rogers의 주식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LS3/5a의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영국 오디오계에서 LS3/5a 스피커를 공식적으로 제작한다는 것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국보급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과 비슷한 관심대상이 되는 것이다.

스털링 브로드캐스트는 현재까지 LS3/5a를 v3 버전까지 내놓았으며, 영국 내에서 BBC 인증 모니터 스피커의 제작 전수자라고 할 수 있는 데릭 휴즈(Derek Hughes)에 의해 새로운 크로스오버 설계를 통해 LS3/5a 신버전을 “Ultra Low Distortion Monitor” 라고 명명하고 있다.


도대체 LS3/5a 이 뭔가?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BBC 인증 LS3/5a

BBC 방송국 인증 스피커에 의미 부여를 크게 하기 때문에 아마도 BBC 인증 LS3/5a 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스피커의 교과서라는둥, 영국 국영방송국에서 인증을 해줄 정도의 스피커라고 하니 뭐가 다를지에 대해서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소형 북쉘프 스피커 중에서 정말로 좋은 스피커를 한번쯤 사용해 보고 싶은 유저라면, 꼭 한번쯤 경험해 볼만한 스피커임에는 분명하다.

LS3/5a는 70년대에 BBC 방송국에서 처음 고안한 방송국용 모니터 스피커다. 방송용 소스를 모니터링하기에 적합하도록 방송국에서 직접 제작 의뢰한 것이고 승인한 것이니만큼,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방송 소스나 음악 소스를 즐기는데 있어서 레퍼런스가 될만한 음질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믿어도 좋을 것이다. 다만, 보기보다 가격이 싸지 않을 뿐이다.

더욱이 LS3/5a는 BBC방송국에서 정해준 규격대로 만들어야 한다. 정해진 규격의 드라이버 유닛을 사용해야 하며 정해진 사이즈와 인클로져를 구성하는 소재와 두께도 대략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물론, 중요한 것은 일정한 심사를 거쳐 그 음질이 규격에 맞다고 판단되엇을 때, 공식 인증을 허가한다.

심지어 현재 영국 내에서 BBC 공식 인증을 받은 LS3/5a는 4가지 제품인데, 그중 일부는 설계에 참여한 엔지니어가 같기도 하다. 바로 스펜더 휴즈의 아들인 데릭 휴즈다. 데릭 휴즈는 현재 영국 내에서 모니터 스피커 제작에 가장 많은 제작에 참여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전문 엔지니어이자 제작자이며, 스털링 LS3/5a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70년대 규격이라고 해서 구형과 음질이 동일한건 아니다

LS3/5a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70년대다. LS3/5a는 80년대에도 있었고 90년대에도 있었고, 2000년대 초반에도 있었지만, 그때마다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모니터 스피커라는 것은 당연히 녹음된 소스를 확인하고 감상하는데 목적이 맞춰져 있다. 그러니 녹음된 소스를 기준으로 할 때는 가장 원음에 맞는 음을 재생하는 것이다. 특히 LS3/5a의 경우는 중음의 재생력에 있어서는 말 그대로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면, 그 시초가 LS3/5a 니까.

그렇지만, 아무리 방송국을 위한 규격 스피커라고 하더라도 시대적인 음질에 대한 트랜드가 바뀌고 녹음 스튜디오나 방송국에서 다루는 소스나 음악 장르가 바뀌게 되면 당연히 모니터 스피커가 추구하는 성능과 음색도 조금씩은 바뀌기 마련이다.

그래서 구형 LS3/5a는 저음의 재생력은 약하면서 오로지 목소리나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중음의 재생력만 좋다고 했었지만, 신형은 낮은 대역을 재생하는 한계치도 더 완만한 편이며, 장르에 대한 대응력도 더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BBC 공식 인증의 LS3/5a를 직접 3가지 사용해 봤는데, 흥미롭게도 BBC에서 검수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음질은 약간씩 달랐다. 그렇지만, 그 차이가 큰 차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모델이 다르더라도 다들 음질은 우수하고 다들 LS3/5a 음질이더라는 것이다.

Helene Grimaud – The Messenger

최근에 감상한 음반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반이기도 하다. 레퍼토리야 특별할 것은 없지만, 녹음이 워낙 잘 되었다고 생각된다. 2020년 녹음을, 진공관 앰프에 35년 전에 설계된 방식의 LS3/5a로 감상하는데 너무 좋다. 이처럼 좋을 수가 없다.

날이면 날마다 한두가지 시스템의 오디오 제품을 테스트하고 음질을 확인하고 있지만, 이 차이를 과연 큰 차이라고 해야될까? 어떨까? 그렇지만, 클래식 재생만큼은 크기나 스팩을 떠나서 이보다 좋기도 힘들 것이다.

단순 소프트 재질로만 만들어진 스피커이며, 진공관 앰프 조합인데도 피아노 음이 이처럼 청명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다. 그 피아노 음이 단순히 청명하기만 하고 디지털적으로 오디오에서 재생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어린아이들의 합창이라거나 아름다운 새울음을 소리의 투명한 메아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음의 투명함과 정교한 이미징과 명징함도 흠잡을 것이 없다. 물론, 볼륨은 높다. 그렇지만, 볼륨이 높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볼륨이 높더라도 자극적이거나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고 음악을 표현하는데 필요한 열기가 더해졌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조성진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1악

작은 스피커지만, 절대로 좁은 음을 내는 스피커는 아니다. 사실 음악적 감흥에 빠지는데 초저음은 안 나와도 별로 관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낮은 저음으로의 음의 매끄러운 연결감과 울림이 자연스럽게 잘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초저음까지 못 가고 중간에 저음이 사라질지언정, 그 울림이 근사하고 풍부하게 울리면서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무드감이나 분위기를 섣불리 차갑거나 딱딱하게 만들지 않고 울림을 근사하고 넉넉하게 그려 낸다면 초저음은 재생되지 않아도 좋다.

사람이 음악을 들으면서 Hz를 측정해 가면서 듣지는 않는다. 그런데 LS3/5a는 70Hz 재생이 한계라고 하는데, 신기하리만큼 대편성 클래식을 듣는데도 별달리 부족함은 못 느끼겠다. 그것이 바로 낮은 음역대와 중간 음역대 간의 유기적인 울림과 매끄러운 연결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근사하고 넉넉하게 잘 이어지고 충분한만큼 울림과 하모니를 통해 음악적 감흥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즈 연주나 보컬도 좋지만, 정말 유독 클래식이 좋다.

볼륨을 살짝 더 올리면, 감정이 좀 더 풍부하게 살아난다. 그런데 그 감정선이라는 것은 힙합 음악만 듣고 자란 세대들은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LS3/5a가 들려주는 그 감정선이라는 것은 단순히 드라마를 보면서 남 모르게 눈물을 떨구는 그 감정선이라거나 혹은 영화를 보면서 서글프게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그런 온도의 감정선이다. LS3/5a가 그런 감정선을 음악과 음색으로 표현해 주는 능력은 정말 최고다. 이것은 그러한 감정선의 정서라는 것이 상당부분 90년대 이전에 대부분 만들어졌고, 그런 음악들이 대부분 LS3/5a를 통해 녹음이 되고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Carla Bley - Lawns

정말 느리고 심심한 듯한 재즈 음악을 틀어놓기를 좋아한다. 그러면서 아무 생각없이 몸에 힘 빼고 상념에 빠지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러니 이런 음악은 절대로 화려하거나 스팩터클하거나 어마어마하게 선명하게 들릴 필요도 없다. 다만, 나긋하면서도 유연함, 매끈하면서도 풍부한 배음과 하모니, 표현력, 낮은 음색톤 등이 중요하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매우 미묘한 차이일 것이고, 팝이나 락 음악을 주로 센치하게 즐기는 유저들은 이해하기 힘든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저음이 너무 강하게 재생되어도 망치는 것이고 저음이 너무 많이 나와도 망치는 것이다. 중음도 과도하게 선명할 필요도 없고 과도하게 스펙터클하고 입체적일 필요도 없다. 오히려 전체 음조를 안개처럼 표현해 주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눈앞을 가리는 안개여서는 또 안된다. 감상하다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가벼워지고 눈의 피로가 풀리고 맑아지는 그런 느낌의 그윽함이 있어야 한다.

이런 느낌은 사실 하이엔드 스피커라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초하이엔드 스피커일수록 이런 느낌을 묘사하는 능력은 가격대비 성능이 매우 떨어진다. 그래서 이런 톤의 음악을 즐기는 이들은 빈티지를 사용한다. 곧 콘지가 찢어질 것 같은 스피커도 애지중지하면서 비할 바 없는 음질이라고 칭찬하곤 한다. 스털링 LS3/5a가 바로 그런 느낌이다. 재즈 음악의 표현을 너무 무심한 듯 하게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가장 완숙한 표현이기도 하다.

양파 - 6월부터 1월까지

보컬곡을 듣다보면, 서양 재즈 보컬들은 농염함이나 기교가 있고, 동양 보컬의 경우는 처량함이나 우수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서양 재즈 보컬들은 대체로 잔잔하면서 덤덤하게 재생한다. 이 느낌이 재미가 없다는 말이라기 보다는 감정과잉이 아니면서 찬찬히 감상하면서 감상에 젖어들 수 있는 느낌이다.

국내 발라드곡을 감상하면 감정이 좀 더 두드러지게 되는데, 사실 이런 감정의 표현이 일반적으로 금속 트위터에 단단한 인클로져로 만들어진 스피커로 재생하면 누엿누엿 느껴지는 맛은 없다. LS3/5a로 듣는 보컬의 목소리를 정말로 사람이 읊조리는 느낌이라면, 초하이엔드 스피커로 듣는 이런 곡의 느낌은 말 그대로 초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좀 더 색깔이 입혀져서 현실보다 더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인 것이다. 어떤 느낌이 더 좋을지는 각자 개인의 몫이다. LS3/5a가 들려주는 슬픈 발라드곡들은 정말로 슬프게 재생한다. 그런 정서를 정말 잘 들려준다.

Beaux Arts Trio – Schubert : The Piano Trio

고독하고 슬픈 계절인만큼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슈베르트의 음악을 들어본다. 개인적으로 오래된 녹음의 클래식 음반들을 별로 즐길줄 모른다. 녹음이 잘 된 연주들을 골라 듣는 편이다. 그런데 오래되고 녹음의 선명도나 정교함이나 해상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명연주는 명연주고 명반은 명반이다.

듣기 좋은 연주는 꼭 하이엔드 오디오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명반의 감흥을 꼭 하이엔드 오디오라고 해서 더 잘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유명 하이엔드 오디오의 경우는 오디오에 관련된 각 특성들은 비할데 없이 더 우수한 것은 맞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된 연주를 들어보더라도, 첫음부터서가 안정되어 있다. 단단하고 명징하고 정교한 음을 내는 스피커들은 이런 맛이 없다. 오래된 클래식 연주를 재생하는데 있어서 과도하게 정확함과 정제되어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니 딱딱하고 경직되게 들리게 되고 하모니가 부족하게 된다. 그리고 경직되고 딱딱하고 하모니가 부족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정보량이 부족하게 들리고, 들려야 될 표현력들이 덜 들리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게 다시 말해, 해상력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항상 더 해상력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LS3/5a는 하모니와 배음이 좀 더 풍부하기 때문에 오래된 음반을 재생하는데 있어서도 더 유리할때가 많다.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국물에 맛과 향이 진하게 베어있는 것이다.


LS3/5a의 전설은 시대상에 맞게끔 현재 진행되고 있다

LS3/5a는 아마도 전자음악을 제외한 어쿠스틱 음악을 재생하기 위한 스피커 중, 소형 스피커로는 말 그대로 교과서라고 해야 될 것이다. 이 말은 최고이니 어쩌느니 하는 말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동일한 이름의 거의 비슷한 스피커가 과거에도 계속 있어 왔고, 그때부터서도 중음의 재생력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왜냐면, 그 중음을 구성하고 있는 음악들을 바로 이 LS3/5a로 만들었기 때문에….

스털링 LS3/5a v3는 현재 타사의 LS3/5a에 비하면 조금 더 내추럴한 편이다. 음악에 힘이 크게 실리지 않는 장르에서는 그 차이가 정말로 구분이 잘 가지 않을정도로 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확실히 공통적으로 오랜 구형에 비해서는 좀 더 넓은 전대역에 대한 재생력과 에너지감이 좀 더 향상된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의외로 음이 가볍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리고 확실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중음에 대한 가장 감성적인 정서를 표현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확실히 인증 스피커는 그렇지 않은 스피커와는 다른 완성도가 있다. 그것은 존중될만 하며, 기회가 된다면 모든 오디오 마니아와 음악 애호가 입장에서 경험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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