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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에 외공을 더한 브리티쉬 컨템퍼러리

조회수 2020. 12. 15. 1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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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con Acoustics GC6500R 스피커

말콤 존스의 LS3/5a

출범한 지 40년을 넘기는 동안 오리지널 BBC 모니터들은 사용자들에 의해 다양한 의구심에 시달려야 했다. 주로 LS3/5a를 중심으로 하는, 여전히 신제품이 제작되고 있는 BBC 라이센스 스피커들은 가격도 많이 올라있었고 그 시점에 제작된 다른 브랜드 스피커들에 추월을 당하거나 차별화 포인트가 선명치 않았다는게 주요했다. 이에 따라 BBC 모니터의 원본을 복원하려는 호혜적 움직임이 있었고 그 가장 독보적인 인물은 76년산 오리지널 LS3/5a 유닛설계자 말콤 존스(Malcolm Jones)였다.

경복궁 복원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몇 안남아있던 것처럼 점차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던 LS3/5a를 지켜보던 말콤 존스는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2015년 다시 몸을 일으켜서 LS3/5a를 환생시키며 팔콘 어쿠스틱스의 이름을 스피커 제조사로 널리 알리게 되었다. 뛰어난 만듦새의 15옴 버전 싱글 터미널구성의 팔콘 어쿠스틱스 버전은 실로 완벽에 가까운 오리지널 LS3/5a였다. 이로부터 팔콘 어쿠스틱스의 스피커 라인업은 모든 오디오파일들의 표적이 되었다.


팔콘 어쿠스틱스

KEF의 첫 직원이자 엔지니어였던 말콤 존스는 72년 KEF 재직하면서 지금의 ‘팔콘 어쿠스틱스(Falcon Acoustics)’를 설립했다. 다른 BBC 스피커들과 유사하게도 말콤 존스 또한 부인과 공동경영 시스템으로 팔콘 어쿠스틱스를 패밀리 비즈니스 규모로 운영하다가 나이팅게일 어쿠스틱을 인수하면서 제조규모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2008년 부인 발레리가 병사하면서 오랜 친구인 제리 블룸필드(Jerry Bloonfield)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고 말콤 존스 또한 기술고문으로 물러나 있었다.


GC6500R 이라는 독특한 타이틀의 본 제품은 현재 팔콘 어쿠스틱스의 플래그쉽이다. 제품의 곳곳에 걸쳐 꽤 공을 들여 제작한 흔적과 가능한 모든 신소재와 구조공학을 동원한 특급 프로젝트의 면모가 느껴진다. 이전의 팔콘 제품들의 반듯한 디자인과도 스타일을 완전히 달리하는, 다소 이질적일 만큼 앞서간 제품이다. 할 얘기가 많은 스피커인데, 주요 부문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GC6500R 이라는 독특한 타이틀의 본 제품은 현재 팔콘 어쿠스틱스의 플래그쉽이다. 제품의 곳곳에 걸쳐 꽤 공을 들여 제작한 흔적과 가능한 모든 신소재와 구조공학을 동원한 특급 프로젝트의 면모가 느껴진다. 이전의 팔콘 제품들의 반듯한 디자인과도 스타일을 완전히 달리하는, 다소 이질적일 만큼 앞서간 제품이다. 할 얘기가 많은 스피커인데, 주요 부문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래핀 코팅 우퍼

듀얼로 구성한 본 제품의 7인치 구경 우퍼를 살펴보면 광택나는 소재로 표면마감되어있는데, 바로 그래핀(Graphene)이다. 육각형 격자구조의 탄소추출물인 본 소재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2010년 이래 꿈의 소재로 각광받으며 널리 활용되고 있다. 스피커 콘 재질로서의 그래핀의 의미라면 압력에 강하고 가벼우며 고투명도로 잘 휘어지고 발열특성이 뛰어나다는 점 등이겠다. 이에 따라 가볍고 단단하며 댐핑력이 뛰어난 특성으로 낮은 대역 신호에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팔콘 소나위브 그래핀 처리 나노플레이트 콘(Falcon Sonaweave Enhanced Nanoplatelet Cone)이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의 본 우퍼의 내부에는 케블라처럼 가로세로를 엮어서 구성한 재질위에 그래핀으로 코팅처리했다. 7인치 구경의 유사 콘에 비해 60% 정도 가볍고 얇으며 댐핑이 강하다. 미드레인지와 마찬가지로 사운드의 마감에서 거칠거나 날카로워지지 않도록 롤오프 마감되도록 튜닝되어있다.  

하이퍼사이클로이드 미드레인지 & 리본 트위터

다소 작은 사이즈로 설정된 2인치 구경의 미드레인지는 얼핏 보기에 전형적인 웨이브가드 내에 자리잡고 있는데, 패브릭 소재의 본 미드레인지의 외부 웨이브가이드 곡면을 컴퓨터 모델링으로 음파를 측정해서 곡면처리한 하이퍼사이클로이드(Hypercycloid) 디자인을 따라 제작되었다. 음압로딩이 많은 본 대역에서 과잉에너지로 발생할 수 있는 디스토션을 40% 낮추어 입력신호에 대해 유연하고 부드럽게 반응하도록 설계하고 자체 세부공정을 거쳐 완성했다.

이례적으로 투입된 상단의 리본 트위터 또한 팔콘 특주로 튜닝되어 전면패널을 정교하게 디자인해서 외곽 어쿠스틱이 매우 부드러운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다.

고품격 고정밀 어쿠스틱 캐비닛

본 제품의 캐비닛 또한 내외부에 많은 공력이 투입되어 있다. 외관에서도 영국산보다는 이탈리아적 분위기를 풍기는 바, 전체를 이탈리아에 특주해서 수작업한 본 제품은 라미네이팅처리한 25mm 두께의 MDF로 브레이싱을 한 후 댐핑보강을 위해 9mm 판넬을 추가시켰다. 본 제품이 얼마나 세심하게 제작되어 있는지 엿보이는 곳으로서 유닛의 뒤쪽 바스켓 부분의 디자인도 곡면처리해서 음압을 최소화하고 내부 터뷸런스에 대응시켰다.

프론트 배플은 컴퓨터로 측정해서 회절을 최소화시킨 디자인으로 설계해서 38mm 로 두텁게 제작했으며 배플 전체가 고급 세단용 시트재질인 알칸타라(Alcantara)로 마감되어있다. 제품의 상단 또한 최근 이탈리아 스피커에서 보는 강화유리를 사용해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리어패널 또한 평범하지 않다. 알루미늄합금으로 제작한 정교한 마감의 히트싱크가 수직으로 상하단 전체를 달리고 있으며 이를 견고하게 지탱하는 리어패널의 두께도 18mm 강화패널로 제작했다. 전면 패널 이외의 모든 캐비닛은 하이글로시 광택처리되어있다. 바닥의 플린스 또한 F1 디자인과 설계에 따라 MIC6 등급의 고강도 알루미늄을 사용해서 지지하고 있다. 니켈도금된 바인딩포스트 또한 커스텀 디자인 제작했으며 싱글와이어링 전용이다.


프리미엄급 네트워크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에도 최상급 소재와 고신뢰도 설계가 투입되어 있다. 모든 스펙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최상급들이다. FR4 등급의 3.2mm 두께 라미네이팅마감 PCB는 2온스 동박 위에 양면을 금도금처리되어있다. 정밀하게 감겨진 에어코어 인덕터와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를 사용했으며, TPE로 인슐레이팅한 2.5mm 구경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다.

말콤 존스의 사운드 공력과 함께 꽤나 세세하게 설계된 본 제품의 소리가 궁금해진다.


사운드 품질

프리히팅을 하면서 캐주얼하게 몇 곡을 시청하면서 들어보니 AMT가 아직 충분히 열려있지 않아 보이고 특히 중역대를 중심으로 상하 대역간의 연결 등이 아직 덜 풀린 상태로 보였다. 제품에 투입된 다양한 특성이나 팔콘의 관록으로 보아 그 정도의 소리를 낼 스피커는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본 제품을 2차에 걸쳐 시청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그래핀과 복합소재가 관여하고 있는 낮은 중역대 이하의 대역에서 변화가 생겨났다. 시청을 시작한 이후 시청음악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특히 바이올린의 비음섞인 음색이 살아나기도 하고 댐핑이 조금씩 잡혀가는 등 느낌이 좋아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먼저 느껴지는 인상은 GC6500R은 숨을 쉬는 스피커라는 생각이 든다. 차츰 에이징이 되어갈 수록 그렇다. 20Hz까지 순탄히 재생하는 광대역의 제품으로서 울림이 작지 않은데 우퍼가 풀려갈 수록 신속히 제자리로 돌아와서 적막해지는 순간을 만드는데 그 느낌이 매우 드라마틱히다. 또한 베이스의 재질로 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육중한 중량이 쏟아진다. 처음엔 통제가 되지 않았으나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자 대역간 일체감이 아니라 연결고리를 만들어 조합을 이루고 있는 유기체의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높은 중역대 이상에서 느껴지는 음색은 매끄러운 편이다. 시청앰프인 클라세 델타의 음색을 감안하고도 그렇다.


Massive Attack - Unfinished Symphony

매시브 어택의 ‘Unfinished Symphony’는 각 대역이 독립적으로 동작하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정교한 조합을 보고 있는 듯 하다. 보컬의 이미징은 컴팩트하고 홀로그래픽하게 깊숙히 맺혀있고 권위있는 베이스가 전편을 느와르처럼 드리우고 지나간다. 동적 쾌감이 크면서도 섬세한 세부묘사가 시종 교차되는 장면이 압권이다.

메리 제이 블라이지의 ‘be Without You’에서 베이스가 안정을 찾자 중량감있는 베이스가 파워풀하다. 차임같은 높은 고역은 밝고 간결하게 반짝인다. 외곽선이 매끄럽게 마감되어 있다. 화려하고 다채로우며 온화하다.

Sarah McLachlan - Angel

베이스의 품질이 뭐랄까 강하고 탄력있는 심지가 느껴진다. 입체적인 스케일을 크게 만들지만 견고한 골격으로 반원형의 스테입징을 띄워내며 시청자를 포근히 감싸온다. 사라 맥라클란의 Angel은 매우 스펙터클하고 포근한 재미를 선사한다. 일체감있는 스트록으로 이 곡의 훌륭한 재생장면이다. 베이스의 부스팅을 많이 남기지 않고 독특한 공간과 입체감을 연출한다.

특히 어느 곡을 들어도 중앙에 리얼하게 맺히는 이미징은 매우 홀로그래픽하고 다른 스피커들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입체감을 준다. 뭐랄까… 마치 스피커 중앙에 둥지를 틀고 앉은 여러겹의 양파처럼 정교한 네스팅 구조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광경이다.

Hélène Grimaud – Mozart: Piano Concerto No. 20

엘렌그리모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1악장 인트로의 긴장감으로부터 스펙터클하게 펼쳐내는 순간의 자연스럽고 강력한 임팩트가 호쾌하다. 중역대에서 느껴지는 질감도 훌륭하고 해상도 또한 높은 수준이다. 합주가 몰리는 총주시에 아직 약간 둔탁한 대역이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은 대역이 섞여서 들리는 것으로 보아 풀리고 덜 풀리고의 구간이 섞여있어 보인다. 독주가 시작되면 피아노가 드라마틱하게 꽂힌다. 명료하고 대비가 분명한 피아노가 음악에 몰입하게 만든다. 공기감도 잘 만들어내고 에너지 변화의 그라데이션도 정교하게 그려낸다. 진지하고 격정적이며 세세하다.

연주에 따라서 피아노가 아직 산뜻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뭔가 막이 낀 듯 빛나지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트리포노프가 연주하는 연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중 8번 변주는 질감이 느껴지는 피아노로 들려서 매끄러운 질감으로 두텁고 파워풀한 것까지는 좋지만 산뜻하고 투명한 하모닉스가 나오지 않는다. 약간 팝음악에서 나오는 피아노 반주를 듣는 듯 했다.


시간이 갈수록 다시 들어볼 수록, 이 스피커에는 레퍼런스적 기품이 있다. 각 대역에 각기 다른 신소재와 설계가 투입되어 있고 캐비닛은 이탈리아에서 제작하는 등 서로 이질적인 의욕이 투입되어 있어서 이를 일체화시킬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말콤 존스와 팔콘 어쿠스틱스가 어제 오늘 스피커를 구상한 팀이 아니라서 그런 생각은 멋지게 날려보낸다.

다만 처음 시청시부터 베이스부스팅이 가라앉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과 광대역을 구현시켜줄 좋은 앰프 특히 베이스 드라이브가 촘촘하고 단정한 앰프가 어울려 보였다. 시청은 클라세의 델타 모노와 프리앰프로 진행했으며 장점이 많이 나타나는 조합이었다.  


BBC 외전, 전설은 계속된다.

말콤 존스의 얘기는 계속된다. BBC 모니터를 대표하는 여러 인물들이 스쳐갔지만, 정작 BBC의 바깥에서 실질적인 사운드의 좌표를 그려내서 한 세대 이상을 풍미한 인물은 말콤 존스였다. KEF와 BBC 사운드의 시작이자 일세를 풍미한 브리티쉬 사운드의 핵심과도 같은 구루이다. 한 때 최고가 스피커였던 윌슨오디오의 WAMM 베이스, 아이소바릭의 전설 린의 DMS 등은 모두 말콤 존스가 개발한 B139의 덕을 본 걸작스피커들이다. 잠시 그와 그가 제작한 스피커들을 머리속에 떠올려보니 그렇다.

GC6500R은 시간이 좀더 지나면 지금보다 완성도 높은 소리 - 특히 스피커 대역 전체를 관통하는 일체감있는 소리를 들려줄 것이라 기대된다. 전술했듯이 이전에는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영국 최고의 유닛 명가의 의욕으로 꽤 멀리 바라보고 기획된 레퍼런스로서 BBC 사운드를 중심으로 가장 트렌디하고 진보적인 요소들을 조합시킨 거대한 스피커이다. LS3/5a 만 해도 이미 50년간 고도를 낮추지 않고 오디오파일들의 애장기로 열기가 식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본 제품은 향후 또 어떤 전설을 쌓아갈 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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