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위로 날아오른 스팅레이

조회수 2020. 7. 2. 11: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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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ley Stingray II 진공관 인티앰프

전설의 맨리 스팅레이

맨리(Manley) 스팅레이(Stingray)의 데뷔에는 다양한 각도에서 시선이 모아졌다. 무엇보다 설립 10년차 맨리를 만방에 알린 솔로홈런같은 히트작이었고, 하이파이 앰프 디자인에 미증유의 세계를 제시한 아방가르드였으며, EL84의 매력을 극한까지 이끌어낸 인티앰프의 출현이었다. 스팅레이의 파급력은 안팎으로 크고 길었다. 덕분에 이후에 맨리에서 제작한 앰프들은 좋든 싫든 생김새와 무관하게 한동안 물고기 이름을 따르게 되었고, 스팅레이는 20년에 걸쳐 크고 작은 진화를 계속했다. 스팅레이로 인해 진공관은 올드스쿨이나 레트로가 아니라 새로운 하이엔드적 환기가 되었다.

▲ Eva Anna Manley (이브안나 맨리)

스팅레이는 맨리의 히트상품이기도 했지만, 90년대 말 하이파이 업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에피소드의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운명도 맨리를 돕고 있었다. 1997년 LA의 하이파이쇼에 참가중이던 맨리의 대표 이브안나 맨리(EveAnna Manley)는 잠시 쉬는 시간에 바 테이블에 앉아 관계자에게 새로 만든 제품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열띤 설명이 종종 그렇듯이 이브안나 맨리는 테이블에 있던 냅킨 위에 제품 디자인을 스케치했는데, 그걸 보고 있던 그 관계자는 ‘가오리처럼 생겼네’라고 신드렁하게 말했다. 같이 앉아있던 그는 바로 스테레오파일의 설립자 제이 고든 홀트(J. Gordon Holt)였다. 그 또한 이제 전설이 되어가는 인물이지만, 그의 ‘가오리’ 얘기는 이 앰프의 이름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맨리의 브랜드 타이틀과 오버랩되어 오디오파일들의 표적이 되어갔다. 스팅레이는 출시 전후 3년 동안 맨리의 매출을 두 배로 끌어올리며 해저에 있던 맨리를 부상시켰다.


스팅레이는 그때도 맞고 지금도 옳다.

스팅레이가 화두가 되었던 건 전천후 퍼포먼스를 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진공관 인티앰프였다는 데 있었다. 목하 중원에 쏟아져 나오던 90년대 말 걸작 스피커들을 하이엔드적 재생규격에 따라 멋지게 드라이브했기 때문이다. 단지 가오리처럼 생긴 디자인만으로 어설픈 호객을 한 게 아니고 스팅레이의 스트록은 기본적으로 상어만큼 빠르고 명쾌하며 유연했다. 유사한 시점에 등장한 베리티 오디오의 피델리오 같은 스피커에서 넉넉할 만큼은 아니더라도 전 대역에 걸쳐 고른 재생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호쾌함을 안겨주는 강렬한 펀치와 빠른 비트에서도 안정감있는 리듬 앤 페이스, 솔리드앰프에 비견될만한 홀로그래픽 스테이징, 결이 곱고 섬세한 진공관 본연의 음색 등 출력과 대역을 다투느라 잠시 가리워졌던 음악적 영감을 일깨워준 스팅레이에 오디오파일들은 술렁였다.


■ EL84, 파워앰프 기반 설계

당시의 진공관앰프는 중간이 없었다. 작은 공간에서 고능률 스피커에 10와트 내외의 싱글 3극관 음색을 즐기거나 아니면 열이 펄펄 나더라도 빼곡한 병렬구성으로 혹은 푸쉬풀 구성한 대출력 5극관으로 솔리드앰프를 능가하거나 해야만 진공관앰프의 존재가치가 살아났다. 그렇지 않으면 절정기에 있던 유수의 솔리드 앰프를 대신할만한 의미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맨리는 이런 오디오파일들의 한복판에, 숫자로만 봐서는 미심쩍은 40와트 출력의 스팅레이를 제시했다. 구식 라디오나 기타 앰프에 사용하던 작은 EL84를 축으로 하는 독특한 설정으로 마치 간을 보듯 첨삭해서 최적점을 찾은 듯한 절묘한 밸런스의 게인을 설정했다. 채도를 살짝 입힌 베이스 드라이브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양감으로 빠르고 정확한 스트레이트를 날릴 수 있게 했다. 이 음색에서 청량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프리단은 패시브로 구성했고 이 모든 드라이브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스마트 전원트랜스를 제품입구에 탑재했다. 전원부를 제외하면 스팅레이는 기본적으로 원바디로 제작한 듀얼모노 구성의 파워앰프를 기본 프레임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스팅레이 개발 이후에 이 구조를 플랫폼으로 하는 모노블럭 앰프들이 이어졌다. 스내퍼(Snapper)와 마히(Mahi)가 그렇다.


■ 10년의 개발, 20년의 업데이트

스팅레이는 단순히 고성능이라기보다 전방위로 수많은 샘플링을 통해 최적의 지점을 찾아낸 듯 했다. 이 제품의 개발을 총지휘한 이브안나 맨리는 맨리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이런 소리를 꿈꾸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느 인터뷰에서 보면 그녀는 이 제품의 개발에 12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스팅레이의 출시는 1997년이고 맨리의 설립은 1988년이다. 맨리의 수장이 된 이후 이브안나 맨리는 마치 애플 전성기의 스티브잡스처럼 본인의 머릿속에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이렇게 만들어 오라’라는 주문을 수도 없이 피드백시켰다. 그렇지 않고서는 스팅레이와 같은 최적화된 앰프는 오디오파일들의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냥 혼자 쓰는 제품으로 하나 만들어 낼 수는 있어도 말이다.

그로부터 20년을 훌쩍 넘어 스팅레이 2가 돌아왔다. 스팅레이는 2011년까지 대략 세 번 정도의 업데이트를 거치며 계속 제작되고 있었다. 스팅레이 2에 물리적으로 감성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가 많은 건 2020년 하이파이 시장, 오디오파일들의 관심을 반영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제품설명과 시청기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겠지만, 스팅레이 2는 90년대말 오리지널 스팅레이가 그랬듯이 현 시점에서 진공관앰프가 갖춰야할 덕목과 의미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어보인다. 오디오 트렌드에 대한 감각없이 오로지 열심히만 만든 버전 업 제품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스팅레이 2, 뭐가 달라졌나

마치 흥행에 성공한 영화처럼 속편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서퍼모어 징크스 - 차라리 다른 타이틀로 신제품을 만드는 게 편하지 말이다. 20년전 오리지널 스팅레이에 열광했던 필자가 살펴본 스팅레이 2는 성공적이다. 달라진 하이파이 환경에 맞는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변화를 즐길만큼 세세한 차이를 곳곳에 심어놓았다. 그래서 스팅레이를 알고 있는 팬덤과 처음 스팅레이를 대하는 오디오파일 모두에게 어필하는 제품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 존재감 & 세련미

스팅레이 2의 첫인상은 ‘크고 팬시해졌다’ 이다. 제품의 높이가 꽤 높아 보인다. 스펙을 확인해보니 섀시 바디 높이가 오리지널보다 35%(5센티미터) 정도 늘어났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오리지널 스팅레이는 아마 가오리의 슬림한 이미지를 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앰프의 존재감은 약해 보였다. 지금의 두터움이 더 어울려 보인다. 사실 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2000년 초반 업버전 제품부터 적용되었던 짙은 블루그레이 톤 아노다이징 마감 프론트패널이다. 이 특유의 칼라톤이야말로 매력넘치는 맨리의 시그너춰이다. 맨리의 감각적인 디자이너는 일단 제품의 얼굴에서부터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걸 감각적으로 알고 있어 보인다. 맨리 로고가 있는 사각형 파시아는 타원으로 좌우를 둥글게 만들고 사이즈를 줄여 중앙보다 약간 위쪽으로 이동시켰고 그 아래쪽에 블루 칼라 파워스위치를 포인트로 두었다.

■ 볼륨 & 셀렉터

좌우 대칭 구성의 노브에 변화가 왔다. 노브 주위에 작동할 때마다 점등하는 이 LED는 우측은 볼륨이고 좌측은 셀렉터의 레벨 및 시그널 미터이다. 특히 기존 디자인에서 뒤쪽 측면패널에 별도로 두었던 셀렉터를 앞쪽으로 끄집어 낸 건 훌륭한 결정으로 보인다. 구형에서 좌측에 있던 밸런스 콘트롤은 이제 우측 볼륨 노브에 통합시켰다. 좌측의 셀렉터에는 타이머 기능과 입력단의 트리밍 기능까지 추가시켰다. 동작에 따라 다양하게 점멸하는 기능이 많다. 사용자가 되어 천천히 커스터마이징을 해보면 매우 화려한 조명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게 했다. 재미있게 만들었다. 제품 매뉴얼에 자세히 나와있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볼륨과 셀렉터를 돌릴 때 클리킹의 감촉이 좋다. 클래식한 맨리 스타일이다.

■ 입출력

패널의 좌우 측면에도 변화가 생겨있다. 밋밋하던 기존 측면 앞벽에 우측에는 헤드폰 출력, 좌측에는 포터블 디바이스용 3.5밀리 핀 입력을 추가시켰다. 스피커 출력단자는 기존 버전의 레이아웃에서 가장 어색했던 곳이었다. 출력트랜스 뒤쪽에 바짝 붙여서 상단플레이트로 배치시켰던 단자를 드디어 뒤쪽 측면벽 맨 끝으로 이동시켰다. 굵고 무거운 스피커 케이블이 허공에 떠있지 않아도 되고 출력트랜스와 너무 가깝지 않나 싶었던 불안도 해결시켰다.


■ 리모콘

모른 채 보면 장난감 전화기인 줄로 착각할 수도 있는 재기넘치는 리모콘이 생겨났다. 본 제품의 자잘한 전 기능을 공유하고 세팅할 수 있는 이 리모콘의 기능은 버라이어티하다. 성능 또한 막강하다.일반 적외선(IR)과 무선주파수(RF) 방식을 통합한 본 리모콘에서 대부분의 기능은 RF 방식으로 조절되며 감도가 뛰어나서 방향이 어긋나거나 심지어 벽을 사이에 두고 작동이 가능하다. IR 은 사용자의 기존 시스템과 연계시켜 통합콘트롤 하는 데 사용한다.

■ 퍼포먼스

스팅레이 2의 재생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화는 전원과 커패시터이다. 외관상 제품의 기본회로와 구조, 전원트랜스와 출력트랜스의 사이즈도 오리지널과 동일하다. 알려진 바, 맨리는 전원트랜스를 자체제작하며 자사의 오랜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는 곳이다. 대형이나 매시브한 에너지가 아닌 항상 최적의 규모를 찾는 데 맨리 트랜스의 컨셉이 있다. 이에 따라 신형에서도 트랜스의 사이즈를 크게 한다거나 해서 부각시키지 않고 제품 전체 레이아웃에 어울리게 적정비율의 사이즈로 상판 플레이트 뒤쪽에 병풍처럼 늘어선 기존 컨셉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맨리측 설명에 따르면 스팅레이 2에서 베이스 드라이브를 늘리기 위해 출력트랜스의 인덕턴스를 높여서 설계를 했는데, 권선을 무작정 늘이는 방식이 아니라 임피던스별 반응을 테스트해서 첨삭을 했다고 한다. 특히 공칭 6Ω 임피던스 스피커에 최적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고압 진공관 로딩이 가능하도록 커패시터의 스토리지가 대폭 확장되어 베이스의 밀도와 일체감있는 임팩트시에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12AT7에서 전압증폭을 해서 A6414가 위상반전을 하고 EL84를 최종 드라이브하는 구조는 동일하다. 사용자가 교체하면 그만인 내용이지만, 다만 오리지널 제품과 관 구성이 다소 다르다. 특히 프리단의 12AT7를 텅솔을 사용한 게 눈에 들어온다. A6414는 러시아제 일렉트로 하모닉스이며, EL84는 러시아제 NOS를 선별해서 사용하고 있다. EL84는 토글스위치로 간단히 UL-3극 간 전환이 가능하다. 5극시에는 40와트, 3극시에는 20와트의 출력을 낸다.


스팅레이 2를 살펴보다보면 말단에까지 투철한 설계자의 의지가 순간 순간 관찰된다. 루프 리턴 단자를 통한 외부 프로세서 입력이나 서브 아웃을 통한 프리아웃 등의 기능도 빠뜨리지 않고있다. 지면의 한계상 주요 성능과 기능에 대한 설명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제품의 소리를 들어보기로 한다.


사운드 품질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라면 구형 스팅레이를 옆에 나란히 놓고 비교해야 하지만, 대부분 그런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 그래서 늘 기억에 의존하는 비교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전원을 올리고 약 20분 정도 워밍업하면서 들어보는 동안에는 쨍하는 선명함이나 다이나믹스의 폭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특별히 어필하는 음악은 없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진폭이 크지 않은 채로 그루브나 리듬앤페이스의 느낌은 매우 좋아서 흥겨운 기분을 잘 만들어낸다. 이 상태로도 정돈이 잘 되어있는 재생을 들을 수 있었다. 제품의 시청은 처음부터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통해서 진행했다. 필자가 이해하고 있는 스팅레이라면 굳이 북쉘프에 한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스 드라이브가 강화된 신형이라면 굳이 돌아갈 필요가 없어 보였는데, 거의 필자의 머리 속에 있는 소리가 나와서 스스로를 대견해 했다.


베이스보다 먼저 들려온 것은 상위 대역이다. 오히려 이 부분이 개선이 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결이 곱고 섬세하다. 두텁지 않고 전망이 좋은, 종종 진공관앰프의 세련된 음색을 논할 때의 품질 그대로이다. 무대를 전후좌우가 입체감있게 늘어서며 홀로그래픽한 스테이징이 떠오른다. 무대가 크게 만들어지거나 굴곡이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빈 공간의 투명함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시원스러운 스테이징이다. 위치가 잘 그려지는 음원에서 보컬이 등장하면 뒤로 많이 물러서는 모습은 전형적인 하이엔드적 공간구성 속 이미징이다. 그 다음으로 양감이 많은 팝 베이스를 들어보면 두텁고 매시브한 드라이브가 밀도감있게 다져서 고품질의 베이스를 들려준다. 실제 경기용보다 약간 더 바람을 넣은 테니스공의 탄력이 느껴진다. 타이트하고 단정한 고품질 베이스이다. 좀더 큰 스피커로 시청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보다 큰 출력으로 몰아친다해도 품질이 이보다 나을거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밀도감이 주는 쾌감이 큰 제품이다. 권위감이 생겨나기 직전까지의 에너지가 일품이다. 여기까지 들으니 제작자의 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해상도가 그려진다.

Adele - Hello

아델의 ‘Hello’에서 보컬이 시작되면 하늘거리며 세세한 이미징이 순간 떠오른다. 미세한 표정까지 잘 느껴지는 훌륭한 이미징과 포커싱이다. 허공에 잘 떠오르기도 하지만 순간 순간 얼굴을 돌아나오는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는 이미징이다. 슬램이 꽤 깊이있고 위력적으로 꽂힌다. 대단한 중량감까지는 아니지만 그 직전까지 의외로 무게가 실려온다. 이 곡 고유의 다이나믹 레인지가 최대한으로 느껴진다. 휘몰아치는 슬램과는 다른 위력이다. 또한 다이나믹 레인지가 넓어서 슬램 후에 순간 작은 음이 되면 아주 컴팩트하고 작은 음량으로 빠르게 축소된다.

Drake - One Dance (Feat. Wizkid & Kyla)

드레이크가 부르는 ‘One Dance’ 도입부의 베이스비트가 매시브하고 정확하게 표적에 꽂히듯 왕복한다. 단정한 비트이기도 하지만, 어느 대역에서 서포트하는 건지 곡에서 독특한 활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경쾌하고 정확한 리듬앤페이스가 흥을 돋우어 둔탁하지 않고 선명하고 반듯하다는 느낌을 준다. 공간이 넓게 그려지며 보컬과 악기간 공간이 여유있게 트여있는 모습이 잘 보인다. 보컬이 허공 뒤쪽에 잘 물러나서 위치하며 백코러스와 건반이 등장할 때마다 서로의 위치가 구분되며 공간이 입체적으로 잘 그려진다. 이 곡의 다이나믹이 이렇게 들리자 또 한 번 이보다 큰 스피커가 궁금해졌다.

Diana Krall - How Insensitive

다이아나 크롤의 ‘How Insensitive’의 보컬이 시작되면서 느껴지는 건 이 앰프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 매시브한 신호를 효과적으로 선명하게 키워내서 작은 신호와 드라마틱하게 대비시킨다. 기본적으로 섬세하고 세부묘사가 좋다. 다이아나 크롤의 보컬 또한 나른함보다는 청순하고 아침 공기처럼 생동감이 느껴진다. 음원 속 동작만이 느릴 뿐이다. 무성음의 마지막 약음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해상도가 뛰어난 편이다. 베이스의 스트록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기타의 울림에서 광채가 번득이곤 한다. 스테이징 표현이 좋다. 시청할 수록 탐이 나는 매력적인 앰프가 되어가고 있다.

Mariss Jansons - Beethoven "Symphony No 9" Mariss Jansons

베토벤 교향곡 9번 2악장 마리스 얀손스는 예상대로 섬세하고 보풀거리는 감촉이 느껴진다. 세밀하게 각각의 악기가 느껴질 듯 하는 해상도가 훌륭하기도 하지만, 합주시에 대역이 다른 악기군이 레이어링이 생겨나듯 섞이지 않고 구분되어 들리는 느낌도 재밌고 독특하다. 무대가 입체적으로 펼쳐지며 그리 입체감이 뛰어난 편이 아닌 이 녹음을 재량껏 홀로그래픽하게 그려낸다는 것도 독특하다. 합주의 투티시에도 모호해지는 순간이 거의 없다. 다이나믹한 신호에 특히 뭔가를 배가시키는 듯 선명한 팀파니가 강렬하고 다이나믹하게 박두하곤 한다. 중간에 첼로유니즌이 들어오는 부분의 촘촘한 입자감이 리얼하고 생생하다.

Helene Grimaud - Brahms: Piano Concerto No.1 In D Minor, Op.15 - 2. Adagio (Live)

브람스 협주곡 2번 1악장을 연주하는 엘렌 그리모 피아노의 첫 몇 개의 낮은 건반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같은 부분에서 포근한 하모닉스의 매력 또한 크다. 낮은 대역에서도 두텁지 않은 섬세하고 가는 음의 조합이지만 포근하고 아름답게 들린다. 피아노 독주가 멈추면서 오케스트라 합주가 순간 벽을 가득 채우는 부분에서 피아노와의 거리가 잘 감지되며 입체감있는 무대가 떠오른다. 화려하지 않은 이 연주를 청순하고 풋풋하게 연출하며 매시브하고 컴팩트한 대비를 훌륭히 살려주어 색채감이 없는 담백한 채로 다채로운 버라이어티가 느껴진다.

Mass in B Minor, BWV 232, Missa: Cum Sancto Spiritu (chorus)

헤레헤베가 콜레기움 보칼레를 지휘한 바하 B단조 미사 중 ‘Cum Sancto Spiritu’는 상쾌하고 명쾌하다. 시청한 곡 중 가장 좋았다. 종종 숨막힐 정도로 긴장감이 돌며 다소 비비드한 색채감을 보이는 본 녹음에서 유채화가 아니고 수채화같다. 솔로보컬이 가늘게 뻗어도 약화되지 않고 끝까지 선명하게 유지하면서 그라데이션을 그려내고 합주 오케스트라와 코러스가 생기넘치게 가히 빠른 속도로 피어나는 꽃처럼 피어오른다. 이 곡 본연의 스타일과 음색을 잘 부각시켜 들려주면서 시청자의 기분을 업시켜준다. 일체감과 세부묘사의 조화가 자연스러우며 사람들이 앞에 늘어서 있지만 긴장감은 사라진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머리속에 잠자던 맨리를 깨우다

스팅레이 2는 사실 별로 흠잡을 일이 없는 제품이었다. 사실 오리지널 스팅레이를 기존 스펙대로 신제품으로 만들어낸다고만 해도 현 시점에서 그리 어색하지 않은 제품일거라 생각된다. 그건 스팅레이가 시대를 앞서가서가 아니라 진공관앰프가 어떻게 소리를 내야 하는 지를 치열하게 구현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오리지널 스팅레이를 기억하는 오디오파일이라면 이 제품의 타이트하고 활기찬 드라이브와 다양하고 편리한 인터페이스 등을 반길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을 하는 동안 잠시 모든 것을 잊고 음악에 몰입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이보다 호쾌하고 완벽하게 재생을 하는 수퍼 시스템이라고 해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있다.


사용자가 이 제품을 두고 고려할 일은 어떤 스피커와 어느 곳에서 시청할 것인지에 대해서이다. 솔리드앰프를 기준으로 이 제품의 출력을 의식해서 작은 스피커를 떠올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임피던스가 높고 음압이 낮은 스피커보다는 인클로저도 적당히 크고 대역이 넓은 스피커가 잘 어울려 보인다. 특이한 환경이 아니라면 이 앰프를 사서 후회할 일은 없을 듯 하다. 다만, 구형에 비해 가격이 다소 올라있다는 게 고민이 될 것이다. 퍼포먼스 측면에서 이 제품을 능가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을 지 모르지만 상큼한 감성과 특유의 활기를 포함한 결과물인가를 떠올려보니 대신할 제품이 별로 없다. 


가뜩이나 맨리는 제품수급 상황이 좋지 않아 제품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필자는 예전에 이 제품을 시청하고 나서 반경을 넓혀 파워앰프 스냅퍼를 찾아다녔으나 좀처럼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다. 이제 새로운 스팅레이를 듣고보니 굳이 스냅퍼를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 3 x Stereo Line RCA Inputs
- 1 x Stereo Line 1/8" TRS mini-jack Input
- TRIODE - UL Output Stage Mode Switching
- RECORDING OUT
- SUBWOOFER OUT
- TAPE LOOP (Insert) with Bypass switch
- 1/4" Headphone OUTPUT (mutes speakers and subwoofer output when deployed)
- Logic controlled Volume and Balance functions
- All-Vacuum Tube Lo-feedback Stereo Integrated Design
Output Tubes 8 x EL84 Ships with Russian NOS EL84M (aka 6Pi14Pi-EB)
Driver Tubes 2 x 6414 Ships with GE or RAYTHEON JAN NOS USA or 6414W
Input Tubes 2 x 12AT7EH Ships with: 12AT7EH large plate Electro-Harmonix Russian
Dimensions W= 19", D=14", H= 7 1/2"
Shipping Weight 35 lbs.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주식회사 디앤오 (02 - 540 - 7901)
가격 10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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