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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산 포노앰프와 스피커의 빛나는 이중주

조회수 2020. 6. 24. 13: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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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zz Audio Gratia 포노앰프, Pylon Audio Amber mkII 스피커

▲ (좌) 페즈 오디오(Fezz Audio)의 Gratia(그라티아), (우) 파일론오디오 Amber(앰버) MK 2

최근 포노앰프와 스피커를 매칭해 시청했다. 페즈 오디오(Fezz Audio)의 Gratia(그라티아)와 파일론 오디오(Pylon Audio)의 Amber(앰버) mkII였다.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파워앰프와 스피커, 소스기기와 DAC 매칭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포노앰프와 스피커 조합은 아주 드물다. 중간에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혹은 인티앰프라는 크나큰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합은 둘을 강력하게 묶어주는 끈이 있었다. 두 브랜드가 모두 폴란드 메이커라는 것이다. 더욱이 페즈 오디오의 2014년 데뷔 시절, 그 매칭 파트너가 3년 선배격인 파일론 오디오였던 만큼 두 제작사의 이종결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회사의 CEO를 모두 인터뷰한 인연이 있어 이들의 신작이 몹시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들은 이 둘의 이중주는 기대 이상으로 빛났다.


페즈 오디오 Gratia

▲ 페즈오디오 제작중인 두 형제 (좌 - 마치에이 라코우스키(Maciej Lachowski), 우 - 토마슈 라코우스키(Tomasz Lachowski)

페즈 오디오는 마치에이 라코우스키(Maciej Lachowski), 토마슈 라코우스키(Tomasz Lachowski) 형제가 2014년 폴란드 키시에지노(Ksiezyno)에 설립했다. 자신들이 만든 첫 인티앰프가 2014년 2월 모스크바 오디오쇼에서 큰 호응을 얻자 이후 회사를 설립했다. 바로 EL34 진공관을 채널당 2개씩 쓴 인티앰프 Laura(로라)가 그 주인공. 이 앰프는 모스크바 오디오쇼에 가지고 갔던 16대가 모두 즉석에서 팔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라코우스키 집안의 내공이 빛난 덕분이었다. 라코우스키 형제의 아버지는 토로이디(Toroidy)라는 패밀리 기업을 통해 20여년 동안 폴란드에서 오디오용 트랜스포머를 제작해왔던 것. 이들이 만든 트랜스는 폴란드 램피제이터를 비롯해 미국 마이택, 독일 오디오 밸브 등에 공급되고 있을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다 싱글엔드 진공관 앰프에서도 포화되지 않고 제 실력을 낼 수 있는 출력트랜스를 개발, 일종의 ‘기술검증 모델’로 로라를 만들어 모스크바로 날아갔던 것이다.

라코우스키 형제는 페즈 오디오를 설립한 후 2015년에 로라의 상용버전인 Silver Luna(실버 루나)를 출시했고, 2016년 뮌헨오디오쇼에서는 KT88을 채널당 2개씩 쓴 Titania(티타니아)를 데뷔시켰다. 페즈오디오는 이어 2016년 가을에 300B 싱글 구동의 Mira Ceti(미라 세티), 2018년에 인티앰프 Alfa Lupi(알파 루피)와 이의 헤드폰 앰프 버전인 Omega Lupi(오메가 루피)를 내놓았다. 미라 세티는 이번 리뷰에 동원된 인티앰프이기도 하다.

그러면 사명에 들어간 ‘페즈’(Fezz)는 무슨 뜻일까. 이들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형인 마치에이 라코우스키씨로부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개를 폴란드어로 ‘피에스’(pies)라고 하는데, 예전 제 작은 딸이 말을 배우던 2살 무렵 피에스를 자꾸 ‘페즈’라고 했다. ‘Come to me, Fezz’(페즈, 이리 와),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아내가 이 ‘페즈’를 사명으로 삼자고 했다. 페즈는 저희 가족과 연결된 단어다.”


한편 이들이 들려준 진공관 앰프 제작과 관련한 페즈 오디오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진공관만 빼놓고 앰프의 모든 것, 즉 섀시부터 트랜스포머까지 직접 만든다.
■ 진공관은 주로 러시아제인 일렉트로 하모닉스 제품을 쓴다.
■ 제품이 완성되면 캐슬의 Conway, 클립시의 Cornwall, 파일론의 Diamond 28 스피커로 테스트한다.
■ 하지만 최종 테스트는 오실로스코프로 한다.
■ 미라 세티, 미라 세티 2A3만 싱글이고 나머지는 푸시풀 구동 앰프다.
■ 미라 세티는 클래식이나 재즈, 블루스 같은 섬세한 음악 재생을 위해 만들었다.
■ 티타니아, 알파 루피는 록 음악 재생을 위해 만들었다.
■ 폴란드 오디오 산업의 특징은 전기전자공학이 발달한 데다 노동임금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Gratia(그라티아)는 이들이 최근 선보인 ‘솔리드’ 포노앰프다. 증폭단에 진공관을 쓰지 않고 호주 버슨오디오(Burson Audio)의 OP앰프 ‘Supreme Sound V5i’를 썼다. 페즈 오디오의 시그니처라 할 진공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출력트랜스는 생략됐지만, 전원트랜스만큼은 토로이디 제품을 썼다.

위 사진은 페즈오디오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그라티아 내부 사진이다. 왼쪽에 토로이디의 토로이달 전원트랜스가 보이고, 오른 편 구석에 유독 반짝이는 메탈 케이스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SSV5i OP앰프다. OP앰프를 썼다고 하면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OP앰프는 여간내기가 아니다. 증폭이 이뤄지는 곳은 IC 칩이지만, 저항과 커패시터 등은 모두 디스크리트 부품을 썼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슨오디오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SSV5i 사진을 보면, 8핀 베이스 위에 2중으로 작은 PCB를 쌓아놓고 각각에 TDK 세라믹 커패시터와 메탈 필름 저항을 투입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상단 8핀 IC 칩이 실제 증폭이 이뤄지는 OP앰프 칩이다. 결국 하이브리드 구성의 OP앰프인 셈인데, 이는 IC 칩을 써서 신호경로를 최단거리로 만들고, 디스크리트 부품을 써서 노이즈를 줄이려는 설계로 보인다.

그라티아는 기본적으로 MM/MC 카트리지에 모두 대응하는 RIAA 커브 전용 포노앰프다. 후면을 보면 이들의 정체를 명확히 알 수 있는데, MM 카트리지 입력단자가 RCA 1조, MC 카트리지 입력단자가 RCA 1조, 아날로그 출력단자가 RCA 1조 마련됐다. 한편 페즈오디오에 따르면 고출력 MC 카트리지는 MM 입력단자에 연결해야 하는데, 기준점은 고출력 MC를 포함한 MM이 5mV, 저출력 MC가 0.5~2mV다.


입출력 단자 밑에는 그라티아의 숨은 기능이 보인다. 왼쪽부터 MM//MC 입력선택 스위치, 서브소닉(Subsonic) 필터 온오프 스위치, 로우/하이 게인 선택 스위치, 스테레오/모노 스위치다. 게인 스위치의 경우, 하이(high)를 선택하면 게인이 5dB 늘어난다. 원래 게인은 MM이 50dB, MC가 60dB다. 어쨌든 이 가격대 포노앰프가 이 정도로 다양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갖춘 경우는 드물다. MM/MC 부하 임피던스는 각각 47k옴과 50~1k옴으로 고정됐다. 


파일론 오디오 Amber MK II

▲ Pylon Audio Amber MK 2

리뷰를 위해 수입사인 오디오갤러리 시청실을 찾았을 때 가장 놀란 것은 Amber mkII의 엄청난 덩치였다. 높이가 1241mm, 가로폭이 500mm, 안길이가 430mm에 달하고 개당 무게가 60kg이나 나간다. 특히 전면 배플 위아래에는 요즘 좀체 보기 힘든 12인치 우퍼가 2발이나 박혀 있어 그 위용은 더욱 대단했다.

파일론 오디오는 2011년 5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설립된 스피커 제작사다. 그 전에 이미 독일 톤실(Tonsil)이나 APS 같은 유명 스피커 제작사에 인클로저를 OEM으로 납품했다. 그러다 2011년 바르샤바 오디오쇼에 첫 제품 Pearl(펄) 스피커를 출품하면서부터 본격 자사 브랜드 스피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덴마크 스캔스픽(Scanspeak), 노르웨이 시어스(Seas), 독일 비사토나(Vistona) 등 타 회사 드라이버 유닛을 썼지만, 최근 나온 모델들은 자사 유닛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필자는 지난 2018년 파일론 오디오의 CEO 마테우스 유츠카(Mateusz Jujka)씨를 인터뷰했는데,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 파일론 오디오는 패밀리 비즈니스로 시작했다. 마테우스 유츠카의 아버지와 현 부사장 미콜라이 루벤체크의 아버지, 두 사람이 공동 설립했다.
■ 현재 본사는 바르샤바에, 공장은 바르샤바에서 50km 떨어진 야로친(Jarocin)에 있다. 직원은 40명이다,
■ 파일론 오디오는 폴란드 바르샤바 증권거래소(WSE)에 상장된 주식회사다.
■ 라인업은 위부터 에메랄드(Emerald), 다이아몬드(Diamond), 루비(Ruby), 사파이어(Sapphire), 오팔(Opal), 펄(Pearl) 순이다. 모두 보석 이름이다.
■ 2016년에 출시된 오팔 라인, 2017년에 출시된 루비 라인은 모두 파일론 오디오 자사 유닛을 쓴다. 그 전에 나온 라인업은 모두 스캔스픽, 시어스 같은 타사 유닛을 사용했다.
■ 그러나 2016년에 나온 플래그십 에메랄드 라인은 우퍼 2발은 자사 유닛을 쓰지만 트위터는 시어스 제품을 쓴다.
■ “좋은 캐비닛에서 나오는 좋은 음악을 비싸지 않은 가격의 스피커로 듣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제작 철학이다.
▲ 지난 2019년 3월에 개최된 서울국제오디오쇼에 참관하기 위해 내방한, (좌) 마테우스 유츠카 (Mateusz Jujka), (우) 미콜라이 루벤체크 (Mikolaj Rubenczuk) 인터뷰 모습

2018년 인터뷰 당시에는 언급조차 안됐을 만큼 Amber mkII는 파일론 오디오의 신상 스피커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5월부터 본격 출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mkII’라는 것은 오리지널이 있다는 것인데, 바로 2012년에 나온 Amber다. 2웨이, 2유닛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이지만 페이퍼 콘 우퍼가 10.6인치(27cm)에 달할 정도로 크다. 결국 앰버의 DNA는 대형 우퍼인 셈이다.

본격적으로 앰버 mk2를 살펴보자. 앰버 mk2는 2웨이, 3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형 스피커다. 포트는 후면에 2개가 큼지막하게 나 있다. 중저역은 12인치(30cm) 우퍼 2발이 담당하고, 중고역은 이들 우퍼 사이에 있는 ‘컴프레션 드라이버 + 트랙트릭스 혼’ 유닛이 담당한다. 오리지널 앰버도 중고역에 혼을 썼던 만큼 앰버 mk2의 두번째 시그니처는 혼 유닛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감도가 97dB나 나간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 주파수응답특성은 32Hz~20kHz.


아직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아쉽지만, 일단 밝혀진 것은 12인치 우퍼 2발이 중저역을 담당하고, 중고역은 독일 BMS가 제작한 컴프레선 드라이버가 맡는다는 것이다.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중역대까지 커버할 수 있는 것은 마치 웨이브 가이드처럼 안쪽으로 파고든 트랙트릭스(Tractrix) 혼 덕분. 이미 1927년에 특허를 받은 트랙트릭스 혼은 혼 직경에 따라 커버 중역대 주파수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개 우퍼와 중고역 유닛이 소위 MTM 배치를 따른 점도 짚어볼 만하다. 트위터가 미드레인지 위에 있는 기존 TM 배치에서는 크로스오버 주파수에서 2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트위터가 미드보다 먼저 사람 귀에 도달하는 바람에 두 유닛의 위상이 뒤틀리는 현상, 다른 하나는 두 유닛의 방사에너지가 미드쪽으로 치우치는 쏠림 현상(로브 틸팅)이다.

▲ (좌) 조셉 다폴리토(Joseph D’Appolito) 박사, (우) 그가 완성한 MTM 유닛 배치 구조도

1960년대에 등장해 1980년대 초반 영국의 조셉 다폴리토(Joseph D’Appolito) 박사가 완성시킨 MTM 유닛 배치는 기존 TM에서 문제가 됐던 이런 현상들을 트위터를 가운데에 두고 위아래에 똑같은 직경의 미드레인지를 배치하는 가상 동축 방식으로 해결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MTM 3개 유닛의 방사 에너지 패턴을 보면 확실히 중역대 쪽으로의 쏠림현상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역밸런스와 정위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한편 앰버 mk2 탄생에 파일론 오디오 수입사인 오디오갤러리가 깊숙히 관여한 점이 흥미롭다. 이는 파일론 오디오 홈페이지에도 공개된 내용인데, 한국측 파트너(Korean trading partners)가 97dB에 육박하는 고감도, 광대역, 저왜곡 스피커를 만들어달라고 먼저 제안을 했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오리지널 앰버의 감도는 92dB, 공칭 임피던스는 8옴이었다.


시청

시청에는 프로젝트오디오의 175 Vienna Philharmonic 턴테이블, 페즈오디오의 Mira Ceti 인티앰프를 동원했다. 카트리지는 마이 소닉의 Hyper Eminent MC 카트리지. 1.8옴 저임피던스, 0.5mV 저출력 카트리지로, 권장 임피던스는 100~800옴. 미라 세티는 300B를 싱글로 써서 8W를 낸다. 과연 자신보다 훨씬 비싼 턴테이블과 카트리지를 만난 그라티아 포노앰프와 8W 진공관 인티앰프에 물린 97dB 앰버 mk2는 어떤 소리를 들려줬을까.

Vienna Boys Choir‘Wade: Adeste Fideles Fröhliche Weihnachten Überall The First Nowell’(Merry Christmas from Vienna)
낯설 만큼 기름기가 싹 가신 소리가 나온다. 지금 이 감촉이 하이퍼 에미넌트 MC카트리지 때문인지, 그라티아 포노의 버슨 OP앰프 때문인지, 아니면 앰버 mk2의 12인치 우퍼 2발과 혼 유닛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12인치 우퍼 2발이 어떻게 이 정도로 톤 밸런스가 맞을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소년합창단의 맑은 고음이 쭉쭉 뻗는 것은 역시 컴프레션 드라이버의 장기임이 분명하다.
2번 트랙을 들어보면 오순도순 도란도란 노래를 하는 소년들이 즐겁게 도열해 있는 풍경이 잘 펼쳐진다. 이 정도로 공간감과 무대감이 잘 표현되는 것을 보면 일단 그라티아 포노앰프의 RIAA 이퀼라이징 실력과 SS5Vi 하이브리드 OP앰프의 실력은 수준급으로 봐도 되겠다. 마치 풀레인지 스피커를 듣는 듯한 담백한 음에 푹 빠져 들었다. 인위적인 매끄러움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는 음, 세탁기가 아니라 손빨래로 물때를 벗겨낸 듯한 음을 들었다.
3번 트랙에서는 보컬들의 음상이 어느 경우에도 부풀지 않는다. 그러면서 입 주변에서는 공기를 가득 문 듯한 포만감이 느껴진다. 이는 12인치 우퍼, 그것도 2발이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는 음이다. 또한 돋보인 것은 홀로그래픽하게 펼쳐진 3D 무대였는데, 자칫 음상이나 사운드스테이지의 세밀함이 떨어질 수 있는 대형기가 이런 무대를 만들어낸 점이 놀랍다. 그라티아 포노앰프는 확실히 진공관도 아니고 트랜지스터도 아닌, 쫄깃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아날로그 음을 들려줬다.
Pierre Monteux, London Symphony Orchestra ‘Elgar Enigma Variations Part 1’(Elgar, Brahms)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바이올린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필요한 것 같다.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아니고서는 이렇게나 타이트하고 날 것 그대로인 현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저역은 예상대로 모자람이 없으며, 음량이 커질 때는 정말 지금이 8W 소리인가 의심이 들 정도. 대음량의 순간에도 전체적인 폼이 무너지거나 혼탁해지지 않는다. 전체적인 소릿결은 담백하고 깔끔한 편이며, 생긴 것들과는 달리 의외로 착색이 없는 조합이다. 음의 이탈감도 좋다. 곡을 들을수록 그라티아 포노앰프의 성향이 이쪽 계열임이 확실해진다. 물론 300B를 싱글 구동한 미라 세티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Harry Belafonte ‘Matilda’(Belafonte At Carnegie Hall)
첫 음이 터지자마자 탁 트인 무대가 나타난다. 타악기는 탄력감이 넘치고, 음의 촉감은 마치 한지를 바른 창문을 통해 햇살을 받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벨라폰테의 휘파람 소리가 이날 따라 더욱 정겹게 들린다. 앰프나 진동판이 아니라, 그냥 사람 육성에서 나오는 바람 소리다. 현장에 있는 듯한 실체감도 대단한데 이는 그만큼 97dB 스피커에서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가장 앞단에 있는 그라티아 포노앰프가 카트리지 신호를 갉아먹지 않고 제대로 이퀼라이징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곡에서 느낀 것은 이번 조합의 SN비가 상당하다는 것. 특히 LP 재생을 하는데도 이 정도의 정숙도가 확보된 것은 포노앰프에 쓸 데 없는 노이즈가 끼지 않은 덕분이다.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벨라폰테의 노래와 진행솜씨를 만끽한 시청이었다. 당시 카네기홀로 타임슬립해 들어간 것 같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매칭 리뷰가 되고 말았지만, 각각을 단독으로 탐구했어도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기기들이었다. 우선, 페즈 오디오의 Gratia는 튼실하고 노이즈 관리를 잘 한 전원부와 오디오파일 등급의 OP앰프 조합이 빚어낸 가성비 만점의 아날로그 사운드였다. 왜 버슨오디오의 OP앰프들이 DIY 애호가들로부터 인기가 높은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모노/스테레오 선택, 게인 선택 등 유저 인터페이스를 최대한 구현해놓은 점도 마음에 든다.


파일론 오디오의 Amber mkII는 그 엄청난 위용만큼이나 압도적인 음을 뿌려줬다. 감도 97dB에 12인치 우퍼 2발에서 터져나오는 타악기의 진군은 소름이 끼칠 정도. 그러다가 바이올린이 등장하면 어느새 스피커 안에 바이올린이 직접 들어가 연주를 하는 듯한 음을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스피커에 30W 내외의 EL34 푸시풀 앰프를 물렸으면 어떤 소리로 변할지 궁금하다. 다시 단독 리뷰를 해보고 싶은 탐나는 스피커다. 이런 포노앰프와 스피커, 여기에 미라 세티라는 300B 싱글 앰프가 만나 들려준 음은 담백하고 리얼했으며, 무대는 좀스럽지 않고 탁 트였다. 페즈 오디오와 파일론 오디오,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탓이다. 이들 조합이면 좋아하는 LP를 계속해서 들어도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일청을 권한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Fezz Audio Gratia MM / MC Phono Stage
Cadridge type MM/MC HO/MC , RIAA curve EQ
inputs / outputs 2/1
Power consumption 12W
Operation amplifier type Burson Audio Supreme V5i
AC Supply Stabilized + toroidal Supreme Audio Grade transformer by Toroidy.pl
Subsonic filter Yes
Stereo/Mono mode switch Yes
Gain MM/MC LOW 50dB / 60dB
THDdistortion(20Hz-20kHz) < 0.005%
Crosstalk MM/MC > 95dB / > 96dB
Signal/noise ratio MM/MC > 92dB / > 90dB
Input impedance MM/MC 47kΩ / 50-1kΩ
Dimensions (W x D x H) / Weight 340 x 320 x 80 mm / 4.2 kg
Pylon Audio Amber MK 2 Loudspeakers
Impedance 8 Ohm
Frequency response 38 - 28 000 Hz
Efficiency 92 dB
Dimensions (W x H x D) 310 x 600 x 322 mm
Weight 17 kg
Woofer PSW 27 - 400.08
Tweeter PST C - 500.08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오디오 갤러리 (02 - 926 - 9084)
가격 Fezz Audio Gratia : 100만원
Pylon Audio Amber MK 2
** NaturalVeneer Oak, Oil Wax, Smoked Oak/Chocolate/Black 마감 : 790만원
** NaturalVeneer Oak, Lacqure, Black/Walnut/Wenge/Oak 마감 : 830만원
** Lacqure Mat White/Black 마감 : 970만원
** Lacquer HG White/Black 마감 : 1100만원
** Any Ral Color HG/Mat + 10% 마감 : 1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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