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뛰어넘은 기술력

조회수 2020. 3. 31. 10: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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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 Director Mk2 DAC 겸 프리앰프

마스터링 등급의 스튜디오 장비를 생산하는 독일의 SPL(Sound Performance Laboratory) 사에서 전문가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Pro-Fi(Professional Fidelity) 라인을 생산한 지 벌써 4년여가 되었다. 그동안 헤드폰 앰프 겸 프리앰프 포니터(Phonitor) X와 스테레오 파워앰프 퍼포머(Performer) s800을 시작으로 디렉터(Director) DAC, 포노앰프 포노스(Phonos)와 모노 블록 파워앰프 퍼포머 m1000을 선보였고 드디어 지난해에 업그레이드된 DAC 겸 프리앰프 디렉터 Mk2를 출시하였다.


1984년 독일에서 설립된 SPL은 뛰어난 아이디어와 성능으로 스튜디오용 장비를 생산하여 엔지니어와 뮤지션들이 선망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더불어 일반 오디오 애호가에게도 스튜디오용 모니터링 헤드폰 앰프인 포니터(Phonitor) 시리즈가 입소문을 타며 알려졌다. 포니터 헤드폰 앰프에 내장되어 Angle(방사각)과 Crossfeed(교차 방사)의 정도를 정밀하게 조절해서 헤드폰으로 스피커 같은 자연스러운 음장을 경험하게 해주는 매트릭스 (MATRIX) 기능을 보면 SPL 제품의 독창적 성능과 정교함의 수준을 느낄 수 있다.


▲ PC에서 구동한 SPL의 플러그인들

SPL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스튜디오 장비들을 만들어 왔으며 창업 때부터 젠하이저(Sennheiser), 제네렉(Genelec), 테라텍(Terratek) 및 엠비쿼트(MB Quart) 등 독일 전문 오디오 업체의 OEM 제품도 생산해왔다. 또한,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인 브레인웍스(Brainworx)와의 협업으로 자신들의 아날로그 기반 기기들을 완벽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디지털 기반의 DAW (Digital Audio Workstation) 플러그인으로 변환하여 PC의 윈도우와 맥 OS에서 완벽한 가상 스튜디오를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플러그인의 개수만 해도 15개에 이른다. 이러한 점도 SPL의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 게이트웨이 마스터링의 밥 루드윅과 SPL의 아날로그 마스터링 데스크 MMC 1

2016년에 첫 제품이 나온 Pro-Fi 라인은 그동안 쌓여 온 SPL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다. 세계 최고의 마스터링 엔지니어 밥 루드윅의 장비로 유명한 아날로그 마스터링 데스크 MMC-1은 SPL의 다른 장비들에 비하면 기능적으로는 대단한 것이 없는 평범한 장비이다. MMC-1은 일반적인 프리 앰프에 간단한 믹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볼륨 레벨이 정확해야 하고 볼륨과 셀렉터를 통과한 소리가 열화되지 않아야 하는 등 마스터링 기기가 갖추어야 할 기본 조건을 충실하게 만족하고 있다. 이러한 당연하고 기본적인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기가 작동하면서 전기로 변환된 오디오 신호가 열화 없이 보존되는 것이 쉬운 일이라면 수많은 하이엔드 기기가 그렇게 비쌀 이유도 없는 것이다.


스튜디오 마스터링 기기의 기본 덕목인 원음을 정확하게 보존하고 재현하는 기술에서 SPL이 보유한 노하우는 이미 검증된 것이다. 그 성능을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전문가만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사용할 수 있게 그것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오디오 애호가의 관점에서 선택의 폭이 하나 넓어진 정도로 해석하는 것보다는 훨씬 중요한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SPL의 제품을 직접 경험해 보고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들과 비교해본다면 그런 중요한 의미에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Phonitor X Headphone Amplifier

Pro-Fi 라인의 대표 주자인 헤드폰 앰프 겸 프리앰프 포니터 X는 헤드폰 앰프로도 꽤 훌륭하지만, 프리앰프로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다. 맑고 투명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이중성은 마치 어떤 것이라도 막아내는 방패와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만 내장된 DAC마저 아쉬움이 없었다면 삼위일체의 기적이 되었을 것이고 오늘 리뷰하는 디렉터 Mk2가 존재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포니터 X의 내장 DAC는 헤드폰 앰프나 프리앰프의 성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간의 빈틈을 허용하였고 디렉터 Mk2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포니터 X와 함께 모노블록 파워앰프 퍼포머 m1000 역시 동급에서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성능을 선사하였다. 퍼포머 m1000의 인상 깊은 점은 채널당 8Ω에 420W의 넘치는 파워와 초저음이 깊게 떨어진다는 것도 있었지만 과거 몇몇 명기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클래스 A만의 순도 높은 선형성을 클래스 AB 앰프에서 재현해 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SPL이 추구하는 Pro-Fi 라인의 소리를 비로소 완성한 DAC 겸 프리앰프가 바로 디렉터 Mk2이다. 초기 출시된 DAC 디렉터는 384kHz와 DSD128까지 지원되는 마스터링 등급의 기기로 소리는 물론 좋았고 아날로그 RCA 입력 2조가 있어 프리앰프의 기능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었지만, 후속으로 출시된 디렉터 Mk2는 모노 블록 파워앰프 퍼포머 m1000과 함께 감히 SPL Pro-Fi 라인의 정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디렉터 Mk2의 정확한 테스트를 위하여 DAC 파트와 프리앰프 파트를 각각 나누어 테스트해보았으며 단지 단품을 청음 해보는 것만으로는 기기의 정확한 가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포니터 X와의 정교한 비교를 통해 디렉터 Mk2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보았다.


디자인 및 기능

Pro-Fi 라인 패밀리 룩 디자인의 디렉터 Mk2는 W 278 x H 100 x D 330 mm로 포니터 X, 퍼포머 s800 등과 크기가 일치하며 프로용 기기를 만드는 SPL의 정체성이 디자인 곳곳에 배어 있다. 동그란 2개의 VU 미터와 단순하고 정교해 보이는 토글스위치, 그리고 중요한 것은 볼륨이라는 암시를 주는 듯한 큼직한 볼륨은 단순함과 정교함의 대비를 느끼게 해주며 오른편의 아날로그 VU 미터에 대비되는 왼편의 인풋 소스 디스플레이는 마치 모던과 레트로가 공존하며 대칭을 이루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헤드폰 앰프의 매트릭스 기능을 조절하는 컨트롤 노브 덕분에 좀 더 정교한 기기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포니터 X에 비해 비슷하지만 좀 더 간결한 느낌을 주는 디렉터 Mk2는 실제로도 기능적으로 볼륨과 인풋 셀렉터 외에는 특별히 만질 것이 없다. VU 미터 아래로 Tape Monitor 스위치와 VU 미터의 감도를 6 또는 12dB 줄여주는 VU Meter 스위치가 있다.

Tape Monitor 스위치를 켜면 앰프에서 Tape Monitor 신호 경로가 활성화되는데 단순히 녹음장치로 신호를 보내고 녹음장치의 출력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지만 프리앰프의 신호를 이퀄라이저 등의 외부 장치로 내보내고 장치를 통과한 신호를 디렉터 Mk2로 다시 받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다분히 스튜디오 기기적인 발상으로 스튜디오용 아웃보드 이펙터를 연결하여 원하는 소리를 만들 수 있다. 최고의 마스터링 장비 업체의 제품답게 신호를 루프 해도 음질 열화의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외부장치 연결 없이 Tape Monitor 스위치를 켜면 신호가 단절되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디렉터 Mk2를 사용하면서 Tape Monitor 단자에 SPL의 PASSEQ 같은 마스터링 이퀄라이저를 연결하면 어떤 스피커 혹은 파워앰프와 매칭시켜도 음색 밸런스에서는 원하는 소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SPL 마스터링 이퀄라이저 PASSEQ

뒷면에는 전원 단자와 파워 스위치가 있고 외부 리모컨을 연동시킬 때 사용하는 LEARN IR-REMOTE 버튼이 있다. 최대 2개의 파워앰프 전원을 트리거하는 AMP CTL(Amplifier Control) 단자가 있으며 XLR과 RCA 아날로그 출력 단자가 있다. 아날로그 입력으로는 XLR 2조와 RCA 4조가 있고 디지털 입력으로 AES/EBU, 코엑셜, 옵티컬, USB 단자가 있다. 마지막으로 Tape Monitor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SEND, RETURN 단자와 SEND 단자의 전송 레벨이 외부장치를 사용하기에 너무 높은 경우 단자 옆의 레벨 교정 스위치를 사용할 수 있다. SEND 레벨을 10dB 낮추는 대신 그 보상으로 RETURN 레벨을 10dB 높여준다.


기술 및 성능

디렉터 Mk2는 AKM(Asahi Kasei Microdevices)의 AK4490 Velvet Sound 칩을 사용하여 PCM 32bit, 768kHz와 DSD256까지 지원한다. 1세대 디렉터가 PCM 384kHz, DSD128까지 지원하는 것에 비해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되었다. Velvet Sound 아키텍처를 채용한 AK4490의 대략적 특징은 밀도 있는 사운드와 넓은 음장감을 들 수 있다. AK4490 등 AKM Velvet Sound 계열 칩을 사용한 DAC의 경우 아날로그 스테이지에서 힘을 받쳐주지 못하면 재생되는 소리에서 무대의 공간감은 넓으나 정확한 음의 위상을 표현하는 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디렉터 Mk2는 아날로그의 힘이 매우 좋아서 소리가 넓으면서도 정확한 위상으로 재생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밸런스를 자로 잰 듯 정확히 맞추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SPL의 가장 특징적 장점인 볼테르(VOLTAiR) 120V 오디오 레일 테크놀로지가 디렉터 Mk2에도 역시 적용되었다. 이는 일반적인 오디오에서 사용하는 내부 전압이 주로 30~40V인 것에 반해 120V의 전압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디렉터 Mk2의 아날로그 스테이지에 적용되어 아날로그 입출력 레벨 값이 최대 32.5dBu에 달한다.


대부분의 프로 장비에서는 아날로그 최대 입출력 레벨이 많아야 24dBu 정도이고 이를 환산하면 12.2Vrms 정도이다. 최고의 스튜디오 장비이며 녹음실의 거대한 콘솔인 SSL 같은 장비의 입출력 최대 레벨이 28dBu 정도이며 이것도 20Vrms가 채 되지 않는다. 일반 소비자용 제품의 아날로그 입출력 값은 이보다 훨씬 적으며 일반적으로 2V~4V 정도이고 많아야 8V이다. 소비자가 1억 원을 넘는 MSB Technology의 The Select DAC 정도 되어야 아날로그 최대 입출력 12Vrms이다. 이러한 12V 정도의 입출력이면 스튜디오나 공연용 프로 음향 장비 중에서도 적지 않은 레벨이 되는 것이다. 마스터링 등급의 디렉터 Mk2가 가진 최대 입출력 레벨 32.5dBu를 전압으로 환산하면 32.5dBu≒32.6Vrms로 12Vrms의 거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 정도의 출력이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 마스터링 등급을 뛰어넘는 수치인 것이다.

대출력에 걸맞게 볼륨단도 아날로그로 알프스(ALPS)의 RK27 "Big Blue" 포텐셔미터(potentiometer)를 사용한다. 많은 DAC에서 디지털 볼륨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서 32.5dBu의 헤드룸을 갖는 디렉터 Mk2는 아날로그 볼륨을 사용하는 것이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알프스 RK27은 모터를 구동해 볼륨 값을 조절할 수 있다. 디렉터 Mk2는 IR 방식의 리모컨을 기기 뒷면의 LEARN IR-REMOTE button을 누른 후 리모컨 버튼을 입력시켜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소리 및 청음

포니터 X가 디렉터 Mk2와 비교해서 선방했다는 것은 단지 프리앰프에 한정된 얘기이다. DAC 쪽으로 넘어오면 포니터 X와는 비교 대상이 전혀 아닌 정도이고 디렉터 Mk2와 비슷한 등급의 다른 DAC들과 비교해도 그 엄청난 사운드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일대일로 정확하게 비교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귀가 좋아도 같은 프리앰프에 비교 대상 DAC를 동시에 연결한 상태에서 바로 바꾸면서 듣지 않으면 확실한 비교는 어렵다. 특히나 프리앰프째로 바꾸면서 테스트하면 볼륨 값이 상대적이라 비교를 어렵게 만든다. 룬(Roon)을 통해서 같은 곡의 같은 부분 1분 정도를 여러 DAC를 통해 10~20초 이내에 바꾸면서 들어 보았는데 32.5dBu의 출력 레벨 차이가 힘의 차이로 작용하면서 비교 대상과는 파워 앰프와 스피커까지도 바뀐 듯한 느낌의 소리를 내주었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어떤 DAC라도 디렉터 Mk2와 동일한 프리앰프에 연결한 후 동시에 비교한다면 헤드룸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단지 소리의 크기 차이가 아니라 힘과 밀도에서 체급이 전혀 다른 기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디렉터 Mk2는 포니터 X를 포함하여 그동안 만족하며 들었던 모든 기기를 다 오징어로 만들어 버렸다. SPL이 만든 기기라 음색 밸런스 등에서 흠을 잡을 곳이 없었다. 다만 처음 수입한 제품을 수입사에서 들었을 때와 비교해 소리가 에이징이 되어 많이 달라져 있었는데 감동적인 소리를 내주기까지 에이징 시간이 다소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고 청음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들을 때마다 소리가 더 좋아지는 것이 디렉터 Mk2의 특징 같다.

Let Me Love You (Feat. Justin Bieber) - DJ Snake

도입부부터 쏟아지는 Pluck 계열 신시사이저의 음색과 킥 드럼의 음색은 부드러운 느낌을 간직한 채 딱딱하며 끈적끈적했다. 힘이 없는 DAC에서는 푸석푸석하게 들리고 해상도가 낮아 여음이 덜 느껴지면 끈적거림이 없어 차갑고 메마르게 들린다. 거기에 양념으로 들어간 타악기들의 사운드가 나오면 사운드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고음 대역에서 표현되는 타악기의 음색 하나하나가 음식에서 여러 향신료의 향이 조화롭게 풍기는 것처럼 귓가를 간지럽힌다. 깊은 저음과 빽빽한 밀도의 중음이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시끄럽지 않은 고음이 이렇게 화려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다른 DAC에서도 물론 맛있는 소리가 나오지만, 디렉터 Mk2를 통해 듣는 소리는 특급 셰프의 손길을 거친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요리 같았다. 이웃집에서 아침부터 망치질한다면 시끄럽고 짜증이 나겠지만 그 소리가 디렉터 Mk2를 통해 울려온다면 마치 듣기 좋은 소리로 승화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반주가 채워져 있는 상태에서 저스틴 비버의 가사 중 “Let Me Love You”에서 You의 끝부분을 꺾어 올리는 느낌 같이 음색이 변하는 뉘앙스의 표현 역시 매우 섬세하다.

Brian Eno & Harold Budd - The Pearl (1984) " Late October "

‘Late October’는 미국의 전위 작곡자이자 시인인 해럴드 버드(Harold Budd)와 앰비언트 뮤직의 창시자이자 콜드플레이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콜라보레이션 앨범 중 첫 번째 트랙이다. 브라이언 이노의 작품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연구대상이라 음반을 꽤 들었지만, 디렉터 Mk2에서 나오는 사운드는 감동의 깊이가 달랐다. 팝, 재즈, 록 등 대부분 장르의 곡에서 앰비언트 사운드가 주류를 이루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물론 이 장르의 창시자인 브라이언 이노는 몇십 년을 앞서가는 사람이지만 이 음반의 사운드 역시 최소 20년 이상 앞서간다고 할 수 있다. 디렉터 Mk2를 통해 이 트랙을 들었을 때 비교하는 것도 잊고 음반 전체를 끝까지 들을 수밖에 없었다. 디렉터 Mk2는 사운드를 넘어 소울을 전달하는 기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음악이나 사운드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느끼는 것을 잊고 음악 그 자체에 빠지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가끔 이런 명기들을 만나는데 너무 좋아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곡을 통한 사운드를 평가하는 것보다 디렉터 Mk2가 공간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물론 뮤지션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Yehudi Menuhin – Legend J.S. BACH - Concerto for two violins in D minor - II- Largo ma non tanto

단순하고 느린 멜로디의 곡이지만 멜로디 첫 소절부터 심금을 울린다. 많은 바이올린 연주자를 좋아하지만, 이 곡만큼은 예후디 메뉴인(Yehudi Menuhin)의 연주를 좋아한다. 물론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곡이라 다른 파트는 당대에 메뉴인에 버금갔던 크리스티앙 페라스(Christian Ferras)가 연주한다. 메뉴인의 연주는 깊고 따듯하며 페라스의 연주는 좀 더 이성적이고 약간은 날이 서 있는 느낌이 느껴지는데 디렉터 Mk2는 이러한 차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1959년 녹음이라 최근의 녹음처럼 풍성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디렉터 Mk2는 현장의 울림을 잘 재현해 낸다. 예전의 음반들은 최근 음반과 비교해 마이크의 감도가 약간 떨어질 수 있어서 소리도 좀 멀리 들릴 수 있는데 디렉터 Mk2는 힘이 좋아 다른 DAC나 프리앰프와 비교해 마이크를 좀 더 가까이 댄 느낌이며 사운드가 매우 또렷하고 2대의 바이올린 위치가 정확히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무대의 스테레오 느낌은 요즘 음반처럼 넓고 시원하다. 활을 긋는 힘이 현에 어느 정도 실리는지 매우 섬세하게 표현하며 두 연주자의 차이만이 아니라 비슷한 점도 잘 드러낸다. 담백한 비브라토와 다이내믹의 섬세한 변화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일관성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Largo ma non tanto’라는 제목처럼 ‘느리고 많지 않은’ 느낌이지만 그런 얼마 되지 않는 다이내믹 안에서도 섬세한 표현을 하는 디렉터 Mk2의 능력에서 우월함이 보인다.


총평

SPL의 디렉터 Mk2는 이 가격대에서 유일무이한 궁극의 명기가 아닌가 싶다. 음악을 듣는 내내 비교를 잊고 싶을 만큼 음악에 몰입하게 했으며 다른 기기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투명하면서도 넘치는 힘이라는 모순된 상황을 느껴보고 싶다면 디렉터 Mk2에 한동안 빠져 있으면 된다. 다만 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에이징에 시간이 꽤 걸릴 수 있으니 몇 달 동안은 기다려 보는 것이 좋다. 섣부른 판단은 후회를 부를 수 있다. 혹여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면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질 것이 확실하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Analog Stereo Inputs 6 analog stereo inputs
2 x XLR, balanced (10 kOhm)
4 x RCA, unbalanced (47 kOhm)
Max. input level: +32,5 dBu
Sample Rates 32 Bit Encoded PCM (kHz): 44.1, 48 , 88.2, 96, 176.4, 192, 352.8, 384, 705.6, 768
DSD: DSD1 (DSD64), DSD2 (DSD128), DSD4 (DSD256)
Measurements Frequency range (analog): 10 Hz (-0.1 dB), 200 kHz (-1.2 dB)
Crosstalk at 1 kHz: -108 dB (analog); -108 dB (digital)
THD: 0.00992 % (analog 0 dBu); 0.0014 % (digital -1 dBfs)
Noise (A-weighted): -102.5 dB (analog); -100.2 dB (digital)
Dynamic range: 135 dB (analog); 115.2 dB (digital)
Power Supply Mains voltage (switchable): 230 V AC / 50 Hz or 115 V AC / 60 Hz
Fuses: 230 V: T 500 mA; 115 V: T 1 A
Power consumption: max. 40 VA
Standby power consumption: 0.7 W
Digital Inputs 4 digital inputs
AES/EBU (XLR), balanced
Coaxial SPDIF (RCA)
Optical TOSLINK (F06)
USB (B)
0 dBFS = 15 dBu
Converter Chip AK4490-Velvet Sound
Outputs 2 analog stereo outputs
Neutrik XLR, balanced, Pin 2 = (+)
RCA, unbalanced (Direct Out)
Impedance: 75 ohms (balanced)
max. output level 32,5 dBu
Internal Voltages Analog: +/- 60 V
Digital: + 7 V and + 3.3 V
Dimensions (incl. feet) 278 mm W x 100 mm H x 330 mm D
10.95 in W x 3.94 in H x 13 in D
Weight 4.55 kg; 10.03 lbs (unit only)
5.7 kg; 12.57 lbs (shipping)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헤이스(HEIS) (02 - 558 - 4581)
가격 480만원
취급 대리점
HE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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