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aluna Evo400과 함께한 3개월

조회수 2020. 1. 3. 13: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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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튜브롤링과 넉넉한 사운드

프리마루나 EVO 400과 동거를 시작하며 가장 궁금했던 것은 역시 ‘소리’였다. 특히 EL34를 채널당 4발씩 패럴렐 푸시풀(파라PP)로 구동하면 어떤 음과 무대가 펼쳐질지 몹시 궁금했다. 필자의 첫 진공관 앰프는 유니슨 리서치의 Simply Two Anniversary(심플리 투 애니버서리)였고, 그 인티앰프는 다름 아닌 EL34를 채널당 1개씩 쓴 싱글엔디드 앰프였던 것이다. 야들야들하고 매끄러우며 포근하고 폭신폭신한 EL34에 대한 이미지는 바로 이 싱글 EL34가 퍼트린 것인지도 모른다.

▲ Allnic T - 1800

그런데 EL34 2개를 푸시풀로 쓰면 소리가 또 달라졌다. 올닉(Allnic)의 T-1800이라는 인티앰프였는데, 보다 엄정하고 단단하며 맑은 소리가 나왔다. 5극관 EL34는 내부저항이 낮기 때문에 싱글로 쓰면 왜곡된 음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그때 들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들어본 유니슨 리서치의 Simply Italy(심플리 이태리)는 EL34를 역시 싱글로 썼음에도 청감상 왜곡과 착색은 크게 포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집에서 쓰고 있는 직열 3극관 300B 싱글과는 다른 음과 무대의 세계였다.

EVO400에서 그 다음으로 궁금했던 것은 빔관 KT150의 세계였다. 맑고 투명하며 결정적으로 힘이 센 이 KT150이 무려 4발이나 투입됐다면 또 어떤 신세계를 보여줄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KT150 앰프는 EL34 앰프보다 더 많이 들어봤다. 아무래도 신세대 진공관이기 때문이다. 올닉의 M-3000 MK2 파워앰프(파라PP), 에이온의 Triton III(파라PP), 옥타브의 V80SE(푸시풀), 리릭의 Ti200(푸시풀) 등으로 현행 진공관 중에서 강력한 파워로는 이 KT150을 따라갈 녀석이 없다고 본다.


EL34 vs KT150

▲ (좌) EL34, (우) KT 150

EVO400이 이처럼 EL34와 KT150을 내키는 대로, 여건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을 할 수 있는 인티앰프인 만큼, 내친 김에 두 진공관을 스펙상으로 맞비교해봤다. 이는 진공관의 플레이트 손실(plate dissipation) 수치와 3대 정수(전압증폭률, 전류증폭률, 내부저항)를 살펴보면 해당 진공관의 예상 출력 및 소리성향 등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5극관의 경우 전압증폭률(amplificaton factor. 뮤)이 언제나 아주 높기 때문에 진공관 데이터시트에도 표기가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f. 진공관 3대 정수

진공관의 3대 정수는 ‘전압증폭률(뮤) = 내부저항(Rp) x 전류증폭률(gm)’의 식이 성립한다. 예를 들어 쌍3극관 12AY7의 경우 전압증폭률이 40, 내부저항이 22.8k옴, 전류증폭률이 1.75mA/V인데, 이를 3대 정수 식으로 환산하면 ’40(뮤) = 22.8(Rp) x 1.75(gm) = 39.9’임을 알 수 있다. 전압증폭률은 바이어스 전압 변화에 플레이트 전압이 얼마나 변하는지, 전류증폭률은 바이어스 전압 변화에 플레이트 전류가 얼마나 변하는지 나타낸다. 이에 비해 내부저항은 플레이트 전류 변화에 따라 플레이트 전압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낸다(R = V/I). 그리고 내부저항은 5극관과 빔관이 언제나 3극관보다 높다.

▲ (좌) EL 34, (우) KT150

우선 EL34는 전류증폭률이 11.0mA/V, 내부저항이 15k옴, 플레이트 손실이 25W를 보인다. 이에 비해 KT150은 전류증폭률이 12.6mA/V, 내부저항이 3k옴, 플레이트 손실이 70W를 보인다. 한마디로 KT150은 출력을 많이 낼 수 있으면서도 내부저항이 비교적 낮은 신형 빔관인 셈. 이에 비해 구형 빔관이라 할 KT88은 전류증폭률은 11.5mA/V로 큰 차이가 없지만 내부저항이 12k옴으로 높고 플레이트 손실은 42W에 그친다. 이에 비해 직열 3극관인 300B는 전류증폭률이 5.5mA/V, 내부저항이 700옴을 보인다. 5극관이나 빔관을 트라이오드 모드로 접속하는 이유도 바로 내부저항을 3극관처럼 낮추기 위해서다.


울트라리니어 vs 트라이오드

EVO400을 자택에서 사용하면서 또 하나 즐긴 것은 바로 울트라리니어(ultra-linear) 모드와 트라이오드(triode) 모드를 시도때도 없이 왔다갔다 한 점이다. 놀라운 점은 음악을 듣는 중에도 리모컨 스위치를 누르는 것만으로 두 모드를 오고갈 수 있다는 사실. 리모컨을 보면 맨 상단에 ‘TR/UL’ 버튼이 있는데 이 버튼을 눌러 전면 패널 가운데 LED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울트라리니어, 녹색 불이 들어오면 트라이오드 모드가 된다. 기본 세팅은 울트라리니어 모드다.


트라이오드 모드, 즉 3극관 모드는 말 그대로 5극관이나 빔관의 내부 결선을 3결 접속하는 것. 즉 5극관의 스크린 그리드(제2그리드)를 플레이트에, 서프레스 그리드(제3그리드)를 캐소드에 접속시켜 마치 3극관처럼 작동케 하는 것이다. 울트라리니어 모드 역시 3결 접속이긴 하지만, 스크린 그리드(제2그리드)를 플레이트에 연결할 때 출력 트랜스의 1차 권선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3결 접속의 장점(낮은 내부저항)을 유지하면서도 더 높은 출력, 더 낮은 출력 임피던스를 얻을 수 있다.

트라이오드 모드, 즉 3극관 모드는 말 그대로 5극관이나 빔관의 내부 결선을 3결 접속하는 것. 즉 5극관의 스크린 그리드(제2그리드)를 플레이트에, 서프레스 그리드(제3그리드)를 캐소드에 접속시켜 마치 3극관처럼 작동케 하는 것이다. 울트라리니어 모드 역시 3결 접속이긴 하지만, 스크린 그리드(제2그리드)를 플레이트에 연결할 때 출력 트랜스의 1차 권선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3결 접속의 장점(낮은 내부저항)을 유지하면서도 더 높은 출력, 더 낮은 출력 임피던스를 얻을 수 있다.


다시 정리해보면, EVO400은 EL34를 장착한 상태에서 UL 모드를 선택하면 70W, TR 모드를 선택하면 38W를 내고, KT150을 장착한 상태에서 UL 모드를 선택하면 88W, TR 모드를 선택하면 50W를 낸다. 측면 스위치로 해당 진공관에 맞는 바이어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EVO400이 다 알아서 해준다. 1편에서 설명한 어댑티브 오토바이어스(Adaptive AutoBias) 설계 덕분이다. 직접 테스트는 못했지만, KT88은 72W(UL), 40W(TR), KT120은 85W(UL), 45W(TR)를 낸다고 한다.


튜브 롤링 과정에서 빛난 각종 안전/보호 장치

진공관을 8개나 갈아끼면서 EVO400에 대해 일종의 고마움 같은 것을 느낀 대목이 몇가지 있다. 상판 출력관 소켓들 가운데에 작은 LED 4개가 몰려 있는데, V1, V2, V3 등 각각의 출력관의 상태가 어떤지 알려준다. 예를 들어 그리드가 플레이트에 달라붙는다는지,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빨간 색 불이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알려주는 차원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어댑티브 오토바이어스가 튜브 이상을 파악하자마자 보호 모드(protection mode)로 전환, 즉시 EVO400 작동을 중지시킨다. LED 표시는 선조치 후 해당 진공관을 교체하라는 후신호인 셈이다.


진공관을 교체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EVO400이 플레이트 전압을 417V에서 작동시킨다는 것. 다른 진공관 앰프 메이커들이 보다 큰 출력을 뽑아내기 위해 600V 내외의 전압을 가하는 것과는 큰 차이다. 통상 KT150을 채널당 4발 쓰면 150~200W 출력을 얻는데 비해, EVO400이 88W에 머무는 것은 바로 이 플레이트 전압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게 다 진공관 수명 연장을 위해서다. “음질과 출력, 저역의 타격감과 출력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 프리마루나의 지론이다.


셋업 및 시청

EVO400이 집에 도착한 날, 서둘러 필자의 시스템에 투입했다. 인티앰프는 정말 오랜만이다. 필자가 애정해마지 않는 마이텍(Mytek)의 Manhattan II DAC에 RCA 인터케이블로 연결한 다음, 탄노이(Tannoy)의 D-700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에 물렸다. 테스트는 솜(SOtM)의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sMS-200 Ultra를 이용해 주로 룬(Roon)으로 타이달(Tidal)과 코부즈(Qobuz) 스트리밍 음원으로 했지만, 평상시에는 LP도 듣고 헤드폰도 꽂아보며 마음놓고 즐겼다.


EL34 4발이 파라PP로 울린 소리(UL)는 필자가 평소 알고 있던 EL34 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당당한 기세에 흠칫했을 정도. 양감과 선굵은 소릿결도 의외였다. 그러나 트라이오드로 바꿔보니 소프트하고 리퀴드하며 배음이 풍부한, 익숙한 EL34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88W KT150 소리(UL)는 선도가 높고 정신이 번쩍 나는, 어떻게 보면 솔리드 스테이드에 가까운 전형적인 KT150 사운드를 뽐냈다. 트라이오드 모드에서는 전체적으로 재생음이 얌전해지지만 조용하게 안으로 파고드는 음의 침투력이 돋보였다. 3개월 동안 가장 자주 들었던 것은 3결 접속의 KT150과 EL34였다.

Claudio Abbado, Berliner Philharmoniker ‘Tuba Mirum’(Mozart Requiem)

1. EL34 UL 모드 : 필자가 기억하고 있던 EL34 음이 아니다. 야들야들한 촉감 대신 에너지감과 강단이 분명한 음에 ‘EL34 맞나?’ 싶었을 정도. 또렷한 음상과 당당한 기세, 그리고 조용한 배경이 돋보였다. 오케스트라 뒤에서 등장한 테너의 존재감도 선명하다.

2. EL34 TR 모드 : 훨씬 매끄러운 음으로 변모한다. 마치 촉촉한 카스테라를 한 입 가득 베어문 느낌이다. 앰프가 음들을 재생하는데 있어서 단 한 순간도 악을 쓰지 않는 느낌이 들어 좋다. 다시 UL 모드로 바꿔보니 전면 LED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확실히 음량부터 늘어나며 우렁차고 호방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오히려 생동감은 TR 모드에 비해 덜하다. 한편 리모콘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출력관의 결속방식을 바꾸는 것이 이렇게니 편리할 줄은 예상하지도 못했다.

3. KT150 UL 모드 : 투명하고 에너지감이 넘치는 모습이 전형적인 KT150, 예상 가능한 울트라리니어 소리다. 자주 들었던 KT88보다는 선명하고 경쾌하며 윤곽선이 또렷하며, EL34보다는 에너지감과 밀도감이 높다. 가장 강렬한 인상은 음의 윤곽선이 흐릿하지가 않다는 것. 마치 솔리드 앰프 음을 듣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이 매끄러운 음의 감촉은 진공관 앰프의 특권이라 할 만하다.

4. KT150 TR 모드 : 배음이 증가하며 소릿결도 살짝 소프트해진다. 전체적으로 점잖고 누긋하며 편안한 재생음. 개인적인 취향이 작용하겠지만 이 3극관 모드가 더 마음에 든다. 앰프의 성정 자체가 차분한 쪽으로 바뀐 것 같다. 음상이 조금 더 앞에서 또렷하게 맺힌다는 느낌, 메조 소프라노의 여성성이 좀 더 부각된다는 느낌도 받았다. 촉촉하고 기름기가 빠진 점도 특징이다.

Nils Lofgren ‘Keith Don’t Go’(Acoustic Live)

1. EL34 UL 모드 : 기타 음과 관객의 환호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린다. 손에 잡힐 듯한 대단한 실체감이다. 보컬의 목소리가 필자의 귀에 착착 감긴다. 그러나 의외로 배음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그 정도로 EVO400이 똑부러지고 선 굵은 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어느 한 구석에도 지저분한 것이 달라붙지 않은 음인 것은 맞다.

2. EL34 TR 모드 : 부드럽고 편안하며 ‘물컹’ 이런 촉감까지 느껴질 정도로 소릿결이 확 변한다. UL 모드 때에 비해 음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것도 특징. 다시 UL 모드로 바꿔보면 에너지감과 투명도가 확 높아지면서 무대까지 안으로 쑥 들어간다. 대신 보컬의 리퀴드한 감촉은 줄어든다.

3. KT150 TR 모드 : 먼저 트라이오드 모드로 들었다. EL34 때에 비해 관객이 보다 앞으로 다가왔다. 진정한 니어필드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시청이다. 기타 줄에서 튀어나오는 음의 속도와 그 출발장면이 모조리 보이는 듯하다. 보컬이 목관리를 아주 잘 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 기타 바디를 칠 때는 둔탁한 공기의 압력마저 전달된다. 고역 재생시에도 보다 여유롭고 안정적이다.

4. KT150 UL 모드 : 울트라리니어 모드로 바꾸니 무대가 넓어지며 음들이 보다 시원시원하게 쏟아져 나온다. 풋워크가 좀 더 경쾌하고 활달해졌다. 기타의 저음 현이 더 잘 들리는 것도 특징. 하지만 트라이오드 모드에 비해 음들이 상대적으로 딱딱해진 인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KT150을 이 트라이오드 모드로 구동할 때가 가장 마음에 든다.

Keith Jarrett ‘Part II. A’(Koln Concert)

1. EL34 UL 모드 : 이 곡은 거의 11월이 되어서야 들었는데, 어느새 진공관의 몸이 다 풀렸다. 무엇보다 배음이 늘어나 두 진공관 모두 보다 풍부한 음수를 발산한다. 울트라리니어 모드에서도 탄성이 느껴질 만큼 소프트한 촉감이 두드러진다. 특히 키스 자렛이 연주한 피아노 저음에서의 음수와 소릿결은 압도적이라 할 만큼 풍성하고 매끄럽다. 키스 자렛의 신들린 듯한 신음소리가 날이 갈수록 잘 들린다. 필자의 방에 커다란 피아노가 들어앉아 음들을 토해내는 것 같다.

2. EL34 TR 모드 : 트라이오드 모드로 변환하니 의외로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다시 UL 모드로 바꾸니 타건에 힘이 실리고 스피드가 더 빨라진 듯하다. 대신 풍성한 볼륨감은 오히려 TR 모드에서 도드라진다. 확실히 파라PP 구동을 하면 EL34의 특성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 특성이 많이 휘발되는 것 같다.

3. KT150 UL 모드 : 이 곡에 이렇게나 강력한 질주본능이 숨어있는지 처음 알았다. 폭주하는 에반게리온 이미지가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음이 단단하고 무게감이 있다.

4. KT150 TR 모드 : 음들이 좀 더 필자쪽으로 파고든다. 무리하지 않고 음 자체를 즐기라는 투다. 역시 필자는 이 트라이오드 모드가 좋다. 무엇보다 피아노 타건음이 명징하고 깨끗해서 좋다. EL34보다 깨끗한 음이다. 역시 진공관은 생긴 대로 소리가 나온다.

Anne Sofie Von Otter ‘Baby Plays Around’(For The Stars)

1. EL34 UL 모드 : 그녀가 바로 앞에 나타나 화들짝 놀랐다. 정말이지 EL34로 듣는 여성 보컬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물론 적정 볼륨을 찾아야 하지만 제대로 음량을 찾아면 보컬의 날숨까지 리얼하게 불어온다. 과연 솔리드 앰프로 이런 온기와 체온을 느낄 수 있을까 싶다.

2. EL34 TR 모드 : 훨씬 포근하고 마치 라디오에서 음악을 듣는 것처럼 편안한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이에 비하면 UL 모드는 라이브 현장에서 듣는 사운드다.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위엄마저 느껴진다. 확실히 이 TR 모드의 EL34에는 듣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마력이 있다.

3. KT150 TR 모드 : 오터의 입술 모양이 그려질 정도로 실체감이 도드라진다. 각 음상의 위아래, 앞뒤 레이어 구분도 좋고, 무엇보다 반주음의 깊은 울림과 은은한 홀톤이 잘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이 과연 오터 특유의 목소리인가 자문하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역시 여성보컬은 EL34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4. KT150 UL 모드 : 무대는 약간 뒤로 빠지지만 보컬의 음이 약간 경직되게 들린다. 그럼에도 정숙한 배경과 세세한 디테일, 풍성한 배음이라는 진공관 앰프의 장점은 여전하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1. EL34 UL 모드 : EL34가 오케스트라 대편성곡을 천연덕스럽게 연주하고 있다. 역시 파라PP와 울트라리니어 모드의 힘이다. 저역도 최선을 다해 뿜어져 나온다는 인상. 그러나 아무래도 좀 더 선이 굵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4악장 막판에서는 어떻게 이런 음들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팀파니가 인정사정 없이 두들겨 팬다. 필자의 스피커에 이런 모습이 있는지도 거의 처음 알았다.

2. EL34 TR 모드 : 확실히 ‘이건 아닌데’ 싶다. 팀파니의 타격감이 말도 안되게 줄어들었고 전체적으로 음들이 술술 나온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EL34 트라이오드 모드로 대편성 감상은 아닌 것 같다. 고음마저 날카롭게 들린다. 내심 속상해서 다시 UL 모드로 바꾸니 선명하고 보무가 당당한 음이 용솟음친다. 금관과 목관 음의 해상도마저 높아졌다.

3. KT150 UL 모드 : 정신이 번쩍 난다. 기세가 대단하고 음들이 저마다 쭉쭉 뻗는다. 여러 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잘 구획정리되어서 나온다. EVO400은 어느 관이든지 재생음을 대하는 태도가 안정적이고 성실한 앰프다. 인티앰프임에도 무대의 안길이가 비교적 깊은 점도 마음에 든다. 음들이 탱글탱글 살아있다. 4악장 막판의 팀파니의 타격감과 에너지감은 장난이 아니다.

4. KT150 TR 모드 : 기세는 여전하지만 음끝이 약간 동글동글하고 순해진 인상. 매끄럽고 배음이 보다 많아진 3극관 특성도 드러난다. 하지만 대편성곡은 KT150 울트라리니어 모드가 정답이다. 특히 다이내믹스나 다이내믹 레인지, 스피드에서 울트라리니어 모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총평

프리마루나의 플래그십 인티앰프 EVO400과 함께 한 즐겁고 뜻깊은 3개월이었다. 즐거웠던 것은 EL34와 KT150, 트라이오드 모드와 울트라리니어 모드를 너무나 간단하고 편리하게 들었기 때문이고, 뜻깊었던 것은 진공관을 대하는 전문 제작사의 태도와 설계철학을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틈틈히 턴테이블과 연결해 LP도 들었는데(KT150 트라이오드 모드), 역시 LP와 진공관 앰프는 찰떡궁합 그 자체였다. ‘진공관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안히 음악을 즐기시라’는 제작사의 배려가 고맙기까지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 앰프 가격대를 떠올리면 EVO400은 그야말로 착한 가격표다.


맞다. 진공관 앰프를 만들려면 이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한다. 강력한 튜브 롤링의 신세계를 맛보고 싶은 진공관 애호가들과 새로운 EL34 진공관의 세계를 맛보고 싶은 음악 애호가, 그리고 까탈스럽지 않은 진공관 앰프를 찾던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대신 스피커는 모니터 성향이어야 서로 다른 진공관의 맛을 보다 확실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Power Ultra-linear 70 watts x 2 (EL34) (8Ω, 1% THD)
Power Triode 38 watts x 2 (EL34) (8Ω, 1% THD)
Inputs 5x Stereo RCA Stereo RCA HT Bypass
Outputs 4 & 8 Ω
RCA Stereo/Mono Subwoofer RCA Stereo/Mono Subwoofer
Stereo RCA Tape Out Stereo RCA Tape Out
1/4" Headphone 1/4" Headphone
Freq. Response 7Hz-65kHz +/- 1dB
THD < 0.1% @ 1W < 2% @ Rated Power
S/N Ratio 93 dB, 93 dbA
Input Sensitivity 320 mV (EL34)
Input Impedance 100kΩ
Power Consumption 255 watts
Standard Tube Complement 6 - 12AU7
8 - EL34 8 - EL34
Dimensions (W x H x D) 15.2" x 8.1" x 15.9"
Weight 68.2 lbs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웅진음향 (02 - 6338 - 8525)
가격 6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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