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브리티시 스피커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대표 모델

조회수 2019. 12. 24. 11: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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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ndor D7.2 스피커

소위 BBC 모니터 스피커라는 것은 어쩌면 이제 흔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BBC 모니터 스피커라는 말을 들먹이는(?) 스피커들이 너무 많다. BBC 모니터 스타일을 계승하는… BBC 모니터 스타일을 계승했던… BBC 모니터 스피커를 제작했던… BBC 모니터 스타일을 부활시킨...등등등….


영국이 과거로부터 선점한 세계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세계 금융상품 거래 규모가 압도적인 1위다. 말 그대로 돈 내고 돈 먹는 게임을 선점함으로써 앉아서 돈 놀림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불로소득으로 벌어들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BBC 모니터 스피커라는 말도 날이 갈수록 영국의 그런 오디오계의 치트키마냥 스피커를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한 키워드로 남용되는 듯한 느낌도 있다.


과연 BBC 모니터 스피커로서의 현대적 계승과 발전을 잘 이끌어 오면서 BBC 모니터 스피커라는 키워드를 사용하고 있는가? 혹은 그렇게 홍보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다른 말로, 과거에 선점을 했었기 때문에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마치 게임의 치트키를 사용한 것처럼 우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다.


▲ 스펜더 공장 제작과정 영상

개인적으로 브랜드의 명성이나 전통 등에는 별로 관심은 없다. 왜냐면, 100년된 브랜드도 중국으로 통째로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데, 수백년 전통의 김치 브랜드가 중국으로 팔려서 김치를 중국인들이 만든다면 그게 제대로 된 한국식 김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름이나 브랜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최소한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구분할 수 있는 나로서는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오래된 브랜드 나름의 오리지널리티를 아예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브랜드의 좋은 점은 분명히 고유하게 추구하는 음색과 개성 등을 오랫동안 그리고 진하고 진지하게 어필하고 설득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신생 브랜드들은 초기에 추구하는 음색이나 제품의 스타일을 자주 바꾸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러한 시행착오 속에 베타 테스터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신생 브랜드는 제품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이며,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자부심과 기술력을 가진 제작사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은 대단치 않게 보이더라도 제품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다.


물론, 그런 제작사들이 정해진 가격 그대로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그 제품들을 믿고 구입해도 품질에 대해서 안전하다는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영국이 오디오의 왕국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정통한 영국 오디오 제작사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제작사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런 와중에 최근 스펜더의 행보는 다른 오디오 산업 경쟁자는 물론 시장 전체에도 새로운 자극제가 되고 있다.


영국은 대단히 보수적이며 느린 사회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소위 BBC 모니터 스피커 업체들은 과거의 로망에 빠져서 지낸다. 그래서 바뀌는 것도 하나도 없다. 물론 하나도 없다는 것은 약간 과장이다.


과거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그렇지만, 과거 그대로라고 해서 가격이 꾸준히 비싸지는 것은 그야말로 중세 영주들이 소작농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스펜더는 어떨까?


모든 스피커 제작사에 자극이 되는 최근 스펜더의 행보

▲ (좌측부터) A1, A2, A4, A7

최근 스펜더의 행보는 확실히 다른 영국제 스피커나 전통적인 디자인의 스피커 회사들에게는 큰 자극이 되고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BBC 모니터 스피커 스타일을 유지하는 스피커 제작사가 3가지 이상의 라인업으로 그 스타일을 계승하기도 하며 변화시키기도 하는 사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펜더는 A시리즈와 클래식시리즈, 그리고 D시리즈라고 하는 3가지 라인업으로 과거의 스타일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클래식 시리즈는 오래 전부터 감상해 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근래 몇 년동안 출시된 클래식 시리즈는 조금 더 범용적이고 현대적인 성향으로 변화를 모색했다가 다시 진정한 클래식 시리즈로 돌아온 듯한 음질이다.


A시리즈는 비용이 크게 비싸진 않지만, 최근의 영국제 스피커들이 어떻게 과거의 영국적 사운드를 계승하면서 현대적 트랜드도 이끌 것인가에 대한 현명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D시리즈는 그런 A시리즈를 좀 더 고성능의 하이엔드급 스피커로 계승 발전시킨 것이다. 가격 차이도 절묘하게 A시리즈와 D시리즈는 적지 않은 격차를 두면서 급 나누기를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급나누기란 무조건 가격으로만 급을 나눈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리고 엄밀하게는 무조건 더 비싼 제품이 무조건 더 좋다는 의미로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A시리즈는 좀 더 산뜻하며서 포근하고 부드러우며 충분히 생글생글하게 애정이 가는 음성으로 모든 음악을 부담없이 기분 좋게 들려준다. 상대적으로 구동이 쉬워서 매칭 앰프가 비싸지 않아도 생글생글하면서도 산뜻하고 포근하며 기분 좋은 음성을 어렵지 않게 들려준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 스펜더 D7.2 스피커에 사용된 유닛

물론 객관적인 성능은 D시리즈가 더 뛰어나다. 해외 리뷰들을 살펴봤더니 D7이 구동이 쉽다는 식으로 설명되어 있던데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D7은 보기보다는 꽤나 까다로운 스피커다. 에이징 전과 후의 차이가 꽤 큰 차이를 들려주며 앰프를 매칭하는 스타일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BBC모니터 스피커 브랜드는 소출력 싱글 진공관 앰프와도 너무 잘 어울렸다는 것이 그동안의 관습이었다면, D시리즈는 전혀 그렇지 않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의 앰프를 매칭할꺼면 예상보다 한두등급의 상위기종이면서 평균보다 더 힘이 좋은 앰프를 매칭하는 것이 완벽한 음을 끌어낼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전형적인 아메리칸스타일의 중립적이고 힘이 좋은 앰프를 매칭하는 것이 좋다.

스피커의 성향이 과거의 스펜더는 전형적인 영국스피커의 성향이었고 지금도 클래식 시리즈와 A시리즈는 그렇다면, D7은 60% 이상의 미국 성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70~80% 정도가 미국 성향으로 느껴진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미국 대표 매거진인 STEREOPHILE지에서 A+ 추천제제품으로 선정한 것 같기도 하다. 아마 과거의 성향으로는 미국에서 이정도의 평가를 받기는 힘들다.


미국 성향에 가까워졌다는 것은 유연하면서 감성적인 표현력의 음보다는 좀 더 직관적이고 정확하고 분명하고 단단하면서 힘을 강조하는 음이 되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앰프가 너무 약해서는 안된다. 튜닝 자체가 좋은 앰프를 사용할 것을 감안하고 만들어진 스피커다. 같은 브랜드라고 해서 비슷한 음을 낼 것이라거나 동일한 컨셉트로 매칭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해서는 안된다.


스펜더 D7.2는 그동안의 스펜더 스피커에 비해서는 한결 더 다이렉트하고 직접적이며 더 과감하며 분명하고 단단하고 힘이 있고 분명한 음을 내는 스타일의 스피커이다.


최신 트위터 탑재, 강력한 우퍼, 강하고 단단한 인클로져
중고음도 다르고, 저음도 달라지기 위해 보기보다 세부적인 변화가 있었다.

우퍼 유닛의 진동판은 단순히 플라스틱이나 고무처럼 보이지만, 고무와 폴리스티렌을 섞어서 만든 Bextrene 이라고 하는 일종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 스펜더는 투명한 우퍼 진동판 재질을 사용해 왔었지만 그것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종이, 플라스틱, 마, 알루미늄 등의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하여 우퍼 유닛을 개발했다고 한다.


원뿔이 없는 우퍼 유닛에는 겉으론 보이지 않지만 케블라도 섞여 있다. 가볍지만 강력한 재질로 급격한 에너지로 우퍼 유닛이 움직일 때, 진동판의 일그러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소재가 무조건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합금처럼 금속이 더 단단하기는 하지만, 금속은 얇게 만들면 탄력과 무게감이 약해지고 두껍게 만들면 무거워져서 구동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어쨌든 부피대비 무게가 무겁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래서 결국은 금속 진동판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아니어서 고무나 폴리스티렌, 케블라 등을 복합시켜서 결국은 강력하지만 가볍고 탄력도 좋은 우퍼 유닛을 만든 것이다.


트위터도 신형이다. 최근 다양한 스피커 제작사에서 트위터의 바깥면에 일종의 2차 진동판 혹은 반사판을 탑재하는 것이 유행이다. 트위터에서 재생된 고음은 당장에 트위터 바로 앞과 트위터 주변 스피커 인클로져에서 가장 많이 반사가 이뤄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상식이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이상으로 그 반사면의 재질이나 구조에 따라 고음의 느낌이 많이 바뀌게 되는데, 과거에는 그 반사면에 겨우 패브릭을 붙이는 정도로 고음을 순화시키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정도로 아예 제 2의 진동판처럼 고음의 체질을 바꾸도록 과학적으로 적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트위터 하우징 패널은 트위터에서 재생되는 음을 좀 더 생생하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재생된 음의 위상 보정을 해주는 역할도 있으며, 좀 더 넓고 생생하게 음을 펼쳐내 주는 역할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설계법이 D시리즈에서 좀 더 현대적으로 완벽한 음을 재생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되고 탑재되었다고 할 수 있다.


D7.2의 경우는 톨보이 스피커치고는 크기가 특별히 큰 스피커는 아니다. 그렇지만, 과거의 방식에 비해 밀도가 높고 단단한 방식의 인클로저를 사용하고 있다. 손으로 두들겨 보기만 해도 다른 라인업에 비해 스피커통의 재질이 딱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는 저음은 좀 더 단단하고 고음은 좀 더 착색이 없이 명쾌하고 정확한 음을 내도록 하기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D시리즈에는 내부에 음의 스피드를 느리게 하고 착색이 만들게 하는 흡음재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스피커 내부에 솜이나 패브릭 같은 흡음재나 댐핑재를 많이 넣는 편인데, 흡음재를 많이 넣으면 음이 두툼해지고 느려지게 된다. 흡음재를 많이 넣으면 무난한 음을 만드는데 유리해지기는 하지만 D시리즈에는 설계상의 변수를 감수하더라도 그러한 흡음재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에 단단한 인클로져 설계를 했으며, 비대칭 내부 브레이싱 설계를 하고 공기 순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덕트 설계 덕분에 좀 더 명쾌하고 명확한 음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덕트의 경우도 요즘 유행하는 포뮬러1 자동차에서 착안한 방식이라고 한다. 스피커 후면의 하단에 보면 스피커 디자인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빠른 공기 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좌우로 나뉘어진 덕트를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포뮬러1의 기술과 비슷하다는 것인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공기가 빠르게 순환하고 빠져나가게끔 하는 원리 자체는 일맥상통하다는 것이 스펜더측의 설명이다.


어쨌든, 디자인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 디자인만 보면 확실히 30년 전의 스피커 디자인과 똑같아 보이지만, 최신 기술이 많이 투입된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스펙에 대해서는 하단 스펙표를 참고해 주기 바란다


통찰력이 뛰어난 대단히 완성도 높은 사운드

음질을 사뭇 놀랍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스펜더의 음도 아니고 BBC 모니터 스피커의 음도 아니다. 이것은 그냥 전세계의 트렌드를 아우르는 하이엔드급 스피커의 음이다.


중고음은 놀랍도록 선명하고 명확하다. 그리고 저음은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스피커보다도 더 다부지다.


다부지다는 것은 더 우렁차고 더 풍부한 음을 낸다는 의미는 아니고, 재생하고자 하는 대역 자체에서 좀 더 밀도감 있고 볼륨감과 골격감이 있는 음을 낸다는 의미다. 좀 더 쉬운 다른 말로는 좀 더 제한된 대역 내에서 더 묵직하고 돌처럼 단단한 저음을 재생한다고 하겠다. 제한된 대역이라는 것은 동일한 조건 내에서 저음의 잔향이 적다는 의미다. 이러한 특성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인데,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거나 깔리는 저음이 적다는 의미다. 대신에 더 단단하고 더 정확한 저음의 표현이 가능하다. 크기가 큰 스피커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 골격감이나 다부진 볼륨감과 밀도감은 전혀 스펜더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이러한 전체적인 음색 성향이나 대역밸런스는 영국적인 성향이라기 보다는 미국적인 성향에 훨씬더 가깝다. 다만 전형적인 미국 스피커들과 동일한 것은 아니고 과격하게 힘을 요구하고 과격하게 힘 위주의 음을 내는 미국 스피커들보다는 좀 더 매끈하고 감미로운 음을 내며 중고음이 상대적으로 좀 더 쉽게 나오면서 좀 더 초롱초롱하다. 당연히 유럽의 색을 아예 버리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구동은 쉬운 편은 아니다. 하위 라인업인 A7의 경우는 앰프가 약해도 산뜻하면서도 감미롭고 포근한 음을 어렵지 않게 내준다. 그렇지만, D7.2는 최소한 그것보다는 꽤나 더 힘있는 앰프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에이징이 된 후에 좋은 앰프와 매칭해 주면 크기가 크지 않더라도 에너지감 좋고 통찰력 좋은 대단히 완성도 높은 음을 재생한다.


테스트에서 사용한 앰프는 스피커보다 다소 비싼 가격대 앰프지만, 마크레빈슨 5805/5802, 프라이메어 PRE35/A35.2 를 주로 사용했으며, 유니슨리서치 유니코 DUE도 활용했다.


Miles Davis - Flamenco Sketches
중저음은 기대 이상으로 뚝 떨어져서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커멓게 어두운 길을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트럼펫과 색소폰 소리가 재생되자 먼 발치에서 은은하게 불빛이 다가오는 듯한 아련함을 느끼게 된다. 도입부에서는 좌우에서 마치 보슬비가 내리는 듯한 아늑함을 연출한다. 트위터의 능력이 보기보다 대단한 것 같다. 저음은 새까만 밀도와 중량감을 표현하고 있는데 중음은 밖에 비가 내리는 듯한 착감을 일으킬만큼 촉촉하고 디테일하며 찰랑거리는 음을 너무나도 미려하게 잘 재생하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3가지 제품을 연달아 테스트 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어서 퇴근하고 나서 10시가 넘어서 집에 가려고 했는데, 이 생소한 음악이 나를 사로잡아서 결국은 의자에 앉혀놓고 긴곡을 모두 감상하게 한다.
암연이라는 말이 있다. 결혼 전에 쓸데없는 고독을 즐기곤 했다. 새벽 자유로를 홀로 운전하여 파주를 다녀오곤 했다. 그 어둡고 적막한 길이 좋았다.

그런데 이 음악이 단순히 어둡고 적막하게만 들린다면 지금 이 상황에 전혀 특별한 매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어둠이 짙게 깔린 암연처럼 흐리고 어둡고 무겁고 중후한 중저음의 재생에 트럼펫과 피아노의 선율이 너무나도 나의 피곤한 마음을 잘 달래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중저음이 너무 가벼워도 이 곡의 분위기가 살지 않을 듯 하지만, 중고음의 디테일도 기대 이상이다.

간만에 느리고 심심한 마일 데이비스의 재즈곡을 오롯동안 빠져서 감상하게 되었다.
Maria Joao Pires - Beethoven Piano Concerto No.4 in G major Op.58
초롱초롱하다. 청명하고 영롱하다. 처음 에이징이 안된 상태에서 매칭기기를 적당히 대충 물렸을 때는 너무 뻣뻣하고 배음이 부족한 음이었다. 그렇지만, 생긴걸 봐서도 이 스피커가 어딜 봐서 배음이 부족하고 뻣뻣한 음을 내겠는가?
에이징이 된 후에 충분히 잘 어울릴만한 매칭 기기를 연결하고 나서 중고음은 충분히 초롱초롱하고 경쾌하고 영롱한 음을 내지만 반대로 중저음의 톤은 두툼하고 밀도감이 좋은 중량감을 잘 드러내는 저음을 재생한다. 이러한 어쿠스틱 베이스의 깊은 밀도감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이것은 저음이 많은 것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저음의 탄력감이나 저음의 밀도가 꽉 응집되어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저음의 두께감도 좋고 저음의 단단함도 좋고 저음의 탄력감이나 텐션감도 좋은 것이다.

그러한 매력적인 저음이 뒷받침 되었지만 일체 저음의 퍼짐은 없기 때문에 피아노 음의 매력이 한껏 더 잘 살아나는 듯 하다. 펼쳐짐이 극도로 좋은 음은 아니지만 담백하면서도 청명하고 충분히 투명한 음이다.
Brahms : Double Concerto/Anne-Sophie Mutter, Maximilian Hornung
현란하게 촥 펼쳐지는 음은 아니다. 스테이징을 넓게 그리면서 어마어마하게 넓고 입체적인 음을 현란하게 그려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무대감을 표현하는데, 그렇다고 그 표현력이 뭔가 떨어진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워낙 최근의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음의 스테이징이나 입체감을 비현실적으로 넓게 그려내다 보니 그 음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지만 스펜더 D7은 그에 비해서는 좀 더 음의 윤곽과 무대의 사실적인 형태를 좀 더 몽글몽글하면서도 담백하고 중후하게 표현하고 있다.

좀 더 다른 표현을 쓰자면, 이보다 훨씬 더 비싼 대표적인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좀 더 선이 얇게 흩뿌리는 스타일이라면 스펜더 D7은 윤곽이나 음의 형태를 좀 더 윤곽을 잡아서 표현해 준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음이 좀 더 모니터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종종 오디오의 음을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 표현하곤 하는데, 엄밀하게는 스펜더 D7의 음은 그래도 노면의 질감도 느껴지고 핸들링의 재미도 느껴지는 어쨌든 자동차의 느낌에 좀 더 가까운 것이다. 그게 어떤 것이 더 낫고 어떤 것이 더 못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만 바이올린 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미려하고 선열한 음의 생동감은 다른 하이엔드 스피커가 더 좋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스펜더 D7의 중고음이나 바이올린의 질감이 그보다 더 답답하거나 덜 깨끗하게 들리는 것은 아니다. 신기하리만큼 스펜더 D7의 중고음은 대단히 청명하고 초롱초롱하며 투명하고 생동감이 있는 음이다.
차이점이라면 중저음역대에서부터의 매끄러운 음의 밀도감이나 감칠맛이라고나 할까? 마치 고목에 낀 이끼처럼 중저음의 아랫 대역에서부터 세세한 중고음의 투명함까지 매끄럽게 그 결의 느낌이 올라오고 이어지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현악기의 좀 더 매끄럽고 세세한 가닥추림의 느낌을 동급의 다른 스피커보다 더 잘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음의 투명도나 클리어한 느낌 등은 비슷한 디자인의 다른 어떤 스피커보다도 우수하다. 청명하면서도 탁 트인 클리어함은 동급의 다른 어떤 스피커와 견주어도 절대로 부족하거나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보다 더 나은 스피커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다만, 그 화려함과 모든 대역이 광선을 터트리는 것처럼 화려하게 펼쳐지는 느낌만큼은 아니고 그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작은 공연장 바로 앞에서 듣는 듯한 느낌인 것이다.

충분히 매끄럽고 미려하다. 그리고 그 중고음의 음의 전개가 그윽하고 매끄럽다. 적당한 음의 두께감과 볼륨감을 갖추면서도 재생되는 바이올린 음이 매력적이며 오히려 다른 하이엔드 스피커보다 좀 더 작은 공연장에서 듣는 듯한 원음에 가까운 음으로 느껴진다.
Jeff Beck - Cause We've Ended As Lovers / Blow By Blow
확실히 이녀석은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보기보다 우수한 저음의 밀도감과 중량감을 기반으로 쫀득쫀득하게 재생되는 저음의 질감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물론, 이런 저음의 질감은 앰프가 너무 유약하거나 힘이 부족해서는 형성되지 않는 저음이긴 하다. 아마도 소출력 진공관 앰프를 물리면 또 그 나름의 매력적인 음이 나오겠지만, 힘 좋은 앰프를 물리면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슬램한 어쿠스틱 베이스가 매력적이다.

기타 소리의 중음에도 찐득찐득한 절묘한 탄력감이 붙어서 아주 매력적이다. 생긴걸로만 봐서는 절대로 예측되지 않는 음이다. 곡 자체가 블루지한 진득함이 있는 곡이지만 스펜더 D7이 그 느낌을 잘 살려서 다부지고도 진득하고도 찰지게 잘 재생해 주고 있다.

디자인만 봐서는 저음이나 고음 한쪽은 희생을 하면서 재생할 것 같지만, 최소한 D시리즈에 탑재된 신형 트위터는 고음을 초롱초롱하게 느끼도록 재생하는 능력은 실크돔 트위터들 중에서는 단연 최고 수준일 수 있다. 대단히 넓은 대역을 재생한다고 볼 수는 없더라도 디테일하고 초롱초롱한 음의 재생력만큼은 아직까지 접해본 대부분의 실크돔 트위터를 능가하고 있다.

아마도 영국제 스피커가 미국 스타일로 미국인들을 점령한다면 바로 스펜더 D시리즈가 되어도 어색할 것은 없다.

※ 위 유튜브영상은 리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영상이며 실제 리뷰어가 사용한 음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브리티시 스피커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대표 모델로 기억될 것이다

차가운 음을 싫어하는 유저는 따스한 음을 좋아하면서 차가운 음을 평가절하했고, 답답한 음을 싫어하는 유저는 명확한 음을 좋아하면서 부드럽고 착색있는 음을 평가절하한다.


수십년동안 명성을 유지해 온 BBC 모니터 스피커 명기는 음이 불분명하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훨씬 더 저렴한 스피커와 비교하며 극단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도 보았다. 반대로 극단적인 비평을 하자면, 마치 간이 자극적이지 않은 한식 명인의 궁중음식을 초딩입맛을 가진 분이 맛이 없다며 케첩을 듬뿍 뿌려 먹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다.


그런데 스펜더 D7.2는 그런 진영 싸움을 할 필요가 없는 스피커다. 엄밀하게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쪽보다는 명확하고 절도있는 음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딱딱하고 과도하게 정감없는 음도 아니다. 하이엔드 스피커에게 요구되는 중고음의 명확함과 눈부신 명쾌함과 투명함도 잘 갖추고 있으며, 저음의 다부진 느낌과 단단함이나 탄력감도 대단히 우수하다. 앰프만 잘 매칭하면 크기 대비 뿜어내는 에너지와 소위 전대역의 통찰력도 놀라운 수준이다.


아직까지 이런 전통적인 나무 디자인의 스피커로서 이정도의 통찰력있는 다부지고 완성도 높은 음을 내는 스피커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영국제지만 오히려 자국이 아닌 타국인 미국에서 평가가 더 좋은 이유를 청음해 보면 알 수 있다. 스피커의 디자인만으로는 보기보다 공식소비자 가격이 싸지는 않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음질을 감상해 보고 나서는 상대적으로 절대 비싸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단계 더 큰 기종인 D9.2도 얼마 전에 감상해 보고 청음회에서 재생해 본 적도 있다.


아마도 스펜더 D7.2 와 D9.2 는 BBC 모니터 스피커를 제작했던 브랜드이면서 이 가격대 브리티시 스피커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대표 모델로 기억될 것이다.


S P E C I F I C A T I O N

DESCRIPTION 2.5-way
RESPONSE 29Hz – 25kHz
IMPEDANCE 8 Ohms
AMPLIFIER 25-200watts
SENSITIVITY 90dB
H x W x D 980 x 192 x 333mm
WEIGHT 21kg

I M P O R T E R & P R I C E

수입원 헤이스 (02 - 558 - 4581)
가격 6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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